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의 테크 노트] AR 글래서의 가능성,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일까?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꽤 오랜 기간 애플과 구글과 같이 생태계의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에 분개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장악하고, 더 넓은 의미의 미디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메타의 CEO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바로 애플과 구글처럼 하드웨어와 그 운영 체제 그리고 앱스토어 등에 기반해 생태계의 '룰'을 정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플랫폼 위의 플랫폼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애플과 구글에게 견제를 받고 욕심만큼 더 성장하지 못했다는 인식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죠. (그래서 뉴욕대 교수인 스캇 갤로웨이가 2017년에 명명한 '더 포(The Four)'에 해당하는 빅테크 중에서는 그 지속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 참고로 더 포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이죠. 2017년 즈음부터 '빅테크'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메타는 소셜미디어의 생태계를 계속 키워오면서 그 누구보다 견고한 광고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마크 저커버그는 늘 애플과 구글을 뛰어넘지 못하는 사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자신들도 진정 플랫폼이 되는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최근 지속해서 나오는 VR과 AR 생태계의 제품들이기도 합니다. 메타 AI를 통해서도 AI 시장에서 뒤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추어가는 메타는 스마트폰 다음의 플랫폼이 올 시대를 보면서 새로운 하드웨어 기반 제품에 크게 베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메타와 틱톡 등의 위세에 눌려 글로벌하게는 욕심만큼 성장을 못하는 중인 스냅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으로 미래 사업으로 AR에 올인을 하는 중이고요.
이렇게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이 최근에 각각 내놓은 제품들의 수준은 어떠할까요? 과연 새로운 하드웨어가 될 가능성을 보였을지, 어떤 단계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지, 오늘 이야기를 통해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과연 오랜 꿈을 이룰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은 AI도 아니고 현재로서는 이 제품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
[준의 테크 노트] 저커버그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AR 글래스와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의 가능성 |
최근 VR 및 AR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흥분할 만한 큰 제품 시연이 두 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9월 17일, 스냅(Snap)이 연례 파트너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AR 글래스 스펙터클(Spectacles) 이고, 다른 하나는 9월 25일 메타가 연례 제품 공개 행사 커넥트(Connect)에서 공개한 오라이언(Orion)입니다. 연속해서 비슷한 컨셉의 두 제품이 모두 공개되었는데요.
시장과 언론의 반응은 메타의 오라이온(Orion)에게 더 긍정적이었습니다. "북미 십대들의 소셜미디어"라고도 할 수 있는 스냅은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위세에 밀려 예전만큼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AR 글래스는 그래도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키울 수 있는 미래 사업으로 올인을 하는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메타의 오라이언이 당장 어떤 하드웨어 혁명을 일으킬 수준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직 AR 글래스라는 제품 자체는 이제 긴 길의 초입에 들어선 듯 합니다. 일단 각 제품이 어떤 형태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아직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것으로 보이는 이런 AR 글래스 제품들이 스마트폰 다음에 올 하드웨어가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선이 크지만, 이 제품들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는지는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스냅의 AR 글래스인데요. 그다지 쓰고 다니고 싶지는 않은 디자인이죠... (이미지: 스냅) |
스냅은 이전부터 꾸준히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기기를 스펙터클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여 왔습니다. 다만 이전 버전들에는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없이 카메라만 있었고, 실제로 안경 내에서 AR 기능이 들어간 것은 2021년에 공개한 4세대 스펙터클부터입니다. 안경 측면의 터치패널을 통해 조작해야 했던 이전 버전과 달리, 이번에 공개된 5세대 스펙터클은 애플 비전 프로나 메타의 VR 기기인 퀘스트와 마찬가지로 핸드 트래킹(Hand tracking) 기능이 내장되어, AR 인터페이스를 손으로 바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AR 기기가 손으로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긴 하죠)
스펙터클과 같은 AR 글래스가 애플 비전 프로나 메타 퀘스트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퀘스트와 같은 VR 기기는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세계를 착용자의 스크린에 보여 주는 방식이고, AR 글래스는 착용자가 실제로 투명한 렌즈를 통해 현실 세계를 보는 중에 AR 요소를 투영한다는 것입니다.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폐쇄적인) 스크린 상에서만 AR 요소를 구현하는 VR 기기들과 달리, AR 글래스는 훨씬 더 현실 세계의 빛, 거리감, 색채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해야 하는 기술인 것이죠. 따라서 쓸 만한 AR 글래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테크 업계인들의 꿈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상상하는 미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속적인 대규모의 투자를 해야만 하니까요. 스냅과 메타의 AR 글래스가 공개되었을 때, 업계의 사람들은 비록 프로토타입 정도의 물건이더라도 지금까지 본 AR 글래스 중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제품이었기에 열광했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일부 테크 업계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열광했지만, 넓은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후 실제 스펙터클 5세대를 경험한 기자들의 사용기에서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는데요.
AR 투영의 시야각이 46도 정도밖에 되지 못해, 조금이라도 고개를 돌린다면 시야 밖으로 AR 요소가 사라져 버리고,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너무 크고 거치적거리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지적되었습니다. 현재로서는 디자인과 편리성 그리고 그 기능까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입니다. 아직은 기대를 충족시켜 줄 만한 기술이 나오지 않는 것이죠. |
안경을 쓰고 현실에 투영되는 메뉴를 손가락으로 꼬집으면서(pinch) 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스냅) |
메타도 이번에는 작정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AR 글래스를 선보였습니다. 레이밴과 협업한 스타일도 살아있는 제한된 기능의 스마트 글래스를 내기도 했지만, 작정하고 만든 진짜 AR 글래스는 처음 출시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메타가 공개한 오라이온의 컨셉이나 지향점은 스펙터클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향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모든 프로세싱을 안경 내의 컴퓨터로만 처리하는 스펙터클과 달리, 오라이온은 총 세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는 점입니다. |
그렇지만 메타의 오라이온 역시 아직 (자랑스럽게) 쓰고 다닐만한 디자인은 아닙니다. (이미지: 메타) |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안경, 컴퓨터 프로세싱을 담당하는 별도의 동그란 컴퓨터, 그리고 손목에 차서 손의 움직임을 통해 버튼 클릭, 스크롤 등 조작을 담당하는 손목 밴드입니다. 다소 복잡한 구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안경 자체의 스펙은 스펙터클보다 좋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스펙인 AR 시야각이 스펙터클의 46도 대비 비약적으로 높은 70도입니다. 손목에 차는 밴드는 손목 근육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미세 전류를 감지하여 어떤 동작들을 바로 캐치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
역시나 손으로 조작 가능하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는 무엇인지 감지해 알려주고, 무엇을 해 먹을 수 있을지 그 레시피까지 알려주는 AI 기능도 사용할 수 있죠. (이미지: 메타) |
애플 비전 프로와 동일하게, 아이 트래킹(Eye tracking)을 통해 클릭하고 싶은 버튼이 감지된 후, 손목 밴드를 찬 채로 엄지와 검지를 맞대면 클릭이 되는 방식이죠. 그래도 쓰고 다닐 수 있는 글래스에 손으로 자유롭게 조작을 하고, 메타 AI 기능까지 더해져 더 풍성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작정을 하고, "우리 이만큼 발전했고, 앞으로 더 빠르게 발전할 거다"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
저커버그는 AR 글래스에 생각보다 많은 것을 베팅하고 있습니다. |
스펙터클과 오라이온 모두 놀라운 제품이긴 하지만, 아직 상용화되기엔 멀었습니다. 오라이온의 생산 단가는 1만 달러를 상회하는 비싼 가격이며, 더버지(The Verge)는 직접 체험기를 통해 "신기루와 상품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스펙터클 또한 일부 개발용 제품을 월 99달러에 1년간 빌리는 것만 허용되고 있습니다. 메타는 지난 10년 동안 AR/VR 영역에 거의 500억 달러(약 67조 원) 정도의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이는 저커버그가 가진 메타 이사회 장악력과 분명한 로드맵이 없었다면 도저히 지속 불가능한 투자였습니다. 그 결과 세상에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제품이 이번 오라이언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이조차 하나 만드는데 천만 원 이상이 들며, 일상적으로 쓰기에 많은 것이 부족한 제품입니다.
그런데도 저커버그는 왜 오라이온에 이러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다음 세대의 플랫폼을 장악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기도 합니다. . . . |
글쓴이: 준. O2O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현재는 글로벌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웹3, AI 등 새로운 기술이 바꾸어 나가는 세상의 모습에 관심이 큽니다. [준의 테크 노트]는 테크 기업과 그들이 새로이 개발하는 기술과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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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의 차트피셜] 미국 대선은 투자에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정치 편향을 투자에 반영하면 안 되는 이유 |
미국 대선은 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초박빙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루하루 0.XX 퍼센트의 지지가 경합 주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이 향방이 어찌 될지 감히 예측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죠.
이런 가운데 금융 시장에서는 그 결과의 영향을 예측하는 이야기를 지속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근데 이 이야기들 잘 살펴보면, 어딘가 내용과 근거가 부족하고 그다지 설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각 정당 혹은 각 당 후보의 뱡항과 그들이 내놓는 정책은 투자 시장에서만큼은 그 효과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세월 동안 증명되었습니다. "누가 이기면 증시가 오르고, 투자 환경이 좋아진다"류의 이야기는 신뢰할 만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죠.
이제 4주 앞으로 다가온 선거가 구성할 미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분명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요. 다만 투자 시장에 있어서 만큼은 각 정당과 후보가 말하는 방향이 고려할 요소가 아니었다는 점은 시장을 바라보는 이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아주 명확하게 나와 있는 과거 결과값을 보면서 '정치 편향' 혹은 '정책 관련 의사결정'을 투자에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늘 나옵니다.
이번 [부엉이의 차트피셜], 아직 못 보셨다면 꼭 살펴보세요! |
[미디어] #기존아티클에짧은단상추가 서브스택에게 미디어가 중요한 이유 장기적인 방향 고민되는 미디어 플랫폼 |
커피팟을 통해서도 인용을 하고, 별도로 소개를 한 적도 있는 뉴스레터 기반 뉴미디어인 세마포(Semafor) 미디어에서 최근 서브스택의 성장기보다는 생존기라고 할 수 있는 분석 아티클을 냈습니다.
지난 8월에 커피팟을 통해 발행한 서브스택이 미디어에 집중하는 이유와도 비교해 보면 좋을 내용인데요. 한 가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 아티클은 서브스택이 미디어 외에 최근 들어 섭외를 하려고 집중하는 비디오 및 오디오 콘텐츠 기반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내용을 포함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부적인 이야기도 다르고, 흐름에 대한 분석도 다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분석하는 디테일에 대해서는 커피팟의 이야기가 더 유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인스타그램이나 팟캐스터 등의 인플루언서 섭외보다는, 지금 미국에서는 서브스택을 통해 '가게를 낸' 즉, 유료 구독제 기반 뉴스레터와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뉴스 미디어들이 수익을 창출해 주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뉴스 미디어 혹은 텍스트 기반 크리에이터들이 서브스택의 장단기 성장에 필수적인건 너무 명확해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도 새로운 유형의 인플루언서들을 데려오면서 패트리온(Patreon)과 같은 크리에이터 플랫폼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건 오히려 서브스택만의 특징을 희미하게 만들면서 말 그대로 "(패트리온과 같은) 크리에이터 플랫폼 중 하나”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다만 뉴스 미디어에 의존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도 스케일업해야 하는 이들이 계속 밀고 갈 정체성으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의 성장에 분명한 한계가 현재로서는 보이기 때문이죠. 뉴욕타임스를 이긴다 하더라도 뉴욕타임스는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약 13조 원)가 채 되지 않습니다. 벤처캐피털을 통해 큰 투자를 받은 목적 그리고 이들이 투자한 목적도 더 큰 가능성을 펼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놓인 선택은 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하드 피벗'을 하는 결정을 내리고, 리스크를 크게 지며 새로운 길로 갈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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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쓸 만한 AR 글래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테크 업계인들의 꿈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상상하는 미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속적인 대규모의 투자를 해야만 하니까요. 스냅과 메타의 AR 글래스가 공개되었을 때, 업계의 사람들은 비록 프로토타입 정도의 물건이더라도 지금까지 본 AR 글래스 중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제품이었기에 열광했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일부 테크 업계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열광했지만, 넓은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후 실제 스펙터클 5세대를 경험한 기자들의 사용기에서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는데요.
메타는 지난 10년 동안 AR/VR 영역에 거의 500억 달러(약 67조 원) 정도의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이는 저커버그가 가진 메타 이사회 장악력과 분명한 로드맵이 없었다면 도저히 지속 불가능한 투자였습니다. 그 결과 세상에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제품이 이번 오라이언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이조차 하나 만드는데 천만 원 이상이 들며, 일상적으로 쓰기에 많은 것이 부족한 제품입니다.
그런데도 저커버그는 왜 오라이온에 이러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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