비톨(Vitol)이라는 기업을 아시나요?
아마 에너지 업계가 아닌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질문을 하면 100명 중 최소 90명 이상은 모른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비상장 기업으로 늘 자신들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운영 방식을 고수해 온 이들은 최근 3년 간 평균 순이익이 120억 달러(약 16조 9100억 원)를 넘는, 세계에서 최대 매출과 수익을 내는 에너지 트레이더입니다.
이들은 엄밀히 따지면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벌어지는 기간에 가장 많은 돈을 번 에너지 트레이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부터도 비톨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트레이더 중 하나로 업계에서는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1966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설립된 이 트레이딩 오피스, 아니 당시에는 원유 바지(barge) 한두 개를 고객과 연결시키던 이 작은 사업자는 현재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영국이 합쳐 소비하는 양보다 많은 석유를 매일 거래하는 메이저가 되었습니다.
매출이 2024년엔 3300억 달러(약 465조 원), 2023년엔 4000억 달러(약 563조 원), 2022년엔 5000억 달러(약 704조 원)에 가까웠는데, 이는 전쟁 이후 급격한 변동을 보인 자원 가격으로 인한 변화이죠. 에너지 트레이딩 시장의 경우 워낙 자원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 매출보다는 그 시황을 타고 이익을 얼마나 더 냈는지가 주요한 평가 기준입니다. 비톨의 경우에는 물량의 60% 이상이 원유를 비롯한 석유 제품이고, 30%가 가스, 그리고 나머지 10%는 전력 거래와 탄소배출권, 바이오연료가 중심이 됩니다.
참고로 2022년에 기록한 5000억 달러(약 704조 원) 규모의 매출은 세계 최대 수준입니다. 월마트를 제외하면 말이죠.
비톨은 예전부터 업계에서도 그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었습니다. 많은 에너지 분야 기업들이 그렇기도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조명을 받는 것을 꺼려했고, 늘 조용히 움직인다는 평가를 받았죠. 라이벌 트레이더라고 할 수 있는 머큐리아나 건보(Gunvor) 같은 후발 업체들이 석유뿐만 아니라 가스와 석탄을 비롯한 각종 광물을 트레이딩 하면서 각 시장에서 존재감을 일부러 드러내는 가격 제안 등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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