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38화. 트럼프 2기 10개월, K자 된 미국 경제 AI 버블론과 함께 K자 경제의 위험에 대한 경고는 미국에서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가지 지표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치솟는 물가가 어떻게 잡힐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현재 미국 경제는 AI, 정확히는 AI에 대한 투자가 떠받치고 있다는 주장은 과언이 아닙니다. 근데 여기에다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의 여파도 점점 보이기 시작하고, 계속 팽창만 한 자산 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입니다.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미 연준을 통한 통화 정책, 즉 금리로도 경제 상황을 어쩌지 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짚습니다. 양극화를 상징하는 'K자' 경제가 지속되는 와중에 경제 정책 실행의 불안정성까지 더해지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보면서요. |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통화정책 #재정정책 금리도 해결 못하는 상황이 오면 |
천정이 어디인지를 시험하듯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던 미국 증시가 주춤하는 모양세다. 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이 하루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뒤이은 금융위기를 "예언했던" 헷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AI 대표기업인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숏포지션을 취했다는 뉴스가 시장을 강타하며 일주일 가까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 그 전에도 조짐은 있었다. 12월 FOMC 미팅을 앞두고 연준 이사들 사이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 둔화(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보통 인플레이션은 경기 과열의 부작용인 경우가 많은데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은 없이 물가만 오른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대응하기 가장 까다로운 거시경제의 "최종 빌런"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통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칼은 금리 인상인데, 스태그플레이션의 경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연준의 존재 이유는 두 가지 1) 물가 안정과 2) 완전 고용 달성이다. 10월 FOMC 이전까지 시장의 분위기는 연준이 고용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였다. 여름 내내 고용 데이터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버냉키-옐런-파월로 이어지는 연준 의장들이 대대로 더딘 고용 성장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히스토리도 있었다.
역대 최장기간 연방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9월과 10월 고용 관련 공식 통계가 나오지 못한 가운데, 민간 조사 기관들이 발표한 고용 지표는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기업의 급여 관리 서비스회사인 ADP에 따르면 10월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이 수개월만에 반등했고, 증가 폭도 예상치를 상회했다. 무역, 운송 및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증가했고, 교육 및 보건, 금융 서비스에서도 일자리가 증가했다. 반면 IT와 컨설팅, 여행 및 접객업은 일자리가 큰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ADP는 "일자리가 반등하기는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며, 고용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여행 및 접객업의 일자리 감소가 우려스럽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지갑을 열어야 할 소비자들이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타겟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매년 홀리데이 시즌에 증가하는 고객들을 대응하기 위해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을 많이 뽑았는데, 올해는 최소 규모 채용에 그치거나 아예 추가 고용이 없다.
또 10월 들어 미국 기업들은 대규모 해고를 잇달아 발표했다. AI의 고용 대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와 기업 고객의 지출 감소, 비용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10월 발표된 감원 규모는 15만 3천 명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수치로 2003년 이후 10월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올해 들어 연초부터 10월까지의 해고 발표 건수는 100만 건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수치이다.
(바로 어제인 11월 20일 밤에 뒤늦게 발표된 9월 노동지표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11만 9000개 일자리 증가로 나타났으며, 실업률 역시 4.4%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함으로써 혼란스러운 노동 시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만 시장은 이 소식에도 AI 버블에 대한 우려로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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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이 결성된 지 이제 10개월 되었다. (이미지 크레딧: AP, Evan Vucci) |
그런데 지난 몇 주간 연준의 공기가 바뀌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시 3.0%로 올라서며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물가 충격이 바로 전달되는 식료품(3.1%) 가격이 크게 올랐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이 크게 뛴 데다, 소고기 가격까지 급등했다. 미국은 호주, 브라질, 뉴질랜드산 소고기를 많이 수입하는데, 특히 관세 정책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의 룰라 정권과 노골적으로 각을 세우며 50%의 무차별 관세를 부과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세계 최대의 쇠고기 생산국이기도 하지만, 국내 생산량만으로는 자국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기후 위기로 인한 방목지 감소, 관세로 인한 비료, 사료, 그 외 축산업 관련 장비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현재 미국의 축산업은 공급망이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다진 소고기 가격은 무려 12% 가까이 상승했다. 트럼프는 부랴부랴 소고기, 커피, 바나나, 오렌지 주스 등 200여 개 품목에 부과한 관세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소고기는 일례에 불과하다. 최근 금리 인하에 신중론으로 돌아선 연준 총재들은 하나같이 인플레이션 - 정확하게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의 AI 붐으로 인한 증시 과열도 한몫했다.
올해 초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불거졌을 때 미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한 것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였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쏟아부어졌고, 이들 기업의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기록했다. JP모건에 따르면 현재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30개의 AI 관련 기업 시가 총액이 전체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가계에 공급한 유동성이 무려 5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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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진 소고기, 즉 그라운드 비프는 미국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 소고기 상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
문제는 이러한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주식 투자를 할 만한 자금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라는 것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주식 투자로 벌 수 있는 돈은 치솟는 물가에 비하면 미미하다. 즉, 미국은 현재 전형적인 K자 경기를 보이고 있는데, 자산을 보유한 계층의 자산 가치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정말로 한달 한달 버티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곪고 있는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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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안젤라의 한글 이름은 박누리이다.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중국필패>, <재닛 옐런>,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급변하는 거시경제 환경과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 아티클입니다. |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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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 둔화(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보통 인플레이션은 경기 과열의 부작용인 경우가 많은데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은 없이 물가만 오른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대응하기 가장 까다로운 거시경제의 "최종 빌런"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통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칼은 금리 인상인데, 스태그플레이션의 경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연준의 존재 이유는 두 가지 1) 물가 안정과 2) 완전 고용 달성이다. 10월 FOMC 이전까지 시장의 분위기는 연준이 고용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였다. 여름 내내 고용 데이터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버냉키-옐런-파월로 이어지는 연준 의장들이 대대로 더딘 고용 성장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히스토리도 있었다.
역대 최장기간 연방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9월과 10월 고용 관련 공식 통계가 나오지 못한 가운데, 민간 조사 기관들이 발표한 고용 지표는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기업의 급여 관리 서비스회사인 ADP에 따르면 10월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이 수개월만에 반등했고, 증가 폭도 예상치를 상회했다. 무역, 운송 및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증가했고, 교육 및 보건, 금융 서비스에서도 일자리가 증가했다. 반면 IT와 컨설팅, 여행 및 접객업은 일자리가 큰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ADP는 "일자리가 반등하기는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며, 고용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여행 및 접객업의 일자리 감소가 우려스럽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지갑을 열어야 할 소비자들이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타겟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매년 홀리데이 시즌에 증가하는 고객들을 대응하기 위해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을 많이 뽑았는데, 올해는 최소 규모 채용에 그치거나 아예 추가 고용이 없다.
또 10월 들어 미국 기업들은 대규모 해고를 잇달아 발표했다. AI의 고용 대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와 기업 고객의 지출 감소, 비용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10월 발표된 감원 규모는 15만 3천 명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수치로 2003년 이후 10월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올해 들어 연초부터 10월까지의 해고 발표 건수는 100만 건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수치이다.
(바로 어제인 11월 20일 밤에 뒤늦게 발표된 9월 노동지표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11만 9000개 일자리 증가로 나타났으며, 실업률 역시 4.4%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함으로써 혼란스러운 노동 시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만 시장은 이 소식에도 AI 버블에 대한 우려로 폭락했다.)
미국은 호주, 브라질, 뉴질랜드산 소고기를 많이 수입하는데, 특히 관세 정책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의 룰라 정권과 노골적으로 각을 세우며 50%의 무차별 관세를 부과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세계 최대의 쇠고기 생산국이기도 하지만, 국내 생산량만으로는 자국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기후 위기로 인한 방목지 감소, 관세로 인한 비료, 사료, 그 외 축산업 관련 장비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현재 미국의 축산업은 공급망이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고기는 일례에 불과하다. 최근 금리 인하에 신중론으로 돌아선 연준 총재들은 하나같이 인플레이션 - 정확하게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의 AI 붐으로 인한 증시 과열도 한몫했다.
올해 초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불거졌을 때 미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한 것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였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쏟아부어졌고, 이들 기업의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기록했다. JP모건에 따르면 현재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30개의 AI 관련 기업 시가 총액이 전체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가계에 공급한 유동성이 무려 5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미국은 현재 전형적인 K자 경기를 보이고 있는데, 자산을 보유한 계층의 자산 가치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정말로 한달 한달 버티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곪고 있는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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