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다시 퍼지는 (AI) 불안감

코어위브가 다시 촉발한 버블 우려

2025년 12월 16일 화요일
코어위브, 오라클에 이어 브로드컴까지. AI 붐의 대표적인 이름들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인프라 제공자들과 칩 개발사가 최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어위브는 지난 6월 21일의 고점 대비 주가가 60%가량 떨어졌습니다. 오라클도 지난 9월 10일의 고점 대비 60%가량 떨어졌고요. 브로드컴은 최근인 12월 11일에 고점을 찍고, 이후 순식간에 15%가 빠졌습니다.

AI 붐의 대표적인 이름들인 이들이 현재 보이는 모습은 '국지적인' 현상에 그칠까요? AI 산업에서 필연히 나올 투자 실패 사례는 이들이 될 수도 있는 것일까요? 

섣불리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이들이 지금 보이는 모습은 AI의 실질적인 수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간 AI 산업이 만들 수요에 대해 '초'낙관적이었던 시장의 '센티먼트'가 달라지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주식시장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AI] #버블에대한불안감
1. 시장에 퍼지는 (AI) 불안감
코어위브로 재시작된 버블 우려

코어위브(CoreWeave)의 사업을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엔비디아 GPU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AI 모델을 만들고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빌려주는 클라우드 회사"라고요. 


실제 코어위브는 본래 암호화폐 채굴용 GPU를 임대해 주는 것이 본래 주요 사업이었고, AI 붐이 커지면서 사업을 AI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피벗한 것이죠. 이 데이터센터는 AI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한 인프라이고, AI 경쟁이 격화되면서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확보하게 해주는 이들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사업은 엔비디아의 칩만을 쓰기에 엔비디아의 칩 공급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엔비디아가 지분도 7%를 보유하고 있죠.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를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어 엔비디아와 그 GPU가 핵심인 '순환 거래'의 한 축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고요.


현재 코어위브 매출의 대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두 곳에서 나옵니다. 2024년 매출의 62%가 마이크로소프트였죠. 그러니까 엔비디아는 이들에게 칩을 공급하고, 이들은 이 칩이 채워진 데이터센터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에게 임대해 주면서 '순환 거래'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1. 막대한 규모의 대출을 받아서 이들은 엔비디아의 칩을 구매하고,
  2.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이들에게 임대료를 내고,
  3. 이들은 또 이 돈을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합니다.


이 새로운 데이터센터 역시 이들이 쓸 확률이 높고요. 이 루프가 반복되는 것이 바로 '순환 거래'인 것이죠.


이 순환 거래와 AI 버블의 연관성은 커피팟을 포함해 반복적으로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도 전해졌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이렇게 복습을 하고, 이 복습이 더 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거래의 취약성이 점점 실감 나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어위브의 주가는 이미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한 11월 초순 이전부터 안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습니다. 이런 데다가 전년 대비해서 크게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데이터센터 건설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소식이 이어져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이 문제가 크게 비치는 이유는 한 곳의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한 데이터센터 개발사와 협업 하에 진행 중인 (여러 곳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어위브가 무리한 확장을 하면서 외부 협업사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드러난 것이죠.


게다가 코어위브는 그간 추진하던 데이터센터 운영사(코어사이언티픽)의 인수도 얼마 전에 무산되면서 그 내부 역량을 확대할 기회도 놓쳤습니다. 코어사이언티픽의 주주들이 코어위브에 인수되는 것이 주식 가치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지난 10월 말에 130달러를 넘겼던 주가는 현재 72달러 수준입니다. 40%가 넘게 빠졌죠. 코어위브가 현재 보여주는 모습은 이제 AI 산업에 낀 투자 버블과 정확히 연동되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코어위브 CEO 마이클 인트레이터는 지난 실적 발표 이후 연이어 실수를 했습니다. 여러 데이터센터의 개발을 맡은 개발사 한 곳과의 협업 차질을 "데이터센터 한 곳"에 일정 차질이 생겼다고 말하면서요. 결과적으로 현재 문제를 축소하려는 것처럼 보였죠. (이미지: 블룸버그)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기 시작 
브로드컴의 이번 실적 발표 역시 현재 시장의 불안감을 보여줬습니다. 11월 초에 끝난 회계연도 4분기에 이들은 매출 180억 2000만 달러에 순이익 85억 18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모두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었죠. 엔비디아와는 다른 영역의 네트워크 칩을 파는 이들이 이어온 모습을 통해서도 AI 산업의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로드컴은 코어위브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오라클이 AI 수요에 대한 우려와 예상보다 더 큰 자본지출을 계속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시장이 동요하는 동안에도 강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AI 매출의 마진이 AI 외 사업(소프트웨어 및 레거시 반도체)의 매출 마진보다 작다는 점이 다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부각되면서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현재 커스텀 디자인 중인 새로운 칩(XPU)의 수익성 등에 대한 기대치도 낮추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죠. 엔비디아 GPU의 발전이 워낙 빠르고, 그 수요도 계속 강하다면서요. 이렇게 장기적인 성장에 대한 그림까지 명확히 그려주지 못하자, 안 그래도 AI 수요에 불안을 느끼던 투자자들이 돈을 빼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브로드컴의 주가는 지난 일주일도 안 되는 새 15%나 빠졌습니다. 향후 전체 시장의 25~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커스텀 칩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받는 이들도 현재 AI 산업에 시장이 느끼는 불안한 센티먼트를 뛰어넘지 못한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이 이어지자 그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데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은 그간에는 이런 질문들을 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수익이 이렇게 좋은데 투자자들은 더 파고들어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확답'을 요구할 필요가 없었죠.

게다가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적하면 지금까지는 일정한 논리가 통했습니다.



[미디어]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어제의아티클
2. CNN이라는 크지만 작은 변수
워너브라더스 인수전의 핵심 요소일까?
유료 구독제 기반 별도 디지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본인들도 스스로 '뉴욕타임스 스타일의 피벗(Pivot)'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미지: CNN)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전에서 갑작스럽게 그 이름이 부상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CNN입니다.

넷플릭스가 일차적으로 승자가 된 후 적대적 인수를 추진한 파라마운트는 '정치적인 승부수'까지 던졌는데, 바로 CNN이 포함된 케이블 방송 사업까지 인수를 하는 점에 대해 현 행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점수를 더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가격 제안을 더 올리는 것과는 별개로 로비가 이루어지는 중이죠.

참고로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에서 워너브라더스 영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및 관련 자산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죠. 디스커버리와 CNN을 포함한 케이블 자산을 제외하고요. (물론 넷플릭스도 현재 워너브라더스에 대한 추가 제안을 고안하면서, 워싱턴 DC에서 로비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넷플릭스가 방송 사업을 인수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신들의 영역이 아닐뿐더러 시너지를 일으킬 기반이 없기 때문입니다. 광고 사업과 연계할 스포츠 중계 사업에도 진출했지만, 케이블 사업을 대체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세상에 퍼뜨린 이들이 그 케이블 사업을 인수해 다시 돈이 되는 사업으로 만드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파라마운트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이미 CBS를 필두로 방송과 케이블 사업은 그 '미디어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 키워야 하는 채널로 삼았고, 케이블 뉴스 중에서는 그 상징성이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인 CNN이 이 영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CEO인 데이비드 엘리슨과 그의 아버지인 오라클의 회장 래리 엘리슨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하는 파워이기도 하죠.

이 영향력의 힘은 루퍼트 머독과 그가 세운 폭스 기반 미디어 제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2019년에 20세기 폭스라는 그 미디어 제국의 가장 소중한 자산을 디즈니에게 무려 713억 달러(약 104조 5260억 원)에 넘기면서 뉴스와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사업으로 회사를 재편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겠다고 했죠.

그 '영향력'은 기업 가치에 다 반영이 되지 않는 여론과 정치적인 힘이었다는 것을 이 과정을 지켜본 모두가 이후에 깨달았습니다. 현재 폭스 뉴스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가진 방송 뉴스는 없고, 폭스 코퍼레이션은 이 영향력을 기반으로 튜비라는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도 성장 시키면서 미래 사업을 위한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엘리슨 일가가 뉴스 미디어로 노리는 바가 명확히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위 '안티 뉴욕타임스'를 기치로 삼은 더프리프레스의 바리 와이스를 총책임자로 불러들여서 기존의 논조를 완전히 바꾸는 중인 CBS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기존의 뉴스와 대척해 방송 사업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뉴스 미디어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이들 역시 스트리밍 자산이 돈을 벌고 미래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보지만, 미디어 영향력이 사업을 키워가는데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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