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브영과 돈키호테의 평행선

[조디의 리테일 우화] 13화. 새로운 수요를 찾은 리테일
2024년 1월 18일 목요일  
요즘 주변에 올리브영이 부쩍 많이 생긴 것 같지 않나요? 실제로 올리브영은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지역과 관광객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계속 생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네 곳곳에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죠. 이제 한국에서 매출이 2조 5000억 원이 넘는 스타벅스가 공격적으로 출점을 하면서 성장을 하던 때와 같은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올리브영과 같은 소위 H&B(헬스 앤 뷰티) 샵 브랜드의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올리브영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에 힘입어 각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브랜드를 출시하고 출점하면서 경쟁이 커지는 듯했죠.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각종 오프라인 사업이 곤두박질친 이후 다른 브랜드들은 다시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고, 시장을 선점했던 올리브영만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성장했죠.

근데 올리브영은 어떤 수요를 보고 계속해서 큰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일까요? 소위 엠지(MZ) 세대를 잡았다는 이야기로 현재 이어가는 성장세를 설명하기는 어려운데요. K-뷰티의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올리브영은 팬데믹 이후 다시 찾아온 다른 나라의 관광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들의 매장은 관광객들이 면세점보다도 꼭 더 들러야 하는 곳이 되었죠. 

그리고 관광객 수요를 통해 이렇게 큰 돌파구를 찾은 사례는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도 보입니다. 많은 한국 사람에게도 친숙한 돈키호테이죠. 없는 것이 없는 재미난 할인 상점인 돈키호테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일본의 소매 시장이 완전히 정체되었던 가운데 거침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서 성장을 일군 대표 사례이기도 하고요.

자, 그렇다면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두 국가에서 새로운 수요를 찾아낸 이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요? 전혀 다른 컨셉의 리테일이지만, 같은 수요를 찾아 성장 곡선이 평행선을 이룬 이들은 닮은듯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불황도, 팬데믹도 이겨내면서 더 탄탄한 브랜드가 된 이들의 계획 속에서 앞으로 리테일 시장의 변화도 읽어낼 이야기를 전합니다. ("OOO해서 MZ를 사로잡았다"와 같은 브랜딩 이야기가 물론 아니고) 진짜 답이 숨어 있는 기업의 숫자를 뜯어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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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의 리테일 우화]
올리브영과 돈키호테의 평행선
새로운 수요를 찾은 리테일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올리브영(Olive Young)은 모든 사람들이 젊음을 유지하며 살기를 바라는 뜻에서 "(May) All Live Young"이라는 문구에서 착안한 브랜드명이다. 브랜드 뜻에 걸맞게 10대 여학생들부터 20~30대까지 비교적 젊은 여성 고객들이 화장품 등 뷰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주로 찾는 소매 채널이다. 최근에는 한국을 찾는 많은 외국인들이 꼭 들려야 하는 곳으로 올리브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 나가게 되면 나라마다 꼭 가봐야 하는 상점이 한군데씩은 있게 마련인데, 한국에서는 바로 올리브영이 그런 채널로 인식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그 유명한 돈키호테 상점이 대표적인 명소로 손꼽힌다. 
올리브영과 돈키호테는 관광객이 꼭 들러야 하는 대표 명소가 되기도 했다.
버티며 시장을 차지한 올리브영
한국에서 이른바 '헬스앤뷰티 샵(Health & Beauty 샵, 이하 H&B샵)'이라는 포맷의 소매점은 1999년에 올리브영이 한국 로컬 브랜드로서 최초 론칭하며 시작되었다. H&B샵은 2010년대 뷰티업계에서 네이처리퍼블릭과 같은 원브랜드샵(one brand shop)의 쇠퇴 속에 부담 없는 가격대의 다양하고 새로운 브랜드들을 한자리에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크게 상승하면서 젊은 소비자들, 특히 여성을 주고객으로 중저가 화장품을 주로 유통하는 주요 채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때 국내 유통사들은 올리브영을 본 딴 H&B샵 진출에 열을 올렸다. 글로벌 브랜드 사업권을 가져오거나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너도나도 출점을 단행하였는데 GS리테일의 '랄라블라(lalavla)', 이마트의 '부츠(Boots)', 롯데쇼핑의 '롭스(LOHB’s)' 등의 상점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먼저 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었던 올리브영만 남고 모두 철수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후발 주자들 점포가 200개도 채 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이 금세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올리브영은 이미 전국에 1000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경쟁사의 출점에 따른 시장 잠식을 버텨낼 수 있었다. 시장을 선점하고 규모의 경제를 미리 완성한 것이 지금의 성공을 만들어낸 핵심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올리브영이 먼저 들어가 있는 상권에 비슷한 규모의 H&B샵을 출점하는 것은 경쟁 브랜드로서는 리스크가 큰 모험이었다. H&B샵과 유사한 소형 오프라인 채널인 편의점은 동일 상권에 타 브랜드가 인접해 있더라도 프랜차이즈 방식의 출점으로 회사 입장에서 점포 출점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식료품과 같은 생필품 등을 판매하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출점 리크스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올리브영과 같은 H&B샵은 점포 대부분을 회사가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출점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뷰티 제품과 같은 생필품이 아닌 상품들을 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브랜드 간 인접 출점은 피해야 하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올리브영 매장 확장 추이 (데이터: 올리브영 실적 보고서) 
후발주자들은 현재 시장에 남아있지 않다. 규모의 경제를 먼저 달성한 올리브영만이 버티고 남아서 시장을 차지했다.
일본식 불황을 파고든 돈키호테
돈키호테의 시작과 성장은 1980년대 말 시작된 일본의 장기 불황과 연관이 깊다. 처음 돈키호테 매장은 망한 기업의 제품을 판매하거나 흠집 난 상품, 반품된 물건 등을 싼 가격에 떼다 팔았다고 한다. 장기 불황으로 지갑이 가벼워진 일본 소비자들에게 돈키호테의 싼 물건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러한 땡처리 물건들은 정기적으로 공급 받는게 어려웠기 때문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들였는데 이를 보기 좋게 진열하기 어려워 쌓아 올리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돈키호테의 상품 진열 방식, 이른바 '압축 진열'의 시초가 되었다.

초기 판매하던 물건은 땡처리, 반품 물건 등이었지만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가전제품, 식료품, 잡화, 화장품, 주류 등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철 지난 재고. 샘플 같은 것뿐만 아니라 고가의 럭셔리 명품부터 양주까지 취급하는 만물상에 가깝다. 

돈키호테는 출발점도 특이했지만 2000년대 본격적인 성장을 일구던 시기 기존 일본 유통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포맷의 소매점으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2000년대 들어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한 2008년 이전까지 약 7년간 돈키호테 매출만으로 연평균 21%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는데 참고로 이때는 불황으로 일본 소매 시장이 전혀 성장을 못 하던 시기였다.
돈키호테(PPIH)의 급속 성장 (데이터: PPIH 실적 보고서)   
일본 소매 시장 전체가 성장하지 못하던 때에 나 홀로 성장을 이어왔다.
둘 다 PB로 이어가는 영리한 성장
성장 초기에 점포 숫자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올리브영은 경쟁자들이 퇴출된 이후 실질적으로 독점적 지위로 올라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리브영은 10대부터 30대의 젊은 여성들에게 어필하려는 중저가 브랜드 입장에서는 꼭 입점해야 하는 채널이 되었다.

백화점은 고가 럭셔리 화장품이 주로 유통되는 채널이므로 이들 중저가 브랜드로서는 입점이 어려운 채널이지만 올리브영은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젊은 소비자들의 선호 채널인 데다 상품 구색이 중저가 중심 제품이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 확보를 위해서 필수 입점해야 하는 점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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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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