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크가 계속 바꾸는 비즈니스 풍경

1. 피그마는 인수될 수 있을까?, 2. 빅테크 손잡는 벤츠, 3. 타임의 커머스 사업
오늘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세기의 인수합병 '빅딜'의 현황을 먼저 살펴보고요. 이어서 벤츠가 빅테크에게 손을 내민 이유, 그리고 타임도 시작하는 커머스 사이트가 무슨 의미인지 짚어볼게요.   

+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 서한이 나왔죠. 이번 주 롱폼 아티클로는 [부엉이의 차트피셜]을 통해 이번 주주 서한을 분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샷 추가하시면 받아보실 수 있어요.

[빅테크] #어도비피그마 #MS액티비전
1. 막힐 가능성 커지는 세기의 빅딜
지난해 9월 테크 업계를 넘어 전체 산업을 깜짝 놀라게 했던 어도비(Adobe)의 피그마(Figma) 인수 소식, 기억나시나요? 어도비가 무려 20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28조 6800억 원)에 피그마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 인수합병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는데요.

이 빅딜이 무산될지도 모릅니다.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 소송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3월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단독 보도했어요. 규제당국이 보기에 어도비가 피그마를 인수하는 게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독점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는 거죠.

규제 기류는 앞서 있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이 딜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보도됐어요.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EU 소속 상당수 국가가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에요. 영국 당국도 해당 거래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었고요.

두 회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딜이 반경쟁적이라는 우려에 반박했어요. 두 성명의 내용은 비슷했는데 "피그마는 협업 툴이고, 어도비는 사람들의 창의적인 표현을 지원하는 회사"라며 "우리는 (같은 분야의 결합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강점으로 소비자에게 더 큰 가치를 창출하려는 것"이라는 취지였죠.
현재 어도비-피그마, 마이크로소프트-액티비전블리자드 모두 인수합병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불확실해진 상황이에요. © 피그마, 액티비전블리자드
경쟁자 인수 vs 독점 강화 아님
바라보는 사람들의 해석은 일단 엇갈립니다. 반경쟁 우려가 다소 있다고 보는 이들은 피그마가 ‘어도비 XD’(Adobe XD)의 경쟁 제품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죠. 피그마는 주로 앱이나 웹 서비스의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할 때 사용하는데, 이 분야에서 하나의 강자이던 XD와 같은 역할을 해요. 반경쟁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은 어도비가 피그마의 영향력이 더 커지기 전에 인수해버린 것 아니겠냐고 해석하죠.

반대로 반경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은 해당 시장에서 어도비 XD가 절대 강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웹 및 앱 디자인 분야의 절대 강자는 네덜란드 기업 스케치BV가 만든 '스케치(Sketch)'였는데, 피그마에게 왕좌를 빼앗긴 서비스는 바로 스케치입니다.

만약 어도비가 독점하던 시장에서 피그마가 치고 올라오자 어도비가 인수로 이를 막았다면, 분명한 반경쟁 및 독점 강화겠죠. 그러나 이번 딜은 그러한 케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반경쟁이 아니라는 게 반박하는 쪽의 논리입니다.

어도비도 같은 논리를 펼치며 자신들의 주요 제품은 사진 및 영상 편집툴인 '포토샵'과 '프리미어'이며, 피그마는 이 분야의 경쟁자가 아니었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인수와 닮았다?
블룸버그는 이번 딜이 페이스북(현 메타)의 2012년 인스타그램 인수를 생각나게 한다고 짚었어요.

페이스북은 당시 설립한 지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1조 2000억 원)에 인수했는데요. 당시 규제 당국은 별다른 추가 조처 없이 해당 인수를 승인했어요. 페이스북은 텍스트 위주 소셜미디어이고 인스타그램은 사진 편집 및 공유 앱이라고 봤다는 해석이 전해졌죠.

당시에는 수직 결합, 즉 같은 경쟁시장 안에서의 인수합병 외에는 대부분 허용해주던 분위기였어요. 웹에서 모바일로 막 넘어가던 시기라 플랫폼이 얼마나 커질지에 대한 우려 내지는 상상이 부족하던 시기였고,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기도 했죠. (오바마 행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외 자본을 미국 내로 투자 유치하던 테크 기업들에 우호적이었어요.)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 소셜미디어 시장은 물론, 디지털 광고 및 인플루언서 시장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와요.

미국 빅테크 기업의 몸집 키우기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는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2021년 임명된 직후 시작한 작업도 바로 이 거래를 뒤집고자 하는 소송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 SNS 시장을 60% 이상 독점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해야 한다고 소송을 냈어요.

이 소송은 FTC의 주장 근거가 부실하다는 법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지만, 증거를 보완한 FTC가 다시 소송을 제기해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오랜 반독점법 논리의 변화
리나 칸 FTC 위원장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독점이 아니다" 즉 소비자 후생을 해치지 않으면 독점이 아니라는 미국의 오랜 반독점법 논리가 더는 기업들의 독점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어요. 그는 소비자에게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판매자에게 높은 요율을 매겨 수익을 증대할 수 있는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의 특징을 반영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칸 위원장이 제시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인수합병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게 만들었는데요.

사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독점이 아니다"라는 과거 규제 아래서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은 마음 놓고 인수합병을 할 수 있었어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 2021년까지 인수한 기업의 수는 각각 123개, 111개, 268개, 105개에 달했습니다. 자신들의 사업 영역과 겹치는 인수 건수도 각각 27개, 40개, 81개, 28개가 있었고요. 빅테크 기업이 역사상 가장 많은 M&A에 성공한 해가 2021년이에요.

그러나 바이든 정부 출범 및 칸 위원장 부임 이후로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M&A는 전례 없이 까다로운 절차를 밟게 됐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이죠. FTC가 "칩 설계도를 제공하는 ARM과 이를 공급받아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의 결합은 다음 세대의 기술 경쟁을 저해한다"라고 지적하며 제소에 나섰고, 영국 정부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어요. 이에 사업 타격을 우려한 엔비디아가 지난해 초 인수를 철회했습니다.

MS-액티비전 인수도 가시밭길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도 발표 당시에는 687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82조 원)의 빅딜이 역사에 새겨질 것처럼 보도됐지만, 최근에 가시밭길을 걷고 있어요. 커피팟은 일찍이 이런 분위기가 커지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죠.

우선 EC가 해당 인수에 반독점 경고를 제기했어요. 지난 11월에 심층 조사를 해보니 MS가 액티비전의 인기 게임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를 독점할 가능성이 발견되었는데요. EC는 "이는 게임 시장의 경쟁을 감소시켜 가격 상승 및 혁신 감소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죠.

미국 FTC도 내부 법원의 행정법 판사에게 해당 인수에 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예요. 연방 법원에 제기하지 않은 이유는 내부 제소로 우선 시간을 끌면서 다른 국가와 기업들의 반응을 계속 지켜보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와요.

일본 기업인 소니, 영국 및 유럽의 여러 게임사 등 이번 딜에 영향을 받는 국가와 기업이 많으니까요. 미국에서는 심지어 10명의 게이머들이 변호사를 선임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어요. 현재 MS는 EC가 문제 삼은 콜 오브 듀티 게임을 경쟁사인 소니, 닌텐도, 밸브에게도 장기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등 방어 논리를 펼치며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상황이에요.

콜 오브 듀티에 관해 강력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영국 경쟁시장국(CMA)이 이번 '인수 게임'의 향배를 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콜 오브 듀티 IP를 따로 매각하는 등 인수합병의 구체적인 형태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브렉시트 이후로 영국 CMA가 과거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밀어붙이며 빅테크를 견제하고 있다고 짚었어요.

여러 해석을 낳은 메타의 승소
이처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이 다시 분리될 가능성,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까지 철회될 가능성이 생기며 시장은 또다른 변수를 맞이했어요. 

그러나 최근 메타가 FTC에 승리를 거두는 판례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메타의 위드인(Within) 인수를 저지하려는 FTC의 소송이 기각으로 끝났는데요. 위드인은 VR 피트니스 앱 ‘슈퍼내추럴'을 만드는 곳이고, 메타는 2021년 인수를 발표했죠. 이에 FTC는 VR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는 인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는 리나 칸 위원장이 빅테크를 상대로 제기한 첫 번째 소송이었어요.

에드워드 다빌라 판사는 인수를 중단해달라는 FTC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메타가 VR 피트니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수단이 인수밖에 없었다"고 판시했어요. 이 판결은 법적으로 메타의 반경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었지만, FTC가 본안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우선은 메타의 승리로 끝났어요.

밴더빌트 로스쿨의 레베카 호 앨런스워스 교수는 판결에 대해 뉴욕타임스에 "인수합병 규제를 강화하려는 행정부와 FTC에게 타격을 입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인수의 반경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FTC의 이론을 인정한 판례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왔어요.

FTC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항간의 시선처럼 리나 칸 위원장의 빅테크 인수합병 규제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 것인지, 그의 3년 차 임기를 올해도 주목해야겠습니다. 칸 위원장의 임기는 2024년 9월까지입니다.
By 데니스
*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이야기를 전합니다.

[전기차] #소프트웨어 #엔비디아 #구글 
2. 벤츠가 빅테크와 손잡는 이유
벤츠가 OS(Operating System) 구축 로드맵을 밝혔어요. 자체 OS를 구축은 하되 글로벌 유수의 테크 회사들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개발한다는 계획이에요.

자체적인 역량만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테슬라와 경쟁할) 높은 완성도의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고, 미래 수익을 위해 OS 주도권을 완전히 내어줄 수는 없어 내린 절충안으로 보여요.
엔디비아 CEO 젠슨 황과 벤츠 CEO 올라 칼레니우스가 함께 전략적 제휴를 설명했어요. (이미지: 메르세데스-벤츠)
실리콘밸리에 맡긴 소프트웨어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는 지난 2월 22일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인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서 MB.OS (벤츠 OS) 구축 계획을 밝혔어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실내 환경, 주행, 충전 등 차량 전반을 제어하는 OS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이에요. 물론 OTA(Over-The-Air, 차량의 전자 제어 장치 소프트웨어를 무선 통신을 통해 업데이트하는 것) 업데이트도 가능하고요.

벤츠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개발은 엔비디아와, 레이저 기반의 레이더 시스템 개발은 루미나와 함께 개발해 운전 보조 기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에요. 아마존, 애플 등 다른 테크 기업과도 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하고요. 

벤츠는 2025년까지 연구개발비 25%를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에요. 벤츠가 소프트웨어 구축에 이런 큰 투자를 하는 이유는 자동차도 이제 PC나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하드웨어가 줄 수 있는 부가 가치가 구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벤츠는 차량 구독, 소프트웨어 유료 업그레이드, 직접 판매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106억 달러(약 14조 원)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참고로 UBS 리포트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의 총 가용 규모는 최대 7000억 달러(약 923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쉽지만 새롭고 어려운 기술
OTA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도 늘 접하는 제품에 적용된 기술로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기존 제조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통신 방식은 아니었어요. 테슬라는 전기차 전문 회사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개별 차량과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파워트레인 등 섀시의 성능까지 제어하는 OS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했어요. 

전통 자동차 회사들이 기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연기관 차량에 사용하는 시스템과 통신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는 각종 부품사와도 협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테슬라와 같은 시스템을 발 빠르게 도입하기 어려운 구조였어요. 물론 자동차 회사들이 소프트웨어의 영역에서는 애플이나 구글의 OS에 익숙한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만큼의 역량을 갖추는 것은 당연히 어렵기도 하고요.

일례로 폭스바겐은 카리아드(CARIAD)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하고 아우디, 포르쉐 등 폭스바겐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환경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는 중인데요. 아직 결과는 장담할 수 없고, 일정 수준의 만족도를 선사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전기차인 ID.4에 적용된 소프트웨어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최근에는 아우디, 포르쉐의 신규 모델 출시도 미뤄졌는데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OS를 제때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어요.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의 부진으로 인해 얼마 전 전 CEO인 허버트 디에스가 교체되었다는 해석도 있고요.

해야 하는 현실적인 타협
벤츠는 테크 기업들의 역량을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에요. 현재로서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할 수도 없고, 그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기도 해요. 이미 테슬라라는 (특히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큼은) 강력한 선구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벤츠가 모든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직접 디자인하고 고도의 기술 역량을 쌓기에는 시간이 늦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정한 셈이죠.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기술 영역은 적극적인 제휴를 맺어 나가겠다는 접근이에요. 현재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직접 개발할 기술이나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배터리 회사들과 합작회사를 세워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고 벤츠가 OS 주도권을 모두 기술 회사에 넘기는 것은 아니에요. 벤츠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3000명을 추가 고용한다고 밝히며 기술력을 내재화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 벤츠는 또 2021년 9월 독일에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 사용 승인을 받았고,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에서도 레벨3 사용 승인을 받으며 필요한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어요. 

물론 일부 도로에서 시속 64킬로미터 이하로 주행해야 하는 조건은 있지만, 다른 회사들을 제치고 먼저 레벨3를 승인받은 것은 놀라운 성과예요. 벤츠는 2025년 이 드라이브 파일럿을 S클래스에 적용해 판매한다는 계획입니다.
* 자율주행의 레벨은 크게 0에서 5단계로 나뉘는데 레벨3부터는 시스템 다운 등 특정 상황에 운전자가 개입하는 것을 제외하고 차량이 온전히 운전을 하는 단계로 진정한 의미의 핸즈프리 운전이 실현되는 단계예요.

격해질 테슬라 따라잡기
다른 제조사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OS를 준비 중이에요. 스텔란티스도 2021년 말 소프트웨어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BMW, 웨이모와 협력해 자율주행 능력을 장착하고 전 차량에 OTA 식의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 파트너십을 체결했어요. 올해 2분기에 프로토타입 차량으로 시범 주행을 시작하고 2024년 말에는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에요.

포드, 혼다, 볼보, 폴스타 등은 직접 OS를 개발하기보다는 인포테인먼트와 에어컨 등의 일부 전장관리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라는 OS(AA.OS)를 구글로부터 구입해 장착하고 있어요. GM은 일부 차량에 AA.OS를 장착하고 있으면서도 OS와는 별개로 자체적인 자율주행 능력 확보를 위해 자회사 크루즈를 통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어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현재 점하고 있는 우위는 생산량이나 영업이익 수준만으로 설명되지 않아요.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자체 OS를 운용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는 점이 큰 경쟁력이죠. 최근 여러모로 경쟁력을 두루 갖춰가고 있지만,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아직 한참 후발주자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들은 뒤늦게나마 이제 테크 기업들의 역량까지 활용하면서 온 역량을 다해 따라가겠다며 나섰는데요. 다른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듯이 테슬라가 멀찌감치 앞서 있다고 보는 소프트웨어의 영역에서도 경쟁사들이 어떠한 성과를 내며 따라가는지가 앞으로 격해질 전기차 레이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By 캐롤라인
*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이슈를 전하고 있어요.

[미디어] #커머스 #콘텐츠
3. 커머스 사업에도 나서는 타임
미국 주간지 타임(Time)이 콘텐츠 광고 기업인 타불라(Taboola)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타불라 턴키 커머스(Taboola Turnkey Commerce)'라는 타불라의 새로운 사업과 협업하는 커머스 사이트를 오픈하는 것인데요. 개인 금융에 특화된 콘텐츠와 홈 테크, 패션, 여행 관련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타임은 왜 커머스 사이트를 만드는데 나선 것일까요?
디지털 전환 단계를 넘어섰고, 이제 필름과 TV 프로그램 제작이 핵심이 되기도 한 타임은 이제 커머스도 하기 위해 나섰어요. © 타임
이제 콘텐츠가 곧 커머스 사업
타불라는 콘텐츠 큐레이션과 네이티브 광고(해당 사이트 고유의 디자인에 맞게 제작된 광고 아닌 듯한 광고) 솔루션으로 유명한 기업이에요. 사용자의 관심사에 기반해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 피드를 노출하는 타불라의 기능을 많은 미디어가 사용 중이고, 타임도 그중 한 곳이죠.

타불라는 이제 각 미디어와 연계된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2021년 9월에는 이커머스 운영 플랫폼인 커넥시티(Connexity)를 8억 달러(약 1조 550억 원)라는 큰돈을 주고 인수했어요. 당시에 "미국 퍼블리셔의 60% 이상이 이커머스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상황에서, 모든 퍼블리셔가 이커머스 수익을 확대할 전략을 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미디어 기업들과 협업해 온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린 것이었죠.

다양한 미디어가 커머스 사이트를 운영 중이고,핀터레스트가 제품 카탈로그의 역할을 자처하고, 복스 미디어가 뉴스레터를 통한 이커머스를 점점 키우고 있듯이 미디어 영역 전반에 기존의 콘텐츠 사업과 커머스를 연계하는 다양한 흐름은 계속 주목받아왔는데요. 미래 성장의 핵심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사업에 대해 타임은 기존의 콘텐츠 광고 역량에 더해 커머스 콘텐츠 제작 역량도 확보한 타불라의 손을 잡은 것이에요.

더해가는 새로운 수익원
타불라는 타임닷컴(time.com)에 포함되는 새로운 커머스 사이트에 서비스 및 제품에 대한 리뷰, 하우투(how-to) 가이드와 사용설명서 등의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해요. 타임은 그간 쌓아온 "신뢰도 높은 콘텐츠 제공자"의 이미지에 부합하면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유려하게 상품을 추천하고 제휴 광고 판매 등을 통해서 수익을 키울 방법을 만들어 나가려는 것이죠. 5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맺고 새로운 사이트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요. 

최초 보도를 한 악시오스에 의하면 타임의 테크와 디지털 팀 인원뿐만 아니라 편집국과 최고 경영진이 함께 프로젝트를 리딩할 예정이에요. 타임의 레거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협업을 통한 새로운 수익 드라이버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타임은 이제 필름과 TV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는 타임 스튜디오가 전체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면서 최대 수익 드라이버가 되었는데요. 기존의 종이 잡지 사업과 디지털 구독 사업 외에도 이제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넓힐 수 있는 사업 범위를 점점 더 키워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타임 스튜디오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사업이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붐과 함께 성장했듯이, 타임은 이커머스 사업이 지속 성장하며 회사를 지탱해 줄 드라이버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계속되는 변신 혹은 진화
타임은 2018년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와 린 베니오프에 인수된 후, 기존 잡지 사업을 넘어 디지털 사업을 확대하고 수익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해 왔죠. 그 결과 2019년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했던 출판 사업의 매출 비율은 44% 미만으로 줄었고, 4년 만에 타임의 수익성은 개선되었어요. 

작년에는 마케팅 웹사이트를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가진 회사브랜드캐스트(Brandcast)를 인수했는데, 이 또한 디지털 전환에서의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볼 수 있어요. 

이번 커머스 시장 진출로 타임은 디지털 미디어 사업자가 진행할 수 있는 핵심 비즈니스에 모두 진출한 셈인데요. 레거시를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디지털 사업들을 더해가며 점점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기업이 되어가는 중이에요. 앞으로도 타임 표지의 정통성은 유지해 가는 콘텐츠 사업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계속 확대해 나가려 할 텐데요. 변신과 진화 모두 진행하는 중입니다.
By 핀핀
* 미디어 산업의 이슈를 두루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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