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시장이 재편되려면

석탄의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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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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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그 공급량이 가장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원은 구리입니다. AI를 돌리기 위한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를 돌리기 위한 전력 인프라에 모두 투입되는 것이 구리이죠. 그래서 리오틴토와 글렌코어라는 자원 공룡들이 구리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합병을 추진하면서 구리가 자원 산업의 경쟁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죠.

하지만 이들의 합병 추진은 지난주에 최종 결렬되었습니다. 결국 합병 시 지분 비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글렌코어의 석탄 사업 가치를 어떻게 책정하느냐 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리오틴토가 꽤 오래전에 완전히 철수한 사업까지 합병하면서 글렌코어가 고수한 가치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예상됩니다. 

근데 지난해에도 논의를 이어가다가 올해 또 줄다리기를 할 정도로 서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이대로 합병을 접을까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두 기업의 합병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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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구리 #자원시장
구리 시장이 재편되려면
석탄의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할까?
리오틴토와 글렌코어는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의 구리 공급선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각각 철광석과 구리, 구리와 석탄을 핵심 자산으로 삼고 있는 광산업자와 트레이더가 합쳐 지금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리를 중심으로 거대한 자원 기업을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되었죠. 

두 기업이 합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 기업이라는 비전을 세운 것은 이미 구리를 중심으로 광산 자원 시장이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산업의 발전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수요로 현재로서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앞으로 구리의 공급 부족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나오고 있죠. BHP 같은 세계 최대 구리 생산자는 2050년까지 구리 수요가 70%가 늘어날 것으로까지 보고 있고요. 

하지만 비전이 무색하게 결국 지분율을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한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덩치가 더 큰 리오틴토가 이사회 의장과 CEO직을 모두 가져간다면, 글렌코어는 시장 가치에 따라 논의되던 지분율 31~32%가 아닌 40%를 가져야 한다고 끝까지 고수를 했고, 리오틴토 역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리오틴토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을 크게 주고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울러 경영권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40%라는 지분이 가지는 힘을 무시하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초에도 합병을 추진하다가 무산되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이유로 무산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공급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리라는 자원을 중심으로 에너지 시장을 재편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확실한 비전을 세웠는데, 왜 두 기업은 막판에 가서 계속 이 '딜'을 성사 시키지 못하는 걸까요? 

작년에도 글렌코어가 석탄 사업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고, 별도의 자회사로 분사시키는 방안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이익의 약 30~40%를 담당하는 캐시카우에 대한 가치의 인정 여부가 이번에도 가장 핵심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오랜 석탄 사업이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는 자원 기업을 탄생 시키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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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과정에서 석탄 사업의 가치가 결정적인 변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석탄이 결정적인 변수인 이유  
이미 석탄 사업을 2018년에 정리한 리오틴토는 구리와 철광석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성장하는 새로운 산업을 위한 에너지 기업으로 그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글렌코어 역시 이러한 방향에 따라 구리의 비중을 넓혀왔습니다. 석탄으로 번 돈을 투입하면서요.

그렇기에 두 기업이 석탄 사업 매기는 가치의 논리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글렌코어는 호주와 콜럼비아, 남아공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매년 발전용 석탄 약 1억 톤, 제철용 석탄은 약 3000만 톤을 생산합니다.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차지하기에 결코 포기하기 쉽지 않은 사업이죠. 당분간은 석탄을 통해 번 돈으로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석탄 사업, 그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발전용 석탄 사업에 대해 리오틴토가 큰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8년 전에 해당 사업에서 엑싯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석탄 사업에 가치를 크게 매긴다는 것은 사업을 엑싯한 이유와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죠. 광산업에서 그 비중이 가장 큰 자원 중 하나인 석탄 사업에서 엑싯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피벗을 완성시킨 리오틴토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글렌코어의 입장에서 리오틴토의 입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글렌코어가 포기하지 않은 석탄 사업의 가치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석탄 사업의 가치를 어느정도로 보느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이견을 좁히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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