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국채 시장에 생긴 일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47화. 2026년 8월, 미국·일본·독일·한국의 장기국채 금리가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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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8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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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하루 동안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네 나라의 장기 국채 금리가 나란히 역대급, 혹은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공교로운 이 현상은 지난 15년간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졌던 '낮은 장기 금리'라는 전제를 흔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장단기 금리차 확대"라고 해석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 주요 국가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원인과 양상이 모두 제각각입니다. 미국은 커브(국채 수익률 곡선) 뒷부분(장기물)이 유독 가파르게 올랐고, 일본은 커브 전체가 밀려 올라갔고, 독일은 되레 평평해졌으며, 한국은 20년 가까이 뒤집혀 있던 구조가 드디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움직임들 뒤에는 공통된 큰 흐름이 있습니다. 국채를 사주던 중앙은행은 손을 뗐고, 그 자리를 메우던 민간 매수자도 줄고 있으며, 정작 각국 정부는 동시에 재정을 늘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요 국가들의 국채 시장에서 보이는 현상을 각각 짚어보고, 이 공통된 흐름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펴봅니다. 

평소보다도 긴 이야기인데요. 어려울 수 있는 채권 시장의 현황 차근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47화
그 여름, 국채 시장에 생긴 일

2026년 8월, 미국·일본·독일·한국의 장기국채 금리가 보여주는 것 

지난 8월 18일 화요일은 적어도 한동안은 각국 국채 시장 플레이어들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날 하루에 미국·일본·독일·한국 무려 네 개의 시장에서 기록이 쏟아졌다.


우선 미국 30년물이 장중 5.33%를 찍었다.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이다. 일본에서는 30년물 4.096%, 40년물 4.103%. 둘 다 사상 최고 마감이었다. 독일 국채 (Bund, 분트) 30년물은 다음 날 3.787%까지 올라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같은 날 한국 국고채 30년물은 역시 4.75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도, 통화권도 다른 네 개의 나라에서 같은 날,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많은 언론들이 이 현상을 "장단기 금리차 확대"라고 대서특필했지만, 숫자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4개국의 사정이 전부 달랐다.


"장단기 금리차"가 뭐길래

우리가 습관적으로 "장단기 금리차"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하나가 아니다. 


스프레드(Spread)는 차(差)라는뜻이다. 그러니까 다 같은 장단기 금리차라고 부른다고 해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무엇과 무엇의 차냐, 즉 단기와 장기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우선 미국을 보자. 8월 26일 재무부 공식 종가 기준으로 미국채 금리는 1년물 4.02%, 2년물 4.19%, 10년물 4.66%, 30년물 5.18% 이다. 

 

  • 1년물–10년물: + 64bp (1년 전 +41bp) → 23bp 확대
  • 2년물–10년물: + 47bp (1년 전 +65bp) → 18bp 축소


같은 국가, 같은 시장, 같은 날, 같은 커브인데 "단기 금리"를 1년으로 볼 것이냐, 2년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하나는 벌어졌고 하나는 좁아진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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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기준금리 현황 (이미지: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2026년 들어서 금리는 계속 동결 중이다.
우선 미국의 중앙은행이라 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026년 들어 단 한 번도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목표 범위는 작년 12월 10일 이후 3.50~3.75%에 묶여 있고, 1월부터 7월까지 열린 다섯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모두 금리 동결로 끝났다.

눈여겨볼 것은 반대표의 방향이다. 7월 29일 회의에서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준 총재 세 명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셋 다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9월 FOMC를 두고 시장의 베팅 역시 인하 대 인상이 1:2 정도로 쏠려 있다. 이런 트렌드가 반영되면서 2년물 금리가 1년물보다 더 급하게 올랐다.  

두번째로 5월 22일에 케빈 워시가 (마침내) 새 연준 의장으로 취임했다. 워시의 취임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커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워시는 향후 금리의 방향성을 대외적으로 암시하는 것 ('포워드 가이던스'라고 부른다) 자체에 회의적인 인물이고, 그 결과 워시 취임 이후 연준의 커뮤니케이션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곧 시장이 연준의 미래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연준 금리 전략 수석인 마크 카바나는 "워시가 가이던스를 주지 않겠다고 고집한다면 문자 그대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정책 방향성이 불확실하면 먼 미래일 수록 불투명해지고, 따라서 이 불확실성이 커브의 뒷단, 즉 장기 금리에 기간 프리미엄으로 쌓인다.  

이게 다가 아니다. 미국의 총 연방 부채는 8월 들어 40조 달러(약 5경 5228조 원)를 넘었고 이 중 시장이 보유한 부채는 GDP의 100.5% 수준이다. 연방 의회 예산처는 2026 회계연도 적자를 2월에 1조 9000억 달러(약 2623조 원)에서 최근 2조 1000억 달러(약 2899조 원)로 상향했다. 7월 한 달 적자만 4323억 달러(약 596조 원)로 2021년 3월 이후 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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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센트의 바이백은 통하지 않고 있다. © AP
미국: 장기 금리 자체가 자경단이 되고 있다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 8월 13일 국채 30년물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5.216%로 2001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응찰률은 12개월 평균을 밑돌았고 수요 부진으로 인해 낙찰 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국채 가격은 낮게) 형성되는 테일(tail)도 발생했다.

다만 바로 전날인 8월 12일 10년물 입찰은 마찬가지로 4.683%라는 2007년 이후 최고 금리로 낙찰되었지만, 수요는 대단히 강해서 예상 금리보다 1.7bp 낮게 낙찰됐다. 금리가 높다는 것과 수요가 약하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수요가 정말로 얇아진 구간은 10년물이 아니라 30년물이다. (쉽게 풀어서 말하면, 앞으로 10년은 미국 경제가 그럭저럭 버틴다고 보지만 30년 전망은 회의적이라는 뜻이다.)

물론 재무부도 손 놓고 앉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8월 19일 30년물 금리가 5.31%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역대 최고를 찍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10~30년 구간 장기국채 바이백* 한도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 이상으로 두 배 늘렸다. 시장은 10년물 금리 6bp, 30년물 9bp 하락으로 반응했지만 블룸버그는 "베센트의 계획은 잘봐줘야 서킷브레이커"라고 비꼬았고, 금리는 이틀 만에 고스란히 원상복귀했다.
* 바이백이란 문자 그대로 정부가 만기가 되기 전 시장에 발행된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buy back) 것. 이미 발행되어 유통되고 있는 국채를 시장에서 사들인다는 점에서 양적완화(Quantative Easing)과 유사하지만, 몇가지 차이점이 있다.

바이백은 재무부, 양적완화는 원칙적으로 정부에서 독립적인 중앙은행인 연준이 주체이다. 재무부는 중앙은행과는 달리 발권력이 없으므로 보유 현금이나 국채를 신규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 국채를 사들인다. 돈을 찍어내지 않으니 시중 통화량은 늘지 않고, 국채를 새로 발행한 돈으로 기존 국채를 사들이면 "플러스 마이너스=제로가" 되므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없다. 또한 수요가 낮아서 거래가 잘 되지 않는 국채를 사들이면, 현금화가 어렵다는 불리함의 비용(유동성 프리미엄)이 빠지면서 금리가 떨어진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채권시장이 목소리를 내게 하라(Let the Bond Market Speak)'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과거 소로스펀드에서 자신의 '부사수'이기도 했던 베센트에게 대놓고 "유동성 관리가 아니라 가격 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시장이 30년물 국채에 5.5%의 금리를 요구한다면 금리를 누를 것이 아니라 미국 재정에 대해 시장이 보내온 '청구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잭슨홀 미팅이 막을 올렸고, 한국시각으로 오늘 밤에는 케빈 워시가 기조연설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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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금리차 확대의 원조(?)는 일본이다. (이미지: 닛케이 아시아)
일본: 우리가 '찐'이다

"장단기 금리차 확대"라는 표현이 통상적인 의미에서 가장 정확하게 들어맞는 시장은 일본이다.


8월 26일 재무성 공식 종가는 1년물 1.461%, 2년물 1.697%, 10년물 2.892%, 20년물 3.756%, 30년물 4.039%. 1년물–10년물 스프레드는 무려 143bp로 2006년 5월 이후 20년 만의 최대폭이다. 그나마 좀 줄어든게 이 정도다. 7월 9일에는 168bp까지 벌어졌는데 이건 2004년 8월 이후 최대였다. 1년 전 같은 날 93bp였으니 1년 사이 50bp가 벌어진 셈이다.


상대 평가(스프레드) 대신 절대 평가 (금리 자체)를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10년물 2.892%는 1996년 9월 이후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고, 2년물과 1년물은 각각 1995년 5월, 1995년 4월 이후 31년 만의 최고치이다. 20년 넘게 제로에 붙어 있는 커브가 통으로 100bp 넘게 들려 올라간 것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일본은행(BOJ)이 6월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00%로 올렸다. 7월 회의에서는 동결이었지만, 타카타 하지메 위원이 "1.25%로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6월에는 아사다 토이치로 위원이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했는데 한 달 만에 반대표의 방향이 뒤집힌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57%가 9월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7월에는 금리 인상을 예상한 응답이 5%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에 시장의 마음이 통째로 돌아섰다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일본도 재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2월 8일 조기 총선에서 압승한 뒤 그 기세로 확장 재정을 밀어붙여왔다. 21조 3000억 엔(약 184조 원)규모의 경기부양책,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품 소비세를 8%에서 1%로 내리는 감세안, 그리고 올가을 또 한 번의 추가경정예산.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가장 화제가 됐던 초장기 구간(10년~30년)의 커브가 지난 1년 동안 평평해졌다는 사실이다. 10년–30년 스프레드는 작년 9월 8일 158bp로 사상 최고를 찍은 뒤 지금 115bp까지 좁혀졌다.1년 전 150bp보다 35bp나 낮다.

 

이유는 공급이다. 재무성이 2026 회계연도 발행계획에서 20~40년물 발행 물량을 4조 엔 어치 줄이고 대신 2년·5년물을 2조 4000억 엔 늘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커브에 그대로 찍혔다. 올해 최악의 입찰은 20년 이상 초장기물이 아니라 8월 4일에 열린 10년물이었다. 수요도 테일도 처참했다. 반면 8월 20일 열린 20년물 입찰은 물량을 무난하게 소화했고, 6월 국채시장 특별참가자회의에서는 참가자 다수가 "초장기 구간의 수급이 개선됐다"라고 언급했다. 

 

즉 일본의 경우 단순히 커브가 평평해진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이동"한 것이다. 2025년에는 20년 이상 초장기물이 받아낸 스트레스가 2026년에는 10년물 구간으로 옮겨 왔다. 마치 풍선 누르기와 같아서 발행을 줄이면 그 구간의 압력은 줄지만, 압력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다른 곳을 찾는다.

 

한 가지 더. 지금 일본 30년물(4.039%)은 독일 30년물(약 3.74%)보다 높다. 30년 동안 제로 금리의 상징이었던 나라가 유럽의 최고 안전 자산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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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안젤라의 한글 이름은 박누리이다.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최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이끌었다. 현재는 피지컬 AI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중국필패>, <재닛 옐런>,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급변하는 거시경제 환경과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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