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미디어의 사회, 그리고 인정해야 할 시대

[미디어 노트] 미국 대선 결과가 말하는 미디어의 현실
2024년 11월 6일 수요일
오늘 [미디어 노트]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보여진 미디어의 흐름과 그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 된 결과를 두고 바로 분석하는 이야기보다는 이미 이어져 온 흐름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기존의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짚어 전합니다.

그래서 제목은 조금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은 미디어의 사회, 그리고 인정할 시대>라고 지은 것은 우리가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 그리고 우리가 믿던 미디어의 영향력이 생각보다도 훨씬 작은 현실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지난 [미디어 노트]메타와 유튜브가 곧 미디어인 세상 속에서와 다시 연결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 노트]
죽은 미디어의 사회, 그리고 인정해야 할 시대
미국 대선이 보여주는 미디어의 현실
뉴욕타임스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총 유료 구독자 수 1100만 명을 넘겼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미디어 시장이 가라앉은 가운데 시장의 예상치인 30만 명에 이번 분기 구독자 증가 수(26만 명)가 미치지는 못했지만, 현재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수치이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도 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6% 넘게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전체 매출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디지털 구독제의 매출은 14% 이상 증가했습니다. 앞으로 키워가야 할 디지털 광고 부분의 매출은 기대치에 못 미친 약 9% 증가에 그쳤지만, 미디어 시장 전체가 역시나 디지털 광고에서는 고전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선전을 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대선이라는 초대형 이벤트 앞에서도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은 불안한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시장의 기대치는 낮춰 놓았지만, 더 큰 효과를 은근히 기대했을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는데 '작은 서프라이즈'도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 아마 뉴욕타임스를 지속 지켜본 분석가들의 심정일 수 있습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가 더욱 달아오른 10월부터 대선 이후에 대한 뉴스에서 뉴욕타임스가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구독자들을 끌어오는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제프 베이조스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 지지 선언 취소 결정으로 구독자의 10%가 넘게 빠져나간 워싱턴포스트의 사태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뉴욕타임스가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는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으로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전해드리는 현재 기준으로 개표 결과를 반영한 각 예측 모델의 승리 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실하다고 발표할 정도로 기울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건 기존의 미디어는 설 자리를 더 크게 잃었다는 점을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소셜미디어와 팟캐스트 그리고 이들 채널에서 목소리를 키운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컸던 선거라고 그 분석이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넘어간 지 오래이지만, 이제 더 확실히 마이크를 누가 쥐고 있는지가 증명되었습니다. 
인플루언서 미디어의 시대  
지난 8월에 이미 전해드린 바 있지만, 인플루언서 미디어의 시대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전당대회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레거시 미디어는 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저널리스트들보다 앞서 초대를 받고, 취재와 인터뷰에 있어 더 많은 시간을 할애 받는지에 대해서 항의를 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 '영향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 결과였습니다. 각 캠프의 미디어 전문가들은 누구에게 우리를 노출하고, 홍보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시대는 이미 바뀌어 있었던 것입니다.

유튜브가 시작한 개별 영상 미디어의 시대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서 증폭되었고, 이제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개별 인플루언서와 팟캐스트 인플루언서 그리고 작은 미디어는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보다 훨씬 큰 도달을 기록하고, 그 영향력이 커졌음이 더욱 분명해 졌습니다. 미국에서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일부 경제 전문 미디어들이 여전히 구독자를 모으면서 선전을 하고는 있지만, 전체 미디어 업계는 계속해서 쇠퇴해 왔음을 보이는 지표들은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단적으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고용 인원입니다. 미국의 신문(뉴스 퍼블리셔) 산업 전체의 고용 인원 대비해서 말이죠. 현재 뉴욕타임스의 고용 인원은 현재 약 5800명이라고 알려졌는데, 미국 노동통계국에 의하면, 이번 9월을 기준으로 미국 뉴스 퍼블리싱 산업 전체의 고용 인원은 8만 5200명이라고 합니다. 딱 1년 전과 비교해 이 숫자는 5100명이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의 고용인원은 이 전체 인원의 7%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10년에 단 1%였습니다. 앞으로도 뉴스 퍼블리셔들의 인력은 지속해 줄어들면서 이 수치는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몇몇의 메이저 미디어 빼고는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이고요.

뉴욕타임스의 경우, 이미 진행하고 있는 일이지만, '기존의 신문 산업'에 자신들을 국한하지 않고 '전문 저널리스트들의 뉴스까지 포함한 콘텐츠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미디어의 '지위'가 바뀌는 흐름을 보고 이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죠. 현재 뉴욕타임스가 영상과 음성 콘텐츠 활성화를 당기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앞으로는 워싱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신문이 아니라 케이블 티비와 같은 영상 기반 미디어의 오디언스까지 끌어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 쇠퇴가 더욱 커지는 케이블 티비 산업도 이제 디지털 전환을 (이미 한참 늦은 상황이지만) 더 빨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뉴욕타임스와 같은 미디어의 직접적인 경쟁자는 서로가 아닌 소셜미디어임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이 점을 기존 미디어가 바로 보지 않는다면 그 영향력을 다시 되찾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단언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더는 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타임지의 가치는 2018년 테크 기업 억만장자가 인수할 당시보다도 훨씬 떨어졌습니다. (이미지: 타임)
모든 것이 바뀐 미디어 세상
최근 타임(Time)은 매각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세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세일즈포스의 창업자인 마크 베니오프가 2018년에 1억 9000만 달러(약 2650억 원)를 들여 인수했던 타임을 그리스의 미디어 그룹인 안테나 그룹에 불과 1억 5000만 달러(약 2100억 원)에 매각한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이는 현재 특정 소셜미디어의 인플루언서가 미디어 기업을 세워 받을 수 있는 가치보다도 훨씬 작을 수 있는 가치입니다.
.
.
.
구독하고 이이서 보세요!
현업 전문가들의 글로벌 산업 이야기
각 분야 현업의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분석과 새로운 시선을 전합니다. 쉽고 재밌는 글로벌 산업 이야기 내 메일함으로 꾸준히 받아보세요!

+
구독하면 플러스 구독자만 참여할 수 있는 커피팟 저자들과의 오프라인 '모임'과 플러스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커피팟 콘텐츠 아카이브를 안내해 드립니다. 


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종합상사, 해외 이커머스 기업에서 B2B 사업개발 일을 했고, 이후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다가 커피팟을 시작했습니다.

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