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도) 미디어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

[미디어 노트] 엘리슨가와 CBS의 실수가 보여주는 것

2025년 12월 23일 화요일

미국 미디어 업계는 최근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산하의 CBS 뉴스에서 발생한 이슈로 인해서 시끌시끌합니다.


스카이댄스는 파라마운트를 인수한 이후 거의 바로 독립 매체인 더프리프레스(The Free Press)를 1억 5000만 달러(약 2230억 원)라는, 보기에 따라서는 '거액'에 인수해 그 설립자인 바리 와이스를 CBS 뉴스의 편집장이자 총책임자로 임명합니다. 그런 그가 전통의 시사 프로그램인 60 미닛츠(60 minutes)를 통해 방영 예정이던 14분짜리 꼭지를 방영 직전에 통째로 들어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해당 뉴스는 최고 수준의 보안이 적용된 엘 살바도르의 '슈퍼맥스' 교도소인 CECOT과 그 곳에 부당하게 보내진 사람들(미국에서 추방당하는 불법 체류자 등)에 대한 취재기였는데요. 정부 관계자와의 추가 인터뷰가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다섯 번의 스크리닝과 법무 검토까지 모두 마치고, 방영이 확정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 많은 의문과 내부적인 반발을 산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스티븐 밀러와 같은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 등과의 인터뷰가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정당성 없는) 의견까지 내면서요. (참고로 미 국토안보부는 이미 관련 보도를 위한 인터뷰를 거절한 상황이었습니다.)


의도는 명확해 보입니다. 현재 이슈가 커진 정부의 이민자 단속 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민감한 시기에 특히 내보내지 않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마침 조금 전에 캐나다에 송출되는 60분 방송에는 해당 꼭지가 담겨, 소셜미디어에는 해당 방송의 스마트폰 녹화본 등이 통제 없이 확산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냥 방영했으면 화제가 우려만큼 크지 않았을 뉴스를 이제는 수백만 명이 더 볼 수 있는 결과를 낳고 있죠.)


근데 과연 이런 결정들이 현재의 당장의 '정치적인' 허들은 넘는다고 하더라도, 향후에 좋은 수로 작동할 수 있을까요? 해당 미디어가 지속 성장하는데 있어서 말이죠.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한 제프 베이조스나 파라마운트를 소유한 래리 엘리슨과 데이비드 엘리슨 부자도 이 미디어들이 미디어로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되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근데 이것이 그들의 오판이기도 합니다.


[미디어 노트] #파라마운트 #워싱턴포스트
미디어 경험이 필요한 이유
CBS 뉴스의 실수가 다시 보여주는 것

바리 와이스의 미션은 처음부터 한 가지일 것으로 미디어 업계는 추정했습니다. CBS 뉴스의 논조를 바꾸라는 것이었죠. 바로 더프리프레스가 그러하듯이 뉴욕타임스를 보지 않는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향으로요.


미디어를 인수한 오너가 미디어가 만들어야 할 뉴스와 그 뉴스가 전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권한은 그 인사권으로 진행하는 방법이 가장 전통적이고 효율적인데, 이번 인사는 예견되면서도 파격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CBS라는 매체가 전해오던 뉴스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방향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인사였기 때문이죠.


겉으로는 "중앙의 좌우를 포함 중도에 있을 70%의 시청자"를 위한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 인사에 대해 파라마운트의 CEO 데이비드 엘리슨은 여러 가지 '이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어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향후 워너브라더스 인수와 같은 이슈에서 유리한 요소를 심어 놓기 위함이죠. 


하지만 처음부터 그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전통의 레거시 뉴스의 논조를 아무리 '안티 뉴욕타임스'를 기치로 한 독립 매체를 만든 이라도 순식간에 뒤엎기는 어렵죠. 아무리 그래도 거인들인 월터 크롱카이트와 댄 래더 같은 앵커들이 거쳐 가면서 전통과 역사를 만들어온 뉴스룸입니다. 그 뉴스를 만들고 운영해 온 이들의 생각을 바꾸거나, 하루 아침에 해고하고 다른 인력을 채워 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CBS 뉴스가 극단적으로 변하는 일은 없겠다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오히려 균형 잡힌 보도를 기치로 삼고, 그간의 방향을 점검하면서 서서히 그 논조를 변화하는 방향이 나을 것이라면서요. 하지만 새로운 오너들과 그 오너들과 늘 친한 친구이면서 가깝게 지낸다고 직접 말하는 대통령은 그리 인내심이 강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미 워너브라더스 인수전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차례 CBS의 60분이 자신에 대한 커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급기야 "CBS의 오너들을 (나는) 사랑하지만, 60분은 새로운 오너들이 들어온 이후에 나를 더 안 좋게 대하고 있다"라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죠. 


이들의 가치는 그 이름과 이어온 레거시에 대부분 있습니다. 그 중에서 레거시를 빼앗으면 기존의 영향력은 사라지게 됩니다. 미디어 기업으로서의 사업도 쉽지 않게 되고요.
데자뷰: 워싱턴포스트의 전철
현재 CBS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말부터 거쳐온 전철과 비슷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가 오너인 워싱턴포스트는 현 행정부의 기조에 맞춰 그간의 논조를 모두 뒤엎는 결정들을 내려오고 있습니다. 소위 "자유 시장과 개인의 자유"가 그 기치가 될 것이라고 올해 2월에 선언하면서 그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죠.

이미 워싱턴포스트를 대표하던 핵심 에디터들은 회사를 떠났고, 여전히 그 엑소더스가 이어지는 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이어온 역사 속의 기조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취재를 이어가는 저널리스트들이 만드는 뉴스는 당연히 '비판'을 전제로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 비판 보도로 역사를 만들어온 신문은 특히나 그 '비판'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저널리즘을 포기하는 뉴스 미디어가 되는 것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권한을 가진 편집인들에게요. 이슈도 많고, 사고도 많은 정부 비판을 이어가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오너의 압박을 받고, 오너들은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압박을 늘 받는 상황이죠.

하지만 경영진까지 고려해야 하는 편집인들이 미디어라는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가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 핵심 상품을 만드는 이들과 그 핵심 상품이 안정적으로 생산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상품은 그래도 여전히 오랜 기간 프로로서 자신들의 직업을 다듬어 온 저널리스트들입니다.

핵심 권한을 가진 편집장과 편집인들이 자신들이 가진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도 버리고, 오너들과 정부의 기조에 맞춘다고 하더라도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따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인원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의견을 가진 칼럼니스트들이 채용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워싱턴포스트의 취재도 정부 감시와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더군다나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이번 임기 최저치를 경신하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지지율이 30%대까지 빠지는 조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 상황이 심상치가 않죠. 

이런 상황이면 오너들도 계속해서 편집 권한을 가진 이들에게 압박을 행사하기 쉽지 않습니다.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고, 편집 권한을 가진 이들은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 왔죠. 

이런 와중에 CBS 뉴스와 바리 와이스는 악수를 둔 것이기도 합니다. 이슈가 커질 수 있는 민감한 시기에 이 결정이 이루어졌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대놓고 특정 미디어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증폭되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년 중 가장 큰 휴일이라고 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이 터진 것입니다.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했음에도 이슈가 타오르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바리 와이스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그가 책임자가 된 CBS 뉴스의 영향력은 아직 커지지 않았습니다. (이미지: CBS 뉴스)
이게 과연 사업에 좋은가?
워싱턴포스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업에 좋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기존의 미국 신문 기반 뉴스 미디어 업계 전체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외에는 성장하는 매체와 기업이 거의 없는 가운데, 한 축을 크게 담당하던 워싱턴포스트는 그 추락을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년 후반에만 총 50만 명의 구독자를 잃었고, 그래도 300만 명을 선을 유지하던 총 구독자는 250만 명 밑으로 떨어졌죠. 이후 계속 구독자 감소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광고 수익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월간 방문자가 기존에 1억 명을 훌쩍 넘기다가 이제는 6000만 명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는 가운데, 신규 방문자 수가 계속 떨어지는 중입니다. 적자 운영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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