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가격은 곧 안정될까?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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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6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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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면 석유 가격은 바로 안정될까요? 생산은 정상화되고, 막혀있던 물류는 단숨에 뚫릴까요?

100일이 넘는 전쟁은 쉽지 않은 현실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공급과 수요 양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큰 변수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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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종전합의 #석유가격 #호르무즈해협
석유 가격은 곧 안정될까?
기대만큼 빠르게 안정되기 어려운 이유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고 관련 MOU(양해각서)에 서명을 하기로 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다 걷힌 것은 아닙니다. 기존 휴전을 약 60일 연장하는 수준이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은 후속 협상으로 넘겨진 것으로 전해져 "제한적 합의"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요.

석유 가격은 브렌트유 기준 83달러까지 내려오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된다고 해도 석유 시장의 수급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일단 기반 시설이 곳곳에서 파괴된 여러 주변 국가들의 생산량이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기존의 물류망이 당장 정상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는 어제 내놓은 노트에서 "심리(sentiment)는 공급(supply)이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가격이 빠진 건 합의 소식에 대한 시장의 심리적 반응이지, 실물 공급이 달라진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생산이 다시 올라오고, 물류가 정상화되고, 원유 가격에 내재된 리스크 프리미엄이 걷히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당장 가격은 빠졌지만, 오는 19일에 스위스에서 어떤 내용으로 MOU가 최종확정되어 서명이 이루어지는지까지 또 어떤 변수가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현재 시장을 지켜보는 이들의 입장이죠. 특히 직접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물량을 실어 날라야 하는 선주들과 트레이더들은 아직 상황을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더 상세한 협의 사항들이 나와야 안전한 통행이 가능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공급이 안정되어 장기적으로 가격이 안정될 수 있을지는 영향을 받은 각국의 저장고와 전략 비축유가 어떻게 채워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종전 합의 소식과 함께 전해진 미국 전략 비축유(SPR, Strategic Petroleum Reserve)가 1983년 이래 최저치인 3억 4030만 배럴 수준에 이르렀다는 뉴스가 가지는 의미를 잘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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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략 비축유부터 다시 채워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댈러스 연준)
저점에 이른 미국 SPR의 의미
SPR은 1970년대의 오일 쇼크 이후 석유 수급의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이 SPR의 존재 이유는 공급 위기를 시간을 사면서 버티는 것이기도 하죠.

애초에 SPR은 단기적인 공급 충격에 즉각적인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쌓아두는 물량입니다. 하지만 공급에 충격을 주는 분쟁 등의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이 SPR이 완충재 역할을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이번 전쟁 초기부터 유가가 치솟지 않고 100달러 안팎에서 버틸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SPR 방출이었습니다. (본래 150달러까지도 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죠. 하지만 브렌트유 기준으로도 최대 120달러 기준은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완충재가 이제 소진됐으니, 60일의 추가 휴전 기간 동안 후속 협상이 결렬되거나 호르무즈 재봉쇄 위협이 발생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시장을 안정시킬 도구가 현저히 줄어든 상태라는 것입니다.

만약에 종전 이후 유가가 정상화되는 과정이 느리게 진행된다면, SPR을 재충전하는 수요 또한 핵심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SPR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은 국가들도 전략 비축유를 더 채워야 하고, 또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물량을 당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상업용 재고 물량도 4억 2600만 배럴 수준으로 내려온 상황을 고려해야 하죠. 

하지만 과연 생각만큼 물량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일단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기간 동안 설비 가동을 제한해 온 주변 산유국들의 생산이 언제 정상화될 수 있는지를 봐야겠죠. 직접적인 시설 타격은 없었지만, 이란의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했던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인 KPC의 경우, 해협이 열리고 원유 생산량이 70%를 회복하는 데 두 달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00% 회복까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더 걸리고요. 원유는 아니지만 최대 LNG 생산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 카타르는 생산 정상화까지 최소 한 달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여기에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감소한 물량까지 합치면 하루 200~30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추정됩니다. 저장이 포화되면서 생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커서 쌓여 있는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다시 소화되면서 생산 복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풀릴 수 있는 물량은 '저장 포화로 묶여 있던 물량'에 한정되기도 합니다. 이란처럼 수출 인프라 자체가 손상됐거나, 쿠웨이트처럼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계약 이행을 중단한 경우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열린다고 해서 곧장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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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원유 수입이 크게 줄었는데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중국입니다. (이미지: 블룸버그)
중국이라는 큰 수요의 변수
자, 여기서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상황도 살펴보겠습니다.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을 포함해 페르시아만에서 오는 물량이 거의 멈춰선 중국은 원유 수입 물량이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2025년에는 하루 평균 1160만 배럴을 수입했는데, 지난 5월에는 780만 배럴에 그쳤습니다.

자, 그럼 중국까지 줄어든 물량을 다시 수입하기 시작한다면 가격은 안정되기 어렵지 않을까요? 당장 생산 물량이 정상화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이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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