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입하겠다는 SMR 오늘은 빌 게이츠가 큰 투자를 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스타트업인 테라파워의 큰 계획을 살펴봅니다. 최근 빌 게이츠가 테라파워의 와이오밍 발전소 착공식에 참석하고, 관련 인터뷰를 이어가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조명을 받았는데요.
그는 앞으로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자해서라도 SMR 발전소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전기차와 AI를 비롯해 점점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면서 기후위기 해결에 한발 다가서기 위해서는 꼭 SMR이 하나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여기에 더해 석탄 발전소 폐쇄 등으로 미국 곳곳의 낙후 지역 재생까지 이루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하고 있죠.
물론 아직 자리 잡은 사례가 없는 새로운 기술이고,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과 시선도 큽니다. 다른 에너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요. 하지만 리스크가 크더라도 시도를 해야만 하는 사업이라고 빌 게이츠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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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빌게이츠 #SMR #기후위기 1. 세상을 바꿀 에너지의 리스크 |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e Reactor)에 대한 이야기는 AI 개발 경쟁으로 인한 데이터 센터 건립의 필요성 그리고 그에 따른 전력 사용 증가 예상으로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최근 관련 논의를 가장 활발하게 이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빌 게이츠이죠. 한국 미디어를 통해서도 최근 테라파워가 세우는 와이오밍 부지의 착공식에 참석한 것이 광범위하게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빌 게이츠는 대표적인 SMR 스타트업인 테라파워(TerraPower)에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를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기술에 투자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를 설립해 다양한 기후테크에 투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꾸준히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메시지를 내왔고요.
이런 그가 기후위기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로 SMR을 꼽은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력 공급의 가장 큰 부분이 아직까지 석탄을 비롯한 화석 연료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전 세계 전력 발전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023년에 30%를 넘어섰고 지속해 상승해 왔으나,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그리고 중국과 일본도 석탄 등의 화석 연료에 발전을 의존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습니다. 이 문제는 말 그대로 기술적인 '브레이크스루(돌파구)'가 나오지 않으면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빌 게이츠는 지금 SMR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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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함께 기능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빌 게이츠가 이 새로운 원자로가 에너지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한 소위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는 24시간 돌아갈 수 없는 기존 재생에너지원에 더한 추가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것이에요. 빌 게이츠는 누구보다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도 “풍력과 태양 에너지 기술은 너무나 훌륭하고, 최대한 빠르게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충분하지가 않다. 다른 에너지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죠. 현재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에 더해 추가해야 할 에너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는 기술 발전에 따라 전력 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현재 우리가 매일 뉴스를 통해서 접하고 있는, 이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AI 개발 경쟁처럼요. 기후위기를 불러오지 않고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이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그 근원이 되는 에너지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한다고만 하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다른 명확한 이유도 생긴 것입니다.
어찌 보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것이기도 해요.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뒷받침할 에너지원이 부족하고, 화석 연료를 계속 끌어다 쓰면 지구 파괴를 앞당기는 길이니,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이기도 하죠. 한 영역의 기술 발전은 또 다른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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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파워가 짓는 발전소의 렌더링 이미지입니다. 소형모듈원자로 기반 발전소는 원자력 발전소라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계획상으로는요. (이미지: 테라파워) |
새로운 에너지라는 미지의 영역 테라파워의 목표는 2030년부터 실증단지를 완료하고 상업 운전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목표를 과연 맞출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분석됩니다. 확답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었다면 벌써 많은 이들이 이미 비슷한 돌파구를 마련해 가고 있을 테지만, 확실한 진전을 보여주는 곳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불확실한 기술에 들여야 하는 자본도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와 AP를 비롯한 관련 보도를 이어온 곳들은 최근 30년간 미국에서 만들어진 원자로는 경수로 원자로 2기가 있는데, 조지아주에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7년이 더 걸렸고 비용도 170억 달러(약 23조 5300억 원)나 더 든 350억 달러(약 48조 4500억 원)가 쓰이고 완성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안전한 발전소를 계획대로 짓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이 사례에서 느낄 수 있죠.
물론 SMR이 아닌 기존의 대형 원자로이고, 이 경우는 특히 그 비용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지만 미국뿐만 아니라 원전이 발전 체계의 주력인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과 일본 등에서도 원자로 건설 비용은 지속 상승해 왔음을 미국 워싱턴 DC의 민간 씽크탱크인 인프라스트럭처폴리시(IFP)는 지적합니다. (참고로 IFP는 비정파적 싱크탱크라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테라파워는 현재까지 미국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쓰는 경수로 원자로가 아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SMR을 만들려고 합니다. 와이오밍 착공한 발전소의 규모는 345메가와트로 약 2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고요. 최근 조지이주에 지어진 경수로 원자로의 3분의 1 규모입니다.
이들이 현재 만드는 나트륨(Natrium) 냉각 고속 원자로는 냉각재로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데요. 나트륨이 물보다 훨씬 높은 끓는점(섭씨 880도)을 가졌고,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더 높은 온도에서 원자로가 작동해 발전 효율이 올라가고, 경제성도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론적으로는) 기존의 경수로 원자로 만큼 두꺼운 보호막이나 안전장치 등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건립 비용까지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고 테라파워는 설명하고 있죠.
테라파워가 현재 와이오밍에서 짓고자 하는 이 발전소에는 약 40억 달러(약 5조 5400억 원)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미국 에너지부가 절반인 20억 달러(약 2조 7700억 원)를 지원하고요. 이는 보통의 화석 연료 발전소나 재생에너지 기반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이미 투입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의 최근 관련 보도는 짚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의 원자로 보다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첫 원자로에 들어가는 최초 비용이 있어 이후 지어질 원자로의 비용은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게 테라파워 측의 설명입니다.
현재까지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투자한 10억 달러 외에 자체적으로 8억 3000만 달러(약 1조 1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한국의 SK그룹도 초기 투자자입니다) 빌 게이츠는 앞으로 수식 업 달러가 더 들어가야 한다면 기꺼이 이를 투자하겠다고 최근 한 인터뷰에서 선언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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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최근 전국 방송인 CBS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필요한 만큼 돈을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이미지: CBS 뉴스 인터뷰 장면 캡처) |
쉽지 않은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 물론 이렇게 좋은 비전을 가진 투자가 꼭 성공할 수 있다고 마냥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최근 SMR 개발은 지속해서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도 있습니다. 경수로 원자로를 기반으로 한 SMR을 개발하던 또 다른 스타트업인 누스케일(NuScale)은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역시 가스 냉각식 원자로를 개발하는 엑스 에너지는 계획했던 상장을 취소하면서 현재 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렸습니다. 에너지 경제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인 에너지 경제/재무 분석 연구소(IEEFA)는 SMR 개발사들의 비용 추정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면서 이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죠. 계속해서 추정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은 그 자체로 불확실한 개발 상황을 알리는 것이고, 경제성까지 좋아지지 않는다면 지속해서 개발을 이어갈 자본이 투자되기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된다면 풍력과 태양 에너지 등의 재생에너지에 자본을 더 투입해 빠르게 확산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오는 중입니다. 일단 원료 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현재로서는 원자로의 핵심인 농축 우라늄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력 발전소들은 농축 우라늄의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구매해 왔는데, 지난 5월부터 러시아산 우라늄의 수입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여파이죠. 미국 기업들이 구매하는 우라늄이 연간 10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에 이 자금을 흘러 들어가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테라파워는 2022년에 이미 러시아산 우라늄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특수한 농축 우라늄은 러시아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었죠. (그래서 프로젝트가 기존보다 2년여 시간이 더 필요해져 2030년이 목표가 된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남아공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우라늄을 공급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정부도 앞으로 미국 내 우라늄 농축 산업을 만들기 위한 지원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대체 공급처를 찾는 일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외에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있기도 합니다. 테라파워는 나트륨 냉각 고속 원자로가 경수로 원자로 대비해서도 안전하며, 그렇기 때문에 경수로 원자로가 수반하는 값비싼 안정장치들이 필요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원자력 규제 위원회에 이미 관련 자료들을 넘긴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과정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안전이 중시되는 원자력인데, 새로운 원자로가 기존의 안정장치가 다 적용된 원자로보다 안전할 수 있다고 증명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난관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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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가 위치한 와이오밍주의 캠머어 지역 일대는 석탄 발전소가 폐쇄되고 대체할 시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많은 석탄 화력 발전소들이 위치한 지역이 이러한 처지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테라파워) |
더 큰 그림까지 보는 빌 게이츠 수십억 달러라도 더 투입하겠다는 빌 게이츠는 일단 더 큰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현재 테라파워가 삽을 뜬 와이오밍의 석탄 발전소를 대신해 SMR 발전소를 가동한다면 그 자체로 지역 경제도 다시 재생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근 지역에 약 3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의 경제는 큰 부분을 이 석탄 발전소에 의존해 왔는데, 2036년 폐쇄가 될 예정이고 이후 계획은 없는 상태였죠. 만약 이번 사례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사례가 퍼져나가 낙후된 곳곳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방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화석 연료 발전소의 가동이 떨어지면서 죽어가는 지역 경제에 고용을 늘릴 수 있고, 낙후산업 지역을 다시 재생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희망도 크게 섞인 큰 그림이지만, 자본을 더 투입해서라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그간 기술과 산업 그리고 문화 발전에서도 소외되어 왔다고 생각하는 지역들이 다시 새로운 기술의 에너지로 활성화되는 효과까지 얻는다면 투자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기도 하죠.
빌 게이츠는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지만, 최초의 원자로 성공 이후 원자로 가동을 늘려가면서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리스크를 지는 이유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도 했죠. 물론 그는 이렇게 낙관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프로젝트이고 현실의 사례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과연 수많은 회의적인 시선을 뛰어넘고 결과적으로 성공하는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을까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몇 안 되는 해결책입니다. 경제적으로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이고 기술 개발 자체도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지만, 시도의 가치가 충분한 프로젝트라고 보는 것입니다.
어쨌든 세상에서 가장 큰 기업을 창업하고 억만장자가 된 기업가는 그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거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빅테크]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2. 누구를 위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틱톡과 같은 크리에이터 기반 플랫폼에는 좋은 콘텐츠들이 많습니다. 잘 골라보고, 내가 내 알고리듬만 잘 조정하면 나의 삶에 유용한 콘텐츠들을 끊임없이 받아보는 통로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이런 플랫폼에서는 자극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가 관심을 더 받고 알고리듬의 선택을 받는다"와 같은 비판에 "그건 (당신이) 좋은 콘텐츠보다는 그런 콘텐츠에 자신을 더 노출시켰기 때문이다"라고 맞받아치는 경우도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개인의 상황도, 개인의 선택 때문에 전적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요? 빅테크 플랫폼들이 운영하는 알고리듬과 그들이 플랫폼 차원에서 내리는 정책적인 결정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순식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빅테크 플랫폼들이 공급자와 수요자의 구분이 없던 플랫폼을 공급자와 수요자, 즉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로 극명히 나누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소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가 대세가 된 이후에는 이런 알고리듬과 정책의 영향은 훨씬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새로워졌고요.
이제 그 절정을 지나는 중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결국 플랫폼이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전보다 산업적으로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들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플랫폼들이 만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현황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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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조디의리테일우화 3. 대반전을 이룬 아식스의 길 |
아식스는 2010년대의 긴 암흑기를 끝내고 최근 몇 년간 큰 성장 곡선을 다시 그려왔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큰 모멘텀을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조금 부족해 보였습니다. 아직은 세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10%를 넘지 않고, 일본 시장 외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죠. 이런 아식스를 바라보는 기류는 최근에 달라졌습니다. 아식스는 2024년 들어서도 판매가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각국에서의 러닝화 점유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의 가장 큰 마라톤 이벤트였던 지난 4월의 파리 마라톤에서는 우승자가 모두 아식스를 신고 있었고,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아식스의 위상도 확인되었죠.
일본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강자 자리를 기반으로 아식스는 이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러닝화 시장에서의 점유율 1위를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리는 중입니다. 러닝화가 기반이 되어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인 스니커즈 브랜드의 성장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현재 이러한 모습은 회사의 가치에도 반영되어 왔습니다. 아식스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100% 넘게 올랐고, 5년 기준으로는 650% 넘게 올랐죠. 이처럼 큰 전환을 아식스는 어떻게 만들어 낸 것일까요? 이번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아식스가 이어온 전환의 원동력과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전합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역량을 다시 큰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자신들이 전문으로 하는 마라톤 러닝과도 같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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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대표적인 SMR 스타트업인 테라파워(TerraPower)에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를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기술에 투자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를 설립해 다양한 기후테크에 투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꾸준히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메시지를 내왔고요.
이런 그가 기후위기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로 SMR을 꼽은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력 공급의 가장 큰 부분이 아직까지 석탄을 비롯한 화석 연료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전 세계 전력 발전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023년에 30%를 넘어섰고 지속해 상승해 왔으나,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그리고 중국과 일본도 석탄 등의 화석 연료에 발전을 의존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습니다.
이 문제는 말 그대로 기술적인 '브레이크스루(돌파구)'가 나오지 않으면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빌 게이츠는 지금 SMR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풍력과 태양 에너지 기술은 너무나 훌륭하고, 최대한 빠르게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충분하지가 않다. 다른 에너지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죠. 현재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에 더해 추가해야 할 에너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는 기술 발전에 따라 전력 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현재 우리가 매일 뉴스를 통해서 접하고 있는, 이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AI 개발 경쟁처럼요.
기후위기를 불러오지 않고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이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그 근원이 되는 에너지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한다고만 하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다른 명확한 이유도 생긴 것입니다.
어찌 보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것이기도 해요.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뒷받침할 에너지원이 부족하고, 화석 연료를 계속 끌어다 쓰면 지구 파괴를 앞당기는 길이니,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이기도 하죠. 한 영역의 기술 발전은 또 다른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불확실한 기술에 들여야 하는 자본도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와 AP를 비롯한 관련 보도를 이어온 곳들은 최근 30년간 미국에서 만들어진 원자로는 경수로 원자로 2기가 있는데, 조지아주에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7년이 더 걸렸고 비용도 170억 달러(약 23조 5300억 원)나 더 든 350억 달러(약 48조 4500억 원)가 쓰이고 완성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안전한 발전소를 계획대로 짓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이 사례에서 느낄 수 있죠.
물론 SMR이 아닌 기존의 대형 원자로이고, 이 경우는 특히 그 비용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지만 미국뿐만 아니라 원전이 발전 체계의 주력인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과 일본 등에서도 원자로 건설 비용은 지속 상승해 왔음을 미국 워싱턴 DC의 민간 씽크탱크인 인프라스트럭처폴리시(IFP)는 지적합니다. (참고로 IFP는 비정파적 싱크탱크라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테라파워는 현재까지 미국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쓰는 경수로 원자로가 아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SMR을 만들려고 합니다. 와이오밍 착공한 발전소의 규모는 345메가와트로 약 2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고요. 최근 조지이주에 지어진 경수로 원자로의 3분의 1 규모입니다.
이들이 현재 만드는 나트륨(Natrium) 냉각 고속 원자로는 냉각재로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데요. 나트륨이 물보다 훨씬 높은 끓는점(섭씨 880도)을 가졌고,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더 높은 온도에서 원자로가 작동해 발전 효율이 올라가고, 경제성도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론적으로는) 기존의 경수로 원자로 만큼 두꺼운 보호막이나 안전장치 등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건립 비용까지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고 테라파워는 설명하고 있죠.
테라파워가 현재 와이오밍에서 짓고자 하는 이 발전소에는 약 40억 달러(약 5조 5400억 원)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미국 에너지부가 절반인 20억 달러(약 2조 7700억 원)를 지원하고요. 이는 보통의 화석 연료 발전소나 재생에너지 기반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이미 투입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의 최근 관련 보도는 짚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의 원자로 보다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첫 원자로에 들어가는 최초 비용이 있어 이후 지어질 원자로의 비용은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게 테라파워 측의 설명입니다.
현재까지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투자한 10억 달러 외에 자체적으로 8억 3000만 달러(약 1조 1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한국의 SK그룹도 초기 투자자입니다) 빌 게이츠는 앞으로 수식 업 달러가 더 들어가야 한다면 기꺼이 이를 투자하겠다고 최근 한 인터뷰에서 선언하기도 했죠.
최근 SMR 개발은 지속해서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도 있습니다. 경수로 원자로를 기반으로 한 SMR을 개발하던 또 다른 스타트업인 누스케일(NuScale)은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역시 가스 냉각식 원자로를 개발하는 엑스 에너지는 계획했던 상장을 취소하면서 현재 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렸습니다. 에너지 경제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인 에너지 경제/재무 분석 연구소(IEEFA)는 SMR 개발사들의 비용 추정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면서 이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죠.
계속해서 추정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은 그 자체로 불확실한 개발 상황을 알리는 것이고, 경제성까지 좋아지지 않는다면 지속해서 개발을 이어갈 자본이 투자되기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된다면 풍력과 태양 에너지 등의 재생에너지에 자본을 더 투입해 빠르게 확산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오는 중입니다. 일단 원료 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현재로서는 원자로의 핵심인 농축 우라늄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력 발전소들은 농축 우라늄의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구매해 왔는데, 지난 5월부터 러시아산 우라늄의 수입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여파이죠. 미국 기업들이 구매하는 우라늄이 연간 10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에 이 자금을 흘러 들어가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테라파워는 2022년에 이미 러시아산 우라늄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특수한 농축 우라늄은 러시아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었죠. (그래서 프로젝트가 기존보다 2년여 시간이 더 필요해져 2030년이 목표가 된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남아공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우라늄을 공급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정부도 앞으로 미국 내 우라늄 농축 산업을 만들기 위한 지원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대체 공급처를 찾는 일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외에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있기도 합니다. 테라파워는 나트륨 냉각 고속 원자로가 경수로 원자로 대비해서도 안전하며, 그렇기 때문에 경수로 원자로가 수반하는 값비싼 안정장치들이 필요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원자력 규제 위원회에 이미 관련 자료들을 넘긴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과정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안전이 중시되는 원자력인데, 새로운 원자로가 기존의 안정장치가 다 적용된 원자로보다 안전할 수 있다고 증명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난관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번 사례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사례가 퍼져나가 낙후된 곳곳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방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화석 연료 발전소의 가동이 떨어지면서 죽어가는 지역 경제에 고용을 늘릴 수 있고, 낙후산업 지역을 다시 재생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희망도 크게 섞인 큰 그림이지만, 자본을 더 투입해서라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그간 기술과 산업 그리고 문화 발전에서도 소외되어 왔다고 생각하는 지역들이 다시 새로운 기술의 에너지로 활성화되는 효과까지 얻는다면 투자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기도 하죠.
빌 게이츠는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지만, 최초의 원자로 성공 이후 원자로 가동을 늘려가면서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리스크를 지는 이유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도 했죠. 물론 그는 이렇게 낙관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프로젝트이고 현실의 사례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과연 수많은 회의적인 시선을 뛰어넘고 결과적으로 성공하는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을까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몇 안 되는 해결책입니다. 경제적으로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이고 기술 개발 자체도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지만, 시도의 가치가 충분한 프로젝트라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개인의 상황도, 개인의 선택 때문에 전적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요? 빅테크 플랫폼들이 운영하는 알고리듬과 그들이 플랫폼 차원에서 내리는 정책적인 결정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순식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빅테크 플랫폼들이 공급자와 수요자의 구분이 없던 플랫폼을 공급자와 수요자, 즉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로 극명히 나누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소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가 대세가 된 이후에는 이런 알고리듬과 정책의 영향은 훨씬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새로워졌고요.
이제 그 절정을 지나는 중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결국 플랫폼이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전보다 산업적으로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들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플랫폼들이 만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현황을 짚어봅니다.
이런 아식스를 바라보는 기류는 최근에 달라졌습니다. 아식스는 2024년 들어서도 판매가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각국에서의 러닝화 점유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의 가장 큰 마라톤 이벤트였던 지난 4월의 파리 마라톤에서는 우승자가 모두 아식스를 신고 있었고,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아식스의 위상도 확인되었죠.
일본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강자 자리를 기반으로 아식스는 이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러닝화 시장에서의 점유율 1위를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리는 중입니다. 러닝화가 기반이 되어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인 스니커즈 브랜드의 성장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이번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아식스가 이어온 전환의 원동력과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전합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역량을 다시 큰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자신들이 전문으로 하는 마라톤 러닝과도 같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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