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공급망

1. 물류난은 언제 풀릴까? 2. 구글도 실험 중인 뉴스레터 3. (보너스) 레고의 성장
2021년 10월 12일 화요일

오늘은 현재 세계 경기 회복에 가장 큰 문제가 된 물류난과 공급망에 대한 이야기를 첫 번째로 준비했고요. 이어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계속 등장하고, 구글도 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뉴스레터 플랫폼 사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레고는 어떻게 지금의 성장세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지난 이야기도 전해드려요.

+ 이번 주에는 목요일(10/14)과 금요일(10/15)에도 찾아옵니다! 커피팟의 뉴스레터와 앞으로 페이스북의 앞날에 가장 큰 키를 쥐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키티의 빅테크 읽기] 3화도 전해드려요.

[물류] #3주연속물류난이야기 #지금최대이슈
1. 지금 빨리 풀어야 하는 공급망
최근 전 세계 물류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드렸는데요. 곳곳에서 물류 체인이 마비되면서 이제는 팬데믹 이후 다시 시작되었던 세계 경기 회복을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컨테이너 부족과 항만 체선으로 리테일 물품의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가운데, 에너지 공급 문제도 겹쳐 빠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요.

서플라이 '체인(Chain)'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죠. 
직접 배를 빌린다는 의미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공급 체인을 운영하는 회사라고도 할 수 있는 코카콜라는 최근 컨테이너선 대신 본래 곡물과 석탄 등을 나르는 벌크선을 이용해 음료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를 나르기로 했어요. 최근 미국에서는 코스트코에 이어 월마트도 화장지 등의 물품에 대한 판매 수량 제한을 다시 걸었고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최대 리테일 체인들인 이들과 더불어 홈디포, 타겟 등은 아시아발 상품을 나르기 위해 직접 선박을 용선하고 나섰어요. 나이키는 현재 아시아의 공장에서 미국으로 물품을 나르는데 80일 이상이 소요된다고 하는데요. 리테일 제조업체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베트남 등지의 공장이 문을 닫아 발생한 생산 문제까지 겹친 상황이 되었죠.

본래 리테일 업체들이 직접 선박을 용선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게다가 현재 용선하는 배의 사이즈는 기존 해운사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아니라 약 1000개의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는 소형 선박이기에 비용도 2배 이상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죠. 이들은 물류비 절감을 위해 보통 대형 선박을 통해 물품을 나르면서 공급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현재 꽉 막혀 있는 미국 서부의 주요 항구 대신 적체가 적고, 상대적으로 작은 항만인 포틀랜드와 오클랜드 등지 그리고 동부 해안으로 이 선박들을 나누어 보낼 예정이에요. 이들이 2배가 넘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면서 선박을 직접 용선하는 리스크까지 지는 것은 현재 물류 공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에요.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
물류 적체 현상으로 인해 배를 잡기 위한 경쟁은 더 커지고, 이미 지난해 저점보다 5배 이상 오른 컨테이너 용선 가격은 계속 뛰고 있어요. 미국은 현재 각 항만에서 하역 작업을 더 빨리 진행할 추가 인력과 내륙 운송을 위한 트럭 드라이버도 부족한 상황이고요. 물류비용이 상승하고, 재고가 부족해지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죠. 최근 심각해진 물류난이 이제 각종 물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요. 물류난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이러한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날 것으로 보이고요.
 
게다가 최근 유럽에서는 천연가스의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고, 중국은 석탄 공급 부족으로 전력난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수급 안정성이 늘 가장 중요한 에너지의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이런 현상은 물품을 생산해야 하는 각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있고요.) 각종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지난주 유가는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80달러를 넘긴 데 이어, 오늘은 미국의 WTI(서부 텍사스 원유)가 80달러를 돌파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요.* 
* 이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그동안 공격적으로 진행해 온 통화정책을 점점 축소해 나갈 것으로도 예상되죠. 현재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은 양적 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을 11월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고요.

안정적인 공급망이 중요한 이유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해운 시장 데이터 기관인 eeSea의 데이터에 의하면 현재 아시아, 유럽, 그리고 북미 지역에는 총 497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항구 밖에서 하역을 위해 대기 중이에요. 선적과 하역 모두 적체가 쌓여가는 중이죠. 세계 곳곳의 락다운이 풀리면서 세계 경기가 전체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연말 시즌을 준비하는 업체들이 선주문한 물량도 현재 각 항구에 쌓여있고, 창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요. 병목 현상은 또 다른 병목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정설을 제대로 보여주는 상황이에요.

물류 적체 현상은 지난봄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았던 에버 기븐(Ever Given)호 사태에서 전 세계가 목격했듯이 언젠가는 풀릴 현상이지만, 걷잡을 수 없는 나비 효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언제 풀리느냐가 늘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요. 대형 리테일러들은 직접 배를 빌리고, 창고도 공유하며 물류 연합 전선을 구축해 현재와 같은 상황을 대처해 나가기도 하지만 이런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중소형 업체들이에요. 이들은 몇 개월 아니 몇 주의 차질만으로도 사업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이죠.

도미노 현상이 되지 않으려면
뉴욕타임스는 최근 물류 적체 현상에 대한 취재 기사를 통해 미국에서 디자인하고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생산하는 소형 리테일 혹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그동안 더 편리해진 디지털 툴과 물류 프로세스의 개선이 이루어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커진 중소형 리테일 비즈니스부터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지난 몇 주간 상황을 돌아보면, 올해 말부터 물류 문제가 빨리 풀릴 수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최근에 내놓은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산업 현장은 아직 동조하기 어려워 보여요. 현재 세계는 에버 기븐이라는 선박을 통해서도 예측된 나비 효과가 현실화하는 상황을 목격하는 중인데요. 물류의 병목 현상이 첫 번째 도미노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죠. 
☕️ 물류난 타격 영향이 커진 독일
유럽에서 제조업 기반이 가장 큰 독일의 경우에는 이미 각종 원자재와 중간재의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와 각종 제품의 생산 차질이 이어져 왔는데요. 독일 기업들의 40% 이상이 지난 8월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공급체인 문제로 인해 판매 실적이 하락했다고 답변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하고 있어요. 독일의 ifo(뮌헨 대학교의 경제 연구소)는 9월에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3%에서 2.5%로 낮추었어요. 가장 큰 원인으로 공급망 적체 현상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꼽았고요.
☕️☕️ 함께 참고하면 좋을 콘텐츠
지난주 금요일의 '샷 추가하기' 콘텐츠는 역시 심각해지고 있는 세계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최근 천연가스와 석탄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 상승의 맥락을 살펴보실 수 있어요.

[미디어] #이메일 #서브스택이촉발한경쟁
2. 구글도 실험 중인 뉴스레터
7500만 달러(약 9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경제/비즈니스 뉴스레터 모닝브루(Morning Brew)를 성공으로 이끈 직원들이 서브스택(Substack)의 경쟁자가 될 뉴스레터 퍼블리싱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구글도 최근 구글 드라이브를 기반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중이라고 알려졌는데요.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에 이어 모두가 뉴스레터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한 콘텐츠의 확장은 계속될 예정이에요.
최근 히스토리를 한번 짚으면요 
새로운 텍스트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서브스택은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파급력이 큰 텍스트 기반 퍼블리싱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죠. 이들의 뒤에는 앤드리센 호로위츠(a16z)라는 거대 벤처캐피털이 있어요. 테크 업계에 지나치게 비판적이라면서 소위 극단적으로 테크 친화적인 새로운 미디어를 직접 운영하기도 하는 이들은 미디어 사업에도 본래 관심이 컸어요. 스케일할 수 있을지 아직은 불확실해 보이던 뉴스레터 플랫폼인 서브스택에 1530만 달러(약 183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리드했고요. 이후 서브스택은 '크리에이터 경제'의 핵심 플랫폼 중 하나로 성장하면서 지금은 6억 5000만 달러(약 7790억 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있어요. 영상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들보다는 그 성장성이 더딜 수밖에 없지만,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중 가장 큰 파급력을 만들어내고 있죠.

서브스택으로 인해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 시장이 커지자 메이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도 뉴스레터 서비스를 출시했고, 트위터도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했어요. 본래 뉴스레터를 독자 유입의 수단으로 주로 운영 중이던 뉴욕타임스와 같은 대형 미디어도 유료 구독자들을 위한 뉴스레터 서비스를 최근 개편하기도 했어요. 포브스도 뉴스레터를 통해서 유료 구독제를 시작했고요. 각 크리에이터가 뉴스레터를 편리하게 만들고 발행하며 독립적인 매체로 기능하게 해주는 퍼블리싱 플랫폼은 기존 텍스트 미디어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아직 큰 성과가 나오진 않았지만요
가장 큰 성장을 이룬 서브스택은 현재 구독자가 가장 많은 뉴스레터 매체 10개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1500만 달러를 넘어섰어요. 최근엔 뉴스와 저널리즘에 집중된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와 같은 유명 작가와 마블 및 DC 코믹스의 만화 작가진을 섭외하기도 했고요. 유명인을 중심으로 뉴스레터 서비스를 퍼뜨리려는 페이스북과 소위 롱폼(long-form) 즉, 긴 텍스트를 기반으로 유료 구독 기능을 실험 중인 트위터는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보고하고 있지는 않아요. 아직은 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스타트업과 이 흐름에 올라타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생태계가 만들어져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죠.

또 새로운 플랫폼들이 하려는 건요
비하이브(beehiiv)라고 명명된 모닝브루 전 직원들의 새로운 플랫폼은 서브스택과 유사해요.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기능과 퍼블리링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서비스이죠. 다만 이들은 서브스택이 각 매체로부터 받는 유료 구독제의 10% 수수료를 청구하지 않아요. 아직 베타 서비스이기에 공개된 사항이 적지만, 작은 규모의 팔로워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수익화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어요. 현재 이들이 구상한 수익 모델은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료이고요.

구글도 현재 내부적으로 뮤즈레터(Museletter)라고 명명한 뉴스레터 실험을 이어가고 있어요. 아직 출시는 불확실하지만, 현재 모습은 구글 드라이브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구글 문서를 통해 작성을 할 수 있고, 구글 드라이브 내 저장한 슬라이드나 스프레드시트 등을 구독자들에게 바로 공유할 수 있게 하며 드라이브의 장점과 결합한 제품을 기획하고 있어요. 커스텀 도메인을 만들고, 프리미엄 기능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구글이 향후 광고 사업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할지 아니면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만들려고 하는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아요.

생태계 확장은 현재진행형이에요
현재 뉴스레터의 확장이 미국 미디어 시장에는 자리 잡은 유료 구독제의 확장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계속되어 왔어요. 하지만 더 많은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또 기획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요. 유료 구독제를 기본으로 또 어떤 사업 모델이 만들어질지, 계속해서 새롭게 출연할 스타트업과 기업들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하겠죠. 물론, 이제 뉴스레터 플랫폼 시장의 생태계가 계속해서 커져 나갈 것이라는 건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 서브스택 라이터 섭외하는 미디어
그동안 서브스택과 같은 플랫폼은 작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큰 노력을 해왔는데요.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 잡지 중 하나인 디애틀란틱(The Atlantic)은 이제 거꾸로 서브스택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성공적으로 뉴스레터를 운영 중인 작가들을 영입할 계획을 세웠다는 보도도 나왔어요. 조건은 이들이 만든 구독자 베이스를 디애틀란틱으로 가져오는 것이고요. 디애틀란틱은 선급금과 구독자 목표치 달성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구독제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성장을 꾀하는 기존 미디어가 플랫폼을 통해 성장한 매체나 작가들을 섭외하는 현상이 이제 텍스트 구독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요.
☕️☕️ 맥락과 흐름을 보충하는 콘텐츠
그간 뉴스레터와 유료 구독제 그리고 미디어 시장에 관한 뉴스도 꾸준히 전해드렸는데요. 오늘 이야기와 아래 콘텐츠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 아래 이야기는 지난 10월 1일 금요일의 '샷 추가하기' 콘텐츠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샷 추가하기' 콘텐츠는 보통 어떤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는지 살펴보세요 :) ***
[리테일] #레고여전히좋아하시나요?
3. 레고는 지속 성장의 길을 열었을까?
팬데믹 들어서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온 레고가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요. 2020년 전체 실적이 최근 5년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래 올해 들어서는 더 빠른 속도로 크고 있어요. 최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실적은 최대 실적을 낸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서 매출이 46% 증가한 230억 크로네(덴마크 DKK, 약 4조 2500억 원)를 기록했고요. 순이익은 2배 이상 증가한 63억 2000만(약 1조 1680억 원) 크로네를 기록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번져가는 공급 체인 적체 현상의 영향을 받았고, 각종 자원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비용 압박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레고인데요. 이마저 극복하고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어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결실을 맺어 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프라인 매장까지 계속 확대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이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때는 토이스토리 캐릭터들보다 더 찬밥이 되었었어요.
'토이스토리'의 처지에 놓였었는데
레고는 2004년에 파산 직전의 위기까지 몰렸어요. 비디오 게임의 인기가 본격 커지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이들의 주고객인 어린이들을 뺏기기 시작하며 서서히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고, 인터넷까지 대중화되면서 결국 1932년 창사 이래 (비즈니스적인 요소로) 가장 큰 위기 앞에 놓이게 됐었죠. 레고는 아이들의 발달을 도와주는, 장난감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던 자신들의 제품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재밌는 장난감이 아닌 세상이 되는 걸 바라보면서 변화에 속수무책이었어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도 (그것도 작은 비중으로) 출연하게 된 레고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이 레거시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죠.

<해리포터>와 같이 당시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신 콘텐츠의 이야기를 담은 신제품을 내놓고, 연령대별 세분화된 제품 전략을 실행하는 등의 노력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였지만 지속가능한 전략이 아니었어요. 게임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애니메이션과 각종 엔터테인먼트는 아이들과 부모의 관심을 레고에서 계속 멀어지게 했죠. 제품을 잘 만들고, 공급 체인과 비용 관리를 잘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잘하면 브랜드 네임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들은 말 그대로 기업 운영의 전 과정에 걸쳐 혁신을 하고 판을 뒤집지 않으면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어요.

어렵고 오래 걸렸던 전환 과정
이에 레고는 2004년 이후 긴 과정을 거치면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요. 조직 전체의 IT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통합해 직원들이 소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어요. 기존의 방식대로 제품 생산과 영업 그리고 마케팅 실행 방식을 유지한다면 계속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변하는 고객의 기호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2005년에서 2006년까지 다시 회사를 안정화하고, 이후 생산부터 판매까지 데이터를 통합해 운영하기 위한 내부 PLM* 플랫폼을 다시 만들었고,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어요. 이런 노력 덕분에 이들은 위기를 잘 넘기고 2016년까지 10년 넘게 지속 성장했죠.
*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에요. 각 단계에서의 데이터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통합해 운영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이죠. 제조기업들에게는 특히나 필수적인 시스템이고요. 레고의 PLM은 레고 전체 사업 프로세스의 80% 이상에 영향을 줬고,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역시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하지만 2017년에는 다시금 매출이 크게 하락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당시 수요 예측을 잘못해 너무 많은 양의 제품을 생산했고, 재고 처리가 되지 않아 신제품을 리테일러들에게 공급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지게 되었는데요. 결국 더 체계적인 공급 체인 관리는 물론이고,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고 온오프라인의 D2C(Direct-to-Consumer) 판매 채널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어요.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예측이 빗나간 상황은 충격이 컸고, 마케팅 채널이 되는 각종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진화, D2C를 비롯한 새로운 이커머스 트렌드 등 갈수록 빨리 변하는 디지털 환경이 레고에 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죠.

"커뮤니티와 오프라인에서 길을 보았다"
'커뮤니티'가 D2C와 결합할 때
2017년의 충격은 다행히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디지털 전환의 노력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되었어요. 오히려 프로세스를 가다듬고 실험을 거치며 준비 중이었던 고객용 플랫폼의 성장을 더 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레고 팬들의 아이디어를 담고 그중에서 신제품도 출시하는 레고 아이디어스(IDEAS) 플랫폼은 2008년에 만들고 실험을 시작한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2014년에 탄생했는데요. 이 플랫폼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레고의 오랜 팬들인 어른들도 다시 불러 모으는 역할을 했고, 새로운 팬 베이스까지 확장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어요

아이디어스는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와 수만 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으면서 레고닷컴으로도 팬들을 유인했어요. 또, 레고 캐릭터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레고 라이프(LEGO LIFE) 앱은 2020년을 기준으로 9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어요. 레고는 플랫폼들이 성장하면서 D2C로만 판매하는 제품 세트의 수도 계속 늘려왔어요.

작년에 이르러서는 레고의 세계관을 만들어나갈 캐릭터 아이디어를 팬들로부터 받는 플랫폼인 레고 월드 빌더(LEGO World Builder)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레고 블럭뿐만 아니라 <레고 무비>와 같은 영화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콘텐츠 세계를 확장하려 하고 있어요. (아이디어스는 로열티를 지급하고, 월드 빌더는 아이디어를 레고가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두 플랫폼 모두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었고요) 레고는 팬과 커뮤니티 그리고 크리에이터라는 요즘 비즈니스의 키워드를 통해 D2C를 점차 키우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있죠. 

왜 오프라인에 집중하고 있을까?
레고는 팬데믹이 심각해지는 와중에도 다른 리테일 기업들과는 달리 분기별로도 견고한 실적 성장을 이어왔어요. 그리고 길게 이어진 락다운으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들이 문을 닫고 있는 와중에도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실행했어요. 작년에만 12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 오픈했고, 그중 80곳은 일찍이 락다운을 끝낸 중국에서 열었죠. 2021년 상반기에도 역시 60개의 새로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고, 이중 2/3는 역시 중국에서 열었어요.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되는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전 세계에 737개가 되었고, 40%가 중국에 위치해 있어요. 이미 마련해둔 장기 계획을 차질없이 실행했던 것이에요.

중국을 성장을 위한 주요 시장으로 바라보고 마케팅을 이어온 점도 주효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험이 결합되었을 때 브랜드 경험이 완성되고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인데요. 1990년대 이후 비디오 게임이 등장하고,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고, 게임 스트리밍이 등장하고, 이제는 '로블록스'까지 등장했지만 이들은 실제 물리적인 경험이라는 가치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이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플랫폼의 시너지를 초점에 맞춘 D2C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죠.

10년에 걸쳐 이루어낸다고 했고
물론 레고 온라인 판매의 큰 비중(70~80%)은 여전히 아마존이라는 거대 리테일 채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지속된 성장의 원동력은 고객들이 레고를 경험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고 직접 판매 비중을 높이면서 이루어졌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더 필요한 시기를 만든 팬데믹을 만나면서 오랜 기간 이어온 전환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죠. 스타워즈 그리고 슈퍼마리오를 테마로 한 온라인 게임도 개발해 레고와 번들링 하는 (본래 잘하는) 최신 제품 전략도 역시 성장의 핵심 요인 중 하나였고요.

레고의 CEO인 닐스 B. 크리스티안센(Niels B. Christiansen)은 지난해 9월 CNBC와 인터뷰를 하면서 "레고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 과정은 이제 초입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커머스 매장을 차리는 게 아니라 어떤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이는 긴 여정이다. 10년은 걸릴 여정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우리는 이제 한 2년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는데요. 지난 3월엔 올해 내 수백 명의 컴퓨터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팬데믹 와중에도 이어온 큰 성장을 바탕으로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중이에요.
☕️ 레고 말고 다른 경쟁사들은?
트랜스포머의 제조사인 해즈보로(Hasboro)와 바비 인형을 판매하는 마텔(Mattel)이 대표적인데요. 해즈보로는 지난해 대비 매출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지만, 지난 2분기 실적은 적자를 기록했고, 마텔 역시 상반기 매출 성장에 수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어요.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죠. 아직 눈에 띄는 디지털 전략이 없는 상황이고요. 레고는 장난감 기반 기업 중에 현재 유일하게 큰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이에요. 아마 얼마 있으면 "우리는 장난감 기업이 아니다. '테크' 기업이다"라고 선언하는 테크 전략을 내놓을 수도 있겠죠. (많은 기업들이 그러했듯이요)

"최근 페이스북 이야기를 자주 다뤄주시는데요. 매번 새로운 내용을 전해주시는 점이 좋습니다. 관련 분야의 지식이 차곡차곡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번에 물류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에 이어서, 이번 레터에는 관련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를 보여주신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페이스북 관련 비슷한 주제로 다른 뉴스레터도 봤는데 많이 비교가 되더라구요. 커피팟이 훨씬 흥미로웠고 사건이 어떻게 전개돼 가는지 중요한 부분을 짚어줘서 좋았어요! 밀려버린 구몬처럼 읽지 못한채 쌓여 갈때도 있지만..일단 한번 읽으면 늘 끝까지 읽게 돼요. 늘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돈 벌면 유료 구독도 꼭 할 거예요."

커피팟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은 구독자분들이 전해주시는 피드백에서 늘 나오고 있어요. 좋은 말씀 너무 감사드리고요. 이야기 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더 좋은 이야기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오늘 커피팟은 어땠는지도 알려주시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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