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은 1970년대의 오일 쇼크 이후 석유 수급의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이 SPR의 존재 이유는 공급 위기를 시간을 사면서 버티는 것이기도 하죠.
애초에 SPR은 단기적인 공급 충격에 즉각적인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쌓아두는 물량입니다. 하지만 공급에 충격을 주는 분쟁 등의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이 SPR이 완충재 역할을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이번 전쟁 초기부터 유가가 치솟지 않고 100달러 안팎에서 버틸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SPR 방출이었습니다. (본래 150달러까지도 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죠. 하지만 브렌트유 기준으로도 최대 120달러 기준은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완충재가 이제 소진됐으니, 60일의 추가 휴전 기간 동안 후속 협상이 결렬되거나 호르무즈 재봉쇄 위협이 발생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시장을 안정시킬 도구가 현저히 줄어든 상태라는 것입니다.
만약에 종전 이후 유가가 정상화되는 과정이 느리게 진행된다면, SPR을 재충전하는 수요 또한 핵심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SPR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은 국가들도 전략 비축유를 더 채워야 하고, 또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물량을 당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상업용 재고 물량도 4억 2600만 배럴 수준으로 내려온 상황을 고려해야 하죠.
하지만 과연 생각만큼 물량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일단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기간 동안 설비 가동을 제한해 온 주변 산유국들의 생산이 언제 정상화될 수 있는지를 봐야겠죠. 직접적인 시설 타격은 없었지만, 이란의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했던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인 KPC의 경우, 해협이 열리고 원유 생산량이 70%를 회복하는 데 두 달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00% 회복까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더 걸리고요. 원유는 아니지만 최대 LNG 생산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 카타르는 생산 정상화까지 최소 한 달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여기에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감소한 물량까지 합치면 하루 200~30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추정됩니다. 저장이 포화되면서 생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커서 쌓여 있는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다시 소화되면서 생산 복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풀릴 수 있는 물량은 '저장 포화로 묶여 있던 물량'에 한정되기도 합니다. 이란처럼 수출 인프라 자체가 손상됐거나, 쿠웨이트처럼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계약 이행을 중단한 경우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열린다고 해서 곧장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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