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AI 시장을 놓친 큰손

1. 소프트뱅크의 진짜 위기?, 2. 디즈니와 밥 아이거의 미션, 3. 약해진 러시아 에너지
오늘은 최근의 AI 열풍에 탑승하지 못한 큰손 중의 큰손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보고요. 디즈니의 '창의성'을 복구하겠다며 돌아온 밥 아이거의 발 빠른 조직 개편 방향 그리고 계속 축소되는 러시아의 에너지 파워를 살펴볼게요.


[벤처캐피털] #소프트뱅크 #AI
1. 큰손 중의 큰손도 어려운 시기
스타트업이 전체 경제와 사회의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스타트업은 기업의 규모는 작아도 기술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중요했죠. 특히 전통 대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IT 기술을 활용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먼저 보여준 게 스타트업들이기에 주목받았어요.

2010년대 이후 들어서 스타트업 업계는 전체 경제와 사회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보여줄 뿐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불린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전통 기업을 넘어서는 고용 및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게 되었죠.

그래서 우리는 스타트업 소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정세와 경기 불황으로 인해 스타트업이 직원을 해고하면서 성장의 속도를 줄이면, 그것이 곧 전체 경제와 사회의 동력 상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소프트뱅크는 300년을 내다보며 스타트업과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했는데요. 일단 지금은 힘든 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지: 소프트뱅크)
'큰손'들도 모두 어려운 시기
새해에는 스타트업 업계에 다시금 동력이 더해지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요. 기대와 달리 연초부터 부정적인 소식이 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에 동력을 불어넣을 벤처캐피털(VC) 시장이 위태롭다는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VC 중 하나인 타이거글로벌마저 자금 조달 규모를 축소하기로 하면서, 현재의 위기가 더 길어질 거라는 확신이 시장에 더해졌어요. 타이거글로벌은 지난해 가을 60억 달러(약 7조 6130억 원) 규모 펀드를 새로 조성한다고 모집에 나섰는데요, 이를 50억 달러(약 6조 3425억 원) 규모로 축소하기로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타이거글로벌의 직전 펀드는 총 127억 달러(약 16조 1100억 원) 규모에 달했는데요. 세계적인 VC 펀드는 갈수록 규모를 늘려가는 게 필요한데 이제 타이거글로벌마저 성장이 힘들어진 거죠. VC에 돈을 출자하는 LP(Limited Partners)들이 타이거글로벌 정도 되는 탑티어 VC에 맡기는 돈을 줄일 정도로 현재의 스타트업 투자를 회의적으로 본다는 방증이에요.

실리콘밸리에 버금갈 정도로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도시인 뉴욕에서도 스타트업 투자가 줄어들었습니다. 프라이머리벤처파트너스 분석에 따르면 뉴욕 스타트업을 위한 시드투자 거래 건수가 지난해 3분기 185건에서 4분기 129건으로 30% 감소했어요. 투자액 규모는 같은 기간 8억 6000만 달러(약 1조 910억 원)에서 4억 4700만 달러(약 5670억 원)로 48% 줄었습니다.

프라이머리벤처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자인 브래드 스브루가(Brad Svluga)는 "이러한 시장 조정은 상장 시장에서 시작해 아래 단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에 몇 분기가 걸린다"면서 "낙수 과정이 이제 완료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이에 웹3 및 크립토, 소매 커머스, 헬스케어 등 분야가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어요.

손이 더 컸던 소프트뱅크의 위기
무엇보다 시장에 계속 충격을 주고 있는 투자회사는 소프트뱅크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4분기에 스타트업 투자 부문에서 58억 달러(약 7조 3600억 원)의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그룹 전체의 분기 손실인 59억 달러(약 7조 4865억 원)의 대부분을 차지했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지난 분기에 약 3억 달러(약 3810억 원)를 신규 투자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이들이 가장 활발히 투자하던 2021년 중반 3개월 동안 지출한 156억 달러(약 19조 7930억 원)와 비교하면 98% 감소한 수치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3분기에는 100억 달러(약 12조 688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고, 결국 지난해를 4분기 연속 손실로 마감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스타트업 투자가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벤처캐피털 및 스타트업 업계에 상당한 의미를 지닙니다. 소프트뱅크는 그 어떤 VC보다도 활발히 투자하는 세계적인 큰손이었고, 단순히 수익을 위한 투자보다는 "인류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 기술에 투자한다"는 거대한 철학 아래 투자하는 곳이었거든요.

소프트뱅크는 2010년에 '앞으로 30년의 비전(Next 30-Year Vision)'을 발표하면서 인류의 300년 전과 300년 후를 비교하는 거대한 비전을 제시했어요. 

300여 년 전 인간의 수명은 평균 33세에 불과했고, 동시에 증기 기관이 탄생하며 산업 혁명의 불씨가 당겨지기도 했죠. 손 마사요시 회장은 이러한 사실을 짚으면서 "앞으로 300년 동안은 말 그대로 '정보 빅뱅(Information Big Bang)'이 일어날 것"이라며 "컴퓨터 칩 하나에 들어있는 트랜지스터 수가 인간 뇌세포의 100조 배에 달할 정도로 인간의 뇌를 뛰어넘을 것이며, 소프트뱅크는 전 세계 인류가 정보 혁명을 통해 더 행복하고 성취감 있는 삶을 살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2010년을 기점으로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우리는 이전에 없던 편의를 누리는 세상을 맞이했고, 거대한 기계 중심의 산업은 작은 반도체 중심의 산업으로 변화했으며, 인터넷 생태계는 모바일 앱 생태계로 전환되었죠.

소프트뱅크는 모바일 혁명에 가장 활발히 투자하는 회사였습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기치에 맞게 우리 삶에 편의와 재미를 가져다주는 스타트업을 지원했죠. 우버, 위워크, 슬랙, 그랩, 도어대시 등이 상장에 성공한 대표적인 비전펀드의 포트폴리오입니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투자의 결말은?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소프트뱅크의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그룹 전체에 손실이 되고 있습니다. 비전펀드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의 가치는 초기 투자액 대비 37% 감소하여 115억 달러(약 14조 5910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아직 비상장 상태인 틱톡(바이트댄스)과 고퍼프(GoPuff) 등 덕분에 비상장 주식 가치는 투자액 대비 4.6% 오른 16억 달러(약 2조 300억 원) 가량 수익을 내고 있지만, 손실 규모에 비해서는 초라한 수치죠.

물론 손 회장이 제시한 미래 비전의 기간은 아직 15년 넘게 남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프트뱅크는 지난 10여 년 간의 투자가 큰 손실을 보고 있는 탓에 자신들이 제시했던 비전을 지키지 못할 위기에 놓여있어요.

바로 인공지능(AI)에 대한 비전입니다. 손 회장은 2010년 당시 "AI가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 것"이라며 "슈퍼 인공지능(super intelligence)으로 인류는 의료, 통신, 제조, 생활 편의 등에서 엄청난 편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하지만 생성AI를 필두로 AI가 전에 없던 모멘텀을 맞이하면서 투자금을 쓸어 모으는 지금, 소프트뱅크는 기존 포트폴리오의 손실 탓에 절호의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했던 대표적인 AI 포트폴리오인 중국 기업 센스타임(Sense Time)은 한때 얼굴인식 기술로 주목받았으나 2021년 주당 3.85홍콩달러(당시 한화로 약 586원)의 가격으로 겨우 상장했어요. 이후에는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죠. 또 다른 AI 포트폴리오인 브레인(Brain Corp)의 경우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와 협력하며 사무보조 기구, 자율주행 등을 개발했지만, 역시 모두가 주목할 유의미한 성취를 전한 적은 없죠.

소프트뱅크는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당분간 신규 투자를 중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와중에 비전펀드의 수석 매니징 파트너인 나브닛 고빌(Navneet Govil)은 최근 챗GPT를 두고 "가장 앞선 기술은 아니며, 대중적으로 적용된 기술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는데요. 그의 발언은 소프트뱅크의 좋지 못한 실적과 비슷한 시기에 보도되었습니다.

손 회장은 투자 기회를 놓친 챗GPT를 필두로 일어나고 있는 AI 열풍을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을까요? 소프트뱅크가 제시했던 ‘미래 30년’의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는 지금의 순간들이 2040년에 어떤 결과로 드러날지 궁금해집니다.
By 데니스
*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이야기를 전합니다.

[미디어] #디즈니 #조직개편
2. 밥 아이거의 미션 파서블?
지난주에 디즈니는 실적 발표와 동시에 크게 변화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어요. 지난해 11월, 이사회가 해임한 밥 체이펙 대신 CEO로 돌아온 밥 아이거는 "창의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구조를 다시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죠. 그리고 복귀 이후 아주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에요.

밥 아이거는 픽사와 루카스필름, 마블 등 디즈니의 핵심이 된 주요 콘텐츠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디즈니 콘텐츠 제국을 만들고,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디즈니의 새로운 전성기를 만든 CEO이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온 아이거가 이번에도 과감한 결정들을 내리면서 또 한 번 턴어라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밥 아이거 복귀 후 디즈니는 빠르게 조직 개편 계획까지 내놓았어요. 우선 첫 단추는 잘 끼웠다는 평가입니다.
'콘텐츠' 경영진에 더 많은 권한을
우선 디즈니는 아래의 3가지 부문으로 재편돼요.

  1. 스트리밍, TV, 영화 등 전 세계의 디즈니 미디어와 콘텐츠를 관리하는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2. 스트리밍 서비스 ESPN+ 등 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ESPN
  3.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와 리조트, 크루즈, 게임 및 출판 사업 등을 감독하는 DPEP(Disney Park, Experiences and Products)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디즈니의 수익 개선을 위해 ESPN을 분사할 것을 요구해왔어요. 하지만 아이거는 "ESPN이라는 브랜드와 그 프로그램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다"라면서 오히려 독립 사업부로 만들었죠. 스포츠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ESPN을 가지고 있는 것이 디즈니의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업을 지속할 수익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콘텐츠 배분을 위해 만들어졌던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는 완전히 사라져요. 체이펙은 콘텐츠 조직이 예산 및 공급에 대한 결정권을 가졌던 기존의 디즈니 사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 이를 담당할 별도의 조직을 만들면서 콘텐츠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는데요. 

콘텐츠 조직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회사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디즈니의 경쟁력인 '창의성'이라고 생각하는 아이거는 원래의 방식처럼 콘텐츠 제작, 유통, 마케팅, 수익화 등 대부분의 권한을 콘텐츠 조직에 돌려주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피할 수 없는 비용 절감
스트리밍 사업의 손실도 줄어들었고, 4분기 실적이 기대보다는 좋았지만 향후 55억 달러(약 6조 974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그중 한 가지 방법은 테크 업계에도 불어닥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에요. 디즈니는 전 세계 직원의 약 3%에 해당하는 약 7000명을 해고할 예정이고요. 25억 달러(약 3조 1720억 원)를 절감하겠다는 비콘텐츠 사업(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 등)에서는 이미 10억 달러(약 1조 2690억 원) 규모의 감축이 진행 중이에요.  

스포츠를 제외한 콘텐츠 사업에서도 30억 달러(약 3조 8600억 원)의 비용을 줄일 거예요. 이를 위해 이전보다 더 적은 수의 쇼와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가장 성공했던 프랜차이즈인 <토이스토리>와 <겨울왕국>을 비롯해 <주토피아>의 속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었던 브랜드와 프랜차이즈에 집중하겠다고 했어요.

반면, 디즈니의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의 미래는 명확하지 않아요. 현재 훌루 지분의 3분의 2는 디즈니가, 3분의 1은 컴캐스트가 가지고 있어요. 체이펙이 훌루의 완전한 지배권을 가지고 싶어했고 디즈니는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3종(디즈니+, ESPN+, 훌루) 통합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지면서 2024년에는 디즈니가 남은 훌루의 지분을 모두 살 것으로 예상되어 왔는데요. 

아이거는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상태"라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어요. 현재로서는 지분을 판매하고 남은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가입자 증가보다는 수익성에 집중
디즈니의 4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8% 증가한 235억 1000만 달러(약 29조 8290억 원)를 기록했어요. 하지만 디즈니+ 가입자는 출시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어요. 작년 4분기 기준 1억 6180만 명으로 3분기 대비 240만 명이 줄었죠. 주요 이유로는 광고 없는 구독제의 요금 인상과 인도 크리켓 프로 리그(IPL)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큰 시장인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구독자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요. 

디즈니+가 2024년까지 2억 1500만~2억 4500만 명의 구독자를 데려오겠다는 목표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와요. 하지만 아이거는 우선 콘텐츠 조직이 회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회사를 재편하고,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통해 스트리밍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조직 개편을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밥 아이거는 복귀한 이후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자신들에게 이사회 자리를 내놓으라고 디즈니를 압박했던 행동주의 펀드인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Trian Fund Managemant)도 더는 싸움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어요. 디즈니가 보여준 이번 조직 개편과 비용 절감 계획뿐만 아니라 트라이언의 주요 요구 중 하나인 주주 배당도 올해 내 실시하겠다고 하면서 물러선 것이죠. 이제 사업 운영과 경영에 집중할 환경도 마려되었어요.

물론 밥 아이거가 성공적으로 회사의 방향을 다시 잡고 실적까지 챙기면서 역시나 잘 돌아왔다는 궁극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올해의 파고를 넘어야 해요. 디즈니의 개편은 이제 시작인 것으로 보입니다.
By 핀핀
* 미디어 산업의 이슈를 두루 전합니다.
☕️ 여전히 실적이 좋은 경쟁자 상황 
가입자 증가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두어달라는 주문은 넷플릭스가 얼마 전부터 먼저 해왔어요. 지난해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한 이후로 위기감을 느낀 넷플릭스는 구독 이외의 새로운 수익화 전략을 찾고자 노력했어요. 그리고 빠르게 도입한 광고 포함 구독제 덕분에 4분기 가입자 수는 (예상 수치였던 457만 명을 훌쩍 넘어선) 766만 명 증가했죠.

하지만 넷플릭스 광고가 다른 플랫폼에 비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광고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광고 사업의 성과가 어떻게 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에너지] #러시아에너지 #비중감소
3. 힘 빠지는 러시아 에너지
지난주에 러시아는 3월부터 석유 생산량을 5% 줄이겠다고 발표했어요. 이는 최근 러시아 석유에 대한 수입 금지와 가격상한제 적용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한 제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 한 것인데요. 일시적으로 석유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은 이전처럼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이전처럼 석유와 가스가 러시아의 강력한 무기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돼요.  
의존도 낮춘 유럽 상황
유럽은 가스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원유를 성공적으로 줄여왔어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가장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30%가 넘던 러시아산 수입량 비중이 10월에는 17%로 줄어들었어요. 같은 기간 프랑스는 거의 20%에서 6%로 줄었고, 영국도 20%에 가까웠던 비중이 이제는 거의 0%가 되었어요. 미국 역시 한 때 러시아 원유가 수입량의 10%에 이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입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수출 시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고, 새로운 시장인 인도 시장 등으로의 수출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더 큰 수렁에 빠지는 러시아의 모습도 얼마 전에 전해드렸는데요. 에너지 무기화는 실패하는 중이고, 이번에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시적으로 러시아의 액션이 시장에 영향을 주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모두가 느끼고 있어요. 

꼬일 수밖에 없는 스텝
러시아는 1월에 재정수지 적자가 1조 8000억 루블, 달러로 환산 시 약 250억 달러(약 31조 7250억 원)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1월의 약 20억 달러(약 2조 5830억 원) 대비 12배 넘게 폭등한 것이죠. 그리고 2023년 재정수지 적자 계획의 약 60%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석유와 가스로 벌어들이는 돈이 지난 2021년 대비 46.5%나 감소했고, 전체 재정수입은 35.1% 감소했어요.

러시아는 재정수입의 45%가 석유와 가스 판매에서 나오는 중인데,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전쟁을 위해 투입하는 돈은 계속 늘려나가는 중이죠. 현재로서는 무기 생산이 산업 생산을 보충하고, 고용도 창출하는 중이라고 분석돼요. 하지만 이미 겪고 있는 경기 침체가 더 심화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어요. 

2023년 재정수입은 러시아의 벤치마크 우랄(Ural) 원유가 배럴당 70.10달러에 판매되는 것을 기준으로 책정되었는데, 현재 인덱스 가격은 50달러 이하이고, 실제로는 더 낮은 가격에 판매가 되는 것으로 예상돼요. 가격상한제의 영향이 아니라 제한된 수출 시장이 큰 요인이죠. 

이번 수출량 감소 조치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모습은 앞으로 러시아가 재정수입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을 예상하게 해요. (다만 러시아는 현재 우랄 원유 가격이 러시아의 실제 수출 가격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새로운 가격 지표를 연구 중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버틸 수 있지만
물론 러시아는 아직 버틸 수 있는 돈이 남아 있어요. 경기 침체를 넘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기 위한 준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에 쌓아 두었어요. 석유와 가스 판매로 축적한 러시아 국부 펀드에는 현재 1550억 달러(약 196조 6950억 원)가 남아 있는데, 이는 GDP의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에요. 이는 재정수지 적자를 채우고 계속 전쟁을 이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죠. (물론 채권 발행 등으로 계속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전쟁을 길어지고 있고, 국제 사회의 공조는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는 중이에요. 앞으로 이 움직임들의 효과는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요. 더군다나 믿었던 석유와 가스의 무기화의 유효 기간도 이제 다한 상황이에요. 

현재 기존에 당연했던 에너지 공급 체계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크게 뒤바뀐 상황인데요. 전쟁이 계속되면서 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뒤바뀐 에너지 시장의 구도가 계속되고 굳어진다면 세계 시장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에너지 상황 업데이트
유럽과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상황, 그리고 이에 따라 다시 큰 수익을 내는 기존 에너지 산업의 모습을 꾸준히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이에 따라 에너지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변해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을 통해 전할 예정이에요. 평소 큰 이목이 쏠리지 않지만 늘 중요한 에너지 산업이 왜 지금 더 집중해서 봐야 하는지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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