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료) 중국 전기차를 막기 어려운 이유

2024년 6월 22일 토요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올해 중국에서는 총 101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에서는 340만 대 그리고 미국에서는 170만 대이고요. 이 외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수량은 150만 대 이하입니다. 이 숫자만 봐도 현재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얼마나 크고 고도화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죠.

이런 중국의 전기차는 미국과 유럽이 당장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전기차가 대세 흐름인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죠. 수많은 사람들의 고용을 책임지고, 수출 사업으로도 가장 큰 소득을 가져다주는 이 산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 전체에 경고 신호가 켜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미 일정 이상의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의 전기차는 세계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중국 전기차를 보기는 쉽지 않지만, 작년에 가장 많은 차량을 수출한 국가는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관세 부과와 같은 방식을 통해 향후 값싼 중국의 전기차 침투를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계속 전진해 가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중국 전기차로 인해 자동차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국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국 전기차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기차 후발 주자들은 전기차 시장 육성에 나서면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기업들과 협업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점을 짚습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무작정 관세 부과 등의 조처를 하기보다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수입을 틀어막기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전기차 산업의 현황과 중국의 전기차가 끼치는 영향을 뚜렷하게 조망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차근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단숨에 큰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이고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중국 전기차를 막을 수 없는 이유

보호무역은 답이었던 적이 없다

중국의 생산 과잉과 덤핑 수출, 그리고 이로 인해 불쾌해진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대한 각종 견제를 본격화했다는 이야기는 지난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중국의 생산 과잉이 초래하는 위기를 통해서 전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산업은 무엇일까?

바로 자동차, 그중에서도 전기차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일반적으로 그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어쩌면 당연히) 각각의 회사가 독립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한다고 보는 것은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시각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동차 생산 기업을 보유한 나라라면 어느 나라든지 정부가 나서서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 국가로부터 가장 공개적으로 비호받는 산업이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그 이유는 자동차 산업 특유의 거대 생태계와 거기에서 나오는 고용 창출 때문이다. 많은 국가에서 자동차 산업의 경기는 고용과 직결되며, 일자리는 바로 정권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부상하기 전까지 부동의 세계 자동차 수출 1위였던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동네 주유소부터 자동차 보험에 이르기까지 파생하여 창출하는 일자리가 550만 개에 달하며, 국가 GDP의 약 3%를 차지한다. 한국의 현대기아차, 일본의 도요타, 독일의 폭스바겐, 프랑스의 르노, 미국의 포드와 GM, 그리고 중국의 BYD에 이르기까지 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들은 모두 정치와 경제가 끈끈하게 얽혀서 만들어낸 산업의 총아라고 볼 수 있다. 그 어떤 나라도, 자발적으로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희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2023년 해외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수출한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작년에 전 세계에 약 530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해서 전통적으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수출국이었던 일본(430만 대)를 넉넉히 제쳤다. 그중에서도 전기차의 약진이 눈부셨다. BYD는 작년에만 25만 대의 전기차를 수출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업체로 등극했다.

사실 놀랄 일이 아니었다. BYD의 전기차는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장 저렴한 전기차의 소비자 가격은 약 3만 달러, 테슬라의 경우 가장 저렴한 모델 3는 4만 달러부터 시작한다. BYD의 엔트리 모델은 중국에서는 1만 달러 미만에 구입할 수 있다. 아직 미국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지만, 만약 미국에 진출한다면 (관세 부과 전 기준) 2만 달러 안팎의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25%의 관세가 더해진다고 해도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이다.

BYD 등의 각종 모델은 유럽 시장 곳곳에 이미 침투했고, 소비자들로부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궁색한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관세

미국은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의 25%에서 10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뿐 아니라 리튬 배터리 7.5% → 25%, 태양광 전지 25% → 50%로, 반도체 25% → 50%로 전방위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미국은 이번 관세가 무려 4년 간의 검토를 거친 조치이며, 정부 보조금으로 싼 가격을 유지하는 중국산 제품이 미국의 녹색 기술 부문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유럽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작년에 EU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37%가 중국산이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주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기차에 대해 기존의 10%에 더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BYD 외에도 지리(Geely), 사실상의 국영 기업이라 할 수 있는 SAIC(구 상하이자동차)가 대상이 되었다. 특히 SAIC는 BYD, 테슬라에 이어 세계 3위 전기차 업체로 꼽히며, MG 브랜드를 통해 유럽의 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 중이다. BYD가 17.4%로 가장 낮았고, 지리가 20%, SAIC에게는 무려 38.1%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었다.

그러면 정말로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미국과 EU가 주장하는 대로 시장 경제와 자유 무역의 룰을 어기고 정부의 불법 보조금을 받아 과잉 생산한 자동차들을 덤핑으로 밀어낸 것일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킬 세계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BYD는 지난 5년간 중국 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거의 모든 국가가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은 물론 온갖 형태의 정부 지원을 한다.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제조업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대놓고 천명한 것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고 CHIPS 법이다.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국내 정치와 직결되는 종목에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

게다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반드시 '정부 보조금'으로만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니다. BYD의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BYD는 원래 자동차 회사로 시작한 기업이 아니다. 창업자인 왕취안푸는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연구원이었으며, 1990년대 후반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휴대폰 배터리 공급업체를 세워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해외 시장에도 진출, 미국, 일본 한국의 휴대폰 제조업체에 배터리를 수출했다.

2003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3년 파산한 국영 자동차 기업을 인수했는데, 기존의 배터리 사업과 하이브리드 자동차(후에는 전기차)와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BYD의 역사에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사실 각국의 자동차 산업은 대부분 국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했다. 이건 독일은 물론, 미국, 한국, 일본 등이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미지: 폭스바겐)

중국 전기차가 침투하기 시작하면

BYD는 현재 전기차 분야는 물론 본업이었던 배터리 분야에서도 확고한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23년 BYD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자국 라이벌 CATL에 이어 세계 2위의 배터리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전기차의 필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기술, 자원, 투자를 축적해 왔기에, 압도적인 생산성과 마진율을 자랑하는 것이다. BYD가 생산하는 배터리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동시에 가장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므로 같은 비용으로 훨씬 성능이 좋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씨티증권에 따르면 특히 BYD의 마진율은 20%가 넘으며, EU의 관세 인상 후에도 현재 생산량 기준으로 여전히 9% 가까운 순익 마진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BYD는 3개 대륙 6개국에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광산 지분을 확보했고, 중국 내 11개 지역에서 약 10만 명의 R&D 직원을 고용해서 매일 평균 19건의 신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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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안젤라는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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