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에 나선 미국의 변신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미국임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자본 시장,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지위, 방대한 원천 기술, 여기에 막강한 구매력을 갖춘 소비 시장까지. 글로벌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속사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즉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제사회가 다극화되기 시작 후 미국 정치의 흐름을 읽어나가다 보면 2023년 현재에 이르러 다소 당황스러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은 레이건(공화당), 조지 H.W.부시(공화당), 빌 클린턴(민주당), 조지 W.부시(공화당), 버락 오바마(민주당),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조 바이든(민주당) 순서로 민주-공화 양당이 번갈아 가며 정권을 잡아 왔다. 공화당은 레이건 정권 이후 경제, 사회 이슈 전반에서 보수화가 극심해졌다는 점 외에는 특이 사항이 없다. 즉 크게 방향을 트는 일 없이 비교적 일관적인 노선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민주당이다. 1990년대, 소위 골디락스* 경제를 이끌었던 클린턴 정권은 지금의 조 바이든 정권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신자유주의 무역 정책의 첨병이었다. 심지어 클린턴 행정부는 그 어렵다는 연방 정부 살림의 흑자 달성까지 해냈는데, 이는 클린턴 정권이 비교적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낮은 상태. 일반적으로 경기 확장은 수요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을 촉발하므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데, 인플레이션조차 통제 범위 내에 있어서 모든 것이 이상적인 경제를 가리킨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금발 머리 소녀가 곰 가족이 사는 집에 들어갔다가 아빠 곰의 죽은 너무 뜨겁고, 엄마 곰의 죽은 너무 차갑고, 아기 곰의 죽이 입맛에 딱 맞았다는 동화에서 따왔다. 그런데 불과 20년 만에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은 보호주의를 넘어 신냉전 시대에 가까운 통상 정책을 내세우며 전략적 적국(말할 필요 없이 지금은 중국)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국제 무역의 무대로 끌어내 그 보상으로 달콤한 골디락스 경제를 누렸던 클린턴 정권과는 이보다 더 대조적일 수 없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골디락스가 가능했던 것 자체가, 미국 경제가 팽창하는 와중에 경제 개방의 문을 열어젖힌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이 소비자 물가를 전방위로 끌어내려 주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황이 바뀌면 전략도 바뀐다.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또는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민주-공화 양당이 선명한 당파성을 내세우는 전략적 노선을 취했다기보다, 오히려 집권당이 어디냐와는 관계없이 '미국'이라는 국가가 적어도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지향해 온 큰 그림이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이 큰 그림의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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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80년대 이후, 즉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제사회가 다극화되기 시작 후 미국 정치의 흐름을 읽어나가다 보면 2023년 현재에 이르러 다소 당황스러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은 레이건(공화당), 조지 H.W.부시(공화당), 빌 클린턴(민주당), 조지 W.부시(공화당), 버락 오바마(민주당),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조 바이든(민주당) 순서로 민주-공화 양당이 번갈아 가며 정권을 잡아 왔다. 공화당은 레이건 정권 이후 경제, 사회 이슈 전반에서 보수화가 극심해졌다는 점 외에는 특이 사항이 없다. 즉 크게 방향을 트는 일 없이 비교적 일관적인 노선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민주당이다. 1990년대, 소위 골디락스* 경제를 이끌었던 클린턴 정권은 지금의 조 바이든 정권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신자유주의 무역 정책의 첨병이었다. 심지어 클린턴 행정부는 그 어렵다는 연방 정부 살림의 흑자 달성까지 해냈는데, 이는 클린턴 정권이 비교적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불과 20년 만에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은 보호주의를 넘어 신냉전 시대에 가까운 통상 정책을 내세우며 전략적 적국(말할 필요 없이 지금은 중국)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국제 무역의 무대로 끌어내 그 보상으로 달콤한 골디락스 경제를 누렸던 클린턴 정권과는 이보다 더 대조적일 수 없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골디락스가 가능했던 것 자체가, 미국 경제가 팽창하는 와중에 경제 개방의 문을 열어젖힌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이 소비자 물가를 전방위로 끌어내려 주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황이 바뀌면 전략도 바뀐다.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또는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민주-공화 양당이 선명한 당파성을 내세우는 전략적 노선을 취했다기보다, 오히려 집권당이 어디냐와는 관계없이 '미국'이라는 국가가 적어도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지향해 온 큰 그림이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이 큰 그림의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를 밀어내고 정권을 탈환한 바이든 정권의 정책 역시 큰 틀에서 트럼프의 그것과 (좀 더 교양있고 좀 더 체계적이라는 점 외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라크먼은 주장한다.
실제로 경제와 관련하여 레이건 이후 대통령들의 행보를 보면, 빌 클린턴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추진했고, 조지 W. 부시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환영했으며, 버락 오바마는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에 합의했고 중국과 양자투자협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을 단숨에 뒤집어 놓았다. 취임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학살당하고 있다"며 그 책임을 세계화 탓으로 돌렸다. (취임식장에 있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정말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라고 중얼거렸다고.)
취임 첫날 미국은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에서 탈퇴했고, 대 중국 관세를 무더기로 부과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도 뜯어고쳤다. 이 모든 것이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온다는 명분으로 정당화되었다. 2017년에는 신 국가 안보 전략을 발표하여 중국과의 새로운 경쟁 관계를 국제노선으로 내세웠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바이든 정권은 트럼프 시대의 정책 유산을 거의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바이드노믹스'는 미국의 제조업을 부활시켜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는 트럼프의 슬로건과 거의 일치한다. (물론 기후위기와 미래 에너지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노선과는 완전히 다르며 이게 결정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또한 트럼프보다 더 일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트럼프는 앞에서는 중국을 격하게 비난하고 돌아서자마자 시진핑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는 등 변덕스러운 언행을 보였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좌절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모든 정책을 여기에 집중시키고 있다.
첫 번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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