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일론 머스크가 오픈AI를 고소하기까지
2024년 3월 5일 화요일 
오늘은 일론 머스크가 오픈AI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살펴봅니다. 현재 AI로 인해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테크 업계와 그 안의 기업과 인물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송에 얽힌 과거와 지금까지 이른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요. 새로운 기술 개발의 주도권을 얻어 산업을 이끌어 가기 위한 경쟁이 늘 벌어지는 테크 업계의 이면 또한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 이 외에도 커피팟이 발행한 최근 이야기들은 무엇이었는지도 살펴보실 수 있어요. 커피팟 구독하시면 꾸준히 메일함으로 찾아가요!

[AI] #오픈AI #일론머스크
1. 일론 머스크가 오픈AI를 고소하기까지
일론 머스크가 최근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냈죠. 표면적으로는 오픈AI가 본래 설립 목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으로서 "인류의 이익을 위해 AI를 개발"하지 않고, 상업화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졌는데요. 

머스크의 법률 대리인들은 소송장에 "오픈AI가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폐쇄적인 자회사가 되었다"라고 까지 하면서 오픈AI가 GPT-4의 기술과 개발 과정을 (자사 포함) 마이크로소프트 외에는 공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GPT-4가 출시될 당시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오픈AI의 설립 목적과 지배구조를 생각했을 때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었어요.

어쨌든 머스크는 오픈AI의 설립자 중 한 명이었고, 2016년과 2020년 사이에 4400만 달러(약 590억 원)가 넘는 돈을 투자했고, 이제 자신의 투자금과 오픈AI가 개발한 기술을 모두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다소 무리해 보이는 소송을 왜 밀어붙이는 걸까요? 과연 무슨 의도가 숨겨져 있는 걸까요?

일론 머스크의 이번 소송은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봐야 그 그림이 보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이제 와서 왜?"라는 반응도 크지만, 일단 일론 머스크는 진지해 보입니다.   
테크의 다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
머스크의 일차적인 목표는 오픈AI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본래 설립 취지인 오픈 소스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일군 결과들을 대중에 공개하고 그 일원들과 마이크로소프트만이 그 기술로 이익을 얻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고요. 그는 소송을 이겨 얻는 보상금은 기부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돈이 목적이 아닌 점도 분명히 했죠. 

하지만 머스크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머스크는 본래 오픈AI의 경영권을 확보한 후에 자신이 오픈AI를 상업화해 테슬라와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를 지난 2017년에 했습니다. 당시 샘 알트먼을 비롯한 오픈AI 일원들이 이에 반대하자 그는 오픈AI에서 손을 떼고, 테슬라의 자체 AI 조직을 꾸립니다.

물론 2020년까지 오픈AI에 투자를 이어갔지만, 이미 이 당시부터 갈등의 씨앗은 늘 그 자리에 자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픈AI가 열어젖힌 거대한 AI의 세계는 테크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으며, 그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싸움의 시작이 된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오픈AI가 이처럼 거대한 성공을 만들어 나가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겠지만, 그런 가정은 지금 아무런 의미가 없죠.

AI 발전은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관련 산업에는 끝없이 자본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본은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으며 영향력까지 쎈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이 와중에 테크 업계 나아가 첨단 기술의 최전선에서 산업을 만들어 온 그 일론 머스크가 거대한 기회를 잃었다고 볼 수 있고, 자신도 함께 시작해 큰 투자를 했던 결과물이 낸 이익을 전혀 맛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xAI도 설립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열려는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그리고 아마존과 구글의 거대한 투자를 등에 업은 앤트로픽 등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하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전기차와 우주 산업, 그리고 뇌과학까지, 첨단 테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그이지만, 전 산업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칠 AI의 발전을 초조히 바라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요.

오늘만 해도 앤트로픽은 GPT-4의 성능을 능가했다고 주장하는 AI 모델인 클로드 3(Claude 3)를 출시했고, 구글도 곧 GPT-4를 넘었다는 제미나이 울트라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에는 오픈AI가 역시 소문이 무성한 GPT-5를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고요. 이들의 경쟁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누가 유리한지 혹은 누가 결국 이길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하다고 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죠.

이처럼 더욱 빠른 주기로 발전한 성능의 AI 모델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끝없이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막대한 인프라와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서 새로운 후발주자가 이들이 만들어가는 지형에 끼어들 틈이 잘 안 보이는 것은 일론 머스크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래리 페이지(좌)와 사티야 네달라는 AI 경쟁에서 가장 크게 웃은 사람들이죠. 이제 또 어떤 경쟁이 펼쳐질지 지켜봐야겠지만요.  
처음부터 AI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그렇다고 AI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AI의 발전이 인류를 위해 쓰일 방법이 더 연구되어야 한다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에도 AI라는 개념이 부상할 당시부터 AI의 발전이 초래할 위험에 대해서 경고의 목소리를 냈고, 안전장치 없는 개발에 반대했던 이력이 있어요.

일론 머스크는 오픈AI 투자 이전에 구글에 인수되기 전의 딥마인드(DeepMind)에도 일찍이 투자한 이력이 있어요. 2010년에 설립되어 페이팔 마피아의 핵심인 피터 틸의 초기 투자를 받은 딥마인드는 2년 뒤 일론 머스크의 투자까지 끌어내고, 이후 구글의 투자를 받게 되죠. 

당시 일론 머스크가 딥마인드에 투자했던 이유는 딥마인드의 설립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의 말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의 관련 인뎁스 기사는 알렸는데요. 투자를 받으러 온 데미스 허사비스는 머스크가 인구 과밀 등으로 위험해질 지구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한 스페이스엑스(SpaceX)의 화성 이주 계획에 대해 설명을 하자 하사비스 박사는 그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슈퍼 AI 기계들이 인류를 따라가지만 않는다면요"라는 전제를 달았다고 해요.

자신은 생각해 보지 않은 가능성에 놀랐던 머스크는 이 위험한(혹은 놀라운) 기술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관리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어요. 당시 이미 AGI(인공 일반 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를 목표로 자신이 개발하는 기술의 위험성을 예측하던 하사비스 박사로 인해 머스크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처음으로 깼죠. 다만 이후 2015년에 딥마인드가 구글에 통째로 인수되면서 (원치 않은) 엑싯을 하게 되었죠.

일론 머스크는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 당시 구글의 CEO이자 결정권자였던 래리 페이지가 AI라는 기술 자체에 대해 가진 비전에 대해서도 전혀 동의하지 않았어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미래엔 다양한 형태의 AI와 인간이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졌던 래리 페이지와 "그렇게 되면 인류 자체가 멸종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가진 머스크가 크게 부딪혀 사이가 갈라졌다는 이야기가 역시 뉴욕타임스를 통해 알려졌죠. 이런 언쟁이 있었던 것이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 불과 한 달 전이었다고 하고요.

오픈AI도 비슷하지만 다른 과정을 거치고
일론 머스크는 이후 바로 (2015년말에) 설립된 오픈AI에 투자를 합니다. AI에 대한 래리 페이지의 긍정적인 시선이 틀렸다고 확신을 했고, 필연적인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통제하에 인류를 위해 쓰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지속 운영할 계획이었죠. 현재도 오픈AI의 핵심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도 구글에서 데려오는 등 밑바탕까지 충실히 그렸어요. 

하지만 일론 머스크도 처음으로 마음을 바꾼 것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기사를 이긴 성과를 보고 나서입니다. 이후 2017년에 오픈AI의 랩을 테슬라 산하에 두며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계획을 추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계획은 당시 멤버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2018년 초에는 결국 투자를 중단하고 오픈AI에 더는 관여를 하지 않게 되어요.

이후 돈이 필요해진 오픈AI는 샘 알트먼이 사티야 나델라라는 구세주를 만나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비영리 기관 산하에 영리 목적 기관을 세운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2019년에 10억 달러(약 1조 3340억 원)의 새 자금을 수혈받고 개발 질주를 이어가죠.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던 AI 경쟁은 이제 삶 속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가, 그리고 과연 어디까지 발전해 인간의 어떤 역할을 언제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를 대중이 모두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단계까지 와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그 위험성을 크게 우려했던 일론 머스크가 지금도 진정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상업화를 먼저 하지 못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거대한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그들의 경쟁은 과연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그 논의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소송은 개인적인 감정과 아쉬움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본래 AI 개발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다시 환기해 주는 결과도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 #DRAFT2화 #뉴욕타임스
2. 오픈AI의 모션
오픈AI는 이곳저곳에서 소송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스핀오픈 뉴스레터인 DRAFT.를 통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오픈AI와 뉴욕타임스의 저작권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콘텐츠 사용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오픈AI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해 지식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되었죠. 이번에는 오픈AI가 그에 대응하는 '모션'을 법원에 제출했는데, 미디어 업계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오픈AI의 챗GPT는 뉴욕타임스의 대체재가 될까?"인데요. 이는 "생성 AI가 결국 미디어를 대체할까?"로 바꿔 읽어볼 수도 있습니다.

AI 발전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넘어야 할 과제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미디어 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슈이기도 하죠. 뉴욕타임스가 결국 내어줄 콘텐츠의 사용료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 싸움은 그리 단순하고 간단하게 끝날 싸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미디어 업계가 계속 성장, 아니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 물어야 할 본질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정인의미래경제사 #전동화
3. 위태로운 폭스바겐의 전환기
폭스바겐은 독일 자동차 산업의 얼굴이자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이기도 합니다. 폭스바겐이 멈춰 서면 그들과 협력하는 (사실상 함께 독일을 지탱하는) 수많은 중소 기업들도 어려워지며,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에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근데 그런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지금은 존재론적 위협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자동차 시장은 아직까지 전기차로의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은 여전히 생산이 잘 되어 잘 팔리고 있고, 주요 기업들 중에는 전기차가 대세가 되기 어렵다면서 내연기관 차량에 계속 집중하겠다고 선언을 한 곳도 있죠. 

하지만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이미 불가피해졌다는 것을 대부분이 인정합니다. 그리고 거대한 전환은 이미 기저에서 일어나는 중입니다. 아직도 꽤 많은 이들이 아직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거나, 그 변화를 애써 축소해 보려고 하는 것은 그 전환이 일어나는 중심축이 기존의 산업을 주도하던 중심축과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 차량과는 완전히 다른 거대한 전기차 생태계의 중심축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도 일부 몫을 하며)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고, 세계 3위가 된 독일 경제를 이끄는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대에 자칫하면 변방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물론 이런 예상은 폭스바겐이 시의적절하게 전환을 한다면 보기 좋게 틀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보유한 거대한 생태계를 잘 운영하면서도, 새로운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 순조롭게 전환을 이루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은 너무 어려운 과제인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전기차 생태계를 가장 먼저 구축하고 자국 기업들로 인해 가장 먼저 소비자들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중국은 폭스바겐이 아주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시장이죠. 

"에이. 그래도 설마. 폭스바겐인데"와 같은 말이 떠오르셨다면, 이번 [정인의 미래 경제사]를 통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그룹 산하의 그 멋진 차들을 지속 생산하고, 전통의 멋진 기업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에 계속 남으려면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곧 보여줘야 합니다. 

☕️☕️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다면
월스트리트부터 실리콘밸리, 그리고 전 세계 주요 경제 이슈까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분석을 쉽고 재밌게 전해드려요. 정기 뉴스레터 외에도 수시로 전해드리는 새로운 정보와 관점 꾸준히 받아보세요. 

+ 첫 1개월 50% 할인을 해드려요. 더 할인된 연간 구독도 가능하고요. 확인해 보세요!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3
더는 받아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