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오일'은 과연 오는 걸까? 재생에너지는 세계 곳곳에서 대세로 성장하는 흐름을 만들었고, 전기차가 주류가 되는 것이 곧 다가온 미래라는 것은 확실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석유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자원이며,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쓰여야만 합니다. 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이런 석유의 수요 증가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논쟁은 점점 커지고 있고, 그 시각의 차이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오펙(OPEC) 등의 기관 그리고 각 기업이 내놓는 석유 수요 전망을 바라보고 있으면, 같은 세계의 전망이 맞을까 싶은 차이를 보이죠.
현재 이들이 내놓는 전망의 차이를 보면, 보통의 사람들은 어느 장단에 박자를 맞춰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관련 산업의 종사자들과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이들이고요.
국제적으로 모두가 그 자료를 참고해야 하는 기관들이, 아무리 추구하는 방향과 대변하는 이익 집단이 있을지라도 이렇게 큰 시각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까요? 지속된다면 이를 참고해야 하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그 힌트가 되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랜만에 에너지 이야기로 찾아왔습니다!
|
[에너지] #석유 #재생에너지 석유 수요에 대한 너무 다른 전망의 문제 에너지 전망이 계속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석유 수요의 증가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현재 이 질문은 전반적인 경기 상황까지 분석하면서 투자를 하는 이들, 에너지 정책을 세우는 이들,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 변화를 바라보는 이들 모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국제기관들이 전망을 내놓고 각 미디어는 그 전망을 분석하고 인용하면서 나름의 논리를 세우는데요. 최근 이 전망이 대표적인 기관들을 통해 계속 엇갈리고 있고 갈수록 차이도 커지고 있습니다. 석유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그 기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현재는 그 분석을 진행하고 전하는 기관들이 추구하는 에너지 전환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영향력을 가진 대표 기관들인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의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 관리청(EIA) 그리고 오펙(OPEC)의 전망 차이가 커진 점이 두드러졌는데요.
IEA는 지난 팬데믹 당시부터 더 본격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책 전환과 분석에 포커스를 두기 시작하면서 재생에너지의 사용 증가율과 화석 연료의 퇴출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 에너지 관리청 역시 미국이 역사적으로 높은 석유 가격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 들어 기후위기 대응으로 대전환된 에너지 정책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산유국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오펙은 여전히 석유 수요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석유 수요가 그렇게 쉽사리 사그라들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오펙과 IEA/EIA가 2030년까지 추정하는 일별 석유 수요는 600~640만 배럴이나 차이가 납니다.
당장 해외에서는 특히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까지 커지고, 얼마 멀지 않은 미래에 전기차가 주류가 되는 것도 확실한 상황이니 모두가 석유 수요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그 속도에 대한 전망 차이가 이토록 커진 것일까요?
|
석유의 황혼은 오고 있는 걸까요? 아직 오고 있지 않는 걸까요? |
기관별로 동기가 너무 달라졌다 최근 미국 라이스 대학교 산하 제임스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의 펠로우이자 빅오일인 BP의 오랜 이코노미스트이기도 했던 마크 핀리는 "전망들이 점점 객관성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최근 위에서 언급한 세 기관의 전망 방향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세 기관은 각자가 그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망을 늘려가고 있으며, 이게 점차 심화되어 현재의 차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고 분석하죠.
우선 미국 EIA의 경우,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에너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기관임을 강조하지만, 정치적인 동기보다는 석유 가격의 상승이 지난 50여 년간 미국 경제에 실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가 분석 ‘편향'의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가 높은 수요에 따른 높은 석유 가격에 취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석유의 수요를 보수적으로 잡는 경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정책 입안자들 또한 긍정적인 경제 전망을 위해 석유 수요의 증가를 반갑게 볼 수는 없고요.
하지만 일관성은 유지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은 이제 석유 순수출국이 되었는데, 최근까지도 EIA의 전망 방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는 물론 인플레이션감축법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조가 이번 행정부들어 커지면서 유지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IEA는 물론 EIA보다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할 동인이 큽니다. 그리고 오펙은 물론 석유 수요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할 동인이 당연히 크죠. IEA가 특정한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지만 멤버 국가들의 대부분이 기후위기를 주요 아젠다로 내세우고 정책 전환을 하고 있고, EIA와 오펙 역시 그 '인센티브'는 분명한 상황이죠.
물론 석유 수요가 정점을 친다는 것은 엑손모빌과 같은 대표적인 빅오일 기업들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그 정점이 오는 시기의 차이가 IEA나 EIA와 같은 기관과 큰 것이죠. 하지만 필연히 올 석유 수요의 정점을 너무 의식해 잘못된 전망을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이번 리포트는 제기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재생에너지가 지금보다 훨씬 커지는 미래를 보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타당하지만, OECD의 선진국들이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각종 분석을 내놓는데 쏠리다 보니, 석유 시장 분석 자체가 "석유의 정점은 언제 오는가"에 너무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모습은 자연히 '피크 오일'의 객관적인 전망 노력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
IEA/OPEC의 2030년 석유 수요 전망 (데이터: 각 기관 장기 전망 리포트) 그 차이가 2022년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는데, 2023년 전망에서는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양 기관이 반대 방향으로 전망을 움직이면서요. 왜 그런 걸까요? |
'피크(Peak) 오일'은 과연 오는 걸까? 일단 IEA만 보더라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데이터와 관련 분석을 제공하는 작업 등을 해왔고, 최근에는 협력을 더 강화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협약 내용은 "COP28에서 나온 에너지 관련 서약들의 이행을 촉진하고, 전 세계 기온 상승을 1.5도씨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한다"는 것입니다. IEA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죠. 물론 EIA도 이제는 다시 파리 기후협약을 바탕으로 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미국 정부의 큰 틀 하에 있습니다. 오펙도 일찍이 유엔의 기후변화 컨퍼런스들에 참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참여와 현재 IEA가 협력하는 모습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가 없죠. 또한 IEA는 기본적으로 오펙 외 국가들인 EU와 영국, 미국, 캐나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이 주요 멤버인 기관입니다. 이중에서도 주요 멤버들이 설정한 아젠다와 정책 방향에 따라 이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IEA는 2029년에 석유 수요가 정점에 이르고, 하락세로 전환한다고 전망을 하고 있고, 오펙은 2045년까지도 석유 수요는 증가한다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IEA는 석유 수요의 정점이 하루 1억 560만 배럴에서 그친다고 전망하지만, 오펙은 정점 없이 2045년까지 1억 1600만 배럴까지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IEA도 유럽과 미국 빅오일의 위세가 클 때엔 그 전망이 늘 지금과 같은 방향을 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주요 멤버 국가들의 정책 방향이 완전히 다른 쪽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 입장의 중동 국가들이 주축 멤버들로 구성된 사우디 주도의 오펙도 마찬가지이고요.
석유 수요가 정점이 오는 시기에 대한 분석과 의견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면, 아무리 그 성격과 지향점이 다른 기관일지라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큰 차이는 각 집단이 추구하는 방향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두 기관의 수치 모두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죠. IEA가 오랜 세월 더 객관적으로 쌓아온 데이터와 최신 기법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분석한 것이라고 해도 이와 반대의 미래를 보는 이들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편향이 없는 결과가 제시된 것인지, 아니면 현재 추구해야 하는 아젠다를 더 밀고 이 목표에 더 가깝게 달성하는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숫자를 공격적으로 제시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는 것입니다.
|
엑손모빌은 석유 수요가 증가하지는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그림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석유 산업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새로운 투자가 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2050년에는 세상이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재생에너지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부터 말하지만, 석유 역시 중요한 역할을 여전히 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미지: 엑손모빌 글로벌 아웃룩) |
이대로 계속 큰 차이가 유지될까? 엑손모빌이 최근 내놓은 리포트는 이런 와중에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참고로 쓰이는 이들의 이야기가 IEA와 오펙 둘 모두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엑손모빌은 2030년부터 석유 수요가 늘지는 않고 일정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을 합니다. 2050년까지 하루 1억 배럴이 조금 넘는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면서요. 이들의 리포트는 오펙이 여전히 전망하는 수요 증가와는 또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죠. 오펙의 전망인 1억 1600만 배럴까지 증가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요.
물론 이들이 결론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석유 수요의 하락은 장기적으로도 오지 않고, 이 유지되는 수요를 채우기 위해서는 석유 산업에 더 많은 투자가 지속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등으로 이 수요를 충당하기는 어려우며, 석유가 계속해서 에너지 믹스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이들은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가 멈추면 당장 석유 생산이 연간 15%씩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IEA가 말하는 8%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이죠. 그리고 이러한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게 되어, 또 다른 '오일 쇼크'가 올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죠. 아니 1970년대 겪은 오일 쇼크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결국 숫자는 조금 다르지만, 석유 산업이 (성장보다는) 유지되어야 하는 방향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이제 분명히 인정하고 있는 사실은 있습니다. 석유 수요와 관련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말이죠. 수요가 늘지 않고 고착되는 상황이 이어진다고 전망한 것은 현재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제 '속도'의 차이를 말하고 있으며, 이를 주장하는 분석을 쌓는 중인 것이죠.
변화는 늘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엑손모빌은 팬데믹 당시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아젠다로 삼은 행동주의 투자자인 엔진 넘버 원에게 이사회 자리를 셋이나 내주기도 했습니다. 석유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이르는 상황 속에서 갑자기 석유 산업의 모든 것이 불투명해진 때이기도 했죠. 물론 팬데믹 패닉이 지나간 이후 석유 산업은 다시 최대의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다시 회복을 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석유 산업과 그 주축인 빅오일 기업들의 포지션은 팬데믹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있기도 합니다.
당시의 충격은 어쨌든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가도록 했고, 특히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 혹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흐름을 이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죠. 각국 정부와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 단체의 압력을 받는 유럽의 빅오일 기업들은 더 급진적인 변화를 선언하기도 했고요. (물론 이들도 최근 석유 수요가 이어지리라는 전망에 기대 조금씩 다시 바꾸고 있긴 하지만요) 물론 각 기구들 그리고 영향력 있는 기업들의 에너지 전망 차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결국 그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반영하는지는 그것을 참고해야 하는 이들의 몫으로 계속 남겨질 예정이죠. 앞으로는 이들의 전망 차이가 왜 커지는지와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늘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뉴스나 각종 리포트에 어떤 기관의 어떤 수치들이 인용되는지를 눈여겨보면서 그 숫자와 주장을 다시 한번 바라봐야 하기도 하는 것이죠. 특히나 관련 사업이나 투자를 비롯한 장기적인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더 신중해져야 하고요.
본래 각 기구의 전망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지표로 작용하는 것이었는데, 바라보는 이들의 몫이 더 커진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대처해 나가야만 합니다. 미래에 올 것이라고 예상되는 변화는 급격하게 만들어지지 않고 어느새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요. |
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과 스레드 그리고 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
[미디어 노트] #온리팬스 #콘텐츠 온리팬스의 큰 성장이 말하는 것 유튜브 시대에 플랫폼이 생존하려면 |
드래프트킹스와 캔바는 수직적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가는 플랫폼으로 꼽힙니다.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광고 수익 외 다른 수익이 주요 기반이 되는 플랫폼들이기도 하고요. 이들과 일치하는 수직적 확장 플랫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온리팬스도 이들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
온리팬스(OnlyFans)는 사용자 기반 성인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입니다. 한국에서는 가수 박재범이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더 유명해진 플랫폼이기도 하고, 올림픽 선수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노출 사진을 판매하는 것이 AP를 통해 보도되며 논란이 크게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전체 테크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산업을 통틀어서 가장 유망한 콘텐츠 플랫폼 사업 중 하나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평가를 받는 중인데요. 팬데믹 이후에 생겨난 플랫폼들은 참 많지만 유튜브와 틱톡 그리고 인스타그램 등이 수평적인 확장을 하면서 시장을 장악해 간 가운데, 지속해서 의미 있는 규모로 성장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온리팬스가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데, '대 유튜브의 시대'에 온리팬스는 사람들이 생각한 플랫폼의 잠재력을 뛰어넘어 훨씬 더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온리팬스의 성장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유명 테크 애널리스트 베네딕트 에반스는 최근 이에 대해 이런 말도 했습니다. "온리팬스는 (뉴스레터 미디어 플랫폼인) 서브스택보다 더 좋은 사업이다. TAM(총 가용시장) 차원에서도,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는 차원에서도". 어찌보면 사용자가 직접 생성하는, 온리팬스만을 위한 '희소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생산되는 이 플랫폼의 성공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수평적 확장'보다는 (특정 종류의 콘텐츠 등으로) '수직적 확장'을 해야 하는 이들과 관련 플랫폼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두 참고해야 할 사례가 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온리팬스가 수직적 확장을 하는 플랫폼이 아니지만, 드래프트킹스(스포츠도박)나 캔바(디자인 소프트웨어)와 같이 수직적 확장을 하면서 구독제 등 다양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의 예시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진행하는 사업과 그 성장을 보면서 현재 전반적인 플랫폼 산업의 흐름이 어떠한지도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성인물 콘텐츠는 드러나지 않는 수요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라는 통념을 전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
[부엉이의 차트피셜] 경기침체를 준비하는 자세 완벽한 연착륙의 조건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
과연 제롬 파월은 '완벽한 연착륙'이란 과업을 완수할 수 있을까요? (이미지: 포렉스라이브) |
미국 경제는 현재 기준으로 '연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금리 인상을 완료하고 경기 확장 국면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내친김에 '완벽한 연착륙'까지 이루어내려는 마음을 이번 8월에 열린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내비치면서요.
하지만 시장에서는 과거 경기침체가 발생하던 때의 위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를 피해 간 것 같지만, 결국은 경기침체를 지연시키고 있었다는 징후들이고요.
과연 최근 시장에서 일어난 이 일련의 현상들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지난 8월 초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나타났던 증시 변동성은 이미 과열된 시장에서 자산 가격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신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욕심처럼 '완벽한 연착륙'이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1990년대에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 연준의장이 이끌었던 완벽한 연착륙을 재현하기에는 현재 그 조건이 많이 다른데요.
어떤 조건들이 어떻게 다른지 최근 [부엉이의 차트피셜]이 차근히 살펴봅니다. 비관적인 전망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냥 낙관적일 수 없는 상황임이 분명하기에 짚어봐야 할 이야기들입니다. |
커피팟 플러스 현업 전문가들의 글로벌 산업 이야기 |
각 분야 현업의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분석과 새로운 시선을 전합니다. 테크 분석가, 펀드 매니저, 리테일 애널리스트, 국내외 IR 담당,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등이 직접 큐레이션하고 분석해 전하는 이야기 꾸준히 받아보세요.
+ 구독하면 플러스 구독자만 참여할 수 있는 커피팟 저자들과의 오프라인 '모임'과 플러스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커피팟 콘텐츠 아카이브를 안내해 드립니다. 현재 오픈한 [더 버핏 클럽] 모임도 놓치지 마세요! |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4
|
|
현재 이 질문은 전반적인 경기 상황까지 분석하면서 투자를 하는 이들, 에너지 정책을 세우는 이들,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 변화를 바라보는 이들 모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국제기관들이 전망을 내놓고 각 미디어는 그 전망을 분석하고 인용하면서 나름의 논리를 세우는데요. 최근 이 전망이 대표적인 기관들을 통해 계속 엇갈리고 있고 갈수록 차이도 커지고 있습니다. 석유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그 기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현재는 그 분석을 진행하고 전하는 기관들이 추구하는 에너지 전환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영향력을 가진 대표 기관들인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의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 관리청(EIA) 그리고 오펙(OPEC)의 전망 차이가 커진 점이 두드러졌는데요.
반면 산유국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오펙은 여전히 석유 수요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석유 수요가 그렇게 쉽사리 사그라들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오펙과 IEA/EIA가 2030년까지 추정하는 일별 석유 수요는 600~640만 배럴이나 차이가 납니다.
당장 해외에서는 특히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까지 커지고, 얼마 멀지 않은 미래에 전기차가 주류가 되는 것도 확실한 상황이니 모두가 석유 수요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그 속도에 대한 전망 차이가 이토록 커진 것일까요?
최근 미국 라이스 대학교 산하 제임스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의 펠로우이자 빅오일인 BP의 오랜 이코노미스트이기도 했던 마크 핀리는 "전망들이 점점 객관성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최근 위에서 언급한 세 기관의 전망 방향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세 기관은 각자가 그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망을 늘려가고 있으며, 이게 점차 심화되어 현재의 차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고 분석하죠.
우선 미국 EIA의 경우,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에너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기관임을 강조하지만, 정치적인 동기보다는 석유 가격의 상승이 지난 50여 년간 미국 경제에 실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가 분석 ‘편향'의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가 높은 수요에 따른 높은 석유 가격에 취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석유의 수요를 보수적으로 잡는 경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정책 입안자들 또한 긍정적인 경제 전망을 위해 석유 수요의 증가를 반갑게 볼 수는 없고요.
하지만 일관성은 유지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은 이제 석유 순수출국이 되었는데, 최근까지도 EIA의 전망 방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는 물론 인플레이션감축법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조가 이번 행정부들어 커지면서 유지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IEA는 물론 EIA보다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할 동인이 큽니다. 그리고 오펙은 물론 석유 수요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할 동인이 당연히 크죠. IEA가 특정한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지만 멤버 국가들의 대부분이 기후위기를 주요 아젠다로 내세우고 정책 전환을 하고 있고, EIA와 오펙 역시 그 '인센티브'는 분명한 상황이죠.
물론 석유 수요가 정점을 친다는 것은 엑손모빌과 같은 대표적인 빅오일 기업들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그 정점이 오는 시기의 차이가 IEA나 EIA와 같은 기관과 큰 것이죠. 하지만 필연히 올 석유 수요의 정점을 너무 의식해 잘못된 전망을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이번 리포트는 제기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재생에너지가 지금보다 훨씬 커지는 미래를 보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타당하지만, OECD의 선진국들이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각종 분석을 내놓는데 쏠리다 보니, 석유 시장 분석 자체가 "석유의 정점은 언제 오는가"에 너무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모습은 자연히 '피크 오일'의 객관적인 전망 노력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일단 IEA만 보더라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데이터와 관련 분석을 제공하는 작업 등을 해왔고, 최근에는 협력을 더 강화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협약 내용은 "COP28에서 나온 에너지 관련 서약들의 이행을 촉진하고, 전 세계 기온 상승을 1.5도씨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한다"는 것입니다. IEA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죠. 물론 EIA도 이제는 다시 파리 기후협약을 바탕으로 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미국 정부의 큰 틀 하에 있습니다.
오펙도 일찍이 유엔의 기후변화 컨퍼런스들에 참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참여와 현재 IEA가 협력하는 모습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가 없죠. 또한 IEA는 기본적으로 오펙 외 국가들인 EU와 영국, 미국, 캐나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이 주요 멤버인 기관입니다. 이중에서도 주요 멤버들이 설정한 아젠다와 정책 방향에 따라 이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IEA는 2029년에 석유 수요가 정점에 이르고, 하락세로 전환한다고 전망을 하고 있고, 오펙은 2045년까지도 석유 수요는 증가한다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IEA는 석유 수요의 정점이 하루 1억 560만 배럴에서 그친다고 전망하지만, 오펙은 정점 없이 2045년까지 1억 1600만 배럴까지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IEA도 유럽과 미국 빅오일의 위세가 클 때엔 그 전망이 늘 지금과 같은 방향을 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주요 멤버 국가들의 정책 방향이 완전히 다른 쪽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 입장의 중동 국가들이 주축 멤버들로 구성된 사우디 주도의 오펙도 마찬가지이고요.
석유 수요가 정점이 오는 시기에 대한 분석과 의견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면, 아무리 그 성격과 지향점이 다른 기관일지라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큰 차이는 각 집단이 추구하는 방향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두 기관의 수치 모두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죠. IEA가 오랜 세월 더 객관적으로 쌓아온 데이터와 최신 기법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분석한 것이라고 해도 이와 반대의 미래를 보는 이들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편향이 없는 결과가 제시된 것인지, 아니면 현재 추구해야 하는 아젠다를 더 밀고 이 목표에 더 가깝게 달성하는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숫자를 공격적으로 제시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는 것입니다.
엑손모빌이 최근 내놓은 리포트는 이런 와중에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참고로 쓰이는 이들의 이야기가 IEA와 오펙 둘 모두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엑손모빌은 2030년부터 석유 수요가 늘지는 않고 일정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을 합니다. 2050년까지 하루 1억 배럴이 조금 넘는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면서요.
이들의 리포트는 오펙이 여전히 전망하는 수요 증가와는 또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죠. 오펙의 전망인 1억 1600만 배럴까지 증가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요.
물론 이들이 결론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석유 수요의 하락은 장기적으로도 오지 않고, 이 유지되는 수요를 채우기 위해서는 석유 산업에 더 많은 투자가 지속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등으로 이 수요를 충당하기는 어려우며, 석유가 계속해서 에너지 믹스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이들은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가 멈추면 당장 석유 생산이 연간 15%씩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IEA가 말하는 8%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이죠. 그리고 이러한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게 되어, 또 다른 '오일 쇼크'가 올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죠. 아니 1970년대 겪은 오일 쇼크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결국 숫자는 조금 다르지만, 석유 산업이 (성장보다는) 유지되어야 하는 방향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이제 분명히 인정하고 있는 사실은 있습니다. 석유 수요와 관련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말이죠. 수요가 늘지 않고 고착되는 상황이 이어진다고 전망한 것은 현재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제 '속도'의 차이를 말하고 있으며, 이를 주장하는 분석을 쌓는 중인 것이죠.
엑손모빌은 팬데믹 당시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아젠다로 삼은 행동주의 투자자인 엔진 넘버 원에게 이사회 자리를 셋이나 내주기도 했습니다. 석유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이르는 상황 속에서 갑자기 석유 산업의 모든 것이 불투명해진 때이기도 했죠. 물론 팬데믹 패닉이 지나간 이후 석유 산업은 다시 최대의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다시 회복을 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석유 산업과 그 주축인 빅오일 기업들의 포지션은 팬데믹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있기도 합니다.
물론 각 기구들 그리고 영향력 있는 기업들의 에너지 전망 차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결국 그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반영하는지는 그것을 참고해야 하는 이들의 몫으로 계속 남겨질 예정이죠. 앞으로는 이들의 전망 차이가 왜 커지는지와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늘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뉴스나 각종 리포트에 어떤 기관의 어떤 수치들이 인용되는지를 눈여겨보면서 그 숫자와 주장을 다시 한번 바라봐야 하기도 하는 것이죠. 특히나 관련 사업이나 투자를 비롯한 장기적인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더 신중해져야 하고요.
© Coffeepo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