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배송 어디셔 시켜?"라는 질문은 "시장 어디서 봐?"와 같은 질문이 된 지 꽤 되었습니다. 새벽 배송을 통해 식품을 구매하는 방법이 인구 대부분에 가능해진 이후 식품 이커머스는 사람들의 습관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되었죠. 이런 흐름을 가장 앞서 이끌었던 것이 컬리였습니다. 컬리가 아직 없던 모델을 시장에 안착 시키면서 한국 시장에 이커머스 산업이 커지는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좋은 품질의 제품을 직유통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이커머스라는 상징적인 브랜드 자리를 차지한 이후 컬리는 같은 시장에 후발 주자로 들어온 경쟁 업체들로 인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쿠팡의 공격적인 사업 전개로 신선 식품에서 차지하던 우위마저 잃으면서 마켓컬리의 사업 확대는 차질을 빚게 되었죠. 

컬리는 현재 뷰티컬리의 성장을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멤버십 전략도 도입하는 등 지속해서 사람들을 컬리 브랜드에 잡아놓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하지만 사업 성과는 욕심처럼 나오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영업 적자는 줄었지만, 매출 성장은 지지부진합니다. 신규 사업은 앞으로 2~3년 안에 성과를 내는 것이 아주 중요할 것으로 보이고요. 

무엇보다 최근 컬리의 사용자 수 증가세는 멈춰서서 하락세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수치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컬리라는 서비스 전체가 반등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컬리는 지금 실제로 어떤 상황일까요? EBITDA(이자, 법인세, 감가상각 비용을 반영하기 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내세우면서 현금 흐름이 괜찮음을 강조하지만, 반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컬리가 과연 반등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핵심 지표를 짚으며 전합니다. 지금 컬리가 왜 어려울 수밖에 없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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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온라인 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의 높은 인구 밀도와 같은 배송에 최적화된 조건을 배경으로 높은 침투율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 경우 과거에는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특성 때문에 오프라인 채널의 선호가 절대적으로 높은 품목이었으나, 모두가 인지하듯 신선 식품 전문 이커머스 기업인 컬리의 등장과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식품의 온라인 채널 전환 가속화에 크게 기여했다.

2010년대 초반 한 자릿수 중반에 그치던 식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이후 꾸준히 상승하다가 컬리가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2017년 침투율이 10%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온라인 침투율이 16%로 급상승하였고 지난해에는 23%를 기록했다. 온라인 식품 시장은 코로나 이후 매년 평균 17%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온라인 전체 성장률이 8%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식품 시장의 성장성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식품은 목적성 구매보다 매일매일 심심할 때 앱을 열어 들어오게 하기 가장 쉬운 품목이다. 그리고 이런 식품은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파는 플랫폼을 찾아 다니는 비식품, 즉 공산품과 달리 사용 후기가 꼭 만족스러워야 하는 까다로운 품목이다 보니 소비자들은 일단 마음에 드는 플랫폼이 생기면 거기에 정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식품은 플랫폼의 고정 트래픽을 유치하게 위해 효과적이며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식품은 일반 비식품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재고의 가치가 급격히 훼손되기 때문에 신선한 퀄리티 유지를 위해 유통 과정에서 콜드 체인이 필수적이며,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배송될 때까지 물류와 유통을 현대의 기술력에 맞게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와 기술이 필요한 까다로운 분야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커머스 사업 자체의 경쟁이 심해지고 컬리가 식품으로 차별화에 성공하는 모습을 본 쿠팡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림에 따라 식품 시장의 온라인 채널 전환은 자연스럽게 가속화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우선 간단하게 컬리가 어떻게 새로운 모델을 도입했는지부터 살펴보자.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는 이마트몰(쓱닷컴의 전신)과 생활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하는 오아시스가 온라인 신선 식품 커머스 시장을 지배하던 시기에 새로우면서도 차별화된 고급 상품 구색으로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등장한 온라인 신선 식품 플랫폼이 바로 컬리다. 

컬리는 (무려) 2015년에 새벽 배송 개념을 처음 시장에 도입한 기업이다. 신선 식품이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물류도 직접 자체적으로 운영하는데 신선 식품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재고보유일수를 가능한 만 1일 미만으로 가져가는 게 회사의 주요 목표였다. 그래서 교통 체증이 없어 빠르게 배송이 가능한 시간대를 찾다 보니 새벽 배송을 하게 된 것이다.

새벽 배송은 기존에 로켓배송과도 또 다른 배송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컬리는 의도한 대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컬리는 1P(First-Party) 사업자, 즉 제품을 사입하여 회사가 재고 부담을 지고 판매하는 사업자이다. 기본적으로 신선 식품 생산자들의 판매경로는 동네 협동조합 혹은 직매입을 하는 유통상에게 판매한다. 중간 유통상을 배제하고 생산자에게 직접 정해진 수량으로 지속적으로 매입한다. 재고가 컬리한테 귀속되니 생산자들 입장에서도 컬리는 거래하기 좋은 매입처였다.

그 결과로 컬리와 거래하는 생산자들은 품질이 우수한 상품의 생산에 집중하게 되었고 컬리는 신선 식품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균질한 품질의 상품을 주기적으로 공급 받으면서 윈윈하는 관계가 형성된다. 

쿠팡이 2018년에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온라인 식품 시장의 경쟁은 본격적으로 가열되기 시작했다. 쿠팡이 이 서비스를 도입할 당시에는 MAU(Monthly Active User, 월간 활성 사용자 수) 기준으로 업계 2위 자리까지 올라섰으나, 계속된 적자 운영으로 마케팅 비용 집행을 줄이면서 MAU가 정체되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로켓프레시 서비스로 인해 신규 고객이 다시 크게 유입되며 사용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이듬해인 2020년에 코로나19가 발병하면서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쿠팡 입장에서는 신선 식품 온라인 유통은 경쟁업체인 컬리나 쓱닷컴 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전략이 모호했던 쓱닷컴이나 고객 베이스가 크지 않은 컬리와 달리, 적자를 감내하고도 투자에 집중했던 전략과 그것이 가능했던 투자 여건, 그리고 경쟁사 대비 몇 배 많은 고객 베이스 등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효과가 톡톡히 더해지며 신선 식품 품목마저 고객을 쿠팡 테두리 안에 머물게 하는데 성공했다.

와우 멤버십은 2019년 출시 당시 월 2900원 회비를 내면 구매 금액과 상관 없이 로켓배송 무료 배송, 로켓프레시 신선식품의 새벽 배송, 아침 주문의 당일 도착, 낮시간 주문 시 새벽 도착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였다. 쿠팡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어 할인 혜택 보다 무료 배송 및 빠른 배송 등 주로 배송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했다. (여기에 쿠팡 플레이 무료 이용도 가능해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이후 2022년 6월 멤버십 회비가 4990원으로 인상되었으나 회비 인상으로 회원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회원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와우 멤버수는 회비 인상 전 2021년 말 기준 900만 명이었으나 인상 후인 2022년 말에 1100만 명을 돌파하고 지난 해 말 기준 1400만 명에 도달했다.

월 회비 4990원을 납부하는 회원이 1400만 명이라는 말은 회비 수입만 연간 약 75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쿠팡은 회비 인상 직후 인 2022년 3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는데 멤버십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경쟁 심화, 그리고 식품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컬리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시작한다. 이 서비스가 바로 지난해 런칭한 뷰티컬리 서비스이다. 주 고객층이 여성인 점에 착안하여 화장품 카테고리로 우선 품목을 중점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이 일부 입점하면서 패션으로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는 있으나, 전체 사업 비중에 유의미한 수준의 확대가 이루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초기인만큼 판매량은 확대되고 있지만, 플랫폼 내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아갈지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는 객단가 규모에서나 고객의 구매 빈도에서나 기존 모델보다 확장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공산품은 어느 플랫폼에서 구매하든 상관이 없고 경쟁 포인트가 가격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선 식품에서 가졌던 컬리의 강점이 현실적으로 카테고리 확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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