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영역으로 '구독제 경제'를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그리고 뉴욕타임스처럼 구독제 사업 모델로 각 산업을 이끌어 온 이들도 "경기가 위축되는 국면에 접어들면 위험한 것 아니냐?"라는 의문도 많아지는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구독제 사업이 작아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단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들은 지속해서 구독자가 증가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각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첫 번째 선택이 되면서 '이만한 대안이 없는' 주류 상품이 된 것이죠. 거기에다가 각 산업이 재편되면서 사용자들에게는 필수적인 소비가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들의 구독자수 증가세는 느려질 수는 있어도, 줄어들기는 어렵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적정한 마케팅을 실행하면서 구독자를 더 증가시킬 방법을 적용할 것이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또 때에 맞는 마케팅을 실행해 구독자 증가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지난 1분기부터 정기적으로 구독자 수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구독자 증가세'에 따라 회사의 실적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주가가 움직이는 현실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이제 충분한 구독자를 끌어모은 넷플릭스가 구독자 수라는 지표 하나에 회사의 가치가 크게 움직이면 안 된다는 이 논리는 타당해 보입니다.
이 발표 이후에도 넷플릭스의 주가가 이어온 모습을 보면 시장의 반응도 이에 동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앞으로 이해관계자들은 넷플릭스의 매출과 순이익, 현금흐름 등 주요 실적 지표를 보면서 회사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판단해 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물론 넷플릭스 같은 구독제가 '필수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필수적인 상품이 되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자체도 필수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필수재를 포함한 각종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이 멤버십은 인구가 3억 4000만 명이 조금 넘는 미국에서 무려 1억 9400만 명의 가입자(2024년 기준)를 확보해 필수재보다 더한 필수재가 이미 되었죠.
그래서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가격을 올려도 계속 구독을 합니다. 다시 다른 말로 강조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필수재로 인식하는 서비스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콘텐츠의 제왕이었던 디즈니는 넷플릭스가 멀찌감치 달아나면서 자신들을 경쟁자로도 생각하지 않는 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와 파라마운트 등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디즈니마저 따라잡지 못하는 넷플릭스이니 이제 진정 "기존의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주도하던 미디어 콘텐츠 산업은 끝났구나"라는 평가가 나올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최근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어쩌면 넷플릭스와 다시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일까요?
역시 콘텐츠입니다. 바로 디즈니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앞으로도 계속 커갈 스포츠 미디어를 활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디즈니는 ESPN을 아예 별도의 플래그십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로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본인들의 코드 커팅을 더욱 본격화하는 움직임이자, 그나마 스포츠로 버티던 기존의 티비 시장이 완전히 기울어지는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디즈니가 무리를 하는 걸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스포츠는 지금 리니어(Linear) 티비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섹션인데, 아주 큰 광고 시장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선택입니다.
디즈니에게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 14,000,605개의 미래 중 타노스를 이기는 단 1개의 시나리오 같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넷플릭스와 다시 유의미한 경쟁을 펼치기에는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면서, 이 기회로 다시 이길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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