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버즈의 추락이 보여주는 것

아무나 파타고니아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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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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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버즈(Allbirds) 신발 들어보셨죠? 한때 실리콘밸리의 모두가 신고 다니던 신발이라고 이름을 날리던 브랜드였습니다. 지난 2010년대 후반에 특히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 바람을 타고 크게 성장했죠.

당시에는 그 단순한 디자인에 푹신한 쿠션, 메리노울로 만든 친환경적인 이 신발이 '힙'의 상징이었고, 유명 테크 경영인들을 비롯해 헐리우드 배우들도 이 신발을 신고 나타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가 부상했다는 기대감에 시장은 들떴습니다. 

하지만 설립한지 10년, 상장을 한 지 5년만에 올버즈는 3900만 달러(약 585억 원)라는 헐값에, 아메리칸 익스체인지 그룹이라는 브랜드 빌더에게 매각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상장 당시에는 시가총액이 잠시 41억 달러(약 6조 1550억 원)에 이르기도 했으니, 그 가치의 1%도 안 되는 것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올버즈 신발의 내구성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신기 시작하면서 드러났고, 팬데믹 이후 ESG와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서 사라지자 올버즈에 대한 수요도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올버즈라는 브랜드 자체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아예 잃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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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브랜드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짚어보는 리테일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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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브랜드 #운동화
올버즈의 추락이 보여주는 것
아무나 파타고니아가 될 수는 없다
올버즈는 기업공개(IPO)를 한 2021년 다음해인 2022년에 매출이 정점을 쳤습니다. 2억 9800만 달러(약 4470억 원)를 기록했죠. 전년비 약 7.5% 성장했지만, 손실은 2배 넘게 커진 1억 100만 달러(약 152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매장을 무리하게 늘리고, 러닝화와 의류 등으로 카테고리를 늘리면서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죠. 기업공개를 했으니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려 한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입니다. 

이 당시를 보면서 짚어야 할 점은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올버즈가 DTC(Direct-to-Consumer) 판매를 고집했다는 것입니다. DTC는 2010년대 초반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분 리테일 스타트업들의 교본이기도 했습니다. 와비파커(안경)와 어웨이(여행 가방) 같은 스타트업들이 초기 성공을 시켰던 사업 모델이기도 했죠. 

하지만 이 사업 모델은 이미 세계가 팬데믹을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각종 플랫폼을 통해 상품 판매를 확대해야 하는 대중 상품 리테일러로서는 치명적인 실수이기도 했습니다. 올버즈 매장에서만 판다고 해서 '힙'하고, 따로 찾아갈 이유가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되도록 많은 이들이 제품을 쉽게 볼 수 있고, 만져보고 신어봐야, 그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품 판매를 확대할 수 있죠. 

그러니까 2022년의 매출 확대도 DTC를 고집하면서 더 큰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 실수였습니다. 신규 고객 유입이 더뎌졌고, 자연히 고객획득비용은 높아졌습니다. 올버즈는 이때를 기점으로 한 번도 다시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2023년에 바로 매출이 전년비 5% 가까이 떨어졌고, 2025년에는 결국 2022년 대비 매출이 반토막 수준에 이른 1억 53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7700만 달러의 손실을 봤고요. 결국 창업부터 매각 전까지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사업 모델과 숫자상의 핵심 문제는 대략 이렇게 짚을 수 있는데, 올버즈의 이런 추락에는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어떤 브랜드가 되고자 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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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발의 열풍은 결국 '원히트 원더'로 끝나고 있습니다. (이미지: 올버즈)
먼저 만들어야 했던 것은 소비자 열망  
올버즈의 핵심 메시지는 늘 지속가능성이었습니다. 메리노울과 재활용 나일론, 사탕수수 기반 밑창, 페트병 재활용 소재 신발끈을 강조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했죠. 그리고 이에 대한 열풍은 '셀럽'들이 키웠습니다. 초기 엔젤 투자자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해서 샌프란시스코와 LA 일대의 유명인이라면 올버즈를 안 신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마치 지속가능성의 대부이자 대표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만큼이나 뜨거운 사랑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들도 파타고니아의 마케팅 플레이를 참고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지구를 생각하는 회사라는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전면에 강조하면서요.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가 소비자들에게 먼저 어필하는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스토리를 상세히 아는 사람들, 즉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가 지속가능성인 사람들의 수는 이들 소비자의 대다수가 아닙니다. 이들의 대표적인 소비자는 테크 브로스(Bros) 혹은 월스트리트 브로스(Bros)라고 불리는, 100~200달러가 넘는 파타고니아의 시그니처 베스트를 교복처럼 입는 특정 소비군이기도 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베스트는 회사를 통째로 사회에 환원한 창업자와 그 지속가능성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장 자본주의적인 세상에 속한 사람들에게 가장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것입니다. 애초에 이런 '브로스'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고소득 집단에 어필하는 가격대와 디자인을 선보였죠.

그렇게 굳건한 고객층을 만든 파타고니아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단이 유니크한 스타일을 강조하고, 덩달아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가질 수 있는 브랜드로 확장해 나갔습니다. 소비자의 어떤 열망을 제대로 자극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던 것입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가 보인 모험적인 아웃도어 생활이 초기 브랜드를 형성했다면 이후에는 "이 자켓을 사지 마시오(Don't buy this jacket)"라는 역설적인 캠페인처럼 열망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그 브랜드를 완성했습니다. 사지 말라고 하면 갖고 싶어지는 심리, 그리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창업자의 발언조차 희소성으로 작동하는 브랜드는 오랜 시간이 만든 아우라입니다.

하지만 올버즈에게는 그 시간이 없었습니다. 

올버즈가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타고 화려하게 등장한 이후에 했어야 하는 것은 파타고니아처럼 확실한 고객층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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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미디어, 리테일, 매크로에 걸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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