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슬롭보다 큰 콘텐츠 문제

인간과 AI의 합작 거짓말을 단속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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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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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슬롭(Slop) 문제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슬롭은 누가봐도 AI로 대충 만들어진 것 같은 영상이나 이미지라고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이제는 AI로 만든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콘텐츠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듯하죠. 

이런 문제는 비단 영상과 이미지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AI로 생성한 교묘한 스토리라인이 이곳저곳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얼마 전의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기간에 스노우보드 하프파이프 은메달리스트인 클로이 킴이 금메달을 딴 최가온 선수를 축하한다는 장문의 글이 그러했습니다. 클로이 킴이 썼다는 증거가 없는, 출처도 끝내 밝혀지지 않은 이 글은 순식간에 바이럴이 되어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져나갔지만, 누군가가 교묘히 AI로 다듬고 '감동 바이럴'을 만들기 위해 쓴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AI가 쓴 것이라고 끝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클로이 킴이 쓰지도 않은, 출처도 없는 이 글이 남긴 문제는 명확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을 교묘히 속일 수 있는 글들이 끊임없이 생성되어도 그것을 판독하고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죠. 빅테크 플랫폼들은 이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아직 대응을 하지 않고 있고요. 

이는 계속해서 거짓 정보가 쌓이고 쌓이는 구조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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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AI슬롭 #AI생성거짓콘텐츠
AI 슬롭보다 큰 콘텐츠 문제
인간과 AI의 합작 거짓말을 단속하는 문제
AI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를 만들기 쉬워진 문제도 있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전파력이 강한 영상 및 이미지 기반 소셜미디어에는 쉽게 만들어진 스토리라인을 기반으로 AI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조합해 만든 짧은 영상 콘텐츠가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기가 너무 쉬워진 시대이니 이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내용입니다. 

이전에는 해당 주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도 읽다 보면 "이거 의심스러운데?"라고 감지할 수 있는 내용들이 이제는 AI 챗봇들의 발전과 함께 더 교묘하게 기술되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사람들의 편향을 더 강화하는 방향의 콘텐츠도 만들어집니다. 하나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 코스트코 CEO는 (월마트의 창고형 마트 사업을 하는 계열사인) 샘스클럽 CEO보다 보상을 훨씬 적게 받는다. 10% 수준도 안 된다.
  • 하지만 코스트코 직원 시급은 29달러이며, 샘스클럽 직원의 시급 15달러보다 훨씬 높고 전반적인 처우도 좋다.

이 콘텐츠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이미지가 더 좋은 코스트코라는 기업의 CEO는 보상도 과도하게 받지 않고, 회사가 직원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코스트코를 좋아하는 사람들 위주로 우선 바이럴을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짜여진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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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똑같은 콘텐츠는 이렇게 다양한 버전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을 탔습니다. 누가 봐도 AI로 생성한 이미지와 영상들로요. 수십만 명의 구독자가 있는 비즈니스 인플루언서 채널에서도 똑같은 내용이 그대로 반복됩니다. (이미지: 구글 검색 캡처)
하지만 이건 완벽한 거짓말입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오히려 코스트코 CEO인 론 바크리스의 보수가 2025년을 기준으로 (최근 월마트 인터내셔널 CEO로 승진한) 크리스 니콜라스보다 200만 달러 이상 많았습니다. 2024년에는 크리스 니콜라스가 50만 달러 가까이 많았고요. 기본급과 주식보상 등의 패키지 구성도 비슷합니다.

코스트코는 샘스클럽보다 매출 기준으로 3배가 넘게 큰 기업이기도 하고, 월마트의 라이벌로도 꼽힙니다. 물론 위상을 생각하면 더 받아야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코스트코 CEO는 기업이 보여온 성장세 만큼이나 상당한 보수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공시 자료를 확인하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죠. 요즘엔 생성 AI를 통해서 정보를 찾고 교차 확인해도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직원 처우 관련해서는 코스트코가 시급과 전반적인 처우 등이 더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해당 콘텐츠에서 말하는 것만큼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봐도 샘스클럽의 처우가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코스트코가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 레퓨테이션을 고려하면 분명 그 충성 고객과 팬들이 더 많을 것이지만, 더 훌륭한 기업이라는 것도 물론 주관입니다. 이 콘텐츠는 결과적으로 그럴듯한 편향을 더 확고하게 만들고 있죠.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인간이 AI로 생선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콘텐츠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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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엄-웹스터 사전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슬롭'을 선정하면서 위와 같은 이미지를 써서 알렸습니다. 슬롭을 풍자하는 슬롭입니다. (이미지: 메리엄-웹스터)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풀어놓은 독  
이렇게 본래 가지고 있던 편향을 더 강화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심는 이런 콘텐츠의 목적은 물론 구독자와 조회수입니다. 그리고 그 조회수에 따른 수익입니다. 과거에도 물론 이런 사례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이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손이 남들보다 빠르고 각종 소프트웨어 제품을 잘 다루는 이들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조금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걸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노동력을 가진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었죠. 빠르게 많이 만들고 치고 빠져야 하니까요. 

지금 문제는 누구나 이런 걸 만들어서 순식간에 퍼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본만 짜이면 5~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AI 툴 세팅만 되면 콘텐츠 공장이 바로 가동되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이 미끼를 물을 때까지 콘텐츠를 올리고 올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하나가 터지면 위의 코스트코 사례와 같이 우후죽순으로 모두가 똑같은 걸 복제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보상 구조는 이러한 활동을 장려합니다. 새로운 사용자들에게 보여주는 유튜브 쇼츠의 21%는 AI 생성 슬롭이라는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 1월에 유튜브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순식간에 많은 AI 채널들이 삭제되기도 했지만, 충분히 효과적인 단속이 되지는 않았다고 평가되죠.

유튜브도 수익을 고려하면 콘텐츠가 늘어나는 흐름을 차단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AI 콘텐츠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개입 없는 자동화 콘텐츠의 수익화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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