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AI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그렇다고 AI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AI의 발전이 인류를 위해 쓰일 방법이 더 연구되어야 한다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에도 AI라는 개념이 부상할 당시부터 AI의 발전이 초래할 위험에 대해서 경고의 목소리를 냈고, 안전장치 없는 개발에 반대했던 이력이 있어요.
일론 머스크는 오픈AI 투자 이전에 구글에 인수되기 전의 딥마인드(DeepMind)에도 일찍이 투자한 이력이 있어요. 2010년에 설립되어 페이팔 마피아의 핵심인 피터 틸의 초기 투자를 받은 딥마인드는 2년 뒤 일론 머스크의 투자까지 끌어내고, 이후 구글의 투자를 받게 되죠.
당시 일론 머스크가 딥마인드에 투자했던 이유는 딥마인드의 설립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의 말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의 관련 인뎁스 기사는 알렸는데요. 투자를 받으러 온 데미스 허사비스는 머스크가 인구 과밀 등으로 위험해질 지구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한 스페이스엑스(SpaceX)의 화성 이주 계획에 대해 설명을 하자 하사비스 박사는 그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슈퍼 AI 기계들이 인류를 따라가지만 않는다면요"라는 전제를 달았다고 해요.
자신은 생각해 보지 않은 가능성에 놀랐던 머스크는 이 위험한(혹은 놀라운) 기술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관리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어요. 당시 이미 AGI(인공 일반 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를 목표로 자신이 개발하는 기술의 위험성을 예측하던 하사비스 박사로 인해 머스크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처음으로 깼죠. 다만 이후 2015년에 딥마인드가 구글에 통째로 인수되면서 (원치 않은) 엑싯을 하게 되었죠.
일론 머스크는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 당시 구글의 CEO이자 결정권자였던 래리 페이지가 AI라는 기술 자체에 대해 가진 비전에 대해서도 전혀 동의하지 않았어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미래엔 다양한 형태의 AI와 인간이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졌던 래리 페이지와 "그렇게 되면 인류 자체가 멸종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가진 머스크가 크게 부딪혀 사이가 갈라졌다는 이야기가 역시 뉴욕타임스를 통해 알려졌죠. 이런 언쟁이 있었던 것이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 불과 한 달 전이었다고 하고요.
오픈AI도 비슷하지만 다른 과정을 거치고 일론 머스크는 이후 바로 (2015년말에) 설립된 오픈AI에 투자를 합니다. AI에 대한 래리 페이지의 긍정적인 시선이 틀렸다고 확신을 했고, 필연적인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통제하에 인류를 위해 쓰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지속 운영할 계획이었죠. 현재도 오픈AI의 핵심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도 구글에서 데려오는 등 밑바탕까지 충실히 그렸어요.
하지만 일론 머스크도 처음으로 마음을 바꾼 것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기사를 이긴 성과를 보고 나서입니다. 이후 2017년에 오픈AI의 랩을 테슬라 산하에 두며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계획을 추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계획은 당시 멤버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2018년 초에는 결국 투자를 중단하고 오픈AI에 더는 관여를 하지 않게 되어요.
이후 돈이 필요해진 오픈AI는 샘 알트먼이 사티야 나델라라는 구세주를 만나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비영리 기관 산하에 영리 목적 기관을 세운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2019년에 10억 달러(약 1조 3340억 원)의 새 자금을 수혈받고 개발 질주를 이어가죠.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던 AI 경쟁은 이제 삶 속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가, 그리고 과연 어디까지 발전해 인간의 어떤 역할을 언제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를 대중이 모두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단계까지 와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그 위험성을 크게 우려했던 일론 머스크가 지금도 진정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상업화를 먼저 하지 못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거대한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그들의 경쟁은 과연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그 논의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소송은 개인적인 감정과 아쉬움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본래 AI 개발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다시 환기해 주는 결과도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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