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재만큼 필수여야 성장하는 비즈니스

어려울 때 성장해야 하는 구독제

2025년 5월 12일 월요일
구독제 사업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사람들이 줄일 소비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경기 침체가 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많은 미디어 보도들은 거의 습관적으로 이를 예로 든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십과 같은 쇼핑 서비스를 필두로 넷플릭스와 뉴욕타임스 등의 스트리밍 및 미디어 구독제가 소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러한 '습관적인' 인식은 이제 달라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일부 구독제는 필수재는 아니어도 이제 소비자들 사이에서 거의 필수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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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후반부터 연이어서 좋은 실적을 발표한 스트리밍과 미디어 기업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해 사람들에게 필수로 인식되어 어려운 시기에도 성장할 구독제의 조건은 무엇인지까지 살펴보실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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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구독제
1. 필수가 되어야 성장하는 구독제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영역으로 '구독제 경제'를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그리고 뉴욕타임스처럼 구독제 사업 모델로 각 산업을 이끌어 온 이들도 "경기가 위축되는 국면에 접어들면 위험한 것 아니냐?"라는 의문도 많아지는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구독제 사업이 작아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단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들은 지속해서 구독자가 증가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각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첫 번째 선택이 되면서 '이만한 대안이 없는' 주류 상품이 된 것이죠. 거기에다가 각 산업이 재편되면서 사용자들에게는 필수적인 소비가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들의 구독자수 증가세는 느려질 수는 있어도, 줄어들기는 어렵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적정한 마케팅을 실행하면서 구독자를 더 증가시킬 방법을 적용할 것이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또 때에 맞는 마케팅을 실행해 구독자 증가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지난 1분기부터 정기적으로 구독자 수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구독자 증가세'에 따라 회사의 실적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주가가 움직이는 현실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이제 충분한 구독자를 끌어모은 넷플릭스가 구독자 수라는 지표 하나에 회사의 가치가 크게 움직이면 안 된다는 이 논리는 타당해 보입니다.

이 발표 이후에도 넷플릭스의 주가가 이어온 모습을 보면 시장의 반응도 이에 동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앞으로 이해관계자들은 넷플릭스의 매출과 순이익, 현금흐름 등 주요 실적 지표를 보면서 회사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판단해 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물론 넷플릭스 같은 구독제가 '필수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필수적인 상품이 되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자체도 필수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필수재를 포함한 각종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이 멤버십은 인구가 3억 4000만 명이 조금 넘는 미국에서 무려 1억 9400만 명의 가입자(2024년 기준)를 확보해 필수재보다 더한 필수재가 이미 되었죠.

그래서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가격을 올려도 계속 구독을 합니다. 다시 다른 말로 강조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필수재로 인식하는 서비스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의' 많은 가정에서 이제 넷플릭스 구독은 거의 필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져 외식 등의 비용은 아껴도 넷플릭스는 집에서 즐길 엔터테인먼트로라도 남겨놓을 것으로 보이죠. (이미지: 넷플릭스)
압도적이지 않으면 어려운 시대
아마존 프라임과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 각 시장 전반에 불게 된 구독제 사업 모델 열풍은 서브스택(Substack)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구독제 플랫폼도 만들어 내면서, 사람들이 좋은 관점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중소 미디어의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습관'도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이는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구독을 '필수적으로'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습관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수요가 늘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그 시장에서 확고히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 이 수요를 지속 흡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디어 시장이 어려워져도 뉴욕타임스 외에도 월스트리트저널처럼 경제/투자 영역에서 대표적인 미디어는 그 구독자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집니다. 

서브스택 같은 경우에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영역에서도 텍스트와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한 영역을 선점했고, 전문 저널리스트들이 기존의 미디어를 이탈하면서 만드는 새로운 퍼블리케이션의 포맷을 가장 빠르게 제공해 500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만들어낸 것이죠. 

하지만 구독제라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서비스들이 물론 다 잘되지는 않습니다. 필수재의 영역 안에서 생긴 대표적인 서비스들도 시장을 새로 만들것만 같다가 금새 작아졌습니다.



[스트리밍] #콘텐츠산업
2. 디즈니의 마지막 승부수
디즈니는 새로운 시대에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과 다음 단계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설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미지: 레딧)  
넷플릭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리라던 디즈니는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른 거대 미디어 기업들에 비해 빠르게 스트리밍 서비스의 위력을 간파하고 디즈니 플러스를 빠르게 론칭하면서 "역시 디즈니"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그 위세를 이어가지는 못했죠. 콘텐츠 전략에서도 뼈아픈 실수들이 이어졌고, 스트리밍 기술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UX도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콘텐츠의 제왕이었던 디즈니는 넷플릭스가 멀찌감치 달아나면서 자신들을 경쟁자로도 생각하지 않는 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와 파라마운트 등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디즈니마저 따라잡지 못하는 넷플릭스이니 이제 진정 "기존의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주도하던 미디어 콘텐츠 산업은 끝났구나"라는 평가가 나올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최근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어쩌면 넷플릭스와 다시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일까요?

역시 콘텐츠입니다. 바로 디즈니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앞으로도 계속 커갈 스포츠 미디어를 활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디즈니는 ESPN을 아예 별도의 플래그십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로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본인들의 코드 커팅을 더욱 본격화하는 움직임이자, 그나마 스포츠로 버티던 기존의 티비 시장이 완전히 기울어지는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디즈니가 무리를 하는 걸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스포츠는 지금 리니어(Linear) 티비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섹션인데, 아주 큰 광고 시장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선택입니다.

디즈니에게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 14,000,605개의 미래 중 타노스를 이기는 단 1개의 시나리오 같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넷플릭스와 다시 유의미한 경쟁을 펼치기에는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면서, 이 기회로 다시 이길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럴까요?



[미디어] #뉴스미디어
3. 뉴욕타임스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뉴욕타임스도 구독자 수 외에 봐야 할 중요한 지표가 있습니다. 그것이 ARPU이고요. (이미지: 뉴욕타임스 2025.1Q 실적 프레젠테이션)
뉴욕타임스는 기대보다 좋은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전체 구독자 수는 23만 명이 증가해 이번에도 소위 '트럼프 범프'는 받지 못했지만, 매출과 순익이 모두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제 1200만에 육박하는 유료 구독자 수의 큰 범프를 추진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구독 사업 모델을 운영해 가면서 꾸준한 성장을 해나가는 방법을 찾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이라는 본질을 지키면서도 우상향하는 사업 실적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라이브에 가까운 뉴스 보도 외에도 정제된 좋은 정보의 전달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이 역할은 뉴욕타임스와 같은 기업에게는 당연히 집중해야 할 영역이자 기회이죠.

어쨌든 각종 AI 에이전트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뉴스와 미디어의 역할 그리고 이를 결합한 구독제라는 사업 모델의 방향은 뉴욕타임스가 지속해서 업계의 스탠다드를 설정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뉴욕타임스를 분화된 미디어 시대에 하나의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라고 평가를 해도, 이렇게 큰 에코 체임버가 기반이 된다는 것은 지속 성장할 기반을 갖춘 미디어 사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쌓은 사업의 강점은 시장에서 보통 평가하는 것보다 더 탄탄한 사업의 바탕이 됩니다.

이제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자 수가 아니라 그 구독자 베이스가 얼마나 숫자상으로도 '탄탄한' 것인지, 그리고 그 베이스를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구독자 수와 증가세 너머로 유지되는 사용자당 평균 매출(ARPU, Average Revenue Per User)이 뉴욕타임스를 바라볼 때 봐야 하는 핵심인데요. 이를 뒷받침해 줄 새로운 성장 동력(스포츠 저널리즘)의 힘이 무엇인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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