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몰래 대출 받으면

[부엉이의 차트피셜] '사모 신용 시장'이 대체 뭐길래

2025년 11월 7일 금요일
사모 신용 시장(Private Credit Market)은 얼마 전 금융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견실한 줄 알았던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퍼스트 브랜드 그룹이 사모 신용 시장에 크게 의존해 오면서 버티다가 결국 120억 달러(약 17조 473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남기고 지난 9월말에 파산을 했는데, 이들이 이만큼의 돈을 빌렸는지도 투자자들은 몰랐기에 사모 신용 시장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입니다. 

JP모건의 CEO 제미이 다이먼은 이들을 시장의 '바퀴벌레'라 칭했는데, 사모 신용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이 많기에 이런 바퀴벌레들이 점차 더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죠. 경기가 어려워지거나, 실제 침체 상태로 빠져들면 이런 기업들이 무너지면서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도 시장에서 나옵니다. 

안 그래도 시장에는 막대한 데이터 센터 투자와 'AI 버블론'에 대해서 대치되는 의견이 오가면서 시장의 위험 요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요즘입니다. 사모 신용 시장은 이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또다름 위험 요소로 그 논의가 커졌습니다.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생소한 사모 신용 시장의 모습을 상세히 살펴보고, 현재 잠재한 위험은 무엇인지를 짚어봅니다.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듯하고, 각종 툴들의 발전으로 각종 데이터를 추적하기도 쉬워진 시대에도 간과할 수 있는 정보와 요소가 있다는 경고를 울리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사모신용시장 #금융위기
기업이 몰래 대출 받으면
'사모 신용 시장'은 얼마나 커졌을까?
"바퀴벌레를 한 마리 발견했다면, 분명히 여러 마리 더 있을 겁니다."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이미지)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경기 침체가 오면 사모 신용 시장(Private Credit Market)에서 더 많은 파산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더 많은 기업들이 (그가 바퀴벌레라고 언급한) 퍼스트 브랜드 그룹(First Brands Group)의 전철을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120억 달러(약 17조 473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숨기고 담보 사기에 연루된 혐의로 결국 파산 절차를 밟았다.

영란은행 총재 앤드루 베일리도 퍼스트 브랜드 그룹과 더불어 트라이컬러(Tricolor)라는 기업의 파산 이후 사모 신용 시장(Private Credit Market)에 '경보'가 울리고 있다고 말하며,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의 관행과 유사점을 지적했다.

최근 이들의 파산은 여러 주요 기관에 걸친 담보 사기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핵심에는 내부 사정을 알 수 없는 사모 신용의 '불투명성' 문제가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퍼스트 브랜드의 파산 이후 채권자인 레이스톤(Raistone)은 23억 달러(약 3조 3480억 원)의 담보가 사라졌다고 주장했고,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는 사기를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이자 중고차 소매업체인 트라이컬러는 챕터 7(청산 파산)을 신청했다. JP모건은 이와 관련해 1억 7000만 달러(약 2470억 원)를 상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동일한 매출채권을 여러 대출 기관들에 담보로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JP모건과 제프리스 같은 노련한 금융기관도 사모 신용 생태계의 불투명한 구조에 허를 찔린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사모 신용 시장이 너무 빨리 성장해 검증 및 감사 체계가 따라잡지 못했고, 투자자를 위한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렇게 일련의 파산 사건이 잇따르자 지방은행에 대한 신용 위험 우려도 고조되었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이언스 뱅코프(Zions Bancorp),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Western Alliance Bancorp) 등 일부 지방은행이 대출 자산에서 회계 손실을 인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 건전성에 대한 경계감도 높아졌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지방은행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지방은행들은 사모 펀드와 기업 개발 회사(BDC)에 직접적인 대출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모 신용 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사모 신용 시장은 북미 대륙에서 은행 대출을 대체할 정도로 빠르게 커졌고, 이들의 느슨한 대출 관행이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퍼스트 브랜드 그룹은 생소한 기업이지만,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 브랜드들의 상품을 라이센싱해 제조하고, 자체 상품도 제작하는 부품사이다. 연간 40억 달러(약 5조 8250억 원)가 넘는 규모의 견실한 회사였다. (이미지: 퍼스트 브랜드 그룹 홈페이지)
사모 신용(Private Credit)이란 무엇인가?
사모 신용(Private Credit)은 공모 채권 시장이나 상업은행을 통하지 않고, 양자 간 계약 형태로 제공되는 비은행 기업 신용이다. 주로 자산 운용사가 펀드를 사용하여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고, 중견 기업에 직접 대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부실 자산(Distressed Asset), 인프라 및 부동산 투자에 대한 대출이 주를 이뤘지만, 금융위기 이후 기업 대출 부문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간단히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말하면, 사모 신용은 상업은행이 취급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거나, 채권을 발행하기에는 작은 중견기업을 위한 시장이다. 

대출 조건은 차주(Borrower)와 자산 운용사 간에 직접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더 높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원리금 지급의 유연성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맞춤형 대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사모 신용 거래는 각 대출마다 조건이 제각각이고, 외부인이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 이런 특성으로 대부분의 펀드는 폐쇄형 구조로 운영되어 자금을 펀드의 존속 기간(보통 5년에서 8년) 동안 묶어 둔다. 또한 규제가 덜 엄격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일부 펀드 구조는 투자자에게 더 빈번한 환매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의 기업 개발 회사(BDC, Business Development Company)는 증권 거래소에 상장되어 개인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다. 이들은 연방 규제를 받으며 뮤추얼 펀드와 유사한 공시 요건을 갖추고 있어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운용 자산이 30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기업 개발 회사(BDC)는 미국 사모 신용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사모 신용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빠르게 성장하여 은행 대출과 공모 채권 시장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기업에 직접 대출하는 것보다 사모 펀드에 자금을 대여하는 것이 자본 규제 요건상 유리해졌다.

사모 펀드들은 금융 규제와 저금리 환경 덕분에 은행이나 보험사로부터 비교적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서 중견 기업에 대출함으로써 사모 신용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사모 신용 펀드의 운용 자산(AUM)은 2000년대 초 약 20억 달러(약 2조 9100억 원)에서 오늘날 2조 5000억 달러(약 3643조 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여전히 중견 기업 대출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사모 신용은 최근 5년 동안 그 영역을 크게 확장했다. 미국과 유럽의 사모 신용회사는 과거에는 대형은행이나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을 훨씬 더 큰 기업에게 대출을 제공한다. 대기업들도 공모 시장과 관련된 공시 및 비용을 피하기 위해 맞춤형 사모 신용 계약을 이용할 수 있다.

사모 신용 시장은 빠른 속도로 대출 잔액이 쌓여왔다. (데이터: IMF)
사모 신용 펀드가 잘 되는 이유
사모 신용 펀드의 주요 자금원은 투자 기간이 길고 유동성 수요가 낮은 기관 투자자들이다. 공공 및 민간 연기금, 보험사, 국부 펀드, 패밀리 오피스 등이 주요 투자자다. 특히 보험사들은 사모 신용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신용평가기관 S&P는 생명보험사들의 회사채 보유액 중 23%가 공모가 아닌 사모 발행을 통해 투자된 것으로 추정한다.

실적이 좋지 않거나 부채가 많은 기업은 은행 대출을 받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모 신용의 차주들은 레버리지가 높은 중견 기업이다. 또한, 사모 신용은 유연성, 실행 속도, 기밀성 측면에서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은행 대출과 공모 채권 발행과 비교했을 때, 사모 신용 거래는 더 신속하게 실행되고 기밀성을 제공한다.

상환 일정 및 담보 요건 같은 여러 요건들도 관련 당사자 간에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특성들로 인해 대기업들도 사모 신용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사모 신용 펀드는 다른 채무 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 예를 들어 사모 신용 펀드 대출의 금리 스프레드(미국 기준금리 대비)는 평균 630 베이시스 포인트(bp, 약 6.3%)에 달한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4% 정도)을 고려하면 대출 금리가 10%를 훌쩍 넘는다.

재무 구조가 좋지 않은 중견기업인 만큼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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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부엉이의 이름은 이기원이다.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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