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과 닮아 무서운 알리익스프레스

[조디의 리테일 우화] 14화. 시장에 뿌리 내리는 알리익스프레스
2024년 2월 15일 목요일  
유럽 시장을 이미 평정하고 해외 곳곳에서 뿌리내리는 알리익스프레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은 하나의 직구 앱이었죠. 하지만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존재감은 한국 시장에서도 커졌습니다. 없는 것이 없는 초저가 커머스를 공격적으로 광고하며 사용자를 모으는 전략이 통했고, 늘어난 사용자를 바탕으로 이제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데요.

그 대응은 한국 리테일 시장을 평정해 가는 쿠팡의 초기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미 사용자 수로는 쿠팡을 제외한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들을 제친 상황이고 그 증가세가 계속 커지는 중인데, 확보한 사용자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직접 새로운 사업을 키울 준비를 해나가고 있죠.

물론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 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상품/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모습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 기업들의 입점을 유도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내 직접 커머스까지 시작하는 모습은 충분히 다른 사업자들을 긴장 시키는 요소입니다. 사용자를 모은 이후 더 공격적인 투자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고요.

2023년에 한국 시장에서도 급성장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과연 몇 년 후에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 내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가 되어 있을까요?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쿠팡을 비롯한 한국의 이커머스 업계가 향후 또 새로운 경쟁을 바라봐야 하는 점을 분명히 전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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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의 리테일 우화]
뿌리 내리는 알리익스프레스
쿠팡과 닮아 무서운 존재감
알리익스프레스는 2010년 4월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 설립된 중국 최대의 해외 판매 전문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현재 영어, 한국어 등 18개 언어로 구축돼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초기 B2B 중심의 온라인 무역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2012년부터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 플랫폼으로서 성장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신규 시장 개척을 목표로 2018년 한국에도 진출했지만, 당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 경기 침체로 저가 상품을 찾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알리익스프레스도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위축이 알리익스프레스의 본격적인 주변국 시장 침투의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 시장을 평정한 쿠팡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긴장할 모습을 알리익스프레스는 보이고 있다.  (이미지: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쿠팡과 닮아서 무서운 것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쿠팡이 경쟁이 치열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수많은 플랫폼 사업자들을 누르고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 때문이었다. 네이버는 검색 광고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트래픽이 한번은 거칠 수밖에 없는 '포털'이라는 점에서 커머스 사업을 키우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양대 플랫폼 중에 커머스 본연의 자체 기능으로만 절대 강자 위치에 올라선 플랫폼은 단연 쿠팡이라고 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지금 모습은 초기 쿠팡의 모습과 닮아있다. 

쿠팡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이용하는 고객들이 주를 이루었던 것처럼 소비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이유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리에서 주로 판매되는 것들은 값이 싸면서 쓰고 버릴 수 있는 소모품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본질적으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쌓이기 어려운 시장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토가 넓어서 초기 자본 투자로 인해 선점 효과가 발생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후발주자라도 동일 제품이나 동일 사양의 상품을 훨씬 저렴하게 팔면 얼마든지 트래픽을 끌어모을 수 있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플랫폼의 사업 모델을 차별화하기 쉽지 않아 결국 가격만이 유일한 경쟁 포인트가 된다. 쿠팡은 성장 초기에 가성비가 중요한 생필품에서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쿠팡이 저가 정책으로 오랜 기간 동안 수조 원의 적자를 지속해 온 모습을 본 후발주자가 쿠팡과 똑같이 대규모 적자를 무릅쓰고 동일한 저가 전략으로 시장에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런데, 알리익스프레스가 나타났다. 알리는 더 이상 새로운 경쟁자가 없을 것 같았던 한국 시장에 엄청난 저가 정책을 바탕으로 등장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Temu)와 같이 국경을 넘어 물건을 판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은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을 통해 상품의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어 단가를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럽 시장을 평정했고, 다른 시장에서도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다. 한국도 이제 주요 공략지이다. (출처: CCE(Cross-border Commerce Europe), <톱 100 크로스 보더 마켓플레이스 보고서> / 이미지: 알리익스프레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미 2022년 유럽연합(EU)에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이외의 시장에서도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수록 더 저렴하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대한 자국 내수 시장과 이미 구축해 놓은 해외 시장을 통해 형성된 가격 경쟁력은 한국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저가 정책을 시행하기에 최적이었다. 

이용자가 많아 원가를 낮추는 구조가 가능했던 알리익스프레스는 유통 중간 단계를 줄임으로써 가격을 한 단계 더 낮추는 구조를 만들었다. 과거 직구 방식은 오픈마켓 같은 커머스 플랫폼에서 해외에서 물건을 사입하여 마진을 붙여 파는 구조였는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중국 생산자와 한국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면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크다면 굳이 당일 배송이 아니더라도 3~5일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급 시스템은 큰 강점이다.  

여기에 한국 소비자들은 사서 쓰는 물건 중 저렴한 공산품은 이미 상당수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인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동안 소비자 입장에서 중국산 공산품 품질이 어느 수준인지 충분히 학습이 되었다는 점에서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점도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에 크게 보탬이 되었다.

내가 필요한 물건을 싸게 파는 데 적당히 쓸 만하면 이는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엇갈린 중국 직구와 미국 직구 (데이터: 통계청)
한국의 중국 직구 비중은 순식간에 커졌다. 이는 물론 알리익스프레스의 영향이다.
트래픽으로 기세 키우는 중
기존 한국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처는 주로 미국 시장이었다. 일부 고가 사치품 등을 유럽에서 직구하기도 하였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주로 직구를 하는 나라는 미국이었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한국에서도 아마존 직구를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해외 직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까지 대략 50% 내외였을 정도로 미국 직구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가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자 2022년에 중국의 비중이 28%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급기야 2023년에는 49%까지 상승했다. 한때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미국은 27%로 비중이 낮아지게 되었다.

지난해 해외 직구액은 2022년의 5조 3200억 원 대비 27% 증가한 6조 76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중국은 전년 대비 121% 증가한 3조 2900억 원을 기록했으며 미국은 7% 감소한 1조 8600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직구의 고성장에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이 매우 컸다고 추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의 중국 직구 거래액 증가 추이 (데이터: 통계청)
2023년엔 절대적인 거래액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한국 소비자들의 중국 직구 플랫폼 이용 증가는 MAU(Monthly Active Users), 즉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활성 사용자 수로도 확인 가능하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평균 MAU는 2022년 395만 수준이었으나 2023년 708만으로 급증했다. 2023년 평균 MAU는 708만이었지만 2023년 11월에는 1000만을 넘어서며 MAU 기준으로 기존의 2위 사업자인 11번가를 벌써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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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에 뿌리내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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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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