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게 움직이는 워런 버핏

주식을 계속 팔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2025년 2월 17일 월요일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가 또 큰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지난 주말 사이에 버크셔 해서웨이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 그룹을 비롯해 보유 중이던 주요 금융 기업 지분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장에 대해 또 한 번 경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의 정책적인 방향과 그에 따라 영향을 받는 시장 상황과 연결해 그동안 이어져 온 미국의 '경제적 예외주의'가 끝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 중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모습과 연결해 바라보면 그 우려가 조금 더 선명히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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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팟은 꾸준히 버블에 대한 경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전해드린 [부엉이의 차트피셜] 버블에 대한 마지막 경고와 연결해 보시면 좋을 업데이트입니다.

[금융] #버크셔해서웨이
더 크게 움직이는 워런 버핏

주식을 또 팔고 산 건 별로 없습니다. (© 타임)
전반적으로 시장은 아직 낙관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오랫동안 지분을 보유해 온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지분을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씨티 그룹의 주식까지 지난 2024년 4분기에 상당량 처리한 것으로 공시가 되었는데요. 

심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판단됩니다. 우선 그 내역을 조금 더 살펴보면요.

  •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011년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시장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처음 취득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리면서 결국 최대 주주가 되었죠. 하지만 이번의 매각으로 13%이던 지분은 8.9%로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 추가 매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씨티 그룹 주식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22년 1분기에 취득했습니다. 당시 약 30억 달러(약 4조 3310억 원)어치인 5500만 주를 매입했는데, 이번에 현재 가치로 24억 달러(약 3조 4650억 원)인 4060만 주를 처분해 약 75%를 정리한 것이죠. 
  • 이 외에도 또 다른 미국 은행인 캐피탈 원(Capital One)에 대해서도 보유 주식의 약 20%를 처분하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캐피털 원의 주식은 2023년 1분기에 사들였습니다.

길게 보고 투자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렇게 은행들의 지분을 빠르게 정리하며서 지난 4분기에 새롭게 주식을 취득한 기업은 하나입니다. 코로나 맥주 등을 소유한 컨스텔레이션 브랜드(Constellation Brands)인데 지난 1년 간은 주식 가격이 약 33%, 5년 간은 약 20% 하락해 있던 기업입니다. 약 120억 달러(약 17조 3240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고요. 이 외에 도미노 피자와 수영장 용품 도매 기업인 풀 코퍼레이션의 지분도 추가 매입했습니다.

이런 버크셔 해서웨이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 그룹의 가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매입했을 당시보다 물론 크게 오른 상황이지만, 기대만큼 좋은 실적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팬데믹 당시 미 장기채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자 수익률이 적은 자산에 돈이 묶이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씨티 그룹 역시 수익률이 경쟁사 대비해서 지속 부진한 상황이었고, 전망도 최근 하향 조정을 했습니다.

늘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를 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어찌보면 갑작스럽게) 미국 금융 산업에 들어간 자금을 상당량 회수해 (이미 많이 쌓인) 현금을 더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부엉이의 차트피셜] 버블에 대한 마지막 경고를 통해서도 전해드렸지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비중은 이미 28%로 사상 최대치이고, 2024년 3분기 이후에 자사주 매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버크셔 해서웨이의 모습은 투자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고(국채 등의 매입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이 고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 그룹을 처분한 것은 이러한 모습에 쐐기를 박음과 동시에 시장에도 다시 한번 경고를 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죠.

'미국 예외주의'가 약해질 우려
지금 전 세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 이후, 그 영향을 당장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상호 관세 추진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불법 이민자 추방으로 인한 노동 시장 타격, 공공 영역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필수적인 연구와 개발에 돈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문제 등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제기되는 문제들은 "에이 그래도 새 정부가 설정한 방향에 이런 변수에 대한 생각도 있겠지"라고 안심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경고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고요. 

물론 최근 AI 산업에 대해서도 그렇듯이 암호화폐 등 특정 산업의 규제를 풀거나, 에너지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지는 정책들이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시장의 부정적인 이슈를 일부 상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떻게 종국에 시장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고평가되었다는 경고가 커지는 시장의 불안정성이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책적인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어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게 되면, 그동안 금융 시장 등에서 나타난 미국의 경제 예외주의가 지속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경고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죠.

세계 최대 채권 펀드 운용사인 핌코(PIMCO)의 CEO를 지내고, 현재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산하 퀸스 칼리지의 총장인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현재 미국 기업들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는 중이며 이들 사이에 (투자와 비용 집행을 유보하고) '기다리면서 지켜보자'는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우려합니다.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결국 "많은 고비에서 세계 경제와 시장을 지켜온 미국의 '경제적 예외주의'도 위협받을 수 있다"라고 진단하면서요.

현재 미국 경제 성장의 둔화는 전 세계 경제에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죠. 지난 몇 년간 힘겨운 상황이 계속되어 온 중국과 유럽의 상황을 봤을 때, 미국 예외주의가 지속되지 않으면 경제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는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현재 엘 에리안만의 목소리가 아니고요.

2023년 주주서한에서는 평생의 파트너 찰리 망거를 기렸습니다. 매년 2월 말이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서한이 나옵니다. 이번 2024년 서한에는 향후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포함되었는지를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큰 흐름이 나타나기 전에 봐야 할 것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가 역대 최고 수준의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유보하는 일은 시장에 형성되고 있는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해 보여주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시장은 적어도 겉으로는 굳건해 보입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 커져 왔고요.

하지만 현재 미국 정부가 쏟아내는 정책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당장 금융 시장은 언제든지 흔들릴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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