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미여자프로농구협회, 즉 WNBA는 디즈니, 아마존 그리고 NBC 유니버설과 내년부터 시작하는 기간 11년에 총 22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맺었습니다. 연간 2억 달러의 계산이 나오죠. 여성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의 중계권 계약이었으며, 미국 여자 농구를 넘어 여자 스포츠의 인기가 크게 올라갔음을 알리는 계약이었죠.
물론 남자 프로 농구인 NBA가 같은 기간에 같은 기업들과 760억 달러(약 104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규모입니다. 11년 간의 계약 규모가 NBA 한 시즌의 1/3 규모도 안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간 여성 프로 스포츠의 인기를 고려하면 이번 역대 최고 계약은 의미가 큽니다. 게다가 현재 WNBA는 지난 시즌부터 소셜미디어를 타고 인기가 급상승 중이라 2028년 이후 계약 금액을 재평가해 조정할 수 있는 조항을 발동 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죠. 미국 여자 프로 축구(NWSL)의 경우, 2억 4000만 달러(약 3300억 원) 규모의 4년 계약이 내후년까지입니다. 2, 3년 안에 대표적인 리그들이 더 큰 규모의 계약을 맺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사실 WNBA는 월드컵까지 화제가 되는 NWSL에 비해 그 규모와 가치가 모두 작았습니다. WNBA가 1997년에 시작되고, NWSL이 2012년에서야 시작되었음에도 말이죠. 오랜 기간 큰 동력을 얻지 못했는데, NWSL은 국제 대회에서 연거푸 좋은 성적을 올리는 미국 국가대표 축구팀 그리고 스타성 있는 선수들이 화제를 몰면서 리그를 이끌었죠.
그렇다고 미국 여자 프로 축구가 늘 잘 나갔던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이었던 것이죠. 현재 여성 프로 스포츠 자체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구조였던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WNBA와 NWSL 모두를 통해 '여자 스포츠'라는 산업이 재발견되는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결합된 강력한 화학 작용이 새로운 스포츠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와 만나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여자 농구의 '스테픈 커리'와도 비교되는 지난 시즌의 신인 선수였던 케이틀린 클라크는 대학 시절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프로에서의 활약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죠.
이에 덩달아 리그는 다른 선수들도 띄우고 나섰고, 케이틀린 클라크의 라이벌로 포지셔닝된 엔젤 리스와 같은 스타 선수도 부각됩니다. 아, 근데 이러한 구도를 설명하는 이유는 미국 여자 프로 농구의 서사를 설명하면서 그들이 왜 인기가 많아졌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바로 이러한 서사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여자 프로 농구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여자 프로 농구의 성공은 여자 프로 스포츠 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더 크게 개척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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