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타가 없는 워싱턴포스트

[미디어 노트] 구조조정 이후의 잘못된 사업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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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12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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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결국 단행되었습니다. 그 후폭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당장 워싱턴포스트의 구조 효율화 작업이 이루어진 이후에 사업을 반등시킬 수 있는 요소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다 보면 결국 더 큰 추락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오너인 제프 베이조스와 그에게 조언을 하는 이들은 워싱턴포스트의 사업이 일반적인 소셜미디어 혹은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과 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큰 구조조정을 하고 그 이후의 방향타마저 잘못 조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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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워싱턴포스트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상한 아티클 이후 첫 번째 팔로우업입니다. 앞으로 워싱턴포스트와 관련해 미디어 시장에서 들려올 이야기들보다 더 앞서 예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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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노트] #대규모구조조정
방향타가 없는 워싱턴포스트
구조조정 이후의 잘못된 사업 계획
미국의 미디어 산업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 워싱턴포스트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그 여파가 예상보다 크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룸 인력 약 800여 명 중 300명 이상을 해고했고, 전체 인원의 30%가 넘게 해고되었으니, 뉴스 미디어로써 워싱턴포스트의 기능 상당 부분이 축소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스포츠 섹션이 통째로 없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 취재도 취소하더니 워싱턴 지역의 스포츠팀 소식도 AP를 비롯한 통신사의 보도를 가져오는 실정이 되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일 수 있지만, 워싱턴포스트의 스포츠 섹션은 미국 내에서도 그 취재 역량과 생산 결과물이 톱으로 꼽히는 곳이었습니다.

아울러 워싱턴포스트가 국내라는 한계를 넘어서 뉴욕타임스처럼 세계적으로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필수로 꼽혔던 해외 지국들이 상당 부분 축소되었습니다. 중동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아예 해체가 되었죠. 주요 지역을 비롯한 국제 취재 역량을 크게 상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지역을 커버하던 메트로 섹션은 대폭 축소되어 20명도 안 되는 인원이 남았다고 전해집니다. 전국지로 발돋움하고,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떨치는 신문이 되었던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자신들이 속한 지역의 취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책을 리뷰하는 북스 섹션 역시 폐지가 되어, 종합지로서의 중요한 기능을 상당 부분 포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 매일의 신문을 어떻게 낼지, 아니 종합지로서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계속 발행을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는 수준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구독자들에게 선택을 받았던 이유는 '종합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구조조정은 종합지로서의 위상과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입니다. 

자, 그렇다면 워싱턴포스트에 남은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중점으로 어떻게 돈을 벌어서 적자를 면하겠다는 것일까요? 구조조정을 대규모로 진행했으니 비용을 더 아끼는 것 외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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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이후가 중요하지만, 지금 방향타를 쥔 이들은 워싱턴포스트를 '미디어' 사업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이미지: Ken Cedeno, 로이터)
어떤 시장에서 경쟁하는지를 봐야 하는데  
워싱턴 DC 정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 취재가 주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래 경제와 비즈니스 섹션은 워싱턴포스트의 강점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와도 연계되는 특성을 고려할 때 필수적으로 유지를 해야겠죠. 결국 빅테크와 월스트리트의 기업들과 인물들 모두 워싱턴에 와서 로비를 하고, 입법을 예의주시하니까요. 

그런데 이 분야는 앞선 이야기에서도 짚었지만, 폴리티코와 악시오스 그리고 세마포처럼 잘 성장한 뉴미디어들이 더 좋은 역량을 이미 쌓았습니다. 만약 워싱턴포스트가 정치 뉴스를 중심으로 정책 분석과 입법 관련한 보도를 전문적으로 하겠다고 하면 당장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은 보이지 않습니다. 폴리티코는 특히 워싱턴의 정책 결정 과정의 '고급 정보'를 전하는 구독제로 시장을 선점한 상황입니다.

이들은 각 기업 그리고 관련 정책 입안자들, 소위 워싱턴의 인싸들은 모두 필수적으로 구독을 해야 하는 구독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죠. B2B 사업 모델을 선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폴리티코는 이 구독제에만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뉴스룸 인력이 300명에 달합니다. 총 1000여명의 뉴스룸 인력의 30%가 총 매출 약 3억 달러(약 4310억 원)의 50~60%를 책임지는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최소 몇 년간은 그 역량을 집중해 키워야 할 사업인 것이죠. 워싱턴포스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애초에 없습니다. 이미 내부의 가장 역량있는 에디터들과 기자들은 디애틀란틱, 폴리티코, 뉴욕타임스, 뉴요커, 악시오스, 세마포 등지로 이직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리더십 밑으로는 역량 있는 기자들이 모이지를 않습니다. 

왜냐고요? 다른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남긴 큰 구멍을 뉴욕타임스와 디애틀란틱이 대표적으로 메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서브스택을 통해 독립 미디어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1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모은 젠 루빈과 같은 사례도 나오는 중입니다.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대표적인 리버럴 뉴미디어가 되어가는 불워크(Bulwark)의 뉴스레터도 크게 성장하는 중이고요. 

이들이 워싱턴포스트가 잃는 구독자들까지 흡수하는 중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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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까지 대규모로 한 워싱턴포스트가 이 분야에서 이렇게 역량을 집중하는 폴리티코 같은 경쟁자의 사업을 따라가기는 무리입니다. (이미지: 폴리티코)
자, 이런 상황에서 제프 베이조스가 의도했던 대로 "개인의 자유와 자유 시장"에 기반한 논조를 띄우면서 워싱턴포스트가 새로운 오디언스를 확보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콘텐츠도 180도 달라져야 하는데, 이는 전체 뉴스룸을 교체하지 않는한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령 콘텐츠를 완전히 바꾼다고 해도 폭스 뉴스와 조 로건을 비롯해 이미 해당 오디언스를 선점한 각종 팟캐스트 등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이쯤 되면 제프 베이조스가 도대체 무슨 의도와 계획인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나서 전체 개발 인력의 70~80%를 해고하고, 소위 '개발 및 운영 효율화'를 (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행한 사례를 생각했다면, 미디어와 그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업에 대한 이해를 아예 하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말 그대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워싱턴포스트의 뿌리 깊은 오디언스가 누군이지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자신도 모르고, 경쟁에 대해서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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