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차트피셜] 15화. 전문가들이 안 보고 못 보는 것 금융 시장과 투자 관련한 수많은 예측들은 매일 같이 쏟아집니다. 내일은 오를까? 내일모레는? 앞으로 한 달은? 앞으로 1년은? 누구나 궁금할 예측들은 각종 채널을 통해서 늘 요약된 정보로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예측들은 주로 금융 시장의 전문가들을 인용합니다. 어떤 기관이 어떤 전망을 내놓았는지,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등 말이죠. 그리고 이런 예측들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기는 역시나 연말연시입니다. 각 금융 기관들은 앞으로의 1년을 예측하는 이야기들을 정식 보고서로 이때 쏟아내죠. 마치 아껴둔 비기 같은, 정제에 정제를 거친 이 정보들은 틀릴 수가 없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들은 거의 매번 틀립니다.
왜 그런 걸까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경제 전망은 왜 늘 사람들을 실망 시킬까요?
물론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불안 증가, 예측이 안 되는 자연재해와 같은 변수들로 인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전망에는 숫자만을 반영한 예측들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급작스럽게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톤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죠. 이른바 정치사회적인 상황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이렇게 예측이 틀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음을 짚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눈앞의 상황도 전문가들의 예측이 틀리는지 지적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사례들이 더 잦아졌는데요. 전체 경기 현황과 더불어 매번 틀리는 증시 예측을 대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힌트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
[부엉이의 차트피셜] 경제 예측은 왜 맨날 틀릴까? 전문가들이 안 보고 못 보는 것 |
연말연시에는 다수의 경제분석기관과 증권사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 증시, 환율, 그리고 금리 같은 다양한 전망을 내놓는다. IMF와 세계은행(World Bank)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한국은행, 유럽중앙은행(ECB), 연방준비제도(FRB) 등 중앙은행뿐 아니라 민간 금융기관도 연간 전망을 발표한다. 박사 학위자*들로 무장한 전망 기관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민간 소비, 생산성, 인구 변화 등 다양한 경제 변수들을 분석해서 1년 후 경제 성장률, 증시, 환율, 금리 등을 예측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발간한다. * 참고로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단일 기관 중 가장 많은 경제학 박사 학위 소지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연준 조사부에는 박사학위자가 400명이 넘는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고민하고 내놓은 결과가 신통치 않다. 다양한 예측 기관들이 독립적으로 전망을 내놓지만 결과값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고, 적중률도 낮기 때문이다. |
블룸버그에서는 매년 주요 글로벌 은행 및 증권사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향후 1년래 경기침체 가능성을 설문조사해 작성한다. (데이터: 블룸버그) |
때론 경기침체가 온 줄도 모르고 있다 먼저 경제 전문가들의 지난 예측 어떻게 틀려왔는지 필자가 즐겨보는 지표를 통해 확인해 보자.
블룸버그에서는 2008년 5월부터 매달 주요 글로벌 은행과 증권사(IB) 리서치 부서를 대상으로 향후 1년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설문해서 발표하고 있다. 발표 수치가 0%이면 설문에 참여한 모든 기관이 향후 1년 이내 경기침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수치가 100%일 때 모든 기관이 1년 이내 경기침체가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해당 수치는 매달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의 향후 경제에 대한 비관 혹은 낙관 정도를 가늠하는 시의성 있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 경기침체는 경제학 이론상 국내총생산(GDP)이 2개 분기 이상 연속으로 감소했을 때 경기침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실제 경제에서는 생활 수준의 유의미한 훼손 없이 '재고' 조정 등의 이유로 분기 GDP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이 현실에서 경기침체를 언급할 때는 실업이 증가하고, 생산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등 경제활동이 광범위하게 위축되는 상황을 뜻한다. 경기침체를 공식적으로 진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서도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실업률의 상승폭 혹은 GDP의 감소폭 등 계량적인 수치를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기준이 다소 모호하긴 하다.
설문이 처음 시작된 (금융위기가 발생한 해인) 2008년 5월에 기관들은 향후 1년래 경기침체 발생 확률을 절반(50%) 이상으로 점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경기침체 여부를 공식적으로 진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는 2008년 1분기에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전미경제연구소의 공식 경기침체 진단은 실업률, 산업생산 등 경제 지표를 면밀히 점검한 뒤 사후적으로 확인된다는 점을 유념하자. 전미경제연구소는 경기침체를 2009년 이후에 선언했다. 경기침체는 2008년 1분기에 발생했지만, 절반의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줄 모르고 있었다. |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경기침체 기간 정의 (회색 구간이 경기침체 시기)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로 정의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경기침체가 진행되고 있는 줄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보고 있지 않기도 했다. (이미지: (위) 영화 <빅쇼트> 중, 신용 위기 사태가 오고 있다는 점을 보고 있지 않은 신용평가사 미팅 장면 캡처, (아래) NBER 경기침체 그래프) |
최근에도 완전히 빗나간 예상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전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진 2008년 4분기에는 모든(100%) 전망 기관이 1년 안에 경기침체가 온다고 진단했다. 실제 경기침체가 1년 뒤인 2009년 4분기에 끝났으니 완전히 틀린 전망은 아니다.
하지만 2008년 4분기는 금융기관 연쇄 파산으로 글로벌 증시와 경제가 모두 바닥을 치던 시점이다. 글로벌 증시와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2009년 1분기를 바닥으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팬데믹이 닥쳐온 2020년 4월에서 8월까지 모든(100%) 전문가들이 1년래 경기침체를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침체는 2020년 2월에 이미 시작해서 4월에 끝났다. 2020년 하반기에는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과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정책에 힘입어 경제가 강하게 반등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도 2020년 3월 FOMC 기자회견에서 역사상 가장 깊고 긴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으나, 실제 침체는 가장 깊고 짧게 끝났다.
2022년 이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 전망 기관들은 통화 긴축을 근거로 1년래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을 절반 이상으로 찍었다. 하지만 실제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고비를 넘기고 계속 성장했다.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실업률도 치솟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2023년 3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경기침체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예상했지만 1년이 지나도 경기침체가 오지 않자, 슬그머니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처럼 예측 기관의 전망은 예측력이 거의 없고, 실제 경제 상황에 후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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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온다고 했다가 안 오면 좋은거 아니야?" 제롬 파월은 어쨌든 연착륙을 위해 힘쓰는 중이다. (이미지: 게티 이미지) |
경제 전망은 왜 틀리는가 예측 전문가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경제, 정치, 스포츠 승률, 기상 등 많은 예측 분야 중 경제 전망의 적중률이 가장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경제 예측 모형을 정교하게 만들어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표본의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활용하는 실업률, 주가지수, 금리, 산업생산 같은 데이터의 역사는 길어야 100년 남짓이다. * 통계학과 예측 노하우를 활용해 정치 예측을 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FiveThirtyEight.com)의 설립자이며, 통계학과 예측 방법론을 담은 <신호와 소음>의 저자이다.
그나마 선진국은 데이터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지만, 개도국의 경우 현재에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표본이 제한적이다. 사용할 수 있는 표본과 사례가 제한적인 만큼 실제 경제에서는 모형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더 많이 발생한다.
경제 전망에 전망 기관 혹은 전문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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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전망은 왜 틀릴까요? 지난해 코스피 예측은 어떻게 틀렸을까요? 증시 전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무엇을 더 고려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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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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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고민하고 내놓은 결과가 신통치 않다. 다양한 예측 기관들이 독립적으로 전망을 내놓지만 결과값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고, 적중률도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측 기관의 전망은 예측력이 거의 없고, 실제 경제 상황에 후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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