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의 큰 위기 거대한 기업의 몰락은 한 순간에 오지 않습니다. 다만 잘못된 작은 결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것이 실적에 반영이 되고, 그 숫자들이 결국 회사가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후에 찾아오죠.
지금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역은 바로 스트리밍이 산업을 바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의 모습은 최근 유독 눈에 띕니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는 두 회사의 합병 이후 저지른 실수들을 뒤늦게 주워 담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최근 이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대표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의 향후 콘텐츠를 넷플릭스가 확보했다는 소식은 그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인데요.
넷플릭스가 상징적인 콘텐츠의 확보로 어린이 프로그램까지 강화하는 모습보다도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라는, 스트리밍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합병을 한 거대 미디어 공룡이 더 어려워진 현실을 더 선명히 보여줍니다. |
[미디어 노트]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HBO 세서미 스트리트가 보여주는 것 |
넷플릭스가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까지 확보했습니다. 2016년부터 방영권을 가지고 있던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대표적인 레거시 어린이 프로그램을 확보한 의미는 여러모로 큽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가 56년 동안 어린이들을 위해 방영해 온 대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미국을 넘어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에게도 사랑을 받았죠. 넷플릭스는 그래서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해야 하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도 이번 계약을 통해 살립니다.
지금까지 PBS는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가 HBO에서 방영한 후 몇 달 후에 방송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틀 수 있었는데요. 넷플릭스는 새로운 에피소드도 모두 스트리밍과 같은 날에 PBS에서 공개하기로 한 것이죠. 물론 이는 TV를 대체하는 넷플릭스가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번 계약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PBS와 NPR을 비롯한 공영 방송에 대한 연방 자금을 끊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어려워질 수 있는 PBS를 지원하게 되기도 합니다. 56년간 4500회를 이어온 대표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은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TV에서 새로운 형식의 에피소드를 홀가분하게 이어갈 수 있게 되었죠.
이렇게 넷플릭스는 긍정적인 미디어 반응까지 이끌어내면서, 콘텐츠 포트폴리오까지 확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인데요. 이러한 이들의 모습은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가 저지른 또 한 번의 실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는 계속해서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를 비롯한 경영진의 잘못된 선택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인 맥스(Max)의 이름을 다시 (그 전 이름인) HBO 맥스로 되돌리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HBO라는 이름을 다시 붙인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 받지만, 거대한 미디어 공룡으로서는 촌극을 펼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고품질 콘텐츠'로 1990년대부터 그 위상을 확고히 구축한 HBO라는 브랜드를 버린 선택을 내렸던 자슬라브는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병을 한 이후 새로운 전략을 도입한다면서 그 이름을 바꿨던 것이고, 당시 이미 론칭되었던 CNN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CNN+ 마저도 닫아 버리는 결정을 내렸죠.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이 모든 결정을 되돌리면서 그 결정들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맥스는 다시 HBO 맥스가 되고, CNN은 다시 독립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
어린이 프로그램의 상징적인 존재인 <세서미 스트리트>마저 넷플릭스에 올라갑니다. 가장 거대한 미디어 기업이 되어가면서도 가장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넷플릭스입니다. (이미지: 넷플릭스) |
물론 이러한 일련의 의사 결정에는 합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HBO의 이름을 바꿨던 당시 진행했던 리서치에서는 HBO라는 이름을 가진 스트리밍 서비스에 돈을 낼 사람이 많지 않았고,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졌습니다. HBO는 보통 미국 동서부 연안 지역의 대도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컸기도 했죠.
하지만 HBO라는 브랜드만으로도 우선 그 콘텐츠를 좋아하는 수백만의 구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고, 그 이름을 중심으로 다시금 더 큰 브랜드 마케팅을 해나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이 보기에 합리적이었습니다.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필히 콘텐츠가 퍼져나가는 시대에, 이 익숙한 이름을 더욱 빠르게 퍼뜨릴 방법이 있었을걸로 보이죠.
일각에서는 "HBO라는 쿨한 브랜드를 버리고, 맥스라는 아무 레거시도 그 의미도 없는 이름을 가져오는 결정이 말이 되는가?"와 같은 반응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자슬라브와 경영진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답에 맞춘 조사 결과를 따랐던 것입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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