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네가 지난 (잭슨홀) 미팅에서 한 말을 알고 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11화. 별 속에서 헤매는 연준
지난 8월 24일부터 26일에는 연례 잭슨홀(Jackson Hole) 회의가 열렸습니다. 잭슨홀 회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개 지점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미국 와이오밍주 휴양지인 잭슨 홀에서 1978년부터 매년 8월 개최하는 회의입니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비롯해 전 세계 중앙은행장과 경제학자들이 경제 및 통화정책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이죠.

전 세계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경제학자들이 모이는 자리이니만큼 회의를 통해 나오는 발언과 내용 외에도 미 연준의장의 기조연설은 특히 큰 주목을 받습니다. 이후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내용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현 연준의장인 제롬 파월의 2018년 첫 기조연설은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인상적인 비유와 명확한 논거로 명연설로 평가를 받습니다. 당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를 '별'에 비유하고, 이 "별을 보며 항해하는 것(Navigating by the stars)"이 통화정책 과정이라고 했죠.

하지만 5년이 지난 올해는 "구름 낀 하늘에서 별을 보며 항해하고 있다(Navigating by the stars under cloudy skies)"면서 다시 첫 기조연설의 비유를 불러내며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강조했는데요.

이렇게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지난 주요 기조연설 내용을 뜯어보면서 현재 연준의 정책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짚습니다. 급격히 오른 금리의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 보게 해주는 이야기에요. 

[부엉이의 차트피셜] #연준의장 #기조연설
나는 네가 지난 (잭슨홀) 미팅에서 한 말을 알고 있다
2018년: '별' 개념이 나온 명연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2018년 잭슨 홀 회의 기조연설은 지금도 명연설로 회자된다. 의장은 통화정책 결정을 "별을 보며 항해하는(Navigating by the stars)" 것에 비유하며,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요소와 과정을 세 개의 별(* star)로 설명했다.

각 별은 u*(자연 실업률), r*(실질 중립 금리), pie*(인플레이션 목표)를 의미한다. (자연 실업률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완전 고용 상태에서의 실업률을 말한다. 실질 중립 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 잠재 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이며, 인플레이션 목표는 중앙은행이 달성하고자 하는 인플레이션 수준을 말한다)

  • 만약 인플레이션이 pie*(인플레이션 목표)보다 높으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r*(실질 중립 금리) 위로 높이면 된다.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보다 높으면 소비가 감소하고 경기가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점차 안정될 것이다.
  • 반대로 실업률이 u*(자연 실업률)보다 높으면 기준금리를 r*(실질 중립 금리) 아래로 낮추면 된다. 기준금리를 중립 금리 아래로 낮추면 소비가 늘고 고용도 다시 늘어날 것이다. 

통화정책은 마치 별을 보며 항해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들린다.
잭슨홀의 모습이에요.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곳에서 매년 모여 회의를 합니다. (이미지 출처: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별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하지만 문제는 각각의 별 위치가 추정치라는 것이다. 별의 위치 추정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는데, 중앙은행도 자주 틀린다. 추정의 정확도는 시간이 지나고 사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별의 위치에 대한 가장 정확한 판단조차 크게 틀릴 수 있기 때문에 통화 정책 실행은 어렵다.

중앙은행이 별의 위치를 오판해서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의 원인이 됐다. 1960~1970년대에는 중앙은행이 u*(자연 실업률)을 실제보다 낮게 추정하여 금리를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유지한다. 결과는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은 경제 구조에 만연한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장은 여러 가지 정황상 u*(자연 실업률)과 r*(실질 중립 금리)가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실업률이 낮아져도 인플레이션이 오르지 않는 경제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 같지만 추정치는 부정확할 수 있기 때문에 단정하진 않겠다고 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정말 오르는 기미가 보인다면, 주저하지 않고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아래에 파월 의장의 2018년 8월 잭슨홀 회의 기조연설을 요약 번역했다. (장문의 연설을 매끄럽게 요약하기 위해 문장 순서를 일부 바꾸고 의역했다)
변화하는 경제 속에서의 통화정책
(Monetary Policy in a Changing Economy)

올해 잭슨홀 미팅의 주제는 '경제의 구조적 변화(Changing structures of the economy)'입니다. 미국 경제가 통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 구조 변화를 마주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실질 임금(특히 저/중 임금 근로자의)이 최근 수십 년간 매우 느리게 올랐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경제의 낮은 생산성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혹은 방향을 바꿔 개선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선, 연준이 내외부적으로 자주 받는 두 가지 상반된 질문을 전해드립니다.

  • 실업률이 장기 균형 수준보다 크게 낮음에도 왜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해서 인플레이션의 싹을 잘라버리지 않나요?
  •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정도로 높지 않은데, 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서 실업을 유발하고 경제 성장을 가로막나요?

이 질문들은 연준이 마주한 어려움을 대표적으로 보여줍니다.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불필요하게 경기 확장을 일찍 끝내고, 금리를 너무 늦게 올리면 경기 과열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는 실시간(real-time)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을 어렵게 합니다.

통화 정책은 별을 보며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


☕️☕️ 연설은 어떤 힌트를 줄까?
샷 추가하고 받아 보세요! 과거의 현상과 데이터를 보고, 현재를 분석하면서,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려요. 지금 꼭 살펴보면 좋을 이야기들 받아보시고, 저자들과의 '모임'에도 참여해 보세요.

📌 첫 달 50% 할인 중이에요. 더 할인된 연간 구독제도 있어요.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3
더는 받아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