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마지막 경고

[부엉이의 차트피셜] 엔화를 살려낼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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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6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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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6년 1월 23일, 오전 9시 55분
장소: 'JP골드만' 트레이딩룸

뉴욕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 JP골드만의 본부 87층 트레이딩룸. 이 곳에서 10년 넘게 침묵하던 '빨간 전화기'가 갑자기 울린다. 이 빨간 전화기는 바로 연준(Fed)과 연결된 직통 핫라인이다.

최고의 트레이더로 성장해 담당 부사장의 위치에 까지 오른 제이미는 마른침을 삼키며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JP골드만 트레이딩 데스크, 제이미입니다."

"뉴욕 연준의 제롬입니다. 제이미, 현재 달러/엔 환율 확인(Rate Check) 부탁합니다. 쿠오트(Quote) 하세요." 

제이미의 가슴은 철렁했다. '레이트 체크(rate check)'는 단순한 시세 문의가 아니었다. 미국 연준과 일본은행(BOJ)이 손을 잡고 시장에 직접 달러를 투하하기 직전에 수행하는 마지막 경고였다.

제이미는 애써 침착하게 레이트를 불렀다.

"현재 158.95에 159.05입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이미는 수화기를 내려놓기도 트레이딩룸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전원 주목! 연준 '레이트 체크(rate check)' 들어왔다! 공조 개입이다! 달러 롱(매수) 포지션 전부 청산하고 엔화 매수로 돌려!"

트레이딩룸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트레이더들이 키보드를 때려 부술 듯 두드리며 물량을 쏟아내자, 화면 위로 솟구치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환율과 함께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연준의 언질을 받은 다른 투자은행들도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단 몇 분 만에 달러/엔 그래프는 수직으로 꺾였다. 1.7%의 폭락. 누군가에게는 평생 벌 돈이 증발하는 순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중앙은행이라는 신'의 위력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부사장님, 벌써 5엔 넘게 빠졌습니다. 154엔까지 밀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제이미는 마른세수를 하면서 답했다.

"2월 8일 일본 총선 전까지는 이 레벨 근처에서 절대 사지 마. 또 저 전화기가 울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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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의 차트피셜] #40화.
엔화의 마지막 경고
미 연준과 일본은행도 못 살릴 엔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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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이 각 투자은행에 이른바 '레이트 체크'한 것은 맞다. 아주 오랜만에. (이미지: 로이터, 배니티페어)

미 연준의장 제롬 파월과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의 서두의 대화는 물론 허구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지난 1월 23일, 뉴욕 연준은 외환시장 딜러를 대상으로 호가(환율)를 문의하는 이른바 '레이트 체크(rate check)'에 실제로 나섰다.

물론 시나리오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을 것이지만, 요즘 미국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끈 비즈니스 및 산업 드라마라면 저렇게 그렸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외환시장의 매수/매도 호가는 단말기를 통해 24시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연준이 전화로 확인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저렇게 실제 전화로 이루어지는 '호가 문의(rate check)'는 경험적으로 시장 개입 직전에 시장에 당국의 의도를 흘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렇게 10년 만에 연준이 외환 시장 개입 시그널을 냄에 따라 엔화는 급격한 강세로 전환했다(달러 약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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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이후 달러/엔 환율 추이 (자료: Shadow Price Macro, 블룸버그)
달러/엔 환율은 1월 23일 연준의 '레이트 체크(rate check)' 후 가파르게 하락(엔화 강세)했으나, 2월 5일 현재 하락폭을 상당 부분 회복(엔화 다시 약세) 했다.
미국과 일본의 환시 공동 개입
미국과 일본의 정책 당국은 최근 더욱 가팔라진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외환 시장 개입 시그널을 보냈다. 더 이상의 약세는 양국 모두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통화 약세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부임한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그는 작년 11월 대규모 부양책을 통과시켰고,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유예하는 제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2월 8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다수석을 차지한다면 부양적인 재정 정책이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일본은 국방비 증액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선거에서 압승한다면 국방비를 포함한 지출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GDP 대비 세계 최대 채무국 중 하나인 일본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카이치 정부의 재정 지출 계획은 엔화 약세뿐 아니라 장기 채권 금리 상승도 이끌었다. 일본 40년물 금리는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최근 몇 달 동안 10년 금리는 25년 만에 2%를 넘었고, 20년물과 30년물도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년간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일본 국채 금리는 이제 다른 유럽 나라 국채 금리와 비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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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준금리 / 국채 10년 금리 / 국채 30년 금리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일본 국채 금리는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최근들어 상승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미국의 외환시장 집행 창구로 볼 수 있는 뉴욕 연준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에서 연준과 일본 정부가 정책을 공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의 암묵적인 동의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이 이번 개입에 적극적으로 공조한 배경에는 자국 국채 시장의 안정이라는 실리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시장의 약 13%를 보유한 큰손이다. 만약 엔화 약세가 지속되어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한다면, 일본 기관 투자자들은 자국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비롯한 해외 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져 전 세계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의 금융 불안이 자국 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엔화 방어에 동참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국 장기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 세계 금리 상승은 1월 23일 연준의 개입으로 엔화 약세와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멈추면서 일시적으로 안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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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부엉이의 이름은 이기원이다.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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