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파이 랩드로 볼 수 있는 것

1. 아마존의 계획된 확장, 2. 똑똑한 차 경쟁, 3. 스포티파이 랩드
2021년 12월 14일 화요일

오늘은 식료품 배달까지 확장하려는 아마존의 이야기로 시작하고요. 이어서 최근 전기차 시장의 소프트웨어 경쟁 현황 그리고 연말을 결산하는 스포티파이 랩드(Wrapped)의 의미를 살펴볼게요.

[빅테크] #배달사업확장 #식료품
1. 식료품도 아마존이 배달해주면
아마존이 식료품 배달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간 아마존은 식료품 사업을 키우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는데요. 인스타카트와 같은 서비스를 키우기 위한 작업을 올해 영국에서 시작했고, 2022년에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이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졌어요.

2022년에는 아마존의 식료품 사업이 본격 커질 것으로 보여요. © amazon.com
우선 작게 시작했지만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어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마존은 내부적으로 '아마존 프레시 마켓플레이스’라고 명명한 인스타카트와 같은 식료품 배달 사업을 영국에서 올해부터 운영 중이에요. 현재 영국의 메이저 슈퍼마켓 체인 2곳과 협업 중이고, 월 구독료를 내는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들이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어요. 당일 배송은 자가용을 이용해 아마존 주문을 배송하는 아마존 플렉스 드라이버들이 수행하고요.

아마존은 2017년에 홀푸드(Whole foods)를 인수하고 최근엔 아마존 프레시 그리고 아마존 고(Go)를 확장하면서 오프라인 식료품 사업도 키우고 있죠. 미국에는 이미 아마존 프레시가 22곳 오픈했고, 영국에서도 10곳이 넘어가고 있어요. 서서히 하지만 점점 속도를 올리며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이들이 팬데믹 이후 커진 식료품 배달 시장에서 사업을 키우기 위해 나서는 건 시간문제이기도 했어요.

여파는 클 수밖에 없고
팬데믹 이전에는 많은 이들이 "과연 생각만큼 빠르게 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라봤던 인스타카트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미국의 식료품 배달 시장을 이끌어왔고, 기존 주문배달 사업자들인 도어대시와 우버 등도 모두 식료품 배달을 확대하고 있어요. 유럽에서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큰 투자를 받고 서비스를 키우며, 15분 내 식료품 배달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요. 미국의 도어대시는 얼마 전 유럽의 월트(Wolt)를 인수하면서 월트의 유럽 식료품 배달 네트워크도 확보하게 되었어요. 

아마존은 이미 가진 거대한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이제 식료품 파트너를 더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어요. 팬데믹 이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경쟁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배달 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시작한다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돼요. 프라임 멤버들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상품을 제안하고 배달 비용까지 들지 않는다면 고객의 선택은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되죠.

변수는 '파트너의 신뢰'
아마존은 초스피드 배달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우선 2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돼요. 이렇게 사업을 키우기 위해 나선 것은 현재 식료품 배달이 아마존 프라임 멤버들에게 확실한 혜택을 줄 수 있고, 아마존의 '플라이휠(Flywheel)'을 더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 판단이 섰다는 것일 텐데요.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올 식료품 파트너를 확대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여요.

리테일러 입장에서는 아마존이 키우려고 하는 마켓플레이스에 올라가지 않는다면 기회비용도 클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고객의 쇼핑 데이터를 아마존이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홀푸드와 아마존 프레시 등과 직접적으로 경쟁을 하는 이들이 선뜻 아마존의 플랫폼에 올라갈지는 확신할 수 없죠. 그렇기에 확장 속도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어요. 아마존이 현재 라이센싱을 통해서도 확대하려는 계산대 없는 매장 기술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도 같은 이유로 사용하기를 꺼리고요. 결국 아마존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면서 식료품 배달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키울지가 지켜볼 포인트입니다.
☕️ 한편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인스타카트
빠르게 성장하며 지난 3월에 390억 달러(약 46조 원)의 가치를 평가받는 스타트업인 인스타카트는 식료품 사업자들이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해왔어요. 아마존이 배달 시장에서도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 왔고, 인스타카트를 식료품 사업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올해 4월, 45%에 이르던 미국 식료품 배송 및 픽업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어요. 도어대시와 우버가 모두 식료품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키우고 있기도 하지만, 자체 배송 사업을 확대 중인 월마트의 영향도 있어요. 여기에 아마존도 시장에 뛰어든다고 하니 인스타카트는 더 많은 파트너를 확보하면서 확고한 포지션을 유지해야 사업을 키워갈 수 있겠죠.
☕️ 모든 리테일 영역에서 보이는 아마존
이제는 특히나 리테일 사업을 논할 때 아마존을 언급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요. 아마존이 확장하고 있는 모습을 꾸준히 전한 이야기도 참고해 보세요.

[전기차] #전기차소프트웨어경쟁
2. 네 차는 얼마나 똑똑해?
내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경험은 테슬라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보여주었죠. 스마트폰과 동일한 OTA(Over-the-Air) 업데이트 방식으로 차량 구매 후 지속적으로 제로백 단축이나 자율주행 성능이 추가돼 차량의 성능이 오히려 구매 당시보다 좋아질 수 있는 구조에요.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도 몇 년 전부터 테슬라의 이러한 업데이트 방식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때는 네비게이션 업데이트나 정비, 오류 수정의 목적에 국한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도 소프트웨어가 옵션이 아닌 핵심 성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소프트웨어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후발주자인 스텔란티스도 똑똑한 차 경쟁에 크게 뛰어들었어요. © Stellantis
가까운 미래로 온 OTA 업데이트
  • 가장 최근 주목을 받은 건 올해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계획인데요. 2025년까지 소프트웨어와 전동화 전환 작업에 최소 300억 유로(약 40조 원)를 투자하고, BMW 그리고 웨이모(Waymo)와 협업해 자율주행 능력을 끌어올리며 완전 AI 기반의 기술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어요. 특히 지프, 크라이슬러, 푸조 등 스텔란티스의 14개 브랜드 각각에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고, 소비자가 자동차를 이용하는 기간 내내 OTA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전기차 전환의 후발 주자인 스텔란티스는 지금까지의 차량 판매, 관리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리고 빠르게 쫓아갈 채비를 하겠다는 의도에요.
  •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 회사는 지난 9월 주력 전기차 라인인 ID.모델에 OTA 업데이트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어요. 약 12주에 한 번씩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업그레이드한다고 해요. 폭스바겐은 차량 판매나 리스 후에도 제조사가 소비자와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여기고 있어요. 운전자가 여행 어시스트, 특정 목표지점까지의 자율주행, 자동차 배터리 수명 체크와 같이 필요할 때마다 특정 기능을 주문할 수 있게 지원해 소프트웨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 큰 기대를 받는 신생 전기차 제조사 리비안(Rivian)도 OTA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다고 알려졌어요. 픽업트럭으로서의 오프 로드 성능이나 트렁크의 부엌 옵션으로 캠핑족을 노린 셀링포인트도 있지만, 차량 내부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16인치 패널을 통한 이용자와의 인터랙션이 주요 경쟁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 주력 차종인 R1T의 화면 인터페이스는 테슬라와 비슷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요.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더 사용자 친화적이고 다양한 엔터테이닝 기능을 넣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어요.
테슬라가 고객들을 열광하게 한 주요 성공 요인에는 바로 OTA도 있는데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딜러를 다시 방문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고객의 불편을 해결한 것이고, 이제는 말 그대로 제조사들이 차용해야 하는 '뉴노멀'이 되고 있어요. 

자동차 = 아주 큰 스마트폰으로
2년 내 세계 2위 전기차 생산자가 되겠다는 포드도 당연히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 전 세계적으로 픽업트럭 돌풍을 일으킨 주역, F150의 전기차 버전 F150 라이트닝 양산을 준비 중인 포드는 지난 9월에 테슬라를 거쳐 애플 자동차 프로젝트 최고 담당자였던 더그 필드(Doug Field)를 영입했어요. 그는 자율주행으로 운전자의 눈과 손에 자유가 생김으로써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의 수단에 그 역할이 국한되는 것이 아닌 홈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게임 플랫폼, 컨퍼런스 룸의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어요

더그 필드는 예를 들어 다섯 명의 친구가 돈을 모아 하나의 차를 사고 각자 이용할 때 본인에게 맞는 버전을 선택해 친구들과는 다른 완전한 본인의 차처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해요. 사람들이 휴대폰 외관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보다는 소셜미디어 채널로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듯이 차량의 외형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으로 본대요. 물론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와 같이 최고급 스포츠카의 경우 (자동차가 등장해도 여전히 승마가 존재하는 것처럼) 취향으로 남겠지만 언제까지나 주류는 아닐 거라는 의견이에요. 

또한 그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으로 차량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지기에 생산라인을 지금처럼 다양하게 구비할 필요가 없다고 해요. 포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투자 계획과 생산 계획을 내놓을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의 방침이 더그 필드가 그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포드의 생산, 운영 방식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뀔 것으로 보여요.

테슬라 독주에 견제가 생기는 중
테슬라는 전기차가 제시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가장 앞서 실현하고 있으나 기존 자동차 회사의 반격도 세지고 있어요. 벤츠는 지난 9일 테슬라보다 먼저 독일 규제 당국으로부터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 사용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레벨3는 테슬라가 받은 레벨2보다 한 단계 높은 시스템이에요. 교통흐름이 60킬로미터 이하일 때 손을 놓고 운전해도 되는 것이고요. 아직 어디에서나 벤츠의 레벨3 주행이 허용된 것은 아니고 독일의 13,000킬로미터 길이의 아우토반 한정이에요. 일부 차량(고급 승용차 '레전드' 100대 한정)에만 장착되었지만, 혼다도 작년 일본 규제 당국으로부터 레벨3 승인을 받기도 했어요.
* 자율주행의 레벨은 크게 0~5로 나뉘어요. 실질적인 자율주행의 격차는 레벨2와 레벨3 사이에서 벌어져요. 레벨1~2는 운전자가 운전을 해야 하는 상태에요. 자율주행기능이 운전자의 조향과 브레이크 기능을 얼마나 잘 돕느냐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죠. 레벨3부터는 운전자가 아닌 차가 운전을 하는 단계를 말해요. 하지만 레벨3는 시스템 다운, 특정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관계로 운행 중에 잠을 잘 수 없어요. 레벨4부터는 운전자가 필요없어 운행 중에 잠을 잘 수도 있는, 진정한 인공지능의 자율주행 상태를 가리켜요. 그래서 레벨4 차량부터는 운전대나 브레이크 페달이 필요 없을 수 있어요. 기사님 없이 택시나 버스 운행이 가능한 기술이에요. 레벨5는 레벨4의 한계였던 악천후에는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등 특정 제약마저 사라진 완전 자율주행 단계를 말합니다.

한편 모두가 테슬라의 변화를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데요. 올해 여름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모델3 운전자들은 차 안에서 유튜브를 시청하고 간단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운행 중에도 해당 앱 작동이 가능한 점이 논란이 되었어요. 미국 규제 당국은 테슬라가 안전을 담보로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는지 들여다보고 테슬라와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고요. 자칫 운전 부주의로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죠. 앞으로 차량은 점점 스마트폰과 같은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국 '차'인 만큼 안전성이 확실히 증명되어야 해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원하는 만큼 빠르고 자율성 높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고요.

By 캐롤라인
* 캐롤라인은 전기차와 관련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요. (최근 아티클)
☕️ 칩은 어떻게 할 건데?
자동차가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반도체(칩)가 필수죠. 지난주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스텔란티스의 CEO 카를로스 트래버스는 소프트웨어가 핵심이고 이를 외부계약에만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스텔란티스는 투자 계획 중에 (애플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바로 그) 폭스콘(Foxconn)과의 MOU(양해각서)를 포함시켰어요. 필요한 반도체 물량의 80% 이상을 이번 폭스콘과의 협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급받겠다는 계획이에요. 반도체 수급 이슈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커넥티드-자율주행-전기차를 만드는 데 직면한 과제로 스텔란티스가 구체적인 수급 안정화 방안을 제시한거에요.

실제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지 못하면 향후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올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차량을 준비한만큼 판매하지 못했어요. 여기에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더 많이 생산하고 소프트웨어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면 반도체 수요는 더 올라가겠죠. 

문제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TSMC가 캐파 증설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에요. 막대한 투자금이 소요되는 데 반해 가격 인상의 여지가 적기 때문이에요. 자동차에는 성능이 낮은 반도체와 5G 스마트폰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가 혼재되어 들어가고, 앞으로는 인명을 책임지는 자율주행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 차원 더 높은 설계와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해요. 향후 1~2년 내에 확실한 반도체 수급 대책을 세우지 않은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 로드맵은 그저 계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에요.

[스트리밍] #개인화 #마케팅 #알고리듬
3. 스포티파이 랩드 연말결산의 명과 암
스포티파이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선구자이자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에요. 현재 184개국에서 전체 이용자 약 3억8,000만 명을 보유하고 있고, 이중 유료 구독자가 1억 7200만 명입니다. 이렇게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매년 12월 '스포티파이 랩드 연말결산(Spotify Wrapped, 이하 스포티파이 랩드)' 캠페인을 진행해요. 구독자 개개인이 한 해에 어떤 가수, 앨범, 곡을 많이 들었는지 화려한 그래픽, 문구와 함께 보여주는데요. 수많은 사용자가 이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죠. 

스포티파이 랩드의 인기는, 올해 막 시작한 한국에서는 실감할 수 없지만, 해외에서는 어마어마해요. 대표적인 뉴미디어 매체 복스(Vox) 미디어는 스타벅스 겨울 e-프리퀀시머라이어 캐리의 캐롤 역주행과 함께 12월을 대표하는 캠페인으로 꼽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그저 모두가 즐기면 그만일 것 같은 스포티파이 랩드에는 사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해요.

내가 올해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일단, 스포티파이 랩드란? 
스포티파이가 2017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매년 진행 중인 마케팅 캠페인이에요. 마치 연말정산 보고서처럼, 각 구독자에게 본인의 1년 음악 청취 데이터를 보여줘요. 하지만 숫자만 강조하지는 않고요. 모두에게 공통으로 자동 생성되는 그래픽과 마이크로카피(사용자에게 어필하는 짧은 문구)를 활용해서 공유할만한, 잘 짜여진 콘텐츠로 보여줍니다. 스포티파이 랩드가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처럼 세로 형식으로 릴리즈된 것은 2019년부터고요. 올해에는 각종 인터넷 유행어, 신조어 등을 활용한 문구를 통해 더 큰 호응을 유도했어요. 

최초 캠페인에서는 총 500만 명이 스포티파이 랩드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어요. 이후 2019년에는 캠페인 시작 후 단 몇 시간 만에 트위터에서만 120만 명이 바이럴 시켰고요. 이제 스포티파이 랩드는 구독자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에게도 연간 스트리밍 횟수, 연간 리스너(listener) 증감, 리스너의 출신 국가 데이터 등을 공유해요. 즉 스포티파이가 구독자와 아티스트 양쪽을 위한 마켓플레이스라는 점을 강조해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묘수
스포티파이 랩드는 구독자와 아티스트의 데이터를 가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효율의 마케팅 캠페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포티파이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에게 데이터를 그럴듯하게 공개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도록 만들어서, 무료 디지털 광고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그 결과 야외 길거리 전광판이나 대중교통 광고판 등과 비슷한 효과를 보고요. 광고 결과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어요. 

한편 스포티파이는 스포티파이 랩드를 통해 큰 PR 효과를 누려요. 우선 디지털 아트 분야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웨비 어워드(Webby Awards)’에서 ‘데이터 시각화상’, ‘사용자 경험상’, ‘바이럴 마케팅상’, ‘엔터테인먼트상’, '통합 캠페인상’ 등 13개 상을 수상했어요. 다른 기업에 영감을 주기도 했는데요. 유튜브뮤직은 올해부터 이 캠페인을 벤치마킹해 연말결산 마케팅을 해요. 나아가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랩드는 스포티파이의 앱 다운로드 수, 주가 모두 상승시켰어요. 투자자에게 '데이터 기반 마케팅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며 어필하기도 좋겠죠.

마지막으로 스포티파이 랩드는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요. 사실 스포티파이는 2015년부터 구독자의 음악 청취 데이터를 공유했어요. 그러나 그때는 사람들이 공유할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지금처럼 이슈 몰이를 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2017년부터 트렌드를 담은 문구를 사용하고, 특성 있는 그래픽을 적용하고, 음악 카테고리도 정교화(단순히 ‘팝’이 아닌 ‘케이팝’, ‘인디팝’ 등) 하면서 사용자들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 기대할만한 재미있는 캠페인이 되었어요. 이제는 개인화를 곁들인 정기 이벤트로서, 연말 개인 시상식을 보는 것 같은 즐거움도 느껴지고요.

즐거운 캠페인의 어두운 단면 
물론 매년 캠페인을 잘 진행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이를 좋아하지만 생각해보아야 할 어두운 단면도 분명 존재해요. 우선 스포티파이는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스포티파이 랩드를 통해 바이럴 되면 작품과 아티스트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언급해요. 더 널리, 많이 들려질 기회라는 이야기인데요.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요.

미국 대중문화 평론가 리즈 펠리(Liz Pelly)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에게는 재생 횟수가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되므로 중요한 지표겠지만, 음악 커뮤니티를 지탱하는 가치는 그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짚어요. 그러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노래가 얼마나 반복 재생 되는지만큼이나, 모든 아티스트가 얼만큼의 성취를 거둘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해요. 따라서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마케팅 캠페인이 작품과 아티스트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해요.

또 생각해볼 단면은 스포티파이의 알고리듬이 디지털 소비자 문화를 편향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에요. 스포티파이 알고리듬은 특정 구독자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플레이리스트를 어떤 카테고리로 구성하는지를 반영하고 비교도 해요. 다른 구독자와 구분되는 습관에는 무엇이 있는지, 다른 구독자가 잘 듣지 않는 음악 중 이 구독자는 듣는 건 무엇인지도 트래킹하고요. 

결국 알고리듬에 편향이 개입될 수도 
그래서 스포티파이 랩드를 공유하는 소비자는 알고리듬의 정확한 작동원리는 몰라도 '내가 듣는 음악이 알고리듬에 영향을 주고, 알고리듬은 추천 플레이리스트나 음악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알죠. 복스(Vox) 미디어는 이 경우, 구독자들의 음악 청취 습관이 몇 가지의 알고리듬 파라미터(기준, 변수 등)로 규정되는 '음악 프로필’로 과장될 수 있다고 짚었고요.

여기까지는 문제가 아니지만, 알고리듬 자체가 편향될 수 있다는 문제는 주지할만해요. 2019년 5명의 전문가는 스포티파이를 자세히 연구한 보고서 <Spotify Teardown: Inside the Black Box of Streaming Music(스포티파이 뜯어보기: 음악 스트리밍 블랙박스의 내부)>에서 "알고리듬 기반 콘텐츠 배포 젠더, 인종, 기타 카테고리 측면에서 영향을 준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음악을 듣는 취향에 편향된 알고리듬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이에요.

팬데믹 이후 디지털 소통과 교류가 크게 늘면서 스포티파이 랩드 연말결산과 같은 소소한 이벤트로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플랫폼이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한 '프로필 치장'에 너무 연연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 대신 우리는 각자 음악 자체의 즐거움, 음악에서 느끼는 고유한 재미 또는 새로운 시각을 한번 찾아보면 어떨까요? 구독자가 스포티파이를 이렇게 사용함으로써 진정한 개인화가 완성되는 것일 수도 있어요.
By 메이*
* 메이는 흥미로운 IT 이슈와 소셜미디어 관련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요. (최근 아티클)
☕️ 스포티파이의 아쉬운 국내 진출 성적 
스포티파이는 2021년 2월 한국에 상륙했어요. 본격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와 주목을 한 몸에 받았는데요. 진출 후 11개월이 지났는데 지표를 보면 아직은 고전 중이에요. MAU(월별 활성 사용자, 한 달에 한 번은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가 33만 명인데요. 한국 시장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의 MAU는 878만 명, 2위인 지니는 506만 명, 유튜브뮤직은 375만 명이에요. 한편 스포티파이 자체의 총 사용자가 3억8천만 명이니 한국 사용자는 0.09%에 그치는 셈이고요. 

물론 스포티파이를 통해 해외에서 국내 음반시장의 영향력을 데이터로 확인 가능하고, 이를 아티스트에게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한국 음반 제작자(사)가 글로벌 음반 시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요. 다만 스포티파이 입장에서는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 진출한 시장에서 사용자 및 음원 재생횟수를 늘려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과제는 남았네요.

오늘 커피팟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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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는 올해의 이슈 넘버 원을 선정해 전해드렸는데요. 아직도 풀리지 않는 공급망 차질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생산 및 재고 관리 체계의 변화가 예상되는 이야기,  작년까지 큰 성장을 이어오던 대체 고기의 판매 부진, 그리고 팬데믹도 공급망 차질 이슈도 다 뚫고 새로운 공장까지 짓는 레고에 대한 내용이 담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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