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가 시작한 워싱턴포스트의 위기는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미 대선 정국에서만 30만 명의 구독자를 잃었던 워싱턴포스트는 파격적인 할인을 지속하면서 다시금 구독자 수를 회복하는 듯 했습니다. 자세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30~40만 명의 구독자를 다시 불러들였다고 하니, 전체 구독자 수 250만 명 선을 다시 회복한 듯 했죠.
하지만 지난 3월 초부터 제프 베이조스가 본격적으로 워싱턴포스트의 편집 방향에 관여를 하기 시작하면서 겨우 진정된 위기는 다시 시작됩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오핀니언 면, 즉 사설란을 앞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자유 시장"을 수호하는 방향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인데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개인의 자유와 자유 시장을 수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지키고 대변해 왔다고 할 수도 있는 대표적인 종합지인 워싱턴포스트의 논조를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과 일치시키라는 지시는 누가 봐도 이해하지 못할 처사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연히 내부적인 반발도 거셌고, 독자들의 반발도 또 커졌습니다. 단 며칠 새 7만 5000여 명의 구독자가 또 빠져나갔으며, 애써 회복한 수치를 워싱턴포스트는 다시 잃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가 추구하는 현재 방향은 워싱턴포스트의 '고객'들과 완전히 정반대임을 다시금 증명하는 사례가 되었죠.
작년에만 1억 달러(약 1450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워싱턴포스트를 두고 제프 베이조스는 왜 손해가 더 커지는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더군다나 작년의 실적도 기존의 구독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더 크게 확대된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지금 정권에 밉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리버럴 매체이자,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앞장서 온 워싱턴포스트를 변신시키지 않으면 자신의 다른 '큰' 사업들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특히 정부 계약도 중요한 블루오리진 같은 우주비행 사업에서 말이죠.
물론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의 본래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혹은 변한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보고요. 본래 시장에는 적정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보는 리버럴 진영의 논리보다는 극단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리버테리언(libertarian)'의 입장을 추구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제프 베이조스의 지금 선택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단기적으로 신문의 논조를 뒤집고, 신문의 방향을 아예 달리하고, 완전히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는 미디어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워싱턴포스트'라는 제호가 남아 있는 한, 그리고 그 역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쉽지 않을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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