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하지 않았던 숫자의 공개 페이스북과 내 주변의 사용 상황을 보면서 모두가 의심은 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젊은 세대가 모두 떠나갔다"는 가설이었습니다. 퓨 리서치(Pew Research) 등에서 꾸준히 설문조사도 하고, 여러 데이터 분석 기관들이 추정치를 내기도 했지만 페이스북은 연령대별 사용자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에 페이스북은 그동안 공개하고 있지 않던 이 수치를 (제한적으로나마) 미국과 캐나다에 한정해 공개했습니다. 몇 가지 숫자를 살펴보면요.
-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18~29세 사이의 젊은 성인은 총 4000만 명에 이르렀고, 이는 지난 3년간 최고 수치라고 합니다. (참고로 2023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총사용자는 2억 5백만 명이에요)
- 미국과 캐나다의 젊은 성인들 4명 중 1명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사용하고 있고요.
- 페이스북 데이팅(데이트 서비스)도 사용자가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에 한정해 공개를 한 것은 이들이 이 지역에서 새로운 세대를 유입할 실험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마켓플레이스와 데이팅이 있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피드에 마켓플레이스와 데이팅 콘텐츠를 더욱 많이 올리면서 유입을 유도하고 있기도 하고요.
마켓플레이스의 효과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 각국에서 흥행하는 현상을 보면 이해가 바로 가는 부분이에요. 페이스북도 대학을 가거나 사회에 자리 잡는 젊은 성인들에게 마켓플레이스가 특히 필요한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죠.
또한,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는 젊은 성인들이 페이스북에 들어와 데이팅과 같은 다른 서비스도 접하고 사용하고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공개한 수치만으로 "데이팅 서비스가 젊은 사용자들을 끌어오고 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페이스북의 '릴스'화는 아니지만
뒤늦게 크리에이터 중심 영상 콘텐츠 전쟁에 뛰어든 인스타그램을 살린 건 릴스(Reels)라는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안착시킨 메타의 프로덕트 역량 더분입니다. 인스타그램은 틱톡의 거대한 성공 이후 영상 크리에이터들의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고, 당분간 새로운 대세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페이스북에도 그간 릴스를 더욱 많이 노출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져 왔지만, 릴스 콘텐츠가 사용들 사이에서는 중심을 이루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메타는 새로운 세대를 붙잡기 위해서는 릴스 콘텐츠의 도달을 더 밀어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사용자들이 릴스 콘텐츠를 메시지를 통해서도 서로 간편히 공유할 수 있게 했죠.
이는 소셜미디어를 친구들과 교류하기보다는 크리에이터를 팔로우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메타가 꾸준히 유도했다고 볼 수 있고, 앞으로 크리에이터들이 더 원활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 모드'를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은 최근 뉴욕에서 젋은 크리에이터들을 모시고, "(우리는) 너희들 엄마의 페이스북이 아니야(Not your mom's Facebook)"라는 문구가 박힌 팸플릿을 나눠주면서, 페이스북에서의 활동을 '부탁'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어쨌든 짧은 영상은 사람들을 플랫폼에 붙잡아 두는 가장 효과적인 콘텐츠입니다. 현재도 대세이고, 당분간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지리라고 예상되죠. 아직 전 세계 페이스북에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도 점차 짧은 영상 콘텐츠가 노출이 더 잘되고 도달율이 올라가는 실험이 커질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인스타그램과 다를 게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요. 페이스북 헤드인 톰 앨리슨은 어쨌든 페이스북은 "젊은 사용자들이 마켓플레이스나 데이팅 그리고 그룹 등의 기능에 더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면서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피드의 중심이 되는 인스타그램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알린 상황입니다. |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페이스북은 현재 월별 활성 사용자 수가 30억 명, 일별 활성 사용자 수는 20억 명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분기별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죠.
하지만 페이스북은 미국을 비롯해 사용 인구가 많은 주요 국가들에서는 "엄마, 아빠가 쓰는 소셜미디어 앱"이라는, 다시 말해 새로운 세대에게는 외면받는 플랫폼으로 유명합니다. 소위 '젠지(GenZ)'들에게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부모님 세대이고, 자식 자랑을 하거나 (같은 세대끼리) 정치 논쟁을 벌이는 따분하고 '쿨하지 못한' 곳이 된 지 오래입니다. (어떤 세대이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이런 평가에 어느 정도 공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주요 국가들에서 젊은 세대의 사용자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플랫폼의 흥행을 이끌 어린 세대(13~17세)의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은 5%도 채 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있죠. 미국 청소년들 중에 페이스북을 쓴다고 답한 비중은 33%밖에 안 되었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사용자 증가세를 유지하고, 여전히 메타의 가장 중요한 광고 수익 머신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 기능을 제공해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체적인 사용자 증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페이스북이 (쿨하지 못한) 옛 세대의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내기에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우선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이에 대한 답을 찾겠다고 최근에 나서고 있습니다.
몇 가지 숫자를 살펴보면요.
미국과 캐나다에 한정해 공개를 한 것은 이들이 이 지역에서 새로운 세대를 유입할 실험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마켓플레이스와 데이팅이 있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피드에 마켓플레이스와 데이팅 콘텐츠를 더욱 많이 올리면서 유입을 유도하고 있기도 하고요.
마켓플레이스의 효과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 각국에서 흥행하는 현상을 보면 이해가 바로 가는 부분이에요. 페이스북도 대학을 가거나 사회에 자리 잡는 젊은 성인들에게 마켓플레이스가 특히 필요한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죠.
또한,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는 젊은 성인들이 페이스북에 들어와 데이팅과 같은 다른 서비스도 접하고 사용하고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공개한 수치만으로 "데이팅 서비스가 젊은 사용자들을 끌어오고 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페이스북의 '릴스'화는 아니지만
메타가 역량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페이스북의 성장도 이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큽니다. 하지만 젊은 사용자들을 다시 끌어와 이전의 활발함이 넘치는 플랫폼으로 페이스북을 만드는 것은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인스타그램과 그 용도를 확연하게 구분해야 하고, 그 용도가 중고거래와 데이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짧은 영상처럼 소위 도파민을 자극하고 사람들을 지속해서 붙잡고 단기간 내 끌어올 수 있는 요소들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죠.
인스타그램의 피벗 성공은 소셜미디어 산업의 흐름이 바뀌는 틱톡의 등장과 짧은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밑바탕이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시도하는 변화는 (콘텐츠 바이럴 등을 통해 폭발적으로 유입을 당기기보다는) 꾸준한 인게이지먼트가 필요합니다. 중고 거래와 데이팅처럼 특정 목적을 가진 기능들에 끌릴(혹은 필요한) 사용자들을 불러올 수 있어야 하죠.
한물간 것처럼 보이는 페이스북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이면서, 메타 미래 성장의 가장 큰 동력입니다. 그 거대한 생태계가 또 한 번 거대한 변화를 통해 메타라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질문을 아래와 같이 바꾸고 답을 얻어보면 체감이 가능합니다.
"챗GPT에 질문 한번 할 때 사용되는 전력량은 구글에 검색 한번 할 때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가요?"
"10배입니다." (참고로 구글 검색은 현재 한 번에 약 0.3와트시의 전력을 소모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AI 산업이 미국의 빅테크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를 처리할 데이터 센터의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죠. 게다가 이미 미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 센터가 몰려 있고, 앞으로 그 증가세도 가장 커질 것으로도 예상되는데요. 2030년까지 미국 내 데이터 센터들은 미국 전체 전기 사용량의 4.6~9.1%를 차지할 것이라고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EPRI(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가 발표했습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이 비중은 4%였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에 내놓은 리포트를 통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들이 사용하는 전기량 비중은 미국 전체의 8%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전력 수요는 160% 증가하는 것이라고 봤죠. 맥킨지도 마찬가지로 (미국 기준) 2029년에는 2022년 대비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수요가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어떨까요?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현재 전 세계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전력 사용량은 그 비중이 1~2%로 추정되고, 2030년까지 이 비중은 3~4%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증가세는 2000년대 초 이후로 처음이라고 합니다.
얼핏 보면 커 보이는 수치가 아니지만, 점점 늘어가는 전력량 속에서 그 비중이 5~6년 내 2배 이상이 되는 것은 그 성장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죠. 또한 현재 AI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 중인지도 보여주고요.
이를 실감할 수 있는 더 직관적인 예는 엔비디아의 실적에서도 나옵니다. 엔비디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데이터 센터 비즈니스가 전년동기대비 427% 성장했다고 알렸죠. 이 수치만 봐도 현재 데이터 센터 사용량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옵니다. 이 전력량은 어떤 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을까요? AI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에너지 수급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중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규모가 실질적으로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의 상세한 내용 어떻게 산출이 되는지도 불투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지금까지 이루어진 계약 중 상세한 사항이 공개된 것도 없고요.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콘텐츠의 가치가 어떻게 매겨지는지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힌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속전속결로 빅테크와 미디어 간의 AI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한 콘텐츠 공급 계약은 끝이 나는 걸까요? 테크나 AI 업계가 아니라 미디어 업계 입장에서는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최근에 꾸준히 전해드린 미디어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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