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폭등을 불러온 금리 인상의 결과
일본은행이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17년 만에 제로금리의 종언을 고한 데 이어 마침내 7월 31일, 단기정책금리를 0.25%로 인상하며 실질적인 플러스 금리로 돌아섰다. 단기금리 0.25%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직후 금리가 0.3% 전후였던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6조 엔(약 54조 원) 규모의 월별 채권 매입 프로그램 역시 2026년 봄까지 절반 수준인 약 3조 엔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규모 금융완화를 끝내고 '정상적인' 통화 정책으로 돌아가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여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목표 범위 안에 들어왔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일본은행은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해 "2%라는 물가 목표가 지속적·안정적으로 실현돼 나가는 등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소비자물가는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6% 오르는 등 27개월째 2%대를 기록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가계의 소득 증가이다.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임금은 5월에는 1.3% 감소했으나 6월에는 1.1% 증가해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즉, 지난 27개월 동안 정말로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 것이 맞다!) 명목 임금은 4.5% 증가해 1997년 1월 이후 27년 만에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6월에는 특별 수당도 7.6% 증가했다.
종합하면, 기업들이 더 많은 임금과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들은 올해 평균 임금을 5.10% 인상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33년 만에 가장 큰 인상 폭이다. 기업의 경영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초과근무수당도 6월까지 1.3% 누적 증가해 전달보다 증가 폭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활기있게 잘 돌아가고 있어서, 기업들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 가며 노동자들이 일을 더 많이 한다는 의미이다. 기본급, 상여금, 초과근무수당이 모두 증가하니, 노동자들이 집에 가져오는 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해 온 (1995년 이래 1% 위로 올라갔던 적이 없다) 일본은행이 기지개를 켜자 글로벌 금융 시장은 경기를 일으켰다. 더욱이 미국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전환은 거대한 변화였다. 달러당 160엔에 육박하며 붕괴에 가까운 가치 하락을 보였던 엔은 며칠 사이에 10% 가까이 상승하며 140엔대에 안착했다.
시장의 예상을 거스른 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엔화 가치 급등은 세계 최대 규모의 '캐리 트레이드'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로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로금리인 일본의 엔화를 빌려 미국 달러 채권에 투자한다고 치자. 단순 계산만으로도 양국의 금리차인 5.5%의 수익을 앉아서 벌 수 있다.
특히 지난 3년은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왔기 때문에, 엔캐리 트레이드의 절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금리가 인상되고 엔화 가치가 폭등했다. . . . |
왜 과거형을 썼냐 하면, 세 번째인 엔·달러 환율이 거시 경제 지표로서 가지는 의미가 지난 몇 년간 점점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와 고용은 연준의 향후 금리 움직임과 그에 따라 시장에 풀리는 돈의 양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다. 엔·달러 환율은 그와는 약간 다른 관점으로 (엔화를 발행하는 일본 경제를 보는 시각과는 별개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나 위험 회피 심리를 한눈에 보기에 좋은 지표(였)다. 엔화는 오랫동안 '안전 자산'으로 여겨져왔고, 미국이 금융 위기나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 엔·달러 환율은 어김없이 급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 8월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엔 수준이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시킨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가 지속되는 동안 엔·달러 환율은 줄곧 달러당 100엔을 밑돌았고, 가장 심각했을 때에는 달러당 70엔대를 찍었다. (지난 금요일인 8월 16일의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8엔이다. 엔화 가치가 지금의 두 배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엔·달러 환율이 글로벌 거시 경제와 반대로 가기 시작한 것은 2021년 말부터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풀었던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한 에너지, 식량 가격의 상승이 누적되어 인플레이션이 폭발했고,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화들짝 놀라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목표 범위 안에 들어왔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일본은행은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해 "2%라는 물가 목표가 지속적·안정적으로 실현돼 나가는 등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소비자물가는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6% 오르는 등 27개월째 2%대를 기록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가계의 소득 증가이다.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임금은 5월에는 1.3% 감소했으나 6월에는 1.1% 증가해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즉, 지난 27개월 동안 정말로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 것이 맞다!) 명목 임금은 4.5% 증가해 1997년 1월 이후 27년 만에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6월에는 특별 수당도 7.6% 증가했다.
종합하면, 기업들이 더 많은 임금과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들은 올해 평균 임금을 5.10% 인상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33년 만에 가장 큰 인상 폭이다. 기업의 경영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초과근무수당도 6월까지 1.3% 누적 증가해 전달보다 증가 폭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활기있게 잘 돌아가고 있어서, 기업들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 가며 노동자들이 일을 더 많이 한다는 의미이다. 기본급, 상여금, 초과근무수당이 모두 증가하니, 노동자들이 집에 가져오는 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해 온 (1995년 이래 1% 위로 올라갔던 적이 없다) 일본은행이 기지개를 켜자 글로벌 금융 시장은 경기를 일으켰다. 더욱이 미국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전환은 거대한 변화였다. 달러당 160엔에 육박하며 붕괴에 가까운 가치 하락을 보였던 엔은 며칠 사이에 10% 가까이 상승하며 140엔대에 안착했다.
시장의 예상을 거스른 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엔화 가치 급등은 세계 최대 규모의 '캐리 트레이드'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로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로금리인 일본의 엔화를 빌려 미국 달러 채권에 투자한다고 치자. 단순 계산만으로도 양국의 금리차인 5.5%의 수익을 앉아서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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