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차트피셜] 23화. 완벽한 연착륙의 조건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미국 경제는 현재 기준으로 '연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금리 인상을 완료하고 경기 확장 국면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내친김에 '완벽한 연착륙'까지 이루어내려는 마음을 이번 8월에 열린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내비치면서요.
하지만 시장에서는 과거 경기침체가 발생하던 때의 위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를 피해 간 것 같지만, 결국은 경기침체를 지연시키고 있었다는 징후들이고요.
과연 최근 시장에서 일어난 이 일련의 현상들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지난 8월 초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나타났던 증시 변동성은 이미 과열된 시장에서 자산 가격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신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욕심처럼 '완벽한 연착륙'이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1990년대에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 연준의장이 이끌었던 완벽한 연착륙을 재현하기에는 현재 그 조건이 많이 다른데요.
어떤 조건들이 어떻게 다른지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이 차근히 살펴봅니다. 비관적인 전망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냥 낙관적일 수 없는 상황임이 분명하기에 짚어봐야 할 이야기들입니다. |
[부엉이의 차트피셜] 경기침체를 준비하는 자세 완벽한 연착륙의 조건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
과연 제롬 파월은 '완벽한 연착륙'이란 과업을 완수할 수 있을까? (이미지: 포렉스라이브) |
"과업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물가를 안정화시킨 가운데, 강한 고용 시장을 유지하는데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제롬 파웰 연준 의장은 2024년 8월 23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했음을 자축했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제어하기 위해 연준은 빠른 속도와 폭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었으나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금리 인상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2022년에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큰 조정이 발생했고, 제조업 경기도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2023년 이후에는 증시와 주거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도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2023년 상반기에는 높은 금리를 견디지 못한 일부 미국 지방은행들이 파산하면서 금융 위기설도 떠올랐다. 중앙은행이 은행들에게 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연방 예금보험공사가 파산한 은행의 예금자 예금을 전액 보장하기로 결정하는 등 빠른 대응을 내놓으면서 은행 위기도 진정됐다. |
미국 기준금리와 소비자물가 지수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물가 상승률이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9%대에 도달하면서 연준의 긴축 정책도 가장 강한 강도로 시행됐다. 팬데믹 이후 0%에서 유지되던 기준금리는 5.50%까지 가파르게 올랐으며, 물가 상승률은 점차 하향 안정화되는 중이다. |
연준이 금리 인상을 끝낸 지 1년이 흘렀다. 연준은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2022년 기준금리를 4.25% 인상했고, 2023년에는 1.00% 올렸다. 연준은 2023년 7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연준은 분명 연착륙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제 파웰 의장은 한발 더 나아가 금리를 인하하여 둔화되는 고용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경기 확장을 연장하려 한다.
같은 연설에서 한 아래 이야기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물가 안정이 지속되는 한 강한 고용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완벽한 연착륙'을 달성 하려 하는 것이다. 금리 인상 완료 후 경기 확장 국면은 수년 이상 이어간 사례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이 달성한 1994년의 긴축이 유일하다. 그린스펀 의장은 완벽한 연착에 성공하고 '마에스트로'라는 칭호를 얻었다.
연준이 긴축을 마무리한 후, (비록 1년 이내 연착륙은 달성했더라도) 경기침체와 자산 시장의 큰 하락을 완전히 피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긴축 마무리 후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2008년 경기침체도 2006년 6월에 마지막 금리 인상을 마무리한 후 1년 반 뒤에 시작됐다. 2000년 IT버블은 연준이 마지막 금리 인상을 단행한 2000년 6월 직전에 이미 붕괴되고 있었다.
그린스펀에 이어 두 번째 마에스트로가 되려는 파웰 의장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
제롬 파월은 과연 마에스트로가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경기침체부터 막아줘야 한다. (이미지: 게티이미지, 아마존) |
통화 긴축의 영향부터 점검해 보면
경기침체를 전망하기 전에 통화 긴축이 어떤 경로로 경제 수요를 둔화시키고, 이번 긴축 싸이클에서 어떤 요인이 경기침체를 예방했는지 점검해 보자.
통화 긴축은 다음 네 가지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 경제 전반에 자본 조달 비용(Cost of Capital)을 높인다.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전반적인 차입 비용을 높이고, 부채 조달을 요구하는 상업 및 주거용 부동산 투자와 내구재 소비를 감소시킨다. 통화 정책의 시차로 인해 금리 인상이 멈춘 2년 뒤까지 긴축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업들이 채권으로 자금을 많이 조달하는 미국의 경우 통화 긴축의 영향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 낮은 금리로 기발행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조달 비용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높은 금리로 채권을 차환 발행해야 금리 인상의 영향이 피부로 느껴진다. 자본 조달 비용 상승은 가장 중요한 통화 정책 경로이다.
- 은행의 대출 태도가 엄격 해진다. 은행이 대출 총량을 줄이면서 전반적인 대출 이자율이 오르고 은행 대출을 통한 투자와 소비가 감소한다. 경제 주체들의 은행 차입 비중이 높은 유럽과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경로이다. 은행 대출 금리는 주로 변동 금리로 금리 인상 영향이 즉각 전가되는 경향이 있다.
- 환율 절상은 수입 수요를 늘리고 수출을 감소시키는 영향이 있다. 다만, 미국같이 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환율 경로가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 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격이 하락하여 소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통화 정책의 자산 가격 경로는 이론적일 뿐, 경험적으로는 경기침체 직전까지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은 어떻게 경기침체를 피했을까
우선, 미국 경제는 이례적으로 강한 과열 상태에서 둔화되기 시작했다. 노동 시장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풍부한 상황이었고, 인플레이션도 목표보다 훨씬 높았다. . . . |
커피팟 플러스 구독하시고 이어서 읽어보세요! 현업 전문가들의 글로벌 산업 이야기 |
각 분야 현업의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분석과 새로운 시선을 전합니다. 테크 분석가, 펀드 매니저, 리테일 애널리스트, 국내외 IR 담당,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등이 직접 큐레이션하고 분석해 전하는 이야기 꾸준히 받아보세요.
+ 구독하면 플러스 구독자만 참여할 수 있는 커피팟 저자들과의 오프라인 '모임'과 플러스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커피팟 콘텐츠 아카이브를 안내해 드립니다. 현재 오픈한 [미디어 비즈니스] 모임과 [더 버핏 클럽] 모임도 놓치지 마세요!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4
|
|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제어하기 위해 연준은 빠른 속도와 폭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었으나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금리 인상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2022년에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큰 조정이 발생했고, 제조업 경기도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2023년 이후에는 증시와 주거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도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특히 기업들이 채권으로 자금을 많이 조달하는 미국의 경우 통화 긴축의 영향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 낮은 금리로 기발행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조달 비용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높은 금리로 채권을 차환 발행해야 금리 인상의 영향이 피부로 느껴진다. 자본 조달 비용 상승은 가장 중요한 통화 정책 경로이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 Coffeepo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