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큰 레버리지

미국과 중국은 극적으로 무역 협상 타결을 할까?  

2025년 6월 10일 화요일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은 런던에서 약속한 이틀 간의 협상 기간의 이틀째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협상은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섣불리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무역 협상 과정을 통해서 미국을 포함해 모두가 (다시) 깨닫고 있는 것은 중국이 그 생산과 정제 생태계를 장악한 희토류와 필수 금속이 얼마나 큰 협상 레버리지가 될 수 있는지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과 유럽의 각국에 꼭 필요한 희토류 원소를 더 큰 레버리지로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미국은 급해진 상황에서 그동안 꺼내지 않았던 카드인 반도체 등의 수출 제한 완화도 협상 테이블에 올린 상황이라고 알려졌죠.

과연 이번 협상은 모두가 바라는대로 무사히 타결이 될 수 있을까요? 오늘 내용은 이르면 오늘 밤 중에 나올 결과를 지켜보는 데 더 재미를 더해줄 이야기입니다.

[무역전쟁] #국제정세
중국의 레버리지를 확인한 순간
미국과 중국은 극적으로 협상 타결을 할까?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쥐고 흔들면서 무역 협상의 힘의 균형은 중국 쪽으로 기울었다. (Beijing’s success in snarling supply chains with rare earths has shifted the balance of power in trade talks.)"

현지시각으로 지난 일요일인 6월 8일에 발행된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의 리드 문장입니다. 이 문장 하나로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오늘 이에 대해서 중요한 힌트가 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이 반도체 수출 제한을 완화할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소식입니다. 

케빈 헤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아래와 같은 코멘트를 했죠.

"(중국과의) 협상 합의가 이루어지면, 우리도 바로 (반도체 칩, 제트 엔진 부품 등) 수출 제한을 완화하고, 중국도 희토류 수출 제한을 풀 것으로 기대한다."

결국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희토류 제한으로 미국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필수적으로 반도체, 전기차와 배터리, 재생에너지 설비, 의료 기기 등등에 쓰여야 하는 고성능 영구 자석으로 쓰이는 희토류를 중국에서 많은 부분 생산하고, 대부분은 중국에서 정제해서 수출하는데, 이것이 필요한 해외 기업들은 모두 불안불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반도체 수출 완화까지 올렸다는 건 그만큼 지금 미국이 급했다는 것입니다. 협상의 향방과 결과가 어찌될 지 큰 힌트가 되는 장면이죠.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둘 다 웃으면서 협상은 시작했습니다. (이미지: 미국 재무부)
최대치의 레버리지 당기는 중국  
그렇다면 어쩌다가 희토류는 이렇게 중국의 큰 레버리지가 되었을까요?

본래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는 점은 워낙에 널리 알려졌지만, 첨단 산업 경쟁이 이어지면서 중국이 숨겨둔 히든 카드와 같은 존재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4월 초부터 수출이 대부분 중단되기 시작했던 물량은 서서히 풀리고 있지만,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확실한 카드로 희토류 수출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포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2025년 4월 2일)' 이후 중국은 주도면밀하게 희토류 수출 제한을 활용해 왔고, 어느새 이것이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핵심 요소가 된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이에 대한 분석이 면밀하게 이루어져 미디어를 통해서 전면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희토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전면전을 벌일 정도로 큰 레버리지가 되도록 활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죠. 무엇보다 중국은 현재 희토류 수출과 관련해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EU 소속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죠.

물론 중국도 계속해서 배짱만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지난 5월에 중국의 미국향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4%나 감소하면서 4월의 21% 감소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비록 전반적인 수출이 4.8% 증가했다고 하나, 미국이라는 가장 큰 시장에서 내리막길이 계속된다고 하면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상황의 중국 경제에 더 큰 짐을 얹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수치가 나온 5월을 포함해 4개월 연속 하락했고, PPI(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2년래 최저치에 다시 다가가고 있습니다. 2023년에 급락한 이후에 서서히 회복되던 수치가 말이죠. 수출은 중국 경제에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니 중국도 이번 협상이 아주 중요하죠.

다만 미국이 중국이 그러했듯이 추가적으로 어떤 히든 카드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서는 그런 카드가 마땅히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반도체까지 포함해 수출 제한을 완화한다는 카드가 나온 것입니다. 미국이 그만큼 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동안 완고했던 반도체 수출 제한에 대한 입장을 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현재 협상이 쉬울 리가 없는 것입니다.

미국의 핵심 전투기 생산을 책임지는 락히드 마틴이 사마리움이 가장 많이 필요한 미국의 기업입니다. 중국은 이것을 내내 알고 있었죠. (이미지: 락히드 마틴)
새롭게 모습 드러낸 변수(원소)   
중국이 자신들이 생산과 정제 생태계를 대부분 차지한 희토류를 통해 최대치의 레버리지를 당기는 모습은 얼마 전 아티클인 광물은 왜 무역 전쟁의 핵심일까?까지 참고하시면 좋은데요. 

5월 중순의 이 아티클에서는 네오디뮴(Neodymium), 디스프로슘(Dysprosium), 테르븀(Terbium) 등 고성능 영구 자석을 만드는데 핵심인 희토류 원소들과 태양광 패널에 필수 금속인 게르마늄(Germanium)과 반도체에 필수인 갈륨(Gallium) 등이 협상의 핵심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허나 최근에는 희토류 원소인 사마리움(Samarium)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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