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오일의 수지타산

베네수엘라 석유는 남는 장사가 될까?  

2026년 1월 5일 월요일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축출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빠르게 내러티브를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노골적으로 석유와 가스 자산에 대한 빅오일 기업들의 투자를 이야기하면서요. 

현재 시점에서 거명되는 빅오일 기업들에게는 과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까요? 물론 장기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환경이 어떻게 안정될 수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을 해도 생산량을 늘리고 이익을 내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이 그리는 그림처럼 간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베네수엘라 #석유
빅오일의 수지타산
베네수엘라 석유는 남는 장사가 될까?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의 특수 작전 실행으로 축출된 가운데, 세상의 시선은 이미 석유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굳이 숨기지 않은 명백한 의도가 있었던 작전 실행이라는 점은 세상 모두가 알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도 대놓고 이를 말했죠. 

트럼프는 "막대한 양의 부를 (베네수엘라) 땅에서부터 파낼 것이다"라면서, 미국의 빅오일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망가진 인프라를 고치고, (베네수엘라도) 돈을 벌게 해 줄 것이라고 까지 하면서 노골적으로 그 목적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선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시장은 예상하고 있죠. 오랜 기간 인프라 투자와 시설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기초적인 작업부터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과거 베네수엘라에서 자산을 몰수당하고 철수했던 빅오일 기업들은 현재 복잡한 심경이기도 합니다. 미국 정부에 의하면 이들 기업은 이번 작전에 대해서 사전에 언질 받은 것이 없었고, 미리 향후 정국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빅오일 기업들이 베네수엘라로부터 나오는 마약 선박에 대한 단속과 폭격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준비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예상할 수는 없죠.

엑손모빌의 CEO 대런 우즈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중에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가스 자산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지면 (투자 및 재진출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리스트에 올리지도 않겠지만, 리스트에서 제외하지도 않겠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전형적인 답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즉 수익을 낼 기회가 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쉽게 전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의 빅오일을 비롯한 석유 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 검토 움직임이 빨라질 것은 확실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량을 보유한 곳에 더 크게 진출할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을 더 키우는 투자를 (미국의) 석유 기업들이 직접 하게 만들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미지: 월스트리트저널)
빅오일이 움직이기는 할 건데  
다만 작전이 알려지고 난 다음에 석유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장기적인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미국 기업으로는 현재 셰브론만이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운영 중인데, 2007년에 철수를 했던 엑손모빌과 코노코 필립스가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먼저 진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힙니다.  

당장 이들이 진출을 한다고 해도 석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에 대해서 상당 기간 상당한 재투자부터 선행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 수지타산이 어떻게 맞을지 그려지지 않습니다. (일단 주식 시장에서는 셰브론, 엑손모빌, 코노코 필립스 등 관련 미국 석유 기업들이 모두 오르며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었죠.)

빅오일 기업들 앞에 놓인 첫 번째 질문은 "미국 텍사스와 뉴멕시코에 걸쳐 있는 미국 최대의 원유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 일대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베네수엘라에 투자하는 것이 맞을까?"입니다.

양쪽에 다 충분한 투자를 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공급 상황과 석유 가격을 고려하면 어려운 일입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투자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선뜻 시원하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투자를 어디로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시장도 시원하게 답을 내리지 못합니다. 

다만 해당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를 해야 하는 핵심 이유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품질에서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저품질 원유를 정제하는데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는 일각의 일반적인 분석과는 다소 다른 시선입니다. (특히 큰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면 초기 비용은 더 클 수밖에 없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량에 접근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이지만, 당장 그 길이 확실히 열린 것은 아닙니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중질유(Heavy Crude)가 주를 이룹니다. 중질유는 기본적으로 가공하기 어려운, 불순물이 많이 섞인 지저분한 물량을 말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석유 회사들이 미국 걸프 연안에 세운 정제소들은 베네수엘라의 중질유를 비롯해 멕시코산 중질유와 캐나다 오일샌드까지 중제 처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를 다르게 보면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고도화할 설비가 이미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값싸게 원유를 수입해 가솔린이나 디젤 혹은 항공유로 정제한 후 판매를 하면 수익성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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