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VC의 미디어 야심과 10년 전 글

새로운 미디어가 되겠다는 앤드리센 호로위츠
2021년 2월 16일 화요일

오늘은 테크와 관련 비즈니스의 입장에 선 새로운 미디어를 설립하겠다는 한 벤처캐피털의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더불어 이들이 직접 미디어를 설립하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원천이 되는 하나의 글도 가져왔습니다. 약 10년 전에 작성된 이 글이 지금은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전문을 번역했는데요. 차근히 읽어봐 주시길 바랄게요!

[벤처캐피털] #a16z #미디어
1. 새로운 미디어가 되겠다는 VC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줄여서 a16z)는 2009년 설립 이후부터 꾸준히 다양한 텍스트 및 비디오 기반 아티클을 게재하고, 여러 팟캐스트도 운영하면서 투자 회사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현재 테크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가이드가 되는 정보를 제공해 왔는데요. 최근엔 직접 새로운 테크와 비즈니스를 알리는 오피니언 기반 미디어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어요.

극단적인 '친'테크 미디어를 만들겠대요.
왜 미디어를 내놓겠다고 했냐면요
지난 1월에 관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표면적으로는 "테크를 만들고 있거나, 호기심이 있는 모두가 미래를 이해하고 만들어 가는데 꼭 봐야 할 미디어가 되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드라이브를 걸게 된 건 테크의 발전과 세상을 바꾸고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기존 미디어의 견제와 비판이 지나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올해 안에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를 론칭하겠다는 계획이고요. 실리콘밸리와 그들이 만들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정보를 테크 세계의 관점으로 전하면서, 그 타당성을 직접 알리겠다는 것이에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 중인 텍스트, 비디오, 오디오 기반 콘텐츠를 모두 모은 새로운 사이트를 론칭할 예정이고요.

포트폴리오를 잠시 살펴보면요
a16z의 투자 포트폴리오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외에도 (얼마 전 게임스탑(Gamestop) 사가를 이끈 플랫폼이 된) 레딧(Reddit), (이메일 뉴스레터 구독제를 대중화시키고 있는 플랫폼인) 서브스택(Substack)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들은 최근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클럽하우스(Clubhouse)의 가장 큰 외부 투자자이기도 해요. (클럽하우스에서는 벤 호로위츠 그리고 a16z의 주요 파트너들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부흥에 일조도 하고 있죠) 이들은 세상 정보의 흐름을 이끄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그 누구보다 커요.

'콘텐츠 마케팅'을 늘 해왔지만요
a16z뿐만 아니라 다른 벤처캐피털도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투자한 회사의 홍보를 진행해요. 하지만, a16z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양과 그에 대한 레퍼런스는 단연 앞서 있어요. 대표적으로 'OOO에 투자하면서(Investing in OOO)'의 제목을 단 투자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블로그 포스트(예시)는 늘 주목의 대상이 돼요. 지금까지 이들의 콘텐츠는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와 왜 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전해주는 마케팅의 역할이 컸는데요. 이제는 새로운 테크와 스타트업에 대한 깊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직접 전하는 미디어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죠.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키워왔어요
이미 2013년부터 대표적인 디지털 매체인 와이어드(Wired)의 유명 에디터들이 합류해 a16z의 '콘텐츠 전략'을 이끌어 왔어요. 최근엔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인 너드월렛(Nerdwallet)의 콘텐츠 전략을 이끄는 매기 레응(Maggie Leung)이 합류했는데요. 이들이 앞으로 새로운 미디어의 설립과 확장을 본격화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죠. 우선, 미디어의 비판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페이스북 등이 진행해온 테크 발전 노력을 앞세워 이들의 역할과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작업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최근 a16z와 기존 미디어의 긴장 관계는 계속되어 왔어요. 이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회사들과 이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고 다시 성장 중인 (일부) 미디어 기업 간의 경쟁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테크, 미래, 변화에 극도로 친화적인 포지션의 편집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 a16z가 앞으로 어떤 모습의 미디어를 등장시킬지 우선 지켜봐야겠습니다.
☕️  떠올려지는 10년 전의 글 하나
a16z의 운영 파트너인 마지트 웬메커스(Margit Wennmachers)가 회사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이번 미디어 설립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그간의 정보 공유 노력을 열거하면서 '독특한 관점'을 내놓았던 경험도 예를 들었어요. 그 독특한 관점은 2011년에 마크 앤드리센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인데요. 당시에도 큰 임팩트를 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가 되고 다시 돌아보는 글이 되기도 했어요. 

이들이 미디어를 직접 설립하겠다는 자신감에는 이 글도 하나의 기반이 되었어요. 오늘은 다른 아티클 대신 이 칼럼의 전문을 새로 번역해 전해 드립니다. (당연히 결과적으로 다른 점도 있지만) 10년 전에 이들이 내다본 미래와 현재 모습을 찬찬히 비교해 볼 수 있어요.

[번역글] #마크 앤드리센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세상을 집어삼키는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바꿔왔죠.
제가 이사회 멤버로 있는 휴렛패커드(HP)는 성장 가능성이 더 큰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PC 사업에서 철수를 검토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한편, 구글은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인수할 계획을 내놓았는데요. 이번 주에 발표된 이 두 가지 움직임 모두 제가 관찰 중인 트렌드와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이는 최근 주식 시장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 성장을 낙관하게 해줍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1990년대 닷컴 버블이 최고조에 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십여 개 새로운 인터넷 기업들의 급격히 커지는 가치 평가와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사례는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논쟁을 낳고 있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 파산을 한) 웹반(Webvan)과 펫츠닷컴(Pets.com)이 남긴 상처가 투자자들의 심리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기에 사람들은 "지금도 위험한 버블 상황인 거 아니야?"라고 묻고 있죠.

저는 몇몇 이들과 함께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센 호로위츠의 공동 창립자이자 파트너입니다. 페이스북, 그루폰, 스카이프, 트위터, 징가(Zynga) 그리고 포스퀘어 등에 투자했고 개인적으로는 링크드인의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새롭고 유망한 인터넷 기업들이 실제로 성장성이 크며, 이윤이 많이 남는, 그리고 모두에게 납득이 되는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라고 믿습니다.

주요 테크 기업들의 주가수익 비율를 보면 오늘날의 주식 시장은 '기술' 기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 막대한 이익율과 시장 내 지배적인 위치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 비율이 전체 주식 시장 평균 수준인 15.2를 기록하고 있죠(애플은 최근 엑손모빌을 제치고 미국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듯, 사람들이 "버블이야!"라고 외칠 땐 버블이 생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논쟁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본질적인 가치보다는 여전히 재무적인 가치평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저의 이론은 우리가 현재 극적이고 광범위한 기술적 그리고 경제적 변화의 한 가운데 있으며,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전체 경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산업부터 농업 그리고 국방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주류 비즈니스와 산업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운영이 되고 온라인 서비스로 공급이 되고 있습니다. 이 중 많은 이들이 기존 산업에 침투해 그 구조를 무너뜨리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경영을 하는 테크 기업들입니다. 향후 10년간, 더 많은 산업이 소프트웨어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고, 이 역할은 대부분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맡을 것이라고 저는 예상합니다.

(이런 현상이)
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컴퓨터 혁명이 일어난 지 60년,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발명된 지 40년, 그리고 인터넷이 등장한 지 20년이 된 지금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기존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모든 기술이 드디어 갖춰졌고, 전 세계에 전달할 기반이 마련되었죠. 

제가 공동 창업한 넷스케이프(Netscape, 웹 브라우저 기업)에 있을 당시인 10년 전 5000만 명이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이제 20억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10년 내 최소 50억 명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인터넷에 매일, 매 순간 접속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뒤에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툴과 인터넷 기반 서비스들이 많은 산업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반의 스타트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 예상합니다. 새롭게 인프라에 투자하고 직원들을 새로 교육할 필요 없이 말이죠. 저의 파트너인 벤 호로위츠가 라우드클라우드(Loudcloud)라는 최초의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의 CEO로 재직할 2000년 당시, 사용자가 기본적인 인터넷 응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월 15만 달러(약 1억 654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었지만, 현재는 아마존 클라우드를 통해 같은 서비스를 1500달러(약 165만 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작아지고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시장이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가 디지털로 완전히 연결되는 것이 처음으로 가능해졌습니다. 1990년대 초반 모든 사이버 비저너리(visionary)가 꿈꾸던 세상이 한 세대가 지난 이후 드디어 실현 가능해졌죠.

소프트웨어가 기존 비즈니스를 집어삼킨 가장 극적인 한 가지 예는 아마도 서점 사업을 운영하던 보더스(Borders)의 치명적인 자책골과 이에 따른 아마존의 부상일 것입니다. 2001년에 보더스는 아마존에 온라인 사업을 넘기기로 했는데요. 당시의 논리는 온라인에서 책을 판매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가치가 없으며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으아...(Oops)
  • 현재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 사업자인 아마존은 소프트웨어 회사이죠. 그들의 핵심 역량은 온라인에서 모든 것을 판매가 가능하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엔진이고요.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하지 않죠. 거기에 더해 보더스가 파산에 직면해 고통을 받던 와중에 아마존은 (인수한) 웹사이트를 조정해 킨들(Kindle)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먼저 프로모션되도록 했습니다. 책도 비로소 소프트웨어가 된 것이죠. 
  • 현재 세상에서 가장 큰 비디오 서비스는 구독자 수 기준으로 넷플릭스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넷플릭스가 어떻게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렸는지는 이미 옛날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똑같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컴캐스트(Comcast, 현재 피콕(Peacock)을 운영하는 NBC 유니버설의 모회사), 타임워너 그리고 여타 주요 플레이어들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전환하며 콘텐츠를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TV 에브리웨어'를 도입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죠.
  • 현재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음악 회사들 역시 소프트웨어 기업들입니다. 애플의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그리고 판도라가 그 예이죠. 전통적인 음악 레이블들은 대부분 현재 이들 소프트웨어 회사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죠. 디지털 채널을 통한 산업의 전체 매출은 2010년에 약 46억 달러(약 5조 715억 원)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체 매출 비중의 29%에요. 2004년엔 불과 2%였고요.
  • 오늘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비디오게임 제작자들입니다. 또, 소프트웨어이죠. 5년 전엔 300억 달러(약 33조 750억 원) 규모의 산업이 현재는 600억 달러(약 66조 1500억 원)에 이르렀어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게임 회사는 팜빌(Farmville)을 만든, 모든 게임이 온라인 기반인 징가(Zynga)에요. 징가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성장한 2억 3500만 달러(약 2590억 원)를 기록했어요.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는 올해 매출이 1억 달러(약 1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요(이들은 2009년 말 앵그리버드를 출시하기 전에는 파산 직전의 상태에 있었어요). 한편, 일렉트로닉 아츠와 닌텐도 같은 전통의 비디오게임 강자들은 매출이 하락하고 있죠.
  • 지난 몇십 년 동안 탄생한 최고의 영화 제작사인 픽사(Pixar) 역시 소프트웨어 회사에요. 그 디즈니조차 애니메이션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픽사를 인수해야만 했죠.
  • 사진은 소프트웨어에 완전히 먹힌 가장 대표적인 분야이죠. 현재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카메라가 달리지 않은 휴대폰을 사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이제 사진을 찍으면 그 파일은 인터넷에 저장이 되고 영구히 아카이브를 하고 어디서나 공유를 할 수 있죠. 셔터플라이(Shutterfly), 스냅피쉬(Snapfish), 그리고 플리커(Flickr)와 같은 기업들이 그 코닥의 빈자리를 채웠죠.
  • 현재 가장 큰 직접 마케팅 플랫폼도 소프트웨어 회사이죠. 바로 구글이요. 현재 그루폰, 리빙 소셜(Living Social), 포스퀘어 등의 소셜 커머스 회사들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리테일 마케팅 업계를 장악해 나가고 있는데요. 그루폰은 사업을 시작한 지 2년만인  2010년에 7억 달러(약 7720억 원)의 매출을 올렸죠.
  • 오늘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통신 회사는 스카이프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85억 달러(약 9조 3710억 원)를 주고 인수한 소프트웨어 회사이죠.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통신회사인 센추리링크(CenturyLink)는 6월 30일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00억 달러(약 22조 500억 원)이고 약 15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연간 기준으로 7%씩 줄고 있어요. 또 다른 통신사인 퀘스트(Qwest) 인수로 더해진 매출을 제외하고 센추리링크의 기존 서비스 매출도 연간 기준으로 11% 이상 줄었어요. 가장 큰 두 통신 회사인 AT&T와 버라이즌(Verizon)은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협업을 하고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을 하며 생존을 했죠.
  • 링크드인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리크루팅 서비스이죠. 링크드인에서는 회원들이 자신의 이력서를 리쿠르터들이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게 했고, 이는 4000억 달러(약 441조 원)에 이르는 리쿠르팅 시장에서 링크드인이 앞서갈 기회를 선사했죠.

그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는 기존 산업의 가치 사슬도 대부분 차지해 가고 있어요. 

  • 현재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가 엔진을 돌리고, 안전 장치를 통제하고,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고, 모바일과 위성 그리고 GPS 네트워크를 차와 연결해 주죠. 자동차 애호가가 직접 자신의 차를 고칠 수 있는 시기는 지난 지 오래에요. 대부분의 경우, 소프트웨어 때문이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의 전환은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을 더욱 당길 거고요(전기차는 전적으로 소프트웨어로 조종이 되죠).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차량이 구글을 비롯한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에서 개발을 진행 중이죠.
  • '물리적인' 리테일 산업의 리더인 월마트는 경쟁사를 이기는 물류 역량을 만들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요. 페덱스와 같은 기업도 트럭, 비행기, 그리고 물류 허브를 가진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면 되죠. 현재는 물론 미래에 항공사들의 성공과 실패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항공권 가격 설정, 경로 최적화 그리고 이익을 창출하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 석유와 가스 회사들은 개발과 탐사에 필수인 슈퍼컴퓨팅과 데이터 시각화 및 분석에 혁신을 이루어 왔습니다. 농업에서도 위성을 이용한 토양 분석과 연계한 씨앗 선별 알고리듬 등이 적용된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죠.
  • 금융사업은 지난 30년간 소프트웨어가 전환을 이루어온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커피 한잔을 사는 행위부터 수조 달러의 신용 파생상품 거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거래는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집니다. 휴대폰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스퀘어, 올해 2분기 매출이 10억 달러(약 1조 990억 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1% 상승)를 넘긴 페이팔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의 혁신을 이끄는 이들이죠.
  • 개인적으로 헬스케어와 교육이 원천적으로 소프트웨어 기반의 전환이 이루어질 다음 분야들이라고 보는데요. 앤드리센 호로위츠는 현재 이 막대하고 중요한 두 사업 분야에서 공격적인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경영 방식을 차용하기 꺼렸던 이 두 분야가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위대한 기업가들이 바꾸어 나갈 사업이라고 생각됩니다.  
  • 현재는 국방 사업도 많은 부분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전투병은 첩보, 통신, 물자, 그리고 무기에 대한 정보로 이루어진 소프트웨어 망에 속해 있죠.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드론은 인간 조종사 대신 공습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정보기관은 테러 공격 계획을 밝혀내기 위해서 대규모 데이터 마이닝을 진행하고요.

이제는 모든 분야의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가정해야 합니다. 지금 소프트웨어 기반의 사업을 운영 중인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시장의 절대 강자인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세일즈포스와 안드로이드와 같이 겹치는 제품이나 사업 분야가 적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받는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죠(특히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도 소유한 세상에서는요).

특히 석유와 가스 사업처럼 실제 물리적인 자산이 많아야 하는 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혁명이 현재 산업을 이끄는 기존 기업들에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많은 산업에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아이디어로 무장한 실리콘밸리 스타일 스타트업의 침공이 격화될 것입니다. 향후 10년간 현재 기득권을 쥔 기업과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후발 주자들의 싸움은 치열할 테고요. "창조적 파괴(Creative Disruption)"라는 개념을 고안한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아주 흐뭇해할 광경이죠. 

지난 몇 주간 자신의 퇴직연금이 출렁이는 걸 목격한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는 미국 경제를 위해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이야기입니다. 구글, 아마존, 이베이를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큰 테크 기업들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닙니다. 훌륭한 연구 기반의 대학과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는 기업 문화, 늘 혁신을 찾는 깊고 넓은 자본 시장,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법과 계약법을 가진 환경은 전 세계에 전례도 없고 비교 대상도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도전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첫째, 최근의 새로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모든 것이 수월했던 1990년대에 비해 훨씬 더 어려움이 큰 경제 환경 속에서 세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회사를 세우는 것의 좋은 면도 있습니다. 그건 이 와중에 성공하는 회사들이 큰 충격에도 회복이 빠르고 강한 회사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경제가 안정화되면 이 회사들의 성장은 더욱더 빨라질 것입니다.

둘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는 소프트웨어 혁명을 이끌 위대한 새 회사들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함께 일하고 있는 모든 회사가 적합한 인재에 굶주려 있는데 이는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역량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관리자급 인력, 마케터, 영업 인력은 고소득 잡오퍼를 계속 받을 수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실업률이 오르고 임시직이 계속 증가하고 있죠. 실제 상황은 보이는 것보다 심각한데요. 그 이유는 많은 노동자가 소프트웨어 기반 혁신의 반대편에서 일하고 있고, 현재 자신들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앞으로는 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교육 이외에는 방법이 없고, 우리에게는 갈 길이 멉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회사들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들은 견고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고객들을 기쁘게 하고, 고유의 경쟁 우위 요소를 만들어야 하며, 그리고 점점 높아지는 기업가치를 정당화해야 합니다. 기존의 산업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기업을 세우는 게 쉬우리라 기대하면 안 됩니다. 이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가장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분야에서 최고라는 점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고요. 만약 이들이 우리의 기대대로 성장해 간다면 세계 경제에 한 획을 긋는 큰 기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테크 산업이 지금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시장을 차지할 테고요.

계속 그들의 기업가치를 의심하는 대신, 새로운 세대의 테크 기업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들의 성장이 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리고 미국과 전 세계에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더 만들어내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큰 기회입니다. 저는 제 돈을 어디에 베팅할지 정했습니다.
☕️  (다시한번 주의) 약 10년 전의 글입니다
본 번역글의 원문은 2011년 8월 20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칼럼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입니다. 마크 앤드리센은 앤드리센 호로위츠의 공동 창업자이자 제너럴 파트너에요. 1세대 웹 브라우저 회사 중 하나인 넷스케이프(Netscape)의 창업자이자 CEO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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