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차트피셜] 3화. 2023년 자산시장에 봄은 올까?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세계는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경제 지형을 맞이하고 있죠. 지난 2022년에 미 연준이 금리를 차곡차곡 올리던 모습은 마치 마블 영화 어벤져스에서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면서 자산 시장을 하나씩 박살 내는 모습에도 비유할 수 있을 텐데요.
2023년에도 이런 흐름은 이어질까요? 과연 마지막 손가락 스냅까지 완성하면서 종국에는 경기 침체가 오도록 할까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한없이 추락한 2022년의 자신 시장을 돌아보고, 과연 경기 침체가 임박한 것인지, 아니면 오지 않을 수도 있는 희망이 있는지 주요 지표들을 통해 살펴봅니다. |
[부엉이의 차트피셜] 3화. 전문가들의 예측은 늘 틀렸다 2023년 자산시장에 봄은 올까? |
작년 자산시장은 유례없이 참혹했다. 문자 그대로 거의 모든 자산군의 가격이 폭락하여 투자자들이 숨을 곳이 없었다. 먼저 연초 시작된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유례없이 금리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은 역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의 영향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조정 받기 시작했다. 루나 사태, FTX 파산 등 굵직한 사고를 거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은 연초 대비 30% 이하로 내려왔다. 선진국 증시는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S&P500, 나스닥, 코스피 지수는 각각 19.4%, 33.1%, 34% 하락하여 본격적인 조정장에 들어섰다.
상반기까지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미국 부동산 가격도 하반기 들어 하락하기 시작했다. 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받아 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등에 투자한 사람들은 대출 이자 상승과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연기금들도 기록적인 손실을 보았다.
새해가 막 시작한 금융 시장의 분위기는 무겁다. 절반이 넘는 세계 금융기관의 경제 전문가들이 1년 이내에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며 경고를 보낸다. 통상 미국의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면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판단하는데, 미국의 장기 금리는 이미 작년 하반기에 단기 금리보다 낮아졌다. 잠깐 미국의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를 짚고 넘어가자. 3개월~2년 금리를 단기 금리, 10년~30년 금리를 장기 금리로 분류한다. 경기 침체가 임박한 경우 채권 시장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장기 금리가 선제적으로 하락하면서,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고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를 6개월~2년 선행해서 나타났다.
미국의 내구재 주문, 미국 제조업 분야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ISM 제조업 지수 등 주요 경기 지표도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둔화를 보이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수의 국내 증권사도 경기 둔화로 올해 상반기까지 증시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작년 자산 시장은 전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올해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어둡다. 경기 침체발 가격 조정으로 다시 고통이 시작될 것인가? |
자산 시장을 모두 박살낸 금리 인상의 여파는 마지막 스톤까지 모으는 대미를 장식하고 경기 침체까지 몰고 올까? (이미지 출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마블) |
'인피니티 스톤'이 된 금리 인상 유례없는 금리 폭등이 전방위적 자산 가격 조정을 초래했다. 2021년 12월 연방준비은행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2022년 말 기준금리가 약 1% 정도일 것으로 제시했다. 재작년 기준금리가 0.0~0.25%였으니 1년에 단 4차례, 각 0.25%씩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더니 급기야 러시아의 침공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연방준비은행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2022년 12월 기준금리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4.5%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유럽 중앙은행(ECB), 영란은행, 한국은행 등 전 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에 동참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작년 말 1%에서 올해 3.25% 마감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연방준비은행은 1999년과 2005~2006년에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지만, 그 당시 자산시장은 호황기였다. 연방준비은행은 기준금리를 2004년 5월 1%에서 2006년 7월 5.25%까지 큰 폭 인상했고, 증시는 중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자산시장은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어째서 작년 자산 시장은 금리 인상에 유달리 취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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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은행 2022년 12월 점도표 점도표(Dot Plot)는 매 분기 연방준비제도 이사 및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각각 예상하는 미래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서 표시한 도표이다. (이미지 출처: 미 연방준비은행) |
1. 최악이었던 채권 시장 2022년 자산시장의 최고 열등생은 단연 채권이다. 글로벌 채권 총수익 지수는 2022년 15% 하락하여 사상 최대손실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은 지난 10년간 쌓아왔던 이익을 올해 모두 잃었다.
1977년 이후 미국 채권시장에서 연간 단위로 총 5차례 손실이 발생했는데, 두 번째로 손실이 컸던 1994년에도 손실 폭은 -2.9%에 그쳤다. 채권은 매년 꾸준히 이자가 발생하고 가격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에 두 자릿수 손실을 상상하기 어렵다. 올해 손실은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원금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이 유난히 취약했던 몇 가지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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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채권 총수익 지수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World Bond Aggregate, Total Return) 채권 시장은 작년에 2011년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
첫째, 앞에서 언급했듯이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상승 시 가격 하락이 크다*. 채권 만기가 10년이라고 가정하면 금리가 1% 올랐을 때 채권에서 약 7~8% 손실이 발생한다. 올해 주요국 10년 금리는 2~3% 이상 올랐기 때문에 장기 채권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 채권의 듀레이션: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현금흐름이 장기간 분산되기 때문에 할인율(금리) 상승 시 가격 하락 폭이 크다.
둘째로 이미 채권 금리가 지나치게 낮았다. 2021년 하반기 독일 10년 금리는 마이너스였고, 미국 10년 금리는 1%대였다. 이자수익이 지나치게 적었기 때문에 채권 가격 하락을 이자 수익으로 상쇄하지 못했다. 과거 1994년 금리 급등기에는 채권 금리가 5%가 넘었기 때문에 가격 하락에도 손실 폭이 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채권의 발행 만기가 과거보다 길어졌다. 지난 1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서 국가기관은 장기 국채 발행을 늘렸다. 낮은 금리로 장기간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50년 만기 국채를 신설하여 발행하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장기 채권 발행이 수월해지면서 앞다투어 채권 발행 만기를 확대하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만기가 긴 채권이 금리 상승 시 가격 하락 폭이 크다. 잔존 채권들의 만기가 길어졌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더 취약해졌다. |
2. 말해 뭐 하는 주식시장 작년 대부분의 선진국 증시는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는데, 특히 코스피 지수는 34% 하락하여 G20 국가 중 러시아 다음으로 하락 폭이 컸다. 과거 1994년, 1999년, 2004~2006년 금리 인상기 대비 작년 주식 시장이 더 고통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가지수 밸류에이션을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S&P500 주가수익배율(P/E)는 2021년 3월에 32배에 도달하여 2000년 닷컴버블 고점을 넘어섰다. 즉, 증시는 이미 버블 상태에 도달하여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였다. 증시가 고평가되면서 주식시장의 평균 배당 수익률이 2021년 상반기에 1% 초반대로 떨어졌다. 금리가 상승하여 국채 금리가 배당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진다.
과거 금리 인상기 주가수익배율은 20배 내외로 버블은 아니었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도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증시 하락으로 주가수익배율이 15~20배 수준으로 조정됐다. |
S&P500 주가수익배율(1960~현재) (데이터 출처: 블룸버그) 최근의 주가 하락은 추이를 보면 버블이 터지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주가수익배율(P/E)는 2021년 3월에 32배에 도달하여 2000년 닷컴버블 당시의 수치를 넘어서기도 했다. |
3. 미국 부동산은 어땠을까? 주요국 주택가격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경우 작년 7월부터 주택가격 지수가 하락했다. 주택가격 지수가 실거래 가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락 폭이 미미해 보이지만, 대도시 실거래 가격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 서부 연안 도시를 중심으로 10% 내외 하락했다.
주택 가격이 채권이나 주식 등 시장성 자산보다 후행해서 움직이는 특성을 고려하면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택가격 하락의 근본 원인도 이자율 상승이다. 주택은 금액이 커서 현금만으로 구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작년 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 모기지 대출금리가 12년래 최대치로 상승하여 각 가구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원리금을 갚지 못해서 주택을 매각하거나, 신규 구입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S&P/케이스실러 미국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지수(데이터: 블룸버그) 채권과 주식 시장만큼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도 좋지 않다. |
사상 최대의 부(Wealth) 증발 2022년은 현대 금융시장이 생긴 이례 가장 큰 부(Wealth)가 증발한 해로 추정된다. 119조 달러(약 15경 원, 2019년 기준)에 이르는 채권 시장에서 기록적인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채권 시가총액은 주식시장(2022년 기준 93조 달러(약 12경 원) 추정) 시가총액보다 크다. 주식, 채권에서 모두 손실이 발생하면서 선진국 국민들의 노후 자산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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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릴 예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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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자산시장은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어째서 작년 자산 시장은 금리 인상에 유달리 취약했을까?
올해 손실은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원금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이 유난히 취약했던 몇 가지 원인이 있다.
S&P/케이스실러 미국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지수(데이터: 블룸버그)
채권과 주식 시장만큼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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