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27화. 관세부터 말하는 트럼프노믹스의 방향이 가리키는 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이어가고 있는 관세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트럼프 1기 시절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치적으로 자랑한 적이 있으며, '미국의 이익 = 타국 제품에 대한 관세'라는 공식은 대선 기간 내 이어져 온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이기도 하죠.
물론 그가 이번에 짚어 말한 삼국(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고관세 그리고 모든 수입 상품에 대한 10~20%의 '보편 관세'가 향후 실제로 부과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결국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꼭 좋지 않다는 것은 그도 그가 구성하는 행정부의 인사들도 알고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희망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안됩니다. '관세'를 잘못 적용하는 일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된다는 점을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경고하기도 합니다.
1929년 대공황을 겪은 이후 허버트 후버가 경제 회복을 위해 꺼내 든 카드는 각종 상품에 대한 관세였는데, 이는 결국 각국의 보복 관세를 불러와 미국의 수출업체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공황이 더 심화되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당시에도 수많은 경제학자들과 재계의 관계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상하원을 통과하고 결국 대통령이 서명한 그 유명한 스무트-헐리(Smoot-Hawley) 법안이 불러온 결과는 미국의 흑역사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과연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대로 취임 첫날에 관세 부과는 발표될까요? 이미 캐나다는 보복 관세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는 중입니다. 설령 그날이 아니라 결국 관세가 부과된다면 세계 무역 시장에서는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요? 그리고 그 영향은 무엇으로 나타나고 어떻게 이어질까요?
오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진단과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명확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
관세부터 말하는 트럼프노믹스의 방향이 가리키는 문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취임 첫날 어젠다로 캐나다와 멕시코가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기존에 공표한 관세에 더해 10%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이번에는 마약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들 국가에서 넘어오는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의적인 기준이다) 관세 철폐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가 관세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정권 1기 시절, 전가의 보도처럼 관세 인상을 휘둘렀던 전적이 있고, 선거 유세 기간에도 내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 제품에 20%의 보편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부르짖어왔다. (물론 현재의 조 바이든 정권도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일부 중국 제품에 대해 고관세 정책을 유지해 왔으므로, 이러한 트렌드는 트럼프의 전유물이라기보다는 결국 현시점에서 미국의 시대정신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에게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후보도 관세를 경제 정책의 핵심이자 치적으로 선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체 관세란 무엇일까? 트럼프는 재임 당시 대중국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의 노동자들을 위해 중국이 돈을 내게 했다"고 뽐낸 바 있다. 정말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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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년, 미국이 더 광범위하게 펼치는 무역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이슈가 될 수 있다. |
관세는 특이한 세금이다. 애초에 조세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세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세는 수입품에 매기는데, 이로 인해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자국산 대체재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이 관세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중국산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경우, 관세를 지급하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수입업자다. (우리가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에서 직구할 때 관세 내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관세는 파는 사람이 내지 않는다. 사는 사람, 즉 내가 낸다.)
따라서 중국이 돈을 내게 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관세로 인한 가격의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내림으로서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자국산 대체재의 가격 경쟁력을 올리는" 관세의 목적이 희석된다. 더욱이 21세기는 글로벌 공급망의 시대이다. 완성품은 특정 국가에서 "Made in ~~~"로 생산된다고 해도, 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와 부품, 공정이 모두 한 국가에서 조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당장 이번에 트럼프가 겨냥한 캐나다를 보자.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50% 이상이 캐나다를 통해 들어온다. 물론 이번 관세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캐나다의 정유 회사들이다. 하지만 에너지 수입량의 절반에 25%의 관세가 붙으면 그 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미국 내 소비자들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원재료를 수입하는 미국의 석유화학 기업들도 날벼락을 맞는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대량의 부품을 수입하는 데다 일부 차종의 조립 공정 역시 이 두 나라에서 이루어진다.
관세는 국제 관계 차원에서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캐나다의 석유생산자협회 회장인 리사 베이튼은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럼프의 관세는 결과적으로 캐나다 에너지 기업들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북미 에너지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결국 팃포탯 식의 무역 전쟁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대화를 통한 협업"뿐이라고 못 박았다. |
관세를 올리는 와중에 강달러 기조를 미국은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이어지고, 이미 덤핑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이 더 싸게 쏟아져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종국에는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그림이다. |
관세 자체가 별무효과일 뿐더러 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은 이미 관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로 환율이다. 관세로 인해 줄어드는 가격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내리는 것이다. 트럼프 관세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중국산 수출품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에 팔리게 된다. 실제로 중국은 트럼프 정권 1기였던 2018년과 2019년 미국의 대중국 관세에 바로 이 방법으로 대응한 전례가 있다.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관세와는 달리 환율 전쟁은 그 파급 영향력이 더 복잡하고 전방위적이다.
가뜩이나 트럼프는 강달러를 선호한다고 틈만 나면 말해왔는데 (더욱이 꼭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현재 전 지구에서 혼자 잘 나가고 있는 미국 경제를 고려하면 강달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만약 중국이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설 경우, 특히 이미 중국의 덤핑 수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게 된다. 물론 인위적인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에는 많은 부담이 뒤따른다. 중국 기업과 부유층의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역시 타격을 입는다.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부담이다. 또한 트럼프는 언제든지 자기가 한 말을 뒤집을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인사라는 점에서, 강달러를 미련 없이 포기하고 약달러라는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
문제는 부동의 세계 1위 경제 초강대국의 수장이 국제 무역을 '국가 간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흡사 "무조건 덜 수입하고 더 수출해야 자국이 부강해진다"고 믿는 18세기 중상주의(Mercantilism)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트럼프를 둘러싼 소위 '클로즈드 써클(closed circle)'의 정실 자본주의까지 더해지면, 트럼프 임기 내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소가 될 수 있다. 바이든 정권이 약조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데에는,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이번에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트럼프 정권에 합류한 일론 머스크의 이익 관계가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
역사가 말해주는 관세가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이유 |
1930년 당시 스무트-헐리 법안에 대한 반대도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결국 법안은 통과되고 후버 대통령이 서명을 했다. 상하원 의회를 거치고, 대통령까지 서명을 해야 하는 이 법안은 하나의 법안이 얼마나 큰 여파를 몰고 올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미지: 뉴욕타임스 아카이브) |
관세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다른 누구도 아닌 미국의 역사를 통해 여러 차례 증명되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게 된 계기도, 영국이 식민지가 본국으로부터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품들에 조세를 부과한 것이 결정적이었지만, 독립 후 미국의 역사는 관세를 옹호하는 북부의 산업가들과 관세에 반대하는 남부의 농장주들의 대결의 역사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북부는 관세를 통해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 반면, 별다른 산업 없이 목화를 재배하여 수출하고 그 돈으로 수입품을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남부는 이에 반발했다.
이들의 갈등은 결국 남부의 미합중국 탈퇴와 내전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폭발한 뒤에야 가까스로 봉합되었지만, 노예제와는 달리 관세는 남북전쟁이 북부의 승리로 막을 내린 후에도 계속해서 미국 정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결과를 불러온 관세는 아마도 1930년의 스무트-헐리 관세일 것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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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안젤라는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중국필패>, <재닛 옐런>,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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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의 조 바이든 정권도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일부 중국 제품에 대해 고관세 정책을 유지해 왔으므로, 이러한 트렌드는 트럼프의 전유물이라기보다는 결국 현시점에서 미국의 시대정신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에게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후보도 관세를 경제 정책의 핵심이자 치적으로 선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체 관세란 무엇일까? 트럼프는 재임 당시 대중국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의 노동자들을 위해 중국이 돈을 내게 했다"고 뽐낸 바 있다. 정말로 그럴까?
트럼프 관세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중국산 수출품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에 팔리게 된다. 실제로 중국은 트럼프 정권 1기였던 2018년과 2019년 미국의 대중국 관세에 바로 이 방법으로 대응한 전례가 있다.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관세와는 달리 환율 전쟁은 그 파급 영향력이 더 복잡하고 전방위적이다.
물론 인위적인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에는 많은 부담이 뒤따른다. 중국 기업과 부유층의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역시 타격을 입는다.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부담이다. 또한 트럼프는 언제든지 자기가 한 말을 뒤집을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인사라는 점에서, 강달러를 미련 없이 포기하고 약달러라는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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