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모두가 다시 쫓아왔을 때

지난 3년을 돌아봐야 설명할 수 있는 지난 1년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어 캐피털은 재작년 봄에 자신들이 포트폴리오 기업들에게 블랙 스완(Black Swan)’ 모먼트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어요.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이 서한의 핵심 내용은 코로나19가 미칠 경제적 영향이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현금 흐름을 철저히 관리하고,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어려울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죠. 

하지만 이런 경고를 내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례없는 투자 경쟁이 시작되고,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기업들이 테크 영역에서 계속 탄생했죠. 사무실의 기능을 대체하는 각종 소프트웨어 서비스들이 히트를 쳤고, 헬스 테크, 배달 테크, 리테일 테크 등등 '테크'를 뒤에 붙인 각 분야의 기업들은 넘쳐나는 자금을 투자받았고요. 새로운 기업들의 탄생과 성장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투자는 재밌는 부업이 되기도 했죠. 국가별로 긴급재난지원금 명목 등으로 푼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투자 시장의 활황이 이어졌고요.

물론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세쿼이어는 올해 봄에 다시 절체절명의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울렸는데요. 아직 모두가 예상하는 경기 침체(리세션, Recession)가 올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테크 업계는 그들만의 불황을 이미 맞이한 상황이에요.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사상 최대의 투자를 유치하고 좋은 실적을 기록했던 각 영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일으킨 전쟁의 장기화, 지속된 공급망 불안정, 그리고 이어진 인플레이션이 촉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여파로 자금줄이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그 분위기가 바뀌었죠. 

테크 투자와 기업 이야기는 더 이상 재밌는 토픽이 아니게 되었고, 어디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이제 몇 년 안에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꿀 것 같은 기세를 보이던 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요.

오늘 이야기는 한 해를 마감하면서 성장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업과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대형 이벤트를 만들며 부진을 자초한 기업도 있고, 최근 들어 급속히 재편되는 영역도 있는데요. 지나가는 팬데믹 시대를 뒤돌아보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2022년의 마지막 날에 찾아오게 되었어요. 모두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본이몰린영역 #험난한해 

어느덧 모두가 다시 쫓아왔을 때

닷컴 버블이 터진 이후 20년간 테크 업계는 계속해서 그 영역과 사업이 확장해 왔어요. 2000년대 후반부터는 지금의 '빅테크'로 불리는 이들이 급격히 성장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갔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세계에서는 기존 비즈니스에 속한 이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시장이 만들어졌고, 특히나 인터넷 세계를 선점한 빅테크는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들이 되었어요.

빠르게 혁신하고, 빠르게 사용자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고객을 모집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이들의 모습은 플랫폼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업에도 적용해야 함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죠. 그리고 기존 사업의 소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어요.

하지만 제품을 빠르게 내놓고 사용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수정을 거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플랫폼 사업과는 달리 하드웨어 혹은 제조 기반의 상품이 근간이 되는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사업 운영 방식을 효율화하고, 마케팅의 문법을 바꾸는 작업은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이에요. 

게다가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관련 스타트업들이나 기업을 인수하고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을 통합하면서 계속 성장하고 시장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는 테크 기업들과는 달리, 기존의 제조 산업에서는 새로운 혁신을 이루어낸다 해도 경쟁 기업들이 금새 따라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전기차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최근에 증명되고 있고요. 

그 대표적인 분야들에서 혁신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기업들은 올해 험난한 한 해를 보냈어요. 그들이 미래 성장성이 높은 새로운 사업을 선점하기도 했지만, 자신들이 혁신하고 만든 시장에서의 지위를 계속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의 테슬라 추이. 2022년 마지막날 종가 기준입니다.
빠지는 테슬라 주가의 의미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이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점이 이를 증명해요. 최근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65% 이하가 되었는데요. S&P글로벌은 2025년이면 이 점유율도 2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벌써 예측하고 있어요. 다른 메이저들이 기존의 큰 인프라를 전환하는 작업이 마무리되고, 곧 여러 차종을 더 빠르게 더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올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까지 기폭제가 되면서 전환이 늦었던 미국에서도 산업 전체의 전기차 전환이 드디어 대세 흐름이 되었어요. 이에 따라 미국, 독일, 한국 등의 전기차 메이커들과 배터리 기업들도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중국은 중국만의 전기차 산업과 인프라가 이미 커졌고요

계속 이어져 온 이슈이지만 현재 테슬라는 최악의 12월을 보냈어요. 여전히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가 이슈의 중심에 있어요. 테슬라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고요. 테슬라에게는 CEO인 일론 머스크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되었고, 그의 지난 업적과 말만 믿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어요. 여전히 도요타 시가총액의 2배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주가는 떨어질 여지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중이에요.

테슬라의 성공을 모델로 생겨나 성장했던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대부분 한계에 부딪혔죠. 이들의 원대했던 계획은 모두 초라한 생산 실적으로 물거품이 되었어요. 이들이 발표했던 사업 계획도 상당 부분 실질적인 근거가 아닌 '희망 사항'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어요.

전기차 분야는 이제 기존 기업들이 테슬라의 성장과 새로운 전환으로 겪던 혼란을 모두 정리하고, 다시 주류의 자리에 앉기 위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변화에 민감하지 않았던 기존 기업의 실패 사례도 나올 수 있고, 테슬라가 현재의 우려를 잠재우고 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산업이 큰 변화의 시기를 또 맞이했고, 안정적인 생산과 판매라는 제조업의 기본을 누가 더 잘하느냐의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일론 머스크가 큰 비난을 가하는 중인 기존의 주류 미디어뿐만 아니라 그에게 믿음을 보였던 테크 업계의 주요 인사들도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인데요. (트위터가 아닌) 테슬라의 추락과 위기는 일론 머스크를 (강렬히) 지지하는 이들의 인내심도 바닥나게 하는 중입니다. 

계속 식어있는 대체 고기
원래도 그 성장세가 느려질 것이라고 예상은 되었지만, 대체 고기 업계는 예상보다 더 부진했어요.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그 어느 분야보다도 각광을 받았던 분야이지만, 작년에 시작된 부진에서 올해 내내 탈출하지 못했어요.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 푸드 등 대표적인 식물성 대체 고기 기업들은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리테일 및 레스토랑 체인 공급도 다변화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어요. 2020년부터 2021년 1분기까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성장을 이어왔지만, 2021년 2분기부터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계속 기록하고 있어요. 큰 수치는 아니지만 크게 증가했던 수요가 계속 감소하는 중이에요.

비욘드미트의 주가는 이제 12달러 수준에 시가총액은 7억 9000만 달러(약 9960억 원)에 불과해요. 아직 비상장 기업인 임파서블 푸드는 계속 기업공개(IPO)를 미루는 중이고, 유의미한 실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기업공개를 계속 미루는 건 현재 시장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는 움직임이지만, 판매 확대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에요.

대체 고기 분야에서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육류의 세포 기반 배양육이 싱가포르에 이어 미국에서도 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것이에요. 스타트업인 업사이드 푸드의 치킨 필레 배양육이 인간이 섭취를 해도 안전한다는 판정을 받은 것인데요. 이제 한 업체가 승인을 받은 것이지만 식물성 대체 고기의 성장과 함께 기술 개발이 계속 이루어져 오고 자금이 투입됐던 배양육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 대체 고기에 대한 전망은 천차만별이에요. 맥킨지는 2030년까지 대체 고기 업계가 약 250억 달러(약 31조 5250억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바클레이스는 2040년까지 4500억 달러(약 567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죠. 현재 푸드테크 전반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이어지고는 있지만, 2021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에요.

‘대체'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어떤 기업들이 어떻게 시장을 파고드는지가 대체의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요. 올해 세계 최대 육가공 업체인 JBS가 미국 내 식물성 대체 고기 사업을 접기도 했지만, 미국 최대의 육가공 업체인 타이슨 푸드 그리고 세계 최대 식량 기업 중 하나인 카길(Cargill) 등은 여전히 새로운 식량에 투자를 하고 있어요. 

이들의 투자 사례도 역시나 기존의 기업들이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확대한 분야에서 빠르게 쫓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죠.
자본이 몰렸던 배달테크 업계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잃었어요. 이들만의 얘기는 아니지만요.
미래 사업이 안 보이는 영역
유럽에서 불었던 "10~15분 내로 모든 것을 배달해 드립니다”를 기치로 내건 다크 스토어(Dark Store) 기반 초스피드 배달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투자가 과열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는 시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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