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지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일

1. 또 원유를 감산한 이유, 2. 공유 킥보드 시장은 커질까? 3. 바이트댄스라 큰 기대감
오늘은 오펙 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 영향 그리고 이에 따라 또 영향받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 대해서 먼저 살펴봤고요. 이어서 프랑스 파리에서 퇴출당했지만,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공유 킥보드와 관련 시장 현황, 그리고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내놓은 레몬8이라는 소셜미디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모습을 전해드립니다.

+ 샷 추가하사면 곧 이어질 이야기들도 받아보실 수 있어요!

[에너지] #원유감산 #오펙플러스
1. 한 가지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일
지난주 오펙 플러스(OPEC+)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하에 추가 원유 감산 결정을 내렸습니다.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에 약 120만 배럴의 생산을 줄이기로 했는데요. 이는 즉시 석유 가격 상승을 견인했고, 현재 가격은 브렌트유 기준 85달러에 다시 이른 상황이죠.

지난 10월에도 오펙 플러스는 (미국의 뜻과는 반대로) 11월부터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 결정을 내리기도 했었죠. 인플레이션 잡기에 주력하던 미국은 사우디가 석유 가격 상한제를 비롯해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결탁했다고 비판하며 둘 간의 갈등이 커져 왔고요.

당시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2023년 1분기에 115달러 이상 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고, 대표적인 기관들 대부분이 석유 가격의 큰 폭 상승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수요와 가격은 계속 하락했고 사우디가 기대했던 효과는 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난 감산은 예상만큼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지만, 가격이 하향세를 찾은 와중에 또 내린 이번 감산 결정은 사우디가 미국의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고 석유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와 자신감)를 또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되죠. 과연 사우디가 의도한 대로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이들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킹덤 센터의 모습이에요. 사우디의 대대적인 프로젝트는 이제 뉴욕시의 33배가 넘는 크기의 도시를 짓는 것을 목표로도 하고 있죠.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석유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경제 체제를 다양화하기 위한 사업이고요.
미국 눈치를 이제 안 보는 중
사우디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석유 수요가 줄어들었고, 가격이 지속 하락하자 배럴당 65~70달러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3월 들어 일어난 SVB 파산의 영향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석유 가격 하락이 가속되자 사우디 주도의 오펙 플러스가 모두가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 결정은 사우디가 한 가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바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우디 퍼스트’ 정책 노선을 확고히 하는 것입니다. 사우디는 현재 큰 화제가 되었던 미래 도시 프로젝트인 '네옴 시티’ 외에도 추진 중인 다수의 기가 프로젝트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석유 가격이 방어되어야 하기도 해요

사우디 왕세자이자 총리인 무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빈 살만 혹은 MBS)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외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는데요.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미래 사업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자금 흐름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석유 가격이 일정 수준 떨어져도 사우디가 돈이 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의 감산 결정도 이대로 가다가는 석유 가격이 50달러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자체 분석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는데 향후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었다고 분석되었습니다.

물론 사우디가 오펙 플러스를 리드하며 석유 시장을 등에 업은 진정한 '운전자'로 자리 잡고 그 힘을 계속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미국과의 관계도 점점 더 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도 보여요.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전쟁을 벌여 제재를 받으며 경제 상황이 점점 힘들어지는 러시아에게 또 한 번 석유 가격 상승이라는 선물도 결과적으로 안겨주게 되면서 말이죠.

의도대로 되지 않는 중이기도
하지만 이번 감산 결정도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에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포착되고 있기도 합니다. 상승이 예상보다 제한적이고, 감산량이 다른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외에도 이란,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브라질, 나이지리아, 그리고 가이아나 등지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짚었어요. 이들은 사우디, UAE, 이라크, 그리고 러시아를 필두로 한 대형 산유국들보다 생산 규모가 크게 작지만, 감산량 만큼을 충당할 정도로 지난해부터 증산을 이어오고 있어요. 

특히 나이지리아의 경우, 파이프라인 훼손과 이를 통한 강도 등이 지속되면서 생산량이 줄었는데요. 파이프라인이 아닌 경비대가 배치된 바지선을 통해 석유를 나르면서 증산이 다시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지난해 8월에 100만 배럴 밑으로 내려갔던 생산량은 현재 13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되었죠. 나이지리아는 오펙 멤버이기도 하지만 할당량보다 한참 낮은 생산량을 보여왔기에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최근 생산 최대치를 찍은 지난 9월 이후 사우디가 하루에 총 56만 배럴을 감산하고, UAE, 쿠웨이트, 이라크가 각각 10만 배럴이 넘게 감산을 했지만, 이들이 감산한 것만큼이나 위 국가들에서의 증산이 이루어졌어요. 

시장에서는 이런 구도가 유지될지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줄어든 생산량을 충당하면서 이익을 보는 국가들이 있다는 것이죠. (위에서 이야기한) 나이지리아처럼 불안정한 상황에 따른 큰 변수도 있어 이들이 생산량 증대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장의 틈새를 이들이 계속 채우려 들 것으로 보입니다.

쓸 수 있는 카드 쏠쏠히 쓰는 중
사우디아라비아가 꾸준히 (미국의 행보와는 괴리된)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것도 그럴만한 이유들이 쌓여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에요.

 미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산업에 대대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IRA와 같은 법안을 내놓고, 산업을 재편하면서 화석 연료의 사용을 더 빨리 줄여나갈 수 있는 기술과 전환을 추진하는 중이죠. 이런 움직임은 석유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중동의 큰손들이 (드러내지는 못한) 불안감과 불만을 쌓게 했어요.

또 석유 가격 안정을 위해 전략 비축유까지 계속 방출한 미국을 보면서 사우디는 특히나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알려졌고요. 이에 사우디가 국제정치 지형을 활용하면서 독자적인 노선을 강화해, 사우디의 석유 정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도 이제는 거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분석되기도 합니다.

사우디 또한 '탈석유'를 외치면서 대대적인 프로젝트들로 산업 체제를 변화 시키려는 준비를 하고, 해외 기술 기업들과 각종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 해도 그 속도는 결국 석유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놓을 리 없는) 강력한 수입원이 되어야 하고요. 결국 사우디는 자신들의 거의 유일한 무기이자 강력한 무기인 석유를 레버리지 삼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사작된 이후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는 와중에 협상력을 더 높인 것이에요.  

이들은 중국과의 관계도 강화하는 중이고, 이란을 비롯해 튀르키예와 카타르 등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면서 자국 이익을 위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사우디와 이란은 7년 만에 고위 정부 관계자 간 공식 대화를 진행했어요) 미국은 사우디라는 우방을 중국에 빼앗길 수 없기에 강한 액션을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요.

계속 줄타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사우디가 계속해서 미국과 반대되는 행보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시선은 엇갈립니다. 이번 감산에 대해서 미국의 눈에 띄는 대응이 없지만, 만약 이로 인해 석유 가격이 다시 오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면 압박이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요. (국방력의 큰 부분을 여전히 미국에 기대는) 사우디도 이를 알고 있고 선을 지키려 할 것이라는 게 석유 시장과 관련 국제 정세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고요.

또 (앞서 언급했지만) 다른 나라들이 감산량을 충당하면서 사우디의 감산 액션은 생각보다 큰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역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효과는 못 내고 협상력을 높여주지 못한다면 우방과의 관계 악화라는 결과만 남게 되고, 이는 특히 사우디 그리고 누구에게도 좋지 못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급해지면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 시장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특히나 전쟁을 비롯한 여러 요인들이 다시 기존 에너지 패권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주고 있는데요. 지금은 국제정치 지형도 아주 빠르게 바꿔 가는 중입니다. 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관계가 급격히 변하고, 잘 지내기 어려울 것 같았던 관계가 개선의 물꼬를 트는 일들이 일어나면서요.

물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서 그리고 그 셈법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치열한 물밑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사우디는 (현재로서는) 자신들이 중간에 서서 쓸 수 있는 카드를 쏠쏠히 쓰면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빌리티] #파리퇴출 #전동킥보드
2. (또) 다가온 공유 킥보드 운명의 시간
프랑스 파리가 주민투표를 통해 공유 전동 킥보드(rental e-scooter)를 시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유 킥보드는 이용자들에게는 라스트마일(Last Mile)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지만, 안전과 도시 미관 등의 문제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하죠.

전 세계를 대표하는 주요 도시인 파리에서 퇴출이 결정되면서 다른 국가와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이번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는데요. 이래저래 진통을 겪고 있는 공유 킥보드 시장의 현황을 짚어봅니다.
공유 킥보드는 파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 큰 컴백을 했어요. 미국의 라임과 독일의 티어 등이 대표적이죠.
그래도 큰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
공유 킥보드는 대표적인 퍼스트 마일(First Mile) 및 라스트 마일(Last Mile) 마이크로모빌리티입니다. 마이크로모빌리티란 차량으로 이동하기에는 짧고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를 이동하는 데 이용되는 수단이고, 퍼스트마일・라스트마일이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정류장과 집 현관문 사이를 연결하는 구간이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마이크로모빌리티 중에서도 전동킥보드는 시장성이 두드러지는 제품입니다. 개인 소유와 구독형, 공유형을 모두 합쳐 40억 달러(약 5조 2800억 원)가 넘는 시장으로 추산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이 10~30% 이상으로 전망되죠.

이러한 시장 가능성 덕분에 대표적인 공유 킥보드 회사인 버드(Bird)와 라임(Lime)이 각각 25억 달러, 24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2019년 유니콘(10억 달러 이상 가치 스타트업)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우버(Uber), 리프트(Lyft) 등 모빌리티 기업은 물론 포드, 다임러 등 완성차업체들도 전동킥보드 스타트업에 전략 투자하는 등 이 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죠.

그러나 수명이 짧은 킥보드의 유지・관리 비용이 높고 유저들이 지불하는 비용(객단가)이 낮아서 시장성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했습니다. 차량과 드론 등 다른 모빌리티와 비교했을 때 기술이나 데이터 차원의 혁신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했죠.

코로나19 팬데믹은 전동킥보드 회의론 불씨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사람들이 집 밖에 나가지 않게 되면서 킥보드 이용도 자연스레 급감했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0년 초 공유 킥보드 이용량은 3개월 만에 거의 100% 감소했는데요. 라임의 기업가치는 24억 달러에서 1년 만에 5억 1000만 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했습니다. 1년여 만에 버드는 30%, 라임은 13%의 직원을 해고했고 해외 시장에서 대부분 철수하며 생존을 걱정하게 됐어요. 

락다운이 풀리면서 사람들은 다시 공유 킥보드를 타기 시작했고, 생존한 주요 업체들은 매출을 서서히 회복했습니다. 버드가 수익을 부풀려서 공시해왔다고 인정한 사건이 터지면서 시장의 신뢰도를 또 한번 잃기도 하였지만, 200개 도시에서 500만 명의 활성 이용자를 재확보한 라임 등 주요업체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심 풍경을 다시 바꾸고 있죠.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인 파리가 안전 문제 등으로 공유 킥보드를 전면 금지하면서 또 한 번 시장 전망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지지하던 시장도 사고 늘자 등 돌려
공유 킥보드 업체 입장에서 파리는 지난해 1만 5000여 대의 공유 킥보드가 약 2000만 회 운행한 큰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유 킥보드와 같은 소형 이동장치로 인해 지난해 34명이 사망하고 570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죠. 2021년에 24명이 사망하고 413명 중상을 입었는데 1년 만에 수치가 더 늘어났어요.

이 때문에 파리는 몇 가지 규제 울타리를 두면서 공유 킥보드를 허용해왔습니다. 우선 2019년 16개에 달하던 업체를 이듬해 3곳으로 줄였죠. 미국 회사 라임(Lime), 네덜란드 스타트업 도트(Dott), 독일 스타트업 티어(Tier) 등 3곳만 파리에서 서비스를 지속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도 최근 마찬가지 선택을 했어요)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원래 파리에서 자동차를 줄이고 15분 안에 연결되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면서 공유 킥보드를 지지했었는데요. 공유 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늘어나고 불만을 가지는 시민들이 많아지자 등을 돌리게 되었어요.

결국 지난 2일 공유 킥보드 금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열렸고, 10만 3084명의 시민이 참여한 투표에서 89%가 공유 킥보드 금지를 지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파리는 공유 킥보드 업체들이 올해 8월까지만 서비스하도록 허용할 방침입니다.

차량 이용량 절감 효과는 입증
파리는 그동안 공유 킥보드의 효과를 검증하기에 좋은 도시였어요. 로스앤젤레스나 베를린, 런던보다 작은 도시여서 단거리 여행이나 이동이 잦은데,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공유 킥보드를 애용하며 이동의 편의를 누렸죠.
특히 업체들은 공유 킥보드가 친환경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데, 파리는 이러한 연구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왔어요.

2019년 파리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공유 킥보드는 자가용 및 개인택시로 이동하는 거리의 7%를 대체하였으며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라임에 따르면 파리의 공유 킥보드는 90%가 매일 이용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도트에 따르면 월 40만 명이 파리에서 공유 킥보드를 애용하고 있죠.

공유 킥보드는 교통 체증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교통 체증의 핵심 원인은 자동차가 상당한 면적을 차지한다는 데 있는데요. 교통 체증이 일어나는 시간대에 자동차에는 보통 1명이 타 있는데, 1인당 약 70제곱미터(폭 3.5m, 길이 20m)를 점유하는 셈이죠.

이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나 카풀을 권유하는데요. 공유 킥보드가 많아진다면 킥보드는 자동차보다 차지하는 공간이 훨씬 작으므로 교통 체증 절감에 도움이 되죠. 매일 10만 명이 킥보드를 이용하면 도로에서 9만 대의 자동차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해요. 공유 킥보드는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으니 친환경 효과도 더해지겠죠.

이 때문에 파리의 결정이 너무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파리의 이번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파리 전체 유권자의 7.46%에 불과한데요. 실제로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투표 결과라는 우려도 나왔어요. 전자투표를 허용하지 않은 점, 투표소가 적어서 줄이 길었던 점, 투표가 파리 마라톤과 같은 날 열린 점 등이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있었죠.

친환경 효과 크지 않다는 반박도
그러나 공유 킥보드의 친환경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반박도 있습니다.

파리시에서 후원하여 공유 킥보드 업체들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킥보드가 자동차 이용의 19% 정도를 대체하는 것으로 확인되긴 했지만, 자동차 대신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75%는 킥보드가 없어도 걷기나 자전거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이동 수단을 택할 것으로 조사됐어요.

또 킥보드가 많아질수록 킥보드에 탑재되었다가 버려지는 배터리도 많아지는데, 가뜩이나 수명이 짧은 킥보드의 배터리 폐기물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죠.

시각장애인들도 킥보드 퇴출을 반기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어요.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치명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익숙한 경로에 불쑥 나타나는 일시적인 장애물'인데요. 부주의하게 거리 곳곳에 놓여진 공유 킥보드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잃게 만들 우려가 있죠. 실제로 영국에서는 시각장애인 단체들이 공유 킥보드 사용에 경각심을 울리는 캠페인을 벌여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달릴 수도 있다?
공유 킥보드 시장에서는 파리의 결정이 다른 국가와 도시로 번져나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우선 마르세유 등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이 파리처럼 주민투표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해요. 뉴욕 교통센터 관계자도 "킥보드 금지에 관심이 있는 도시들은 현재까지 킥보드를 금지한 도시 중 가장 큰 곳인 파리의 사례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남겼죠.

그러나 이번 결정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파리처럼 전동킥보드를 전면 퇴출하는 도시가 빠르게 늘어나진 않고, 심지어 파리도 이번 결정을 머지않아 번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요.

우선 파리가 2024년 하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도시 미관 정비에 한창인 점, 그리고 이달고 시장이 "과도하게 환경주의를 내세운다"라는 비판을 받으며 추락했던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 등이 이번 결정의 외부 요인으로 손꼽힙니다.

정치권 핫이슈가 된 킥보드 운명
킥보드 업체들은 2026년 파리 시장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현 교통담당장관이자 여당 인사인 클레망 본 장관에게 로비 노력을 기울일 전망입니다.

그는 파리시의 결정을 "민주주의의 실패"라고까지 말하며 탈탄소 노력을 저해하는 조처라고 말했죠. 공유 킥보드를 퇴출하는 대신 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허용해야 한다면서 최소 연령 상향, 난폭운전 벌금 인상 등을 국가 계획으로 발표하기도 했어요.

파리를 지역구로 하는 여당의 실뱅 마이야르 의원도 파리의 결정을 "거대한 민주적 실패"라고 비판하며 "세대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편향적으로 조직된 투표의 패배자는 젊은 파리지앵"이라고 말했죠.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파리에서 다시 공유 킥보드를 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덴마크 코펜하겐, 캐나다 몬트리올,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경우 한때 공유 킥보드를 금지했다가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서비스를 다시 허용했어요. 런던, 로마, 브뤼셀, 두바이 등 다른 나라의 주요 도시도 킥보드 규제를 강화할지언정 퇴출은 하지 않고 있죠.

도시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리는 20세기 초 산업이 빠르게 발달한 덕에 자동차, 전차 등 도시 교통 발전의 역사에서 주요한 시험장으로 작용했다고 해요.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마이크로모빌리티의 발전 역사에서는 파리가 어떠한 기록을 남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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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니스언론사,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등에서 일했고 현재는 창업해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품과 고객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조망하고자 합니다.


[소셜미디어] #소셜커머스 #레몬8
3. 새로운 소셜미디어에 대한 기대감
지난주부터 미국 앱스토어에서 '레몬8’이라는 소셜미디어 앱의 다운로드가 빠르게 늘더니 일주일 만에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가장 많이 다운받은 앱 1위가 됐어요. 레몬8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2020년 일본에서 출시한 소셜커머스 플랫폼으로 미국과 영국에는 지난 2월에 론칭했는데요. 

클럽하우스(Clubhouse), 비리얼(BeReal)처럼 반짝 관심을 받았다가 금방 인기가 사그러들지, 아니면 틱톡을 성공시킨 바이트댄스가 또 한 번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시장에 자리 잡게 할지 초기부터 주목받고 있어요.
어디서 본듯한 화면인데, 여러가지가 섞여있어요. (이미지: 레몬8)
틱톡 + 인스타그램 + 핀터레스트? 
레몬8은 사용자의 관심사에 기반해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추천하고 제품 구매를 유도해요. 뷰티, 음악, 패션, 웰니스, 영화, 반려동물 등과 관련된 상품이나 가게, 서비스에 대한 주관적인 리뷰가 올라오는데, 인스타그램보다는 상품 판매 측면이 강화되어 있고, 핀터레스트에 비해서는 '소셜' 측면이 강조되어 있어요. 

틱톡처럼 맞춤 추천을 해주는 "포 유(For You)" 피드와 팔로우하는 계정의 포스트를 보여주는 "팔로잉" 피드도 있지만,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죠. 

기존의 소셜미디어를 조금씩 닮았는데, 레몬8이 다른 소셜미디어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라는 거예요.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서는 새로운 도시에 갈 만한 레스토랑이나 새 셔츠에 어울릴 만한 아웃핏에 대한 정보를 편리하게 검색하고 찾아내기는 어려워요.

반면, 중국의 소셜 커머스 앱은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도 모두 색인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검색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정보 검색이 더 용이하도록 만든 것이죠.

강력한 선두 주자를 따라한 제품
정보 기반의 소셜 커머스를 중국 내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곳은 '샤오홍슈(Xiaohongshu)'라는 서비스예요.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 특히 여성들은 중국 내에서 브랜드, 제품, 식당, 관광지, 심지어 코로나 뉴스나 봉쇄 정보까지도 샤오홍슈에서 검색하고 추천할 만큼 탄탄한 사용자 기반을 갖추고 있죠. 

바이트댄스는 이미 (중국의 틱톡인) 라이브 및 소셜 커머스 플랫폼 '더우인'을 가지고 있지만 샤오홍슈와 비슷한 앱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 왔어요. 2018년과 2022년에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이미 샤오홍슈가 장악한 시장에 균열을 내지 못한 채 서비스를 종료한 적 있고요.

더우인은 이미 지배적인 소셜미디어이고, 일간 활성 사용자도 샤오홍슈보다 7배나 많음에도 비슷한 앱을 계속 만드는 이유는 더 부유한 소비자들에게 도달하기 위해서예요. 샤오홍슈에 따르면 그들의 플랫폼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구매력이 있는 이들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요. 바이트댄스가 이 고객들을 데려온다면 고객당 평균 매출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요.

이런 바이트댄스의 모습은 과거 페이스북이 지속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인수하거나, 경쟁사들이 만들어 히트한 기능을 플랫폼에 이식하고 사용자를 잃지 않으며 성장한 것과 비견할 수도 있겠죠. 

해외 시장 진출은 다른 이야기 
샤오홍슈는 중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어요. 바로 이 시점에 더우인을 글로벌 서비스 틱톡으로 만든 바이트댄스가 샤오홍슈의 일부 기능을 가져온 뒤 틱톡의 성공 방정식(무한 스크롤, 맞춤형⋅팔로잉 피드 등)을 적용해 레몬8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은 거예요. 

레몬8은 2020년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약 1700만 건의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했어요. 미국에서도 벌써 425만 명의 활성 사용자를 기록하고 있고요. 사용자들의 반응이 점차 커지는 중이에요. 틱톡을 만든 회사에서 새롭게 만든 소셜미디어이며, 크리에이터가 상품 마케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받은 것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비교할만한 경쟁사가 없다는 것도 인기의 요인으로 분석돼요. 

크리에이터들과 기업은 레몬8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도 참여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다른 소셜 커머스 앱에 비해 아직까지 수익화 방안이 뚜렷한 것도 아니고, 미국이 개인정보 보호와 안보 문제 등을 이유로 틱톡을 비롯한 중국 기업 앱의 사용 금지를 확대해 나간다면 레몬8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최근 틱톡이 미국 내 사용 금지가 결국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을 보면 상황이 심상치 않죠)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다수 매체에서는 바이트댄스가 인플루언서에게 가이드와 비용을 주고 콘텐츠를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단기간에 인기 앱으로 떠오른 건 마케팅 활동 덕분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어요.

그럼에도 초기에 만들어진 빠른 성장은 여전한 바이트댄스의 영향력을 보여주죠.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성장시켰던 원동력도 일단 레몬8에 이식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사용자들의 반응은 시작되었고 이 앱이 틱톡처럼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어요. 미·중 대립이라는 큰 불확실성 앞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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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핀. 콘텐츠 스타트업을 거쳐 IT 회사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주요 미디어 플랫폼들의 동향과 새로운 미디어 스타트업들의 시도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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