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이 언더아머가 되지 않으려면

[조디의 리테일 우화] 큰 성장 후 기로에 선 아이코닉 브랜드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잘 나가는 것만 같던 룰루레몬이 심상치 않은 부진에 빠져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메이저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되는 길을 닦아 나가고 있다고 평가를 받았는데, 불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성장의 정석을 보여주던 모습은 룰루레몬을 상징하는 요가복 카테고리가 후발 주자 경쟁자들에 의해 잠식당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흔들린 브랜드 이미지는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확장을 제한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탄탄대로를 만들어 놓은 것만 같은 모습은 경쟁이 한도 없이 펼쳐지는 브랜드 세계에서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주고 있는데요.

룰루레몬이 이번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하면, 나이키 그리고 아디다스와 함께 메이저 스포츠 브랜드가 되리라고 기대를 받았던 언더아머처럼 모멘텀을 이어가지 못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경고합니다.

현재 룰루레몬이 흔들리는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요? 어떤 지표들을 살펴봐야 할까요? 특정한 문화와 시장을 만든, 진정 '아이코닉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은 결코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룰루레몬과 시장 현황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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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의 리테일 우화]
룰루레몬이 언더아머가 되지 않으려면
큰 성장 후 기로에 선 아이코닉 브랜드
잘 나가던 룰루레몬의 이어지는 부진이 심상치가 않다. 모멘텀을 잃었던 언더아머와 닮은 모습을 보이는 걸까?

처음에 룰루레몬이 등장했을 때 요가복은 운동복 중에 하나의 하위 카테고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에 홈트레이닝 열풍과 재택 근무 등으로 정장 대신 편한 레깅스나 플리스(fleece)와 같은 편한 기능성 의류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룰루레몬은 이른 바 가까운 거리에 입고 편하게 외출하는, "원 마일 웨어(1 mile wear)"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팬데믹 그리고 이어진 고프코어룩의 유행으로 가장 수혜를 입은 브랜드가 바로 룰루레몬이다.

이렇게 룰루레몬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기존 대형 스포츠 브랜드가 잘 커버하지 못했던 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조디의 리테일 우화]를 통해서도 그 주요 지표들을 살펴보면서 룰루레몬은 성장 기본 언어를 누구보다도 잘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를 했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룰루레몬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한 후발 주자들의 위세가 커지면서 갑작스레 아성이 흔들리게 되었다.

이 브랜드들은 '알로 요가(alo yoga)'와 '뷰오리(Vuori)'이다. 2007년 LA에서 설립된 알로 요가는 친환경 소재와 고감도의 다채로운 디자인을 지향한다. 알로 요가는 요가복 이외에도 수영복, 테니스웨어 등의 카테고리도 주목을 받고 있고, 디자인이 다양하다 보니 일상복 활용도가 높다. 여기에 테일러 스위프트, 헤일리 비버, 켄달 제너 등이 즐겨 입는 레깅스로 화제가 되며 새로운 세대에게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뷰오리는 2014년에 탄생한 브랜드로 룰루레몬이나 알로 요가에 비해 뒤늦게 등장했지만, 시장에서 먼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두 브랜드가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남성을 타겟하면서 틈새를 파고들었다. 남성 운동복도 여성복만큼이나 디자인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을 만든 이들은 금새 여성 애슬레저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룰루레몬을 압박하기에 이른 것이다. 
알로 요가와 뷰오리는 어느덧 시장에서 큰 존재가 되었다. 룰루레몬의 플레이북을 그대로 쓰면서. 이들이 만든 조거 팬츠 흐름을 룰루레몬은 쫓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세대의 선택을 받은 경쟁자들

후발주자인 알로 요가나 뷰오리 제품의 가격도 룰루레몬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급이다. 레깅스 가격이 120~130달러 수준으로 브랜드별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모두 일상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각 브랜드별 이미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정통 퍼포먼스 애슬레저 브랜드와, 패션 기능을 강조한 라코스테 등의 브랜드 사이에 룰루레몬, 알로요가, 뷰오리가 공통적으로 퍼포먼스와 패션을 모두 겸비한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평가는 룰루레몬보다 알로 요가나 뷰오리가 패션 기능이 더 가미된 브랜드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 레깅스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했던 것이 룰루레몬의 퍼포먼스 애슬레저 이미지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운동복 이미지가 강한 레깅스보다 일상복 이미지가 강한 조거 팬츠 등이 대표 아이템인 알로 요가의 브랜드 이미지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젊은 셀러브리티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소비자들에게 룰루레몬보다 신선하다는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룰루레몬은 현재 연령대가 30대 후반에서 4050인 소위 밀레니얼 세대와 엑스 세대를 아울러 사랑을 크게 받은 브랜드이지만, 어느덧 새로운 세대에서는 그 '힙함'이 유효하지 않게 된 듯한 모습이다.

이는 애슬레저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여성층에서 룰루레몬의 매출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음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젊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스타들의 알로 요가 사랑으로 룰루레몬의 여성 부문 매출 성장률은 2022년 26%, 2023년 17%였으나, 올해 1분기 10%, 2분기 6%로 낮아졌다. 추정하건데, 패션에 더 민감한 여성 고객들이 룰루레몬 대신 다른 브랜드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전히 성장은 하고 있지만, 성장률의 급격한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룰루레몬의 여성 부문 매출 성장률이 지속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 신호이다. (데이터: 룰루레몬 실적 보고서)

결정타를 스스로 맞은 룰루레몬의 패착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알로 요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약 343만명, 룰루레몬의 팔로워 수는 500만 명에 이른다(뷰오리는 약 78만 명). 알로 요가의 2022년 매출액은 10억 달러(약 1조 3400억 원)으로 같은 해 룰루레몬의 매출액 81억 달러(약 10조 9000억 원)에 비해 8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봐서는 브랜드의 인기는 매출액 차이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023년 5월의 기사에서 10년 뒤 할로윈 코스튬에서 "2023년 사람들"을 주제로 분장을 한다면 반짝거리는 베이지색 알로 요가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를 입고 흰 양말과 흰 스니커즈를 신을 것이라고 묘사했다. 그만큼 애슬레저복이 현대인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알로 요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알로 요가의 대중적 인기의 배경에는 알로 요가의 선전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룰루레몬이 겪고 있는 문제점들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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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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