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기록이 그토록 중요해진 이유

스트라바와 가민은 계속 공생할까?

2025년 10월 14일 화요일
러닝 붐을 타고 더 크게 성장 중인 두 기업 스트라바(Strava)와 가민(Garmin)은 기가막힌 공생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서로의 성장을 돕고도 있었습니다. 운동 기록 앱과 스마트워치라는 하드웨어 기업의 절묘한 콜라보로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최근에 그 공생 관계에 큰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요? 

오늘은 앞으로 더 큰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두 B2C 제품 기업들이 데이터 주도권을 넘어, 왜 소셜미디어 기능이 핵심인 다툼을 이어가는지를 살펴봅니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이야기들과는 다른 측면에서의 해석입니다.


[테크] #운동기록앱 #소셜미디어기능
스트라바와 가민은 계속 공생할까?
운동 기록이 이렇게 중요해진 이유  
러닝 붐을 포함해 사이클링과 트라이애슬론, 마라톤 등의 지구력 기반 스포츠(Endurance Sports)가 점차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목을 더 크게 받는 기업들이 있죠. 바로 운동 기록 앱인 스트라바와 운동 기록 시계를 만드는 가민입니다.

이미 러닝을 포함한 피트니스 앱 시장은 스트라바(Strava)와 가민(Garmin)이 지배적인 포지션을 점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인용한 센서타워의 데이터에 의하면, 2025년 9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가 5000만 명으로 스트라바의 사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가민도 자신들의 하드웨어와 연계된 가민 커넥트의 사용자도 어느덧 3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두 업체가 지배적인 포지션을 점하고 있죠.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들도 자체 앱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용자가 각각 500만 명과 1000명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 마저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디지털 프로덕트에 집중한 테크 기업들의 허슬을 따라오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나이키의 경우에는 전임 CEO인 존 도나호 시절에 디지털 전환에 중점을 두고 상당한 자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세울만한 성과를 거둔 사례가 나오지를 않았고, 오히려 회사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아지지 않았죠. 나이키 런 클럽과 SNKRS 등으로 확장한 앱들의 핵심 지표는 정체했고, 커뮤니티도 피어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최근에 일어난 러닝 붐으로 소위 '러너'들 사이에서 스타라바 앱 + 가민 시계의 조합은 필수 운동템으로 등극했습니다. 스트라바 앱은 심박수와 피로도를 포함한 각종 운동 데이터와 훈련 관리까지 해주는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이 유료 구독을 하고, 가민은 운동하는 사람들의 대표 시계가 되었죠.

게다가 스트라바가 각종 러너들의 소셜미디어로 작동하면서 가민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공유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이 되었고, 가민 역시 이런 스트라바의 소셜미디어 기능을 통해 큰 홍보 효과를 얻기에 둘이 함께 성장하는 공생 관계는 어쨌든 어느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보였습니다. 별도의 앱인 가민 커넥트가 역시 지속 성장하는 와중에도요. 

하지만 최근 이런 스트라바와 가민 사이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지난 7월에 가민이 스트라바로 하여금 가민의 데이터를 사용자들이 스트라바에 공유할 때 가민 로고 또는 가민의 워터마크를 표시해야 한다는 API 정책을 도입하면서 갈등이 촉발되었습니다. 스트라바는 로고 표시의 강제가 2015년에 양사 간 맺은 협약(Master Cooperation Agreement, MCA)의 위반이라고 주장했으나, 가민은 어쨌든 11월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지만 일정과 상세 사항에 대해서 협의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죠.

그러자 최근 스트라바가 가민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핵심 기능들인 특정 구간 기록을 비교할 수 있는 '세그먼트'와 사람들이 운동에 이용하는 경로를 보여주는 '히트맵'을 가민이 베껴서 가민 커넥트에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사용자들은 가민과 스트라바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은 사용자들보다도 두 기업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지: 틱톡)
스트라바가 불리한 위치일까?
사실 이 소송은 스트라바 입장에서 별로 좋은 움직임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스트라바의 사용자가 피트니스 앱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이는 숫자일 뿐입니다.

한 단계 더 들어가 스트라바에 올라오는 운동 기록 중 65%가 가민에서 오는 데이터라는 점을 봐야 합니다. 스트라바와 가민은 공생 관계이지만, 스트라바가 가민에 의존해야 하는 형국이기도 합니다. 가민이 스트라바로 인해 얻는 마케팅 효과도 크지만, 스트라바가 가민의 시계를 통해서 얻는 사용자들은 가민 커넥트라는 대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스트라바가 보여주는 소셜미디어로서의 기능은 그들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스트라바를 쓰는 이유는 연결되어서 경쟁을 하고, 동기를 얻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새로운 세대에게는 이런 소셜미디어 활동이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생활 곳곳에서 이런 연결을 당연시하죠. 

일단 이런 그림을 머리 속에 그려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팔로우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이들은 브이로그를 찍어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 올리고 자신의 모습을 관찰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소통은 하나의 소소한 재미이고요. 밥은 무엇을 먹었고, 잠은 어떻게 잤고, 일은 어떻게 했고, 데이트는 어떻게 했고 등등 말이죠. 

스타라바는 이런 습관을 가장 자연스럽게 운동과 연결시킨 플랫폼입니다. 운동은 기록이 아닌 콘텐츠가 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스트라바에 올라오지 않으면 운동한 것이 아니다(If it's not on Strava, it didn't happen.)"라는 유행어까지 생긴 것입니다. 

사람들이 스트라바를 이용하는 것은 그 '연결성'에 더 있지, 그 특별한 기능들에 더 있지가 않습니다. 운동 측정과 훈련 관리 등은 다른 제품들이 더 잘해줄 수 있습니다. 더 정밀한 기능들이 아니라 필수적인 기능들을 갖춘채로 사람들을 연결 시켜주는 것입니다. 가장 많은 대중이 이용하는 제품이 되기 작업을 진행해왔죠. 

한데 이런 스트라바의 장점을 크게 살려준 것이 바로 가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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