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4일. 느린 변화와 빠른 변화

1. 빅오일의 숙제, 2. 배달 경쟁 격화, 3. BNPL이 뭐길래
2021년 8월 4일 수요일

오늘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큰 실적을 올렸지만 숙제에 집중해야 하는 빅오일 이야기로 시작하고요. 전 세계적으로 계속 팽창하는 식료품 배달 경쟁을 간략히 짚고, 스퀘어가 BNPL 스타트업을 인수한 이유를 볼게요.

[빅오일] #사업전환압박은계속
1. 빅오일 실적 성장에 담긴 의미
빅오일은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역사적인 실적 하락을 기록한 작년 이후 올해 들어 큰 반전을 만들어냈는데요. 이번 2분기에도 모두 큰 성장을 기록하면서 실적 잔치를 벌였습니다. 물론 향후 재생에너지 등으로의 사업 전환을 어떻게 더 빨리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잔치할 시간은 없는 상황이에요.

실적 잔치는 해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죠.
잔치가 다시 시작되었지만
  • 미국 빅오일: 재생에너지로의 실질적인 사업 전환 계획을 제대로 내놓지 않았던 엑손모빌은 이번 2분기에 47억 달러(약 5조 3960억 원)의 순이익을 발표했어요. 지난해 같은 기간에 10억 달러(약 1조 1480억 원)가 넘는 손실을 봤던 것에서 큰 반전을 이루어냈죠. 엑손모빌의 미국 동료 빅오일인 쉐브론도 2분기 31억 달러(약 3조 559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고요.
  • 유럽 빅오일: 로열더치쉘은 2분기에 55억 달러(약 6조 3140억 원)의 순이익을, 이름을 바꾼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는 순이익 35억 달러(약 4조 원)를 올렸어요. 누구보다 앞서 재생에너지로의 사업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BP 역시 예상보다 큰 28억 달러(약 3조 2150 억원)의 순이익을 발표했어요. 이들도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고 수요 상승과 계속 오른 석유 가격의 흐름을 탔죠.
이들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반등한 실적을 유지하자 일제히 자사주 매입 계획과 배당금 인상을 발표했는데요. 작년의 역사적인 위기 이후 모두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 계획을 발표한 유럽의 빅오일은 사업 전환을 이루면서도 (주주의 이익을 키우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에너지 전환은 더 당겨야 해서
실적도 크게 반등했고 석유 가격도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마 전 작은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넘버원(Engine No. 1)과의 대결에서 완패한 엑손모빌의 사례에서 보듯이 빅오일의 사업 전환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압박이 큰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향후 사업 전환을 위해 이들이 현재 매물로 내놓은 석유와 가스 자산만 해도 1400억 달러(약 161조 원) 규모에 이른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보도를 했는데요. 작년엔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석유 가격이 많이 오른 올해가 판매의 적기라고도 보고 있죠.

이들의 자산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이해관계자의 압박이 적은 에너지 기업들과 중동의 국영 기업들이 주로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에게 팔면 자산의 소유만 이전될 뿐 결국 탄소배출 감소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요. 하지만 이들이 자산을 판매한 새로운 자금으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탄소 포집 등의 신규 기술 개발 등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에너지 전환을 더 당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죠. 빅오일에 몰리는 압박은 이들이 업계를 선도해 빨리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를 줄이라는 것이에요.

두고두고 회자할 2020년
2020년은 실적 하락에 더해 화석 연료 사업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한 해였죠. 또한 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받은 곤욕스러운 한 해였고요. 그전에도 관련 압박을 받아오긴 했지만,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가져온 화석 연료 산업의 위기의식과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어요.

물론 빅오일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사업을 완전히 전환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과제를 받아든 상황인데요. 이런 어려운 과제가 이들에게 부여된 이유는 이들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자본과 기술을 가졌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새로운 흐름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실적 잔치를 반가워해야 할 이유는 이들이 더 빠르게 전환을 당길 수 있는 자본을 쌓기 때문인 것이고요.
☕️ 한편 이런 일도 하고 있어요
토탈에너지는 아마존과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고, 아마존이 소위 깨끗한 전력을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어요. 이미 유럽과 미국의 아마존 시설에 공급할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고 중동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협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에요. 빅테크인 애플과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재생에너지 등을 이용한 전력 구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요. 향후 빅테크와 빅오일 간 더 많은 협업을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달테크] #식료품배달 #리테일
2. 점점 더 팽창하는 배달 경쟁
배달 시장에서는 큰 투자 소식이 계속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고퍼프(goPuff)가 그리고 유럽에서는 에스토니아의 볼트(Bolt)가 점점 팽창하는 식료품 배달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펀딩을 받은 것인데요. 팬데믹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식료품 배달 사업의 확장은 빠르게 계속되고 있어요.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크고 있는 업체에요.
(데자뷔 같지만...) 큰 투자가 계속되고
  • 고퍼프는 이번에 10억 달러(약 1조 148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제 기업가치는 150억 달러(약 17조 2280억 원)에 이르게 되었어요. 지역 내 편의점과 소형 상점 그리고 자체 다크 스토어(dark store, 도심내 소형 물류 창고이자 ‘배송 전용 매장’)를 이용해 24시간 운영되는 빠른 배달 모델로 차별화를 해온 이들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나섰어요.
  • 볼트는 승차 공유 서비스가 주요 사업인 업체이지만, 식료품 배달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나섰어요. 최근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세쿼이어 캐피털을 포함한 투자자들로부터 7억 1300만 달러(약 8200억 원)의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는 47억 5000만 달러(약 5조 4550억 원)가 되었어요. 볼트는 '볼트 마켓'이라고 명명한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자신들의 본사가 있는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발틱 국가들과 중부 유럽을 중심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에요.
벤처캐피털들은 최근 식료품 배송에 자금을 쏟으면서 시장과 경쟁을 더 키우고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현재의 투자 열기를 우버와 에어비앤비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성장한 이후 가장 크게 일고 있는 새로운 흐름이라고 보고 있어요.

향후 리테일 시장에 대한 베팅이기도
피치북(PitchBook)의 데이터에 의하면 2021년 현재까지 총 13개의 식료품 배송 스타트업에 30억 달러(약 3조 4470억 원)가 투자되었어요. 이렇게 큰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식료품 배송 시장이 점점 리테일 시장을 점유하는 사업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위에서도 링크한 지난 6월 초의 커피팟에서도 언급했지만, 식료품 시장에서 배달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고 2024년이면 미국 전체 리테일 시장 중 22%를 차지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어요.

물론 식료품이나 편의 상품 등의 배달 사업은 높은 비용 구조와 낮은 이익률을 동반하는 사업이기에, 시장이 결국 몇 개의 업체 위주로 정리될 것이라는 예상도 이제 함께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로서는 고퍼프나 유럽에서 가장 크게 확장 중인 게티르(Getir) 같이 다크 스토어 확장에 앞선 업체들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요. 이들이 현재 큰 비용을 들여 구축하는 이 인프라가 결국 미래 리테일 수익이 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 게티르의 수익성 높은 다크 스토어
게티르는 런던내 다크 스토어 한 곳의 하루 평균 주문량이 340건에 이르고, 이 추세라면 다크 스토어당 연간 매출은 360만 달러(약 41억 원)에서 600만 달러(약 69억 원)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는데요. 다크 스토어는 비슷한 규모의 오프라인 매장 대비 임대료 등이 낮기에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요. 게티르는 현재 다크 스토어를 각 점주가 소유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중이기도 해요. 이들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본다고 하고요.

[핀테크] #선구매후결제
3. 스퀘어가 BNPL을 잡은 이유
스퀘어(Square)가 현재 가장 큰 BNPL(Buy-Now-Pay-Later, 선구매 후지불) 서비스 중 하나인 호주의 애프터페이(Afterpay)를 290억 달러(약 33조 292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어요. 스퀘어는 이 서비스를 현재 간편 결제 서비스인 캐시 앱(Cash App)과 통합하고 자신들의 리더기와 결제 시스템을 사용 중인 가맹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죠. 이들은 어떤 기회를 보는 것일까요?

스퀘어는 요런 단말기 공급도 잘했어요.
커지는 BNPL 시장의 기회
BNPL 서비스는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롭고 분할 결제 서비스가 거의 없는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어요. 이커머스가 확대되면서 확산하기도 했고, 쉽고 간편한 결제는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잡았죠. 최근에는 애플이 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비자(Visa)도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새로운 핀테크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의 금융 서비스 기업들도 시장이 커지는 흐름을 보고 관련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어요.

왜 애프터페이를 인수했나
스퀘어는 그간 셀러들을 위한 간편한 결제 시스템, 그리고 간편 송금 서비스와 주식/비트코인 거래도 할 수 있는 캐시 앱(Cash App)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고, 지난 3월에는 자회사로 은행 사업에도 진출해 대출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사업 영역을 점점 확대하는 중이었어요. 스퀘어가 새로운 세대의 사용자를 위한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로서 계속 성장하려 한다면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BNPL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기도 해요. 물론, 새로운 서비스와 늘어난 사용자 베이스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종합 핀테크 서비스로 진정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이고요.

참고로 스퀘어의 캐시 앱은 지난 6월을 기준으로 거래가 활성화된 사용자 수가 4000만 명에 이르렀어요. 팬데믹이 이어지는 동안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받고 이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송금해주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되었고, 캐시 앱의 직불 카드를 이용한 온라인 구매도 크게 증가했어요. 애프터페이는 현재 총 사용자수가 1630만 명으로 스웨덴의 클라르나(Klarna), 미국의 어펌(Affirm) 등과 함께 대표적인 BNPL 서비스로 자리 잡았죠.

이제 종합 핀테크 서비스로
스퀘어의 이번 2분기 총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나 증가한 428억 달러(약 49조 1350억 원)에 달하고요. 매출 총이익은 11억 4000만 달러(약 1조 3090억 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나 성장했어요. 팬데믹 기간의 큰 성장을 바탕으로 이제는 BNPL 서비스까지 포함하게 되어 종합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요. BNPL 서비스가 계속 현재의 추세대로 성장한다면 현재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캐나다뿐만 아니라 애프터페이가 진출해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서유럽에서 더 큰 확장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커졌어요.
☕️ 애플도 도입 예정인 BNPL
쇼피파이도 현재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애플 페이와 연동된 BNPL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시장 진출로 BNPL이 시장에 더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는 커지고 있어요. 애플의 진출 가능성 발표 당시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대표적인 BNPL 서비스인 어펌은 스퀘어의 애프터페이 인수 소식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인수는 BNPL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향후 인수 가능성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해요. 참고로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연초에 내놓은 관련 리포트는 BNPL 거래액이 2025년에는 6800억 달러(약 78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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