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의 제대로 된 미디어 투자

[미디어 노트] 본연의 기능을 '가치'로 바라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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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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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억만장자의 기업가들이나 투자자들이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를 포함해 각종 미디어에 투자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어젠다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건, 자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건, 자신들이 진행하는 영리 사업에 대한 내러티브를 확대하기 위해서건 그 목적을 가진 투자가 미디어 산업을 굴러가게 하는 생태계의 한 축이기도 하죠.

소셜미디어 시대에 이어 AI 시대까지 맞이한 미디어는 늘 위기이지만, 그 필요성이 낮아진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어느때보다 높아졌다고도 할 수 있죠. 다만 제대로 투자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업을 만들지 못한 미디어가 살아남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미디어 생테계에 중요한 억만장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요. 이번 [미디어 노트]는 이런 현상을 보고 제대로 된 미디어 투자를 진행하는 사례와 그 생태계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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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노트] #미디어투자 #AI시대
억만장자들의 제대로 된 미디어 투자
본연의 기능을 '가치'로 바라봤을 때   
최근 자선 재단인 발머 그룹(Ballmer Group)을 운영하는 코니 발머가 미 연방 정부로부터 받던 재원이 끊긴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에 8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발머 그룹은 마이크로소프트의 30번째 직원이자, CEO까지 지낸, 현재는 농구단 LA 클리퍼스의 구단주로도 유명한 스티브 발머와 그의 아내인 코니 발머가 공동으로 설립한 자선 재단인데요. NPR 재단의 이사이기도 했던 코니 발머가 미국 전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을 지원하겠다면서 나선 것이기도 합니다. 

1970년에 설립된 NPR은 린든 B 존슨 대통령 시절인 1967년에 설립된 미국 CPB(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sting, 공영방송사)로부터 예산의 1~2%를 지원받으면서 각 지역의 공영 라디오를 운영해 왔습니다. 이 예산이 미디어 접근성이 취약한 농촌 지역을 비롯해 각 지역 라디오를 운영하는 데 투입되어 왔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에 공영 TV와 라디오 방송에 대한 재원을 끊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면서 CPB가 사실상 해체되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어 지역 방송사들에 공급하는 NPR은 이들로부터 프로그램 이용료를 받습니다. 각 지역 방송국들은 자체적으로 받는 기부나 기업 협찬 그리고 CPB의 보조금을 이용해 NPR에 이 수익을 전하는 구조이죠. CPB의 지원금이 전체적으로 보면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특히 지역 방송사들에게는 필요한 재원이기에 NPR로서는 이를 충당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NPR 본사 재정 자체에는 큰 구멍이 난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부와 지원이 필요한 구조상 NPR에게 이번 기부는 큰 도움이 됩니다. NPR도 물론 디지털 전환을 당겨오는 노력을 해왔는데,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공영 라디오 자체를 현재 시대를 따라올 수 있게 투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죠.

코니 발머는 기부 확정 후 "우리는 지금 팩트 기반 저널리즘과 지역 저널리즘이 필요하다"라고 하면서 기부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20대부터 오랜 기간 NPR의 애청자였다는 점도 밝혔죠.

청춘 시절부터 정보의 소스가 된 미디어에 대한 그의 기부를 보면 미디어의 역할이 분명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취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기본적인 사실부터 전해지는 것이 중요하죠. 그의 기부는 미디어의 기본적인 역할을 위한 지원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영리'로 통하는 미국에서 공영 언론의 역할은 물론 제한적입니다. 방송과 신문 등의 레거시 미디어 모두 다 영리 미디어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죠. 근데 이런 레거시 미디어 기업들도 많은 경우, 미국이 낳은 억만장자들의 지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비롯한 스트리밍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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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가수들이 나오는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 같은 콘텐츠는 NPR의 추가 수익과 기부금 확대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죠. (이미지: NPR)
억만장자들의 투자는 꽤 있지만
억만장자들이 투자한 미디어 기업은 많습니다. 바로 떠오르는 것이 제프 베이조스의 워싱턴포스트이죠. 그가 인수한 이후 워싱턴포스트는 한 때 뉴욕타임스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을 보이면서 크게 성장했지만, 추가적인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베이조스 개인의 정치적인 변심으로 그 사업 실적이 한없이 추락하는 중이기도 하죠.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와 그의 부인 린 베니오프가 인수한 타임은 202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벤트 중심의 B2B 사업으로 피벗을 한 덕분입니다. 도달 독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기존의 구독자 베이스는 1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익을 위해 구독자 베이스를 희생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타임의 브랜드를 극대화하는 방향을 선택했지만, 뉴스 미디어로 기능하는 타임의 가치는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미디어의 가치를 키우면서 이들의 빈자리를 메꾸는 미디어가 있습니다. 바로 디애틀란틱인데요. 

디애틀란틱은 로렌 파월 잡스가 이끄는 에머슨 컬렉티브가 2019년에 사실상 완전 인수한 이후 폭풍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2024년을 3월을 기준으로 유료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겼고, 매출도 연간 1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오랜 전통의 잡지에서 디지털 전환을 누구보다 잘 해낸 대표적인 미디어 케이스가 되기도 했죠. 

타이밍이 좋기도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본격적으로 하향세를 타기 시작하는 시점에 더 공격적으로 타겟 독자들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013년부터 워싱턴포스트의 큰 성장을 이끌었던 편집장 마틴 배런이 2021년에 물러나면서 갈피를 못잡던 틈을 잘 파고들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디애틀란틱은 특히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정치와 정책 뉴스의 새로운 소스로 떠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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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 파월 잡스가 이끄는 에머슨 컬렉티브는 가장 성공적인 미디어 투자와 엑싯을 진행한 벤처캐피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지: 에머슨 컬렉티브)
가장 큰손인 에머슨 컬렉티브
에머슨 컬렉티브는 벤처캐피털 투자도 하고, 자선 사업도 벌이며, 정책 로비도 하고, 미디어를 소유해 운용도 하는 구조를 가진 독특한 기관이기도 합니다. 애플 주식과 디즈니 주식 등으로 이루어진 스티브 잡스의 자산을 상속받은 로렌 파월 잡스는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에서 자산 운용과 트레이딩 전략을 담당했습니다. 이후 스탠포드에서 MBA 학위를 받고요.

그는 상속 받은 자산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죠. 에머슨 컬렉티브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미스트랄 AI, 스트라이프 같은 대표적인 AI 및 테크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했고요. 악시오스(현재 콕스 엔터프라이즈 소유), 디애슬레틱(현재 뉴욕타임스 소유) 같은 대표적인 뉴미디어 기업들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왔고, 성공적으로 엑싯을 했습니다.

최근만 해도 큰 성장을 하는 중인 새로운 AI 스타트업인 휴먼스앤드(Humans&)의 시드 투자에 엔비디아, 구글 벤처스, 제프 베이조스 등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수십 개의 최첨단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 있고,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양쪽에 네트워크가 강한 흔치 않은 조직이라고 알려져 있죠.

이들의 모습을 보면 미디어 사업에 대한 투자가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면밀하게, 큰 수익을 내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이 기반이 되는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할 수 있는 투자와 지원 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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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 전문가들의 글로벌 산업 이야기
테크, 미디어, 리테일, 매크로에 걸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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