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은 찾아온다. 반드시.

[부엉이의 차트피셜] 25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시간

2024년 11월 8일 금요일
제목이 도발적입니다. 미국 대선 이후 신이 난 각종 시장 지표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제목이기도 하고, 트럼프 2기가 시작되는 현재, 일각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늘 그렇듯이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는 관점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10년 이상 미국 증시의 성과는 짧은 조정장을 두어 차례 겪을 것을 제외하고는 늘 강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것도 2020년의 팬데믹과 2022년의 기준 금리 인상기가 각각 만들어 낸 일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짧은 조정기였죠. 이후 시장은 늘 다시 급격히 치솟아 오르는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이 앞으로도 지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기대는 지금 모두 강세장이 지속해서 이어지리라는 것입니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 걸까요? 계속해서 지연되어 온 경기침체의 신호는 없는 걸까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역사적으로 약세장이 어떤 시기에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짚어봅니다. 긴 시간 올라온 시장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유를 전해드리고요.

소위 '미스터 둠스데이(Mr. Doomsday)' 식의 이야기가 물론 아닙니다. 역사적인 맥락과 그 실제 지표들을 짚어보면 '최근 편향(Recency Bias)'에 빠지면 안되며 데이터와 각종 지표들을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전 이야기를 통해 경기침체를 준비하는 자세를 강조했고, 결과적으로 미국 대선의 결과는 (장기적으로) 투자에 고려할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전해드렸는데요. 역시 함께 살펴보시면 장기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데 큰 힌트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약세장은 찾아온다. 반드시.
미국 대선 이후 필연히 찾아올 시간,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시간

머지 않은 곳에서 약세장(베어 마켓, Bear Market)이 손을 흔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돈 복사'라는 표현은 지난 몇 년간 부쩍 많이 쓰여왔다. 투자하면 마치 돈이 '복사'되는 것처럼 쉽게 수익이 난다는 의미다. 가상화폐 시장이 뜨거울 때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돈이 '복사'된다는 유튜브나 블로그 콘텐츠가 보였다. 하지만 알트코인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으면서 '돈 복사'가 잦아들다가, 최근에는 해외 주식(특히 미국 기술주)에 투자하면 돈이 복사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 주식 시장의 성과는 탁월했다. 시장 대표 지수인 S&P500은 2024년 10월까지 연평균 13% 정도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는 더욱 높은 20%의 연평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대형 기술주들이 증시 상승을 주도하면서 대형 기술주 투자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을 훌쩍 넘었다.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 애플의 주가는 최근 5년 사이 3배 이상 상승했다.

연평균 15% 수익률을 10년 지속하면 원금이 정확히 4배가 된다*. 최근 10년 나스닥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이 20%였으므로 대형주 투자자들의 원금은 10년 사이 6배 이상 불어났을 것이다. 그야말로 돈이 ‘복사’된 것이다.
* 복리 수익률은 이토록 강력하다. 1*(1.15)^10=4.04, 1*(1.20)^10=6.19  

최근 10년간 미국 증시 상승률은 이례적으로 높았을 뿐 아니라, 두 차례 발생한 약세장*도 무난하게 극복했다. 미국 증시는 2020년 팬데믹과, 2022년 기준금리 인상기에 20% 이상 하락하는 약세장을 겪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증시는 바닥에서 빠르게 반등했고, 과거 약세장에 비해 이례적으로 빨리 전 고점을 회복했다. 저가 매수를 시도했던 투자자는 큰 수익을 올렸고, 추가 매수할 돈이 없었던 투자자도 손실을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 약세장(Bear Market)에 대한 학술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시장 대표지수(미국의 경우 S&P500지수)가 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경우를 약세장이라고 표현한다. 1957년 이후 미국 증시는 13번의 약세장을 겪었다. 이는 평균적으로 5.5년마다 한 번씩 약세장이 발생했다는 의미이다. 약세장은 경기침체, 투자자들의 심리 악화, 지정학적 이벤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

이번 약세장은 깊고 길게 이어질 수 있다
AQR캐피털매니지먼트의 안티 일마넨(Antti Ilmanen) 박사에 따르면 1920년 이후 미국 증시가 고점 대비 15% 이상 하락한 사례가 총 18번 있었다. 고점에서 바닥까지 평균적으로 14개월 하락했고, 낙폭은 32%였다. 증시 하락이 20개월 이상 이어진 경우가 총 4차례 있었고, 고점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한 경우는 총 5번 있었다. 

이에 비해 최근 2번의 약세장은 하락 기간이 각각 3개월(2020년), 10개월(2022년)으로 비교적 짧았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미국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18개 구간 사례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데이터: <과거의 검증, 미래의 투자>, 안티 일마넨, ** 국채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주식 시장이 과거 고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부분 반등 후 다시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경우도 몇 차례나 있었다. 역사상 가장 지독한 약세장은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이 촉발했다. 다우 지수는 1929년 고점 381포인트에서 80% 이상 하락하여 1932년 바닥인 41포인트에 도달했다.

이후 다우 지수는 꾸준히 회복하여 1937년 190포인트에 도달했으나(여전히 1929년의 절반 수준), 다시 급락하여 1938년에 110포인트로 떨어진다.

지수가 1929년의 고점을 회복하기까지 2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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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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