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환율 급등은 경제 현황을 바라보는 대중들 사이 공포심을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역사상 1400원을 넘었던 경우가 3번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이렇게 원화가 약세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지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죠.

물론 현재 원화가 약세인 상황은 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만큼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도 작용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꾸준히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강세일 수밖에 없는 (물가 지수가 조금 더 오르긴 했지만) 실업률 등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지표가 좋으면 연준은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어지죠.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계속 관리해 나가야 하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미 연준은 올해 내 여섯 차례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시사한 바를 이행할까요?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낮아졌지만, 금리 인상에도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는 미국의 대대적인 재정 정책 실행으로 인해 이어지고 있으며,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이기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돌아보면 이제 시장 참여자들이 끝내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 있죠. 오랜 기간 이어진 저금리의 시대는 진정 끝이 났고, 저금리가 안겨줬던 편안함을 잊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당장의 과제라는 것입니다.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5.5%까지 올라온 현재 기준 금리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짚습니다. 복잡하고 어렵기도 한 현재의 상황을 쉽고 시원하게 설명합니다. 

이번 주 화요일(4월 16일),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최고치(원화 가치 하락)을 기록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1400원을 돌파했다. 4월 들어 원화는 전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며 4% 가까이 폭락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8.7% 추락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은 원유 가격 상승이 환율에 가하는 압력이 크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같은 양의 석유를 구매하기 위해 원화를 그만큼 더 많이 지불해야 하고, 원화를 그만큼 내다 팔면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또 중국이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위안화도 약세인데, 한국은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기 때문에 원화가 위안화와 함께 움직이는 경향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강달러가 맹위를 떨치고는 있지만, 원화가 다른 선진국 통화들과 비교해도 가치가 많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이번이 역대 네 번째이다. 환율 급등에 놀란 한국 외환 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고, 결국 1395.5원에 턱걸이하며 장을 마쳤다.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고 금리 정상화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만큼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년 가까이 3.5%에 묶여있다. 반면 미국은 5.5%, EU는 4.75%, 심지어 부동산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최근에 금리를 내린 중국조차 3.95%(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 기준)이다. 현재 한국보다 금리가 낮은 선진국은 30년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있는 일본 정도 뿐이다.

그러면 왜 인플레이션은 (만족스러울 정도로)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일까? 금리가 단기간에 5% 넘게 올랐는데 실업율은 왜 안정적일까? 여기서 바로 경기를 조절하는 두 개의 칼 중 나머지 하나, 재정 정책이 등장한다. 한쪽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통화 정책을 조이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재정 정책을 풀고 있는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은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는 요인으로 지속적인 재정 지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군비 경쟁의 재점화, 글로벌 무역의 구조 변화, 에너지 비용의 상승 등을 꼽았는데, 하나같이 재정 지출을 촉발시키는 요소들이다. 

미국이 어마어마한 군비 지출을 해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 몇 년 사이에는 특히 그럴만한 배경이 증가했다. 대만 해협의 긴장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격했고, 그 이스라엘에 대해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섰다. 하필이면 현재 진행 중인 군사 분쟁들은 하나같이 에너지 가격에 치명적인 지역이다. 

여기에 중국과 신냉전 시대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기술 제재에 들어가면서 R&D 패권 경쟁과 리쇼어링(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의 제조업을 자국으로 이전)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다. 에너지 자립과 탄소 중립을 위한 탈화석연료, 클린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