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중요해진 실리콘밸리의 대선 선택

[키티의 빅테크 읽기] 30화. 대선에 AI봇까지 등장하는 와중에
비즈니스의 방향에 있어 정치는 이전에도 중요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 중요도와 영향은 커지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정치 무관심은 비즈니스도 안 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특히 미국의 정치는 세계적인 영향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커진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와 이에 따른 무역 전쟁 그리고 각종 첨단 산업에서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은 전 세계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반도체법(CHIPS Act)는 현재 그간 산업의 통념을 아예 바꾸는 투자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1월 벌어지는 미국 대선은 지금까지 만들어온 변화의 향방을 한 번에 다른 방향으로 꺾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요. 어떤 방향의 결론이 나건 그 어느때 보다 '정치'가 전 세계 경제와 개별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큰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양당의 유력한 후보인 현 대통령 조 바이든 그리고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사이에서 그동안 정치 관여가 활발했던 실리콘밸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두 유력 후보에 대해 미적지근해진 이들의 반응은 향후 규제의 향방이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도 합니다. 브레이크 없이 개발되는 AI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현재 위협 받는 DEI(다양성, 평등, 포용: Diversity, Equity, Inclusion)도 그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고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것 같지만 실리콘밸리도 이미 올해 가장 중요한 이벤트의 결과가 어떠해야 유리할 지를 분석하고, 그리고 이에 따라 어떻게 대처할지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점점 더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이야기가 되고, 다시 또 꺼내볼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 #2024미국대선
중요해진 실리콘밸리의 대선 선택
AI봇이 등장한 2024년 미국 정치
올해 1월 미국은 공화당 경선으로 떠들썩했다. 트럼프가 예상대로 압도적으로 앞서가며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거의 확정되는 가운데, 민주당도 조용히 경선을 치르는 중이다. 바이든에 맞서 후보로 나온 유일한 현직 민주당 하원의원인 딘 필립스(Dean Phillips)는 "최초의 AI 대통령이 되겠다"라면서 특이한 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대선 후보 최초로 AI봇 계정을 만든 것.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 물어보면 딘 필립스의 입장에서 답변해 주는 봇이다. 

곤란한 질문은 대강 뭉뚱그려 대답하는 등 특별히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이 봇 계정은 오픈AI에서 금지조치를 당했다. 딥페이크가 선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1월 민주당 경선이 치러진 뉴햄프셔의 유권자들에게는 바이든의 목소리를 딥페이크로 재현한 가짜 로보콜이 걸려 와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안겼다. "1월 대선 본선을 위해 지금은 힘을 아껴놔야 한다. 이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경선 방식의 일종)에선 투표 안 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딘 필립스의 봇 계정이 주목을 끈 또 다른 이유는 이 봇을 만드는 데 기여한 PAC(정치활동위원회, 주로 특정 정치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민간이 만든다)의 주요 기부자가 오픈AI 초기 직원(이자 샘 알트먼과 한때 데이트를 했던)인 맷 크리실로프(Matt Krisiloff)였다는 데 있다.

이 PAC이 샘 알트먼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퍽 뉴스에 따르면 알트먼은 '안티-바이든'의 길로 접어들었다.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알트먼은 바이든을 지지하는 PAC에 25만 달러를 기부했었다. PAC 결성 시점이 바이든 대통령이 AI 규제 관련 대통령 행정명령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AI 산업 규제 대신 옹호하는 후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필립스의 공약집을 보면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AI 리더십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이후 AI 부처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AI의 가능성과 리스크를 모두 인지하고 대응하겠다" 정도의 원칙론으로 규제에 대한 강한 의지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는 알트먼을 비롯해 실리콘밸리 많은 AI 리더들의 내러티브와 일치한다.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딘 필립스의 AI봇이다. (이미지: dean.bot)
흥미로운 사실은 필립스가 2019년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는 금권 정치(Plutocracy, 의회의 법과 정부의 정책이 자본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에 반대했는데 이젠 AI는 물론 테크계 친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립스에게 100만 달러를 기부한 헤지펀드 대표 빌 애크먼(Bill Ackman)은 필립스와 엑스(구 트위터)의 스페이스에서 대화하면서 그를 일론 머스크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화에서 필립스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머스크 또는 애크먼에게 장관 자리를 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필립스가 알트먼과 밀접한 PAC으로부터 후원을 받긴 했지만 아직까지 파장을 일으킬 만한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오픈AI CEO이자 AI 업계의 명실상부한 원톱 인플루언서인 샘 알트먼이 앞으로 이어질 미 대선에서 2020년처럼 결국 바이든을 지지하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알트먼이 여러 번 미팅을 가졌다는 딘 필립스의 AI봇이 오픈AI의 정치인 봇 첫 금지 사례가 된 건 아이러니하지만, 이 해프닝은 오픈AI가 정책 차원에서도 일종의 업계 북극성 역할을 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언론인 케이시 뉴튼(Casey Newton) 또한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뉴스레터 <플랫포머>를 통해 페이스북에서 영국 수낙 총리의 딥페이크 영상 140여 개가 올라왔다가 40만 뷰를 기록한 후에야 삭제된 사건과 이번 오픈AI의 대응을 비교하며 "문제가 터진 다음에 대응하는 것보다 선제 대응이 훨씬 낫다"라고 밝혔다. 오픈AI처럼 리소스가 많은 AI 기업이 아닌 다른 AI 서비스들이 광고비 등 수익을 위해 딥페이크를 방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조처가 모범적이라고 본 것이다.
AI계의 아이콘이 된 샘 알트먼이 누구에게 기부를 하며 지지를 할 지도 계속 주목 받을 것이다.  
테크 거물들의 지지 현황은?
미국 테크 업계 정치기부 풍향계에서는 페이팔 마피아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표심은 바이든, 트럼프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표류 중이다. 2016년 대선 때 다른 고액 기부자들이 트럼프를 외면할 때 트럼프를 지지해 주목받았던 대표적인 페이팔 마피아 피터 틸(Peter Thiel)은 아예 2024년 대선에서는 발을 빼겠다고 선언했다. 

일론 머스크 측근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정치 발언을 강하게 하는 인물 중 하나인 데이빗 색스(David Sacks) 크래프트 벤처스(VC) 파트너는 일론 머스크와 함께 론 드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의 출마 선언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색스는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 우익 강경 및 미국 우선주의)로 지지 후보를 바꾸었다. 참고로 드샌티스와 라마스와미 모두가 후보 사퇴 후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한편 그동안 민주당을 주로 지지해 온 또 다른 페이팔 마피아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트럼프와 최후의 경선 대결을 펼치고 있는 니키 헤일리(Nikki Haley)에게 정치 기부를 했지만 헤일리가 경선에서 트럼프에 패배한 이후부터는 후원을 중단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나 드샌티스 등 '트럼프주의' 정치인을 지지했던 테크 기업인들의 지지가 시들해진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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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리드했고, 소셜임팩트를 담당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에 정기 기고 중이며, 장애-유니버설 디자인-ESG-사회혁신 등의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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